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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 (반양장) - 새로운 근대(성)을 향하여
울리히 벡 지음, 홍성태 옮김 / 새물결 / 2006년 1월
평점 :
버 닝 썬 사 태 :
정준영, 승리하다 !
< 나비효과 > 를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욥,8 :8) _ 로 요약할 수 있다. 약쟁이라면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마약하리라 _ 일 터이고, 풍각쟁이라면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솔솔, 라라라, 시시, 도도하리라 정도 ?! 버닝썬 사태'가 그렇다.
나이트클럽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시비와 다툼이 이런 식으로 전개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재력을 과시하는 불알후드가 이익 집단과 결탁하게 되면 불미스러운 사건은 대부분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시시하게 끝나는 것이 한국 사회의 스토리텔링이었기 때문이다. " 오고가는 주먹질 속에 싹 트는 쌍방 과실 " 로 끝나야 할 서사'가 태풍의 눈으로 둔갑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일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겼던 일이 어느새 이삼사오육칠팔구로 확장되었다. 이제 불타는 것은 태양이 아니라 승리'였다. 승리 했기에 실패한 이상한 서사로 둔갑한 것이 버닝썬 사태'다.
훗날, 이 사태에 대하여 사람들은 나비효과'를 " 승리하다 " 라는 신조어로 부를 만하다. 정준영 사태는 전형적인 " 승리하다 " 이다. 옛날에는 정준영이 " 죄송한 척이라도 할 수 있었 " 는데 지금은 " 죄송한 척도 할 수 없을 " 만큼 일이 커졌다. 불미스럽다(不美-) _ 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역겨운 성범죄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정준영의 도덕불감증을 비판하는 것은 다 된 밥에 밥숟가락 드는 꼴이니 굳이 내가 잣 까면서 수박 씨 발라먹는 소리로 시일야방성대곡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른 이의 글을 참조하시라. 굳이 한마디 거들자면 우리는 추악한 한국 남성 문화의 한 단면을 보고 있는 중이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지적처럼 과학기술 발전은 현대인에게 물질적 풍요를 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선사했다. 몰카가 대표적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상대방을 속인 채 성행위 동영상을 찍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섹스 동영상의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여성에게 위험요소로 작동한다. 반면에 몰카 가해자인 남성에게도 과학기술 발전은 위험요소로 작동하게 된다. 가해자인 남성 입장에서 보면 가해자가 증거를 없애기 위해 온갖 자료를 삭제한다 해도 삭제된 증거를 다시 복원할 수 있는 과학 기술이 발전했으니 이 또한 위험요소이다.
울리히 벡은 이 점에 주목한다. < 위험 > 은 성공적 근대가 초래한 딜레마이며, 산업사회에서 경제가 발전할수록 위험요소도 증가하고, 후진국에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성공적으로 과학기술과 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서 나타나며, 무엇보다 예외적 위험이 아니라 일상적 위험이라는 것이다. 이 위험 요소를 줄이는 방법은 원시적일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에 의존하는 삶으로부터의 독립이다. 당신이 SNS에 남기는 모든 흔적은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명탐정 홈즈 시리즈'가 독자에게 남기는 교훈은 매우 단순하다. 범인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지금 당신이 이 글을 읽고 나서 생각 없이 내 블로그 댓글 창에 남긴 댓글'이 나중에 증거로 활용될 수도 있다. 당신에게 울리히 벡의 사회학 명저 << 위험사회 >> 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