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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아름답게 말하는 법   :



 




욕 욕


 



싹수는 봄날에 땅을 뚫고 나온 어린 싹을 뜻한다. 안색을 보면 화색과 병색을 구분할 수 있듯이 될성부른 나무도 떡잎 색깔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건강한 싹은 잎이 파릇파릇하지만 자라다 곧 죽을 싹은 히마리가 없고 색이 누렇다. 그래서 싹수가 노랗다는 말은 곧 잘될 가능성이나 희망이 애초에 없다는 뜻이다. 싹수가 노란 싹은 대부분  제때에 싹을 틔우지 못하고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은 때에 자란 싹이다. 

" 싸가지 없다 " 는 표현도 "  싹수(머리) 없다 " 는 뜻과 같다 싸가지라는 낱말은 [ 싹 + 아지 ] 로 구성되어 있는데  " - 아지 " 는 작은 것을 나타내는 지소 접미사로 (나무) 가지, (동물) 새끼, (사람)아기라는 뜻이다. 내가 이 단어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유는 < 욕의 성질 > 과 관련이 깊다. 욕은 대부분 동물(성)과 연관이 깊다. 짐승 같은 놈이라는 말은 있어도 뭐, 이런 콩나물 같은 새끼가 다 있어 _ 라는 욕은 없다. 좆같은 놈이라는 욕도 짐승의 욕망을 대표한다. 그런 점에서 싹수(싸가지)는 동물이 판을 치는 색계(?)에서 유일하게 식계(?) 대표하는 상징어이자 욕계의 시조'이다.

욕계의 시조 ?!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일이지만, 나는 16년 동안 < 욕 > 을 연구했다. 그래서 내 호(號)가 " 욕만 " 이다. 욕만 페루애 선생 !  욕은 한자로 辱 이다. 농사에 좋은 계절을 뜻하는 辰과 농경사회의 법도를 뜻하는 寸 이 만난 결과다. 이 결합은 농사의 때(파종 시기를 놓치는 일)를 어긴 자를 죽이고 욕보인 일로부터 파생되어 욕보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과하다 싶다가도 옛날 옛적에는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하여 농업이 천하의 근본이 되는 사회이기에 제때에 씨를 뿌리지 못해서 한해 농사를 망치는 것은 불경에 가까웠으리라 짐작된다.

이처럼 욕의 근본 성질과 시조는 동물이 아니라 식물이다(라고 나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며칠 전, 의뢰인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욕만 페루애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  저는 군포에 사는 *** 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꼴도 보기 싫은, 어느 개 호로 씨부랄 부장 꼰대 새끼가 있어서 담벼락에 대고 시원하게 욕이라도 하고 싶은데 명예훼손죄로 고발될까 전전긍긍하느라 화병이 날 지경입니다. 아, 욕 좀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사회가 그립습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욕을 실컷 해도 법망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  수고비는 넉넉히 드리겠습니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욕을 신나게 하고 싶다라......     우선, 헌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헌법 제 1조 1항 예외 조항 번외 편을 보면 욕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욕은 인간을 짐승에 빗대는 표현으로 정의한다.  나는 오랜 고민 끝에 식물성 욕을 발명해서 의뢰인에게 송출했다. 



욕을 대표하는 표현은 쌍놈의 새끼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욕이자 남녀노소 즐겨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여기서 놈은 동물을 홀하게 표현하는 말이니 동물성 욕이죠. 법적 테두리 안에서는 욕은 동물성에 기반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뢰인에게 동물적 표현을 식물적 표현으로 개종하기를 권합니다. < 쌍놈의 새끼 > 대신 < 삼나무 새끼 > 라고 담벼락에 쓰시는 것은 어떠실는지요. 쌍놈의 새끼를 쉼표 없이 10번 반복하면 삼나무새끼가 됩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직접 해보세요. 쌍