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박 씨 발 라 먹 을 영 화 :
dumb and dumber, dummy
영화를 더럽게 만든다고 말했을 때 " 더럽다 " 라는 형용사는 청결 상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애티튜드에 대한 지적이다.
<< 청년 경찰, 2017 >> 은 더러운 영화에 속한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 수박씨발라먹을영화 " 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 술에 취한 청년 둘이 자정을 넘긴 시간에 강남 유흥가 골목을 지나가다가 예쁜 여자를 발견하고는 뒤를 따라간다. 그리고는 누가 저 여자에게 말을 걸어서 전화번호를 딸 것인가를 놓고 옥신각신하다가 결국에는 가위 - 바위 - 보 게임을 한다. 그 사이, 여자는 난자를 불법으로 적출하는 범죄 조직에 의해 납치가 되고 정의감에 불타는 청년 경찰-둘'은 그들을 쫓아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한다는 내용 !
그런데 시점을 남성(청년 경찰둘)이 아닌 피해자인 여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정의감에 불타는 청년경찰은 호감의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일 뿐이다. 인기척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새벽 밤거리에서 술에 취한 남자 두 사람이 자신을 쫓아와 전화번호 알려달라며 말을 건다고 생각해 보라. 개인 정보가 범죄에 악용되는 세계에서 말이다. 만약에 여성 감독이 이 영화를 연출했다면 이 상황 설정에 대해서 쉽게 동의했을까 ?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이 영화는 소수자를 폭력적으로 다루고 있다. 두 청년이 연말에 종소리 울리며 신나게 뛰어다니는 이 영화는 생각할 겨를도 없고, 고민한 흔적도 없고, 배려할 마음도 없고, 우월한 편견만 있다.
조선족은 언제부터인가 한국 영화에서는 악당을 대표하는 집단이 된 지 오래'이다. 영화 속 무대인 대림동은 조선족이 장악한, 말 그대로 " 헬-조선 " 이다. 이들에 대한 묘사는 압도적이다. 검은 구두약을 얼굴에 덕지덕지 바르고 등장하는 분장의 게으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더러운 공가(空家) 바닥에서 떼 지어 잠을 자는 조선족 범죄 집단은 마치 한겨울에 따듯한 곳을 찾아 모여든 바퀴벌레를 연상케 한다. 그들이 왜 조선족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그들이 왜 한국인이 아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분명하다.
수박씨발라먹다가 시간이 남아서 영화를 찍었을 법한 감독이다 보니 여성 신체를 다루는 방식도 꽤나 폭력적이다. 이 영화에서 남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양상이 사뭇 다르다. 타격감은 동일하지만 그것에 대응하는 남성과 여성은 차이가 분명하다. 남성(청년경찰둘)에게 가해지는 타격감은 유희로서의 놀이에 가깝다. 말 그대로 액션 영화 장면'이다. 액션 영화는 액션과 리액션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놀이에 가깝다. 하지만 여성에게 가해지는 타격감은 " 액션(영화 장면) " 이 아니라 " 폭력 그 자체 " 이다. 액션에 대한 리액션이 없는 것은 일방적 폭력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여성들은 남성의 액션에 대해 리액션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여성은 단순하게 말은 없고 몸만 전시하는 더미(dummy)로 활용하고 있다. 여성을 바라보는 감독의 잰더 감수성은 영화 엔딩 장면에서 불꽃놀이 제대로 터진다. 피해자 여성은 그들 앞에 나타나 자발적으로 품에 안긴다. 여자라서 행복해요 _ 라는 표정으로 말이다. 쌍팔련도 엔딩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두 사내가 서로 안아보겠다고 난리를 치는 화면 위로 엔딩 크레딧이 오른다. 끄읏 ! ! !
마치, 여성 dummy를 서로 공유하는 dumb and dumber의 쓰리썸을 보는 듯하다. 이는 여성을 독립된 주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보호해야 할 대상 혹은 물건 따위로 취급하는 태도에 불과하다. 이 영화가 형편없는 이유이다. 굳이 본다면 겨울 보다는 여름에 보기를 권한다. 수박씨발라먹으면서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