윾튜브


                                      아침 출근길, 만원 버스를 천 원 내고 탄다.  만원 버스를 탈 때마다 항상 돈 버는 기분이 든다. 오늘...... 구천 원 벌었네.  종종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 버스 때문에 승객을 다 태우지 못한 채 몇몇을 정류장에 두고 떠나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승객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조금씩 공간을 양보해서 출근길 사람들을 모두 태우고 떠나야 한다고 운전기사에게 말하는 쪽과 다른 하나는 그것에 반대하는 쪽이다. 모든 이의 편의를 다 봐주다 보면 우리 모두 지각을 하게 됩니다.  전자는 보편성을 강조하는 진보이고 후자는 선별성을 강조하는 보수이다. 그렇다면 윾튜브 같은 일베 벌레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  아마도 차창을 열고는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에게 소리칠 것이다. " 야, 씨발놈들아 ! 너희들 때문에 나도 지각하게 생겼어. 에라이 씹할 놈들아 !  " 윾튜브는 배차 간격에 실패한 버스 회사를 욕하기보다는 오히려 버스 회사의 들쑥날쑥한 배차 간격 조정 실패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된 사람을 공격한다. 그것이 윾튜브 같은 xx의 특징이다. 종종 내 이웃들이 윾튜브 방송을 시청하며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평을 남기곤 한다. 그럴 때마다 당혹스럽다. 그들의 변명은 윾튜브가 과격한 면은 없지 않으나 꽤 논리적이라고 말한다. 논리적이다 ?!  그가 한의학를 폄하한 적이 있다. 양의학은 어느 병원을 가나 동일한 병명이 나오는데 한의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사례라며 어느 한의원은 자신을 태음인이라고 진단했는데 다른 곳에서는 태양인으로 진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사례를 통해 졸라 역겹다는 말투로 한의학은 엉터리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진단이야말로 엉터리'다. 왜냐하면 어느 병원에서 위염이란 진단을 내렸는데 알고 보니 위암이더라는 진단 오류 사례는 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의료 행위에 있어서 진단 오류는 양의학과 한의학 모두 벌어질 수 있는 경우인 것이다. 이처럼 혐오의 발언들은 대부분 비논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윾튜브의 주장이 논리적이라고 믿는 이유는 말하는 내용에 대한 신뢰 때문이 아니라 말하는 태도'를 신뢰한다는 데 있다. 물론 이 태도는 연극적이다. 유튜브에서 가면 탈 쓸고 방송하는 영상은 믿을 것이 못된다. 말할 수 있는 사회에서 익명으로 발화되는 것은 팔 할이 쓰레기다. 당신의 호기심이 벌레들의 좋은 먹잇감을 제공한다.

 

덧대기

시청자가 ​시청각 교재'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대략 20분이 한계이다. 그렇기에 영화에서는 상영 시간 20분 즈음에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영상 정보를 제공한다. (대중)영화 시나리오 작법은 이 사실을 가르친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영화 한 편을 골라서 그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흥미를 유발하는 장면이 연출될 때 런닝타임을 체크하길 바란다. 대부분 영화 상영 시작 20분 언저리에서 흥미로운 단서가 노출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유튜브 영상도 마찬가지다. 시청자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볼 수 있는 한계는 10분 내외이다. 영화관 관객과 유튜브 관객의 인내심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유튜브 영상은 공짜라는 데 있다. 영화관 관객은 안 보면 손해이지만 유튜브 시청자는 안 보면 그만이니깐 말이다. 윾튜버는 이 사실을 기막히게 알고 있는 녀석이다. 윾튜브와 윾튜브를 따라하는 짭튜브의 공통점은 런닝타임이 짧고 말이 빠르다는 데 있다. 정치 사회 문제를 다루는 유튜버는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주장을 담기 위해 말을 FF ( fast-forward ) 하게 된다. 내가 관찰한 바, 유튜브는 젊은 극우가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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