병 아 리 와 옥 수 수 :
대한민국 치킨뎐
영화 << 집으로 >> 에서 시골 외딴집에 사는 외할머니는 도시에서 온 손자가 밥을 안 먹는 바람에 속앓이를 한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묻자 손자는 손짓, 몸짓, 말짓을 모두 동원하여 켄터키가 고향인 닭에 대해 말한다.
이마 위에 한손을 올리고는 닭벼슬 흉내도 내고 양손을 겨드랑이에 바짝 붙인 후 파닥파닥 날갯짓도 흉내를 낸다. 할머니, 꼬꼬댁. 파닥파닥, 알지 ? 그날 할머니가 손자 앞에 내놓은 것은 " 물에 빠진 닭 " 이었다. 노란 치킨을 원했던 손자는 하얀 백숙을 보자 밥상을 뒤엎는다. 짭쪼름한 천하장사 소세지를 달라고 했더니 닝닝하고 쓴 맛이 강한 도라지를 내놓은 꼴이다. 손자는 " 도라지처럼 토라져 " 입이 댓 발 나온다. 손자 입장에서 보면 닭과 치킨'은 둘리처럼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전혀 다른 음식'인 것이다. 저개발의 시대를 관통했던 할머니에게 닭 요리는 곧 백숙을 의미했다.
그 시대에는 거의 모든 고기를 물에 익혀 먹었던 시대였다. 가족 구성이 대가족 형태이다 보니 귀한 고기'로 많은 사람이 고기 맛을 맛보기 위해서는 국물로 요리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 60년대와 그 이전이 " 물에빠진 백숙 " 의 전성시대였다면, 70년대는 " 전기구이 통닭 " 의 전성시대'였다. 옷을 입히지 않고 홀딱 벗기기는 했으나 끓는 물에 익혀 먹는 방식이 아니라 구워 먹는 전기구이 방식의 통닭은 백숙에서 치킨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차지한다(당시에는 고기의 기름 맛'을 매우 귀하게 여긴 시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워서 기름을 빼는 요리법은 사치에 가까웠다). 그것은 백숙도 아니고 튀김도 아닌, 마치 물속에서 사는 어류와 땅위에서 사는 파충류의 중간 단계인 양서류와 같은 포지션이었다.
" 통닭 " 이 " 치킨 "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시점은 식용유가 업소용으로 값싼 가격에 대량 유통되는 시기와 맞물린다. 이때부터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튀김옷과 옥수수 기름이 만나 후라이드(fride)한 닭고기 튀김'이 탄생한다. 와우, 판타스틱 치킨 베이베, 오예 ~ 치킨을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딱 한 입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전설의 치느님이 탄생하게 되는 원년'이었다. 이때부터 한국인은 혓바닥이 남성의 귀두요, 여성의 클리토리스라는 사실에 경악하게 된다. 식욕이 성욕이었던 것이다. 뜯으면서 느끼는 것이다. 오, 예 ~ 우, 판타스틱 베이비 ~
재미있는 사실은 치킨용 닭은 옥수수 사료를 먹고 자란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옥수수 사료를 먹고 자란 닭에게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튀김옷을 입혀서 옥수수 기름으로 튀김 요리를 내놓은 것이 바로 치킨이라는 점이다. 지금 당신이 혀끝에서 느끼는 오르가슴은 옥수수 맛이다. 그 인기가 영원불멸하여 결코 시들지 않을 것 같았던 프라이드 치킨도 90년대 들어서면서 양념 치킨에게 그 영광을 양보한다. 양념은 주재료가 고추장, 물엿, 간장인데 그중에서도 핵심은 물엿'이다. 치킨 양념에서 물엿이 차지하는 비율은 팔 할'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될 지점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물엿이다.
설탕이 사탕수수로 만든 당이라면 물엿은 옥수수로 만든 액상과당이다. 액상과당이 설탕보다 나쁘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옥수수 거의 대부분이 GMO(유전자조작농산물) 식품이라는 점에서 물엿으로 맛을 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설탕으로 맛을 내는 것이 그나마 낫지만 액상과당(포도당과 과당의 액상 혼합물)이 설탕에 비해 값은 싸고 단맛은 강해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거의 모든 음식이 액상과당으로 단맛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 ① 유전자 조작 농산물인 옥수수 사료를 먹고 자란 닭을 ② 유전자 조작 농산물인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튀김옷을 입혀서
③ 유전자 조작 농산물인 옥수수 기름에 튀기고 나서 ④ 유전자 조작 농산물인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물엿을 다시 입힌 것이 바로 ⑤ 대한민국 양념 치킨'인 것이다. 그렇다면 양념치킨이야말로 유전자 조작 농산물로 생산한 정크푸트의 끝판 대마왕이 아닐까 ? 지금 당신이 찬양하는 치느님은 닭의 외피를 두른 GMO 옥수수'다. 그런 점에서 양념치킨은 박근혜의 반대말이다. 박근혜는 인간의 외피를 두른 닭이었으니깐 말이다. 오, 판타스틱 어덜트 베이비. 내가 대한민국 치킨사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닭 요리법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비만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해방 이후, 한국인 체형이 미학적으로 가장 훌륭했을 때'는 1970년대이다. 1970년대는 비만 인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적었으며 대부분은 날씬한 체형을 유지했다. 암 유병률도 매우 낮았다. 그리고 비만과 당뇨는 " 부자병 " 이라 해서 일부 특권층의 사치병이라 불렸을 정도'다. 전기구이 통닭 시대가 한국인에게 가장 뛰어난 식단을 제공한 셈이다. (전기구이)통닭과 백숙 요리법의 핵심은 주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요리를 한다는 점이다. 반면, 체형에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한 80년대에는 탄수화물을 지방(기름)으로 튀기는 요리법이 인기를 끌었다.
탄수화물 + 지방이 만나는 순간, 한국인의 체형은 서서히 살이 붙기 시작했다. 여기에 기름을 쏟아부은 요리법이 바로 단짠 양념의 과다 사용'이다. 90년대 이후, 비만과 당뇨가 치솟기 시작한 것은 원인 중 하나가 과도한 단짠 양념에 있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닭 요리법의 진화는 결국 소울푸드였던 것이 정크 푸드로 변하는 과정과 일치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퇴행'이다. 그렇기에 양념 치킨(고탄고지+ 액상과당 과다)보다는 후라이드 치킨(고탄고지), 후라이드 치킨보다는 튀김옷을 입히지 않은 전기구이 통닭(고단), 전기구이 통닭보다는 백숙'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맛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 소비 사회에서 적게 먹는다는 것은 매우 큰 미덕이며 똥을 너무 많이 싸는 것은 꽤나 은밀한 악덕'이다.
+ 덧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