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과 리얼리티
1 : 한국남자
힙하다는 래퍼들은 종종 이 여자 저 여자 다 만나보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한국 여자가 제일 예뻐 _ 라는 랩 가사를 자주 사용한다. 한국 여자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평균값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예를 들면 : ㉠ 백인의 지능이 흑인보다 높다는 주장을 믿지 않으며, ㉡ 혈액형 성격 테스트도 믿지 않고, ㉢ 전라도는 사기꾼이 많다는 편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국 여성의 외모가 가장 뛰어나다는 근거 없는 추임새'에도 동의할 수 없다. 인간의 유전자는 특정 지역색과 피부색에 따라 우와 열을 나눌 수 없다. 우생학은 가짜다. 다만, 환경'이 문화를 만들고 문화가 교양을 만들 뿐이다. 영화 << 불한당 >> 에서 불알당인 설경구가 " 나는 사람을 믿지 않고 상황을 믿는다 ! " 라고 말하는 대목은 경청할 만하다. 인간은 " 상황적 동물 " 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쁜 여자를 그토록 밝히는 한국 남자들은 한국 여자를 혐오하면서도 그래도 왜 한국 여자의 외모가 제일 예쁘다고 말하는 것일까 ? 그것은 한국 여자들이 화장을 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이다. 화장의 기술은 양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화장을 하면 화장빨이라고 욕을 먹고 화장을 하지 않으면 게으른 X이라고 비난을 받는다.
■ 덧 ㅣ
" B형은 나쁜 피 " 라는 썰은 히틀러의 우생학에서 시작된 주장이었다. 이것은 나중에 일본에 의해 혈액형 성격 테스트로 발전하였다. 유럽인은 전체 혈액형에서 B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대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유태인과 아시아 계통은 2,30%대를 유지한다. 그렇기에 히틀러가 게르만 민족, 나아가 유럽의 강철대오를 주장하며 내세웠던 것이 나쁜 피'다.
2 : 리얼리티
리얼리티는 " 나, 리얼리티야 ! " 라고 말하는(강조하는) 순간 더 이상 리얼하지 않다. 예를 들어, 손만 잡고 잠을 자겠다는 남자의 말을 들은 여자가 망설일 때 남자가 " 오빠, 믿지 ? " 라고 말할 때 그 말은 구라'가 된다. 손만 잡고 잠시 눈만 붙이자는 말은 몸을 하나로 붙이자는 말이다. 그런 오빠, 나빠 ! 그렇기에 리얼리티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방송 프로그램은 모두 다 연출이다. 굳이 리얼리티라는 간판을 달지 않아도 방송과 언론 미디어는 대부분 구라'다. 팩트는 몽타주의 방식에 따라 픽션이 되기도 하고 논픽션이 되기도 한다. 편집자가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는 뜻이다. 방송은 시청자에게 " 방송, 믿지 ? " 라고 말하지만, 이 은밀한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에 당신은 밑지는 장사를 하게 된다. 드라마 << 스카이 캐슬 >> 은 아줌마가 아닌 사모님이 치맛바람 휘날리며 자식에게 집착하는 욕망을 졸라 신랄하게 비판하지만 드라마 종영 후 염정아는 드라마의 제작 의도와는 180도 다르게 사교육 광고에 출연하여 사교육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한다. 광고 모델'이라는 것이 소비자의 욕망과 욕구를 충족시키는 대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청자는 사모님들의 유별난 사교육 집착을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사실은 자신의 결핍을 자각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 스카이 캐슬 >> 의 제작 의도는 사교육 비판이 아니라 사교육만이 살 길'이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리얼리티'이다.
■ 덧 ㅣ
리얼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업군은 사기꾼이다. 속지 않는 자를 속이기 위해서는 나으 리얼리티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그럴싸한 리얼리티 앞에서는 속을 수밖에 없다. 따스한 환대와 예의바른 친절과 해맑은 미소는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것들이 좆같다. 나는 당신에게 리얼리티를 바라지 않는다. 따스한 환대를 바라지 않으며, 무례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무례한 친절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으며, 나를 향해 김치나 치즈 같은 이모티콘을 날리지 않아도 좋다. 리얼리티하지 않은 사람이 리얼하다.
3 : 골목대장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경구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노라 _ 라는 성경 구절이다. 백종원은 " 태초의 말씀 " 이다. 그는 궁예를 흉내 내며 관심법으로 식당 주인의 마음을 읽는다. 옴마니밧메훔 , 너의 (거짓말하는) 목소리가 들려 ~ 그가 유통기간이 지난 고기라고 말하면 싱싱한 고기는 유통기간이 지난 고기가 되고, 심심한 막걸리에 맹물을 부었을 뿐이데 진한 육수와 같은 막걸리로 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기적은 사실이 아니다. 뚝섬 경양식집 고기는 유통기간이 지난 오래된 고기'가 아니었으며 심심한 막걸리에 물을 부었을 때 맛이 향상되었다고 믿는 것은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의사 가운을 입은 사기꾼'이 진료를 핑계로 코를 잡고 코끼리 뱅뱅을 시키면 대부분은 이 어리석은 명령에 복종한다( 실제로 있었던 심리 실험이다). 그것은 의사 가운이라는 권위에 복종하려는 심리 때문이다. 백종원은 의사 가운보다도 더 권위 있는 " 보이지 않는 망토 " 를 입은 임금님이다. 우리는 그의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게 되어 있다. 밍밍한 막걸리에 맹물을 부으면 향미가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망토의 권위에 굴복하여 마, 마마마마마맛있어요 ! 이 골목의 미친놈은 백종원이다. 그는 이 골목의 골목대장이다. 태초의 말씀을 참으로 만드는 과정은 매우 쉽다. 골목식당 제작진은 태초의 말씀이 참이 되도록 편집을 하면 되니까. 그 유명한 악마의 편집인 것이다. 철창에 갇힌 설경구가 내뱉는 말은 진리이다.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라 ! 이 대사, 절창이 아닐 수 없다.
■ 덧 ㅣ
" 태초의 말씀 " 에 항의를 하는 출연자가 발생하면 백종원과 제작진은 작전회의를 통해서 시식단을 투입한다. 시식단은 십자군 전쟁에 투입된 기사단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시식단과 기사단의 공통점은 둘 다 " 거룩한 태초의 말씀 " 을 지키기 위한 성전'이라는 점이다. 백종원의 말씀에 반기를 든 식당에 쳐들어가 음식 품평회를 하는 것이 시식단의 임무'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 주머니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이 누가 있을까 ? 더군다나 입맛이라는 것은 제각각 다르지 않은가. 누군가에게는 짠맛이 누군가에게는 싱거운 법이다. 시식단의 임무는 백종원은 항상 옳다는 것을 확인시켜 말씀의 권위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가 이 페이크 다큐를 보면서 의문을 가져야 할 것은 백종원이 칭찬한 식당에는 왜 시식단이 투입되지 않는가 _ 라는 부분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라면, 백종원이 칭찬한 식당이라는 정보에 시식단이 사전에 모르고 투입된다면 그들은 온갖 불평을 쏟아냈을 것이 분명하다.
본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글
어제 머리를 3분 만에 자삭했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어느 미용실에서 깎았냐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나는 리얼티리한 표정으로 리얼하게 말했다. " 홍대 바버샵에서 6만 원 주고 했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