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아행행



 

 

                                                                                                                   그는 새벽 3시에 겨울 밤거리에 서서 서성거렸다(고 한다). 전날 밤 10시부터 기다렸으니 5시간째'다. 하지만 이 기나긴 기다림은 계속된다.

낮 12시가 되어야 가게 문을 연다고 하니 앞으로 9시간은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가 돈가스를 먹기 위해 기다린 시간은 총 17시간이다. 고생 끝에 낙이라 했던가 ! 한겨울 시베리아 칼바람을 견딘 끝에 가게 안으로 입성한 그는 날숨을 쉴 때 입김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에 감동한다. 오, 주여.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한 입 베어 문 돈가스 맛에서 기쁨을 맛보았고 마지막 한 조각을 삼켰을 때에는 고깃덩어리를 삼켰다기보다는 슬픔의 한 편린을 삼킨 것처럼 느껴졌다. 때마침 처량하게도 식당 안에서 흘러나온 라디오 방송은 그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세밑 한파에 오늘도 마음고생 많으셨죠 ?  김광진이 부릅니다. 편지.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나는 이제 돌아서겠소.

하지만 그는 손바닥으로 눈물을 훔치는 대신 주먹 쥐고 일어서며 다짐한다.  맛있는 돈가스를 8,000원에 먹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수지맞는 장사인가, 이런 게 소확행이야 ! 대한민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소확행에 대한 정의는 " 가격 대비 가성비 " 다. 포방터 돈가스보다 맛있는 돈가스를 맛볼 기회는 얼마든지 많다. 강남 고급 일식 돈가스 전문점에서 오만 원짜리 돈카츠를 사 먹으면 되니깐 말이다. 다만, 비쌀 뿐이다. 그런데 포방터에서 주먹 쥐고 블루스를 추던 그가 소확행을 얻기 위해 투자한 비용은 비단 8,000원이 전부였을까 ? 그는 8,000원짜리 돈가스를 먹기 위해 17시간을 투자한다. 이 시간에 돈을 벌 수 있는 부업을 한다면 << 최저시급 8,350 x 17시간 = 141,950원 >> 을 벌 수 있다. 

그러니까 그가 먹은 돈가스는 8,000원짜리가 아니라 149,950원짜리 돈가스'인 셈이다.  소확행의 핵심이 가성비라고 했을 때 150,000원짜리 돈가스를 두고 가성비가 훌륭하다고 말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얻은 소확행은 진짜 소확행인가, 아니면 아행행인가 ?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소확행(가성비를 기준으로 내린 가치 판단)이 사실은 좆도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좆도 아닌 일상을 마치 예술의 일상성으로 포장하는 인스타그램 감성과 맞물리면서 소확행은 오로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전시하는 자위 기구로 사용되고 있다.  포방터 새벽 밤거리에서 주먹 쥐고 블루스를 추던 그가 욕망하는 것은 인스타그램에 전시할 사진 한 장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그는 자신이 취득한 작은 행복을 홍보하기 위해 인증-샷을 남긴다.  백종원 열풍의 핵심도 가성비에 있다.  박권일 셰프는 백종원 열풍에 대해 " 최고의 재료를 숙련된 기술로 요리한 음식이 우리(셰프)의 로망이라면, 최소한의 재료와 노동으로 ' 있어 보이는 ' 식탁을 차려내는 것은 우리(소비자)의 needs 다. 한국에서 그걸 가장 잘하는 사람이 백종원이다 " 라고 말했다. 이 말을 알기 쉽게 번역하면 " 없어 보이는 재료 " 로 " 있어 보이는 식탁 " 을 차리는 것이다. 그런데 < 백종원의 집밥 > 이라는 프레임은 모순된 표현이다. 왜냐하면 백종원이 시청자에게 알려주는 음식 백서는 오리지널 홈메이드 집밥이 아니라 외식 요리'를 흉내 낸 홈메이드 집밥이기 때문이다.

그의 요리 백서가 선보이는 음식은 집안에서 해 먹는 " 집 밥 " 이라기보다는 " 집 밖 " 에서 사 먹는 음식 맛을 흉내 내는 요리'이다.  방점이 매식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음식을 만드는 장소가 (식당 가게가 아닌) 집 부엌일 뿐이지 결과물은 유사 매식 음식이다. 내가 백종원을 비판하는 지점이 바로 그것이다. 백주부의 핵심은 매식을 copy 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작동하는 심리 기저는 가성비'다. 박권일이 지적했듯이 백종원 서사의 핵심은 < 없어 보이는 재료 > 로 < 있어 보이는 식탁을 꾸미는 것 > 이다. 훌륭한 원본을 복제하여 사본化하는 것은 원본에 대한 오마쥬이다.  하지만 복제할 가치 없는 원본을 copy하는 것은 짝퉁이다.

그렇기에 백주부의 요리 백서는 짝퉁이다. 그것은 일종의 시물라시옹이며 copy food 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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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23: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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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6 16: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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