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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으  로  도     때  려  라   :



 




위플레쉬, 심석희 그리고 백종원



 

400번의 매질이 아이를 어른으로 키운다

- 프랑스 속담 




 


1등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는 앤드류는 음대 신입생이다.  그는 최고의 재즈 드러머가 되기 위해 플레쳐 교수가 이끄는 밴드에 들어간다. 그의 교수법은 폭언과 학대'이다. 그에게는 " 가학( 苛虐 : 몹시 심하게 학대함 ) 이 곧 가학( 苛學 : 회초리 교육법 ) " 이다.  그대 ↗  앞에만 서어면 ~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똥 ! 덩 ! 어 !  리 ! 

이 영화는 한국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극찬에 가까운 칭송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한다.  왜 ?!  미치광이 선생이 휘두르는 사랑의 채찍질(whiplash) 이야기.  한국 사회에서는 너무나 익숙한 서사이기 때문이다(반대로 유럽 국가에서는 흥행에 실패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때려야 한다는 이야기에 유럽인은 1도 이해 못해).  온갖 인간 군상이 잡다하게 모이는, 정치색이 다종다양한 한국 평단이라면 한 명쯤은 " 때려야 말을 듣는다 " 는 S - 서사와 " 맞아야 정신 차린다 " 라는 M - 서사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일 만하지만 한국식 교수법에 익숙하다 보니 삐딱한 시선으로 이 영화를 보는 이'는 없었다.  평소 진보적 PC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도 모두 다 가시는 길에 영광있으라이 _ 라고 말하니  나는 " AC , 이게 뭐야 ~  "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앤드류의 그 후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가 어른이 되면 가정 폭력의 주체가 되듯이 플레쳐 교수법으로 최고가 된 앤드류도 나이가 들면 플레쳐와 똑같은 폭군이 되어 학생들에게 위플레쉬하지 않을까 ?  아따, 앤드류보다 플래쳐 교수가 더 매력있다아 ~   매 맞는 아이가 악에 받쳐서 1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보며 너무나 감동해서 물개 박수나 치고 있는 영화관 풍경을 보며 속으로 외쳤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 영화에 열광했다면 당신은 조재범 코치와 심석희 선수의 애증이 섞인 십 년 풀 스토리에 감동해서 기립박수를 쳐야 한다. 조재범 코치는 플레쳐 교수'다.

심석희의 고백에 의하면  :  어릴 때 조재범 코치의 폭행으로 인해 새끼손가락이 부러졌으며 그것이 일상이었다고 하니 그 역경을 극복하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심석희는 앤드류인 셈이다.   나는 백종원의 << 골목식당 >> 을 볼 때마다 플레쳐 교수가 오버랩된다.  골목식당 제작진은 < 돌아온 탕아 > 라는 성서 이야기를 재현할 인물을 찾는다. 제작진 레이더망에 걸려든 이가 바로 홍탁집 아들이다.  하는 꼴을 보니 건들건들하고 게으르며 늙은 노모 밑에서 돈이나 타 쓰는,  한심한 한량이다.  땀 흘리지 않고 먹고산다는 의미에서 불한당(不汗黨  :  아니 불, 땀 한, 무리 당. 땀 흘리지 않고 사는 무리라는 뜻이다) 이다. 이런 캐릭터는 백종원이 폭언하기 좋고 학대하기 좋다.

제작진이 멍석은 깔았으니 한국의 플레쳐 교수인 백종원만 등장하면 된다. 가차없다.  보다 보면 기가 찬다.  그는 홍탁집 아들에게 말한다. 똥 !  덩 !  어 !  리 !  1회를 보면 마지막 50회의 결말을 알 수 있는 막장 드라마처럼 우리는 이 이야기의 끝을 알 수 있다.  영화 << 위플레쉬 >> 에서 플레쳐 교수는 게으르고 약해빠진 사람들에게 항상 같은 말을 한다. "  어이, 시밤바 !  내 말 잘 들어.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 야 "  백종원은 플레쳐 교수의 교수법을 그대로 따른다. " 그만하면 잘했슈 _ 라고 내가 말할 줄 알았쥬 ? " 백종원이 채찍질을 할 때마다 홍탁집 아들은 좌절한다.  하지만 이 악물고 그 모욕을 견딘다.  그리고 결말은 개과천선한 탕아'다.

