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과 백종원
어머니가 다니시는 교회 옆에 " ○○○ 베이커리 " 라는 이름의 오래된 동네 빵집'이 있었다. 빵집 주인도 교회를 다니는 기독교인이어서 팔다가 남은 빵은 교회에 기부했다.
당시, 교회에서는 점심시간 때마다 끼니를 굶는 이를 위해 식사를 제공했는데 교회는 그들에게 점심식사와 함께 빵과 우유를 제공했다. 노숙인은 점심은 교회에서 제공하는 식사로 끼니를 해결했고 저녁 끼니는 빵과 우유로 해결할 요량으로 그 자리에서 먹지 않고 주머니에 챙겨서 각자 쉼터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이 동네 빵집 바로 옆에 파리바게뜨가 입점하면서 위기를 겪게 된다. 결국에는 대기업 프렌차이즈 빵집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폐업을 하게 된다. 물론 끼니 때마다 교회에서 가난한 이에게 제공했던 빵 공급도 중단되었다. 동네 장사로 돈을 번 빵집이 동네 사람들에게 이윤의 나머지 몫을 돌려주는 방식이 중단된 것이다.
빵 맛으로 승부하는 빵집이 맛 경쟁력에서 밀리면 어쩔 수 없다고는 하나 다윗이 거대 공룡인 파리바게뜨를 이긴다는 것은 쉽지 않다. 동네 빵집의 몰락은 개인 간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백종원이 골목식당에 등장하여 죽은 가게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목식당이라는 방송에서 묘사한 백종원은 요식업계의 허준이요, 부처'였다. 그 내공이 지붕 뚫고 하이킥이니 외상을 보면 내상을 알 수 있고 외면을 보고 내면을 읽는다. 오, 백성들이여 ! 경배하라. 죽은 식당을 살리는 모습에 대중은 모두 부처 핸섬, yo ! 그런데 백종원은 골목상권을 파괴하는 요식업 프랜차이즈 글로벌 기업 더본코리아의 대표이다.
더본코리아는 21개 골목상권 브랜드를 보유한 요식업계의 거대 공룡이다. 그러니까 백종원이 < 골목 식당 > 에 나와서 죽은 골목 가게를 다니며 죽은 사람의 허파에 바람을 넣는 짓은 마치 파리바게뜨 대표가 < 동네 빵집 > 이란 프로그램에 나와서 죽은 동네 빵집 사장의 허파에 바람을 넣겠다고 설치는 연극과 다르지 않다. 고양이가 쥐 걱정하는 꼴이라고나 할까. 문제는 백종원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공중파 방송에서 맹활약을 펼친다는 것은 일종의 기업 이미지 광고를 하는 꼴이요, PPL이라는 점이다. 다른 기업들은 억 소리가 나는 돈을 내고 기껏 30초 광고를 하는데 백종원은 돈을 받고 1시간 광고를 송출하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골목상권을 파괴하는 주체이면서 오히려 골목상권을 살리는 허준 행세를 한다는 점이다. 그에게 방송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가 < 한식대첩 > 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2014년도 이익은 927억 원으로 전년도 대비 수익이 19.61%나 늘었고, < 집밥백선생 > 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2015년도 이익은 전년도에 비해 33.66%나 늘어났다. 그리고 2016년(3대천왕,푸드트럭)에는 신장률이 41.6%로 해가 거듭될수록 신장률도 높아졌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그는 방송에서 백종원이라는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광고를 송출하는 것이다. 나는 그가 막다른 길목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도움을 요청한 출연자의 음식을 씹다가 인상을 찡그리며 음식을 뱉을 때마다 화가 난다. 돈을 벌기 위해 환장한 기업가의 무도한 이미지를 보게 된다.
자신이 누리는 권위를 앞세워서 약자의 무릎을 꿇게 만든 후에 다시 관용을 베푸는 푸닥거리에 진저리가 난다. 이따위 서사가 당신이 원하는 해피엔딩인가 ? 팔도 유람하며 식도락을 즐긴 그가 안 먹은 음식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나는 그에게 환장할 만한 맛있는 음식 하나를 추천하고 싶다. 잣이 고물로 쓰인 엿이다. 백종원 씨, 잣 같은 엿 드셈 ~ 착한 소비 행위'란 거창하지 않다. 파리바게뜨보다는 맛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동네 빵집을 이용하고, 마찬가지로 이마트보다는 구멍가게를 이용하는 것이 착한 소비 행위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