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쓰메 소세끼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 문 >> 을 읽고 있다. 감회가 새롭다. 책을 사면 책 뒷면 색지에 책을 구입한 날짜를 기록하는 버릇이 있는데 확인하니 2006년 2월 10일이다. 12년이 지나 이제서야 읽기 시작한 것이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런 경우는 일상다반사이니까. 30년 후에 읽으려고 산 책도 있다. 무려 10권짜리 대하소설을 말이다. 조정래의 << 태백산맥 >> 이 그런 경우'다. 정가 주고 산 책인데 마치 헌책방에서 30년은 뒹군 상태처럼 보인다. 황변으로 인하여 종이가 마치 황달에 걸린 환자처럼 누렇다. 곧 바스러질 것만 같은 종이를 조심스럽게 넘길 때, 느끼게 되는 쾌감. 이 맛, 알랑가 몰라. 잡설은 됐고 ! < 내가 소세키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 는 < 내가 도스토옙스키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 와 같다.
옹졸한 인간 군상을 다루는 작가는 소세키와 도스토옙스키 형님이 최고'다. 누군가는 소세키 문학을 평하면서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말하던데, 내가 보기에는 그는 일본의 도스토옙스키에 가깝다. 소세키의 주인공은 광기를 뺀 도스토옙스키의 주인공 같다. 한심한 인간을 볼 때 동병상련을 느끼게 된다. 나 또한 우유부단하고 한심하며 띨띨하니깐 말이다.
2 도스또예쁘스끼 (줄여서 도끼 형님)
도끼 형님의 최고작을 뽑는 일은 난망하다. << 죄와 벌 >> 이 << 백치 >> 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요, 반대로 << 백치 >> 가 << 죄와 벌 >> 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도 꽤나 우스운 일이다. <<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 << 악령 >> 도 마찬가지이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도끼 형님이 위대한 작가인 것이다. 도끼 형님 소설 중에서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드는 작품은 << 지하에서의 수기 >> 이다. 문학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 속에서 병맛 캐릭터를 발견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처음에는 찌질한 주인공에게 짜증이 나지만 읽다 보면 묘하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이 연민은 그를 향한 동정이기도 하지만 독자인 나를 향한 연민이기도 하다.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도끼 형님은 옹졸하며 신경질적이고 짜증 나는 어떤 인간을 창조한 것처럼 위장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도끼 형님은 독자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 띨띨한 놈, 그게 바로 너야 ! " 도끼로 이마 한 대 찍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게 바로 도끼 형님의 내공이다. 도끼로이마까, 도끼로이미까, 도끼 형님의 별명이다.
3 왜 그래, 아마추어같이 _ 라고 말하는 그런 새끼
박정희 정권 시기는 현대가 아니라 유사-근대'에 가깝다. 한국 사회는 근대 없이 전근대에서 현대로 직행했기에 근대성 없는 사회'다. 전근대가 국민이 임금을 아버지로 섬기는 시대였다면 근대성은 아버지와 불화하는 시기이다. 그런 점에서 박정희 정권은 근대 사회였다. 몇몇 아들은 바리케이드를 치며 아버지를 향해 투석전을 펼쳤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이들은 박정희를 아버지로 섬기기도 했다. 박정희의 죽음은 누군가에게는 기쁨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슬픔이었다. 반면, 전두환 정권 이후에 이르러서야 현대성을 갖춘다. 아버지와의 단절이 바로 현대적 특징이다. 그 당시, 대한민국 국민은 어느 누구도 전두환을 아버지로 섬기지 않았다. 훗날, 전두환은 이렇게 회고한다. " 왜, 나만 가지고 그뤠. 왜, 나만 미워해 ~ "
만약에 누군가가 나에게 전두환 정권 이후의 특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 프로패셔널의 도입 >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전두환 정권 이전에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이 없었다. 모두 다 아마추어였다. 아마추어의 특징은 두리뭉실하고 실투투성이이고 그 실수를 용납하는 사회였다. 그런데 전두환이 프로야구를 국내에 도입하고부터 프로'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실수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되었고 실패는 곧 낙오를 뜻했다. 프로는 살아남았고 아마추어는 죽었다. 그런데 반전이 시작되었다, 아니 아마추어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바로 유튜브나 아프리카 티븨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이들은 아마추어적 감성으로 때깔 좋은 지상파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인기 좋은 bj는 인기 없는 연예인보다 수입이 높다. 돈줄의 흐름이 바뀐 것이다. 이제는 개인 방송에서 인기를 얻은 이가 지상파에 입성하고 지상파에서 한물 간 연예인이 유튜브로 빠진다. 이제 프로의 시대는 끝났다.