사람들이 감동해서 백종원 선생을 향해 기립박수를 칠 때 나는 속으로 외쳤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만약에 백종원 교수의 교수법을 거부한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실패하게 되는 것일까 ?  훌륭한 사례가 있다.  충무로 골목 편에서 백종원의 교수법에 반기를 들어 백종원 레시피를 거부한 출연자가 있다.  바로 충무로 국숫집'이다.  백종원 교수법이 옳다면 충무로 국숫집은 파리만 날려야 한다.  정말 그럴까 ?  현재 충무로 국숫집은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 이 사실은 백종원 레시피'가 죽은 자(가게)도 벌떡 일어나게 만든다는 기적의 레시피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그것은 백종원이 가진 전지전능한 능력 때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방송의 힘'이다. 내가 보기에 << 위플레쉬 >> 이야기나 << 심석희 >> 이야기나 << 홍탁집 아들 >> 이야기는 서로 장르가 다를 뿐 동일한 이야기'다. 폭언과 학대가 성적 향상에 영향을 주었다고 해서 그것을 정당화한다면,  당신은 << 조재범과 심석희의 애증 십 년 풀-스토리 디렉터즈컷 버전 >> 에도 공감해야 한다.  플레쳐, 조재범, 백종원은 동일인물'이다. 삼위일체 ㅡ 놀랄 일은 아니다. 영화 << 불한당 >> 의 그 유명한 대사로 매조지하자. 셋 다 모두 좆이나 뱅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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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8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12-19 21:20   좋아요 0 | URL
교육과 조련의 차이라는 지적이 확 마음에 와닿습니다.. ^^

문득 저는 < 교육과 교련 > 의 차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 문화는 확실히
군사문화의 잔재가 매우 깊이 박힌.... 아, 요즘은 교련 과목이 사라졌죠 ?

저도 백종원 음식이 맛있다고 느껴본 적 1도 없습니다.
종종 사람들 때문에 할 수 없이 백종원 가게 몇 번 가본 적 있는데
당최 맛의 우월성을 못 느끼겠습니다. 술 마시기에는 더럽게 분위기 없는 가게라는 인식만 남았습니다..

서연오 2018-12-19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백종원씨 개인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요즘 인터넷 돌아다니다보면 이 사람이 한국에서는 거의 신처럼 대접받고 계십니다. 백종원씨의 사람됨됨이를 떠나서(사실 백종원씨가 사적으로 좋은 사람이냐, 혹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냐는 전혀 관련 없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보통 이런 얘기 하면 사람들이 혼동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런 대답들을 하곤 합니다 ˝왜, 백종원이 부럽냐?˝) 그가 이렇게 추앙받는 사회는 그만큼 불행할 수 밖에 없음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곰발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한국사회에 깊게 내제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관련지어서는 물론이고, 저는 더 나가서 백종원식 ‘사이다‘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싶네요. 소위 사이다라는 것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하나의 문제를 평면으로 뭉게버리고, 거기다가 간단명료하지만 강경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이게 비단 음식점이 흥하냐 망하냐의 차원이라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스케일이 커져서도 사람들의 생각속에 그대로 자리잡고 있는걸로 보이거든요. 그래서 요즘 네티즌들이 PC같은걸 학을 때는겁니다. 복잡한것들은 모르겠고 자기들이 생각하기에는 굉장히 심플한 해결책이 보이니까요. 그래서 걔들은 PC강조하는 사람들을 파시스트라 부릅디다. 마치 페미를 나치라 부르듯이.. 왜 유럽이나 북미가 그렇게 엄격하게 PC를 들여왔는지는 안 찾아보는 모양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12-19 21:27   좋아요 0 | URL
저도 황교익씨 개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어찌하다 보니 황교익 지지자가 된 모양새이지만 개인적으로도 황교익에 대해 우호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저는 위플레쉬의 플레쳐 교수법을 교육이 아닌 교련‘으로 보았습니다.
일종의 군사문화적 강압인데. 이것에 대한 지적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익숙하다는 거죠. 성공만 한다면 스승의 모욕과 학대는 교육이 되는 겁니다.
같은 이유로 백종원 서사도 그런 것 같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정치적 소양 없이는 그 어떠한 에티켓도 애티튜드도 없다고 봅니다.
모든 훌륭한 태도는 기 기본이 PC잖아요. 그런데 그것을 무시하면 엉터리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