4 찰떡도한두끼
북한 속담 중에 " 찰떡도 한두 끼 " 라는 말이 있다. 좋은 것도 한두 번이지 여러 번 반복되면 싫어진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먹거리 자원이 풍부해지다 보니 사람들은 삼시 세 끼 내내 찰떡만 먹으려고 한다. 가끔 메떡이라도 먹는 날이면 미간에 내 천(川)을 새기게 된다. 오늘은 뭐 먹지 ? 그러다 보니 먹방이 한국 방송의 대세가 되었다. 채널을 돌릴 때마다 다종다양한 먹방1)이 방송된다. 그 중심에는 백종원이 자리잡고 있다. < 집밥백선생 > 으로 뜸을 놓더니 이제는 < 골목식당 > 으로 돌아와 칼을 쓰는 요식업계의 허준으로 신분을 세탁한다. 그의 철학은 매우 간단하다. 찰떡을 만들어라 ! 슈가보이답게 그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가 내놓는 맛의 비결은 설탕'이다. " 달달합쥬 ? " 네, 시발... 아주 그냥 졸라 달달합니다아.
일주일 전, 골목식당에서 막걸리 전쟁으로 한바탕 전쟁이 벌어졌다. 백종원은 막걸리 사장이 만든 막걸리 맛이 밍밍하다고 비판했다. 슈가보이 백종원 입맛 기준으로 보자면 " 밍밍하다 " 는 지적을 달리 표현하자면 " 달달하지 않다 " 는 말이다. 그는 수돗물 사용 운운하며 천연 누룩으로 만든 수제 막걸릿집 사장을 비판했지만 정작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달달한 맛을 내라는 요구'다. 결국 수제 막걸리 사장이 내놓은 막걸리는 가공 누룩(일본 입국)과 아스파탐 그리고 감미료를 듬뿍 첨가하는 것이었다. 이 쉰내 나는 막걸리 전쟁 드라마는 백종원의 입맛을 만족시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끝났다. 맙소사, 자연 상태에서의 맑고 깨끗한 물 맛을 그리도 강조하더니 결론이 아스파탐이었어 ?
시중에서 판매되는 공장 막걸리는 대부분 아스파탐이 첨가된 막걸리다. 호주 시드니 대학 리사 베로 교수 연구팀은 1978년부터 2014년까지 작성된 < 아스파탐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 에 대한 연구 논문을 분석했는데 이 연구 보고에 의하면 업계의 지원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한 연구팀은 92%가 아스파탐은 인체에 해롭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스파탐을 꾸준히 섭취하면 기분 급변과 기억력 감퇴, 언어 장애, 팔다리 통증, 두통, 우울증, 얼굴에 나타나는 뾰루지와 같은 피부 질환, 발작, 경련, 눈 질환, 구역질, 구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아스파탐이 인체에 안전하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하지만 아스파탐이 인체에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린 연구팀이 내놓은 연구 논문은 100% 가 모두 아스파탐과 관련된 업계의 지원금을 받는 곳이었다. 반면, 시중에 판매되는 막걸리와 아스파탐의 관계에 대한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011년 영남대 조경현 교수팀은 설탕보다 200배나 단맛이 강해 일부 막걸리나 과자에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 ' 아스파탐 ' 을 인위적으로 고지혈증을 일으킨 실험용 물고기 ' 제브라 피쉬 ' 에 투여했을 시 뇌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실험에 사용된 제브라 피쉬는 유전적 특성이 인간과 90%가량 일치한다. 실험 결과 고지혈증이 유발되는 먹이와 함께 아스파탐을 섭취한 제브라 피쉬 가운데 35%가 헤엄을 제대로 치지 못하거나 죽었다.
비만이나 고지혈증 증세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실험 결과다. 어느 쪽 정보를 신뢰할 것인가는 당신 몫이다. 분명한 것은 골목 식당 막걸리 전투가 남긴 상흔은 백종원의 개입으로 인하여 천연 누룩으로 건강한 막걸리를 만들겠다는 청년의 야심은 결국 백종원이라는 권위 앞에서 무릎 꿇었다는 점이다. 전통 누룩과 입국(일본식 누룩)이 다르다는 점에서 골목식당을 통해 탄생한 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닌 무국적 막걸리다. 또한 아스파탐으로 단맛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알코올 도수가 6도인 코카콜라 제로와 별반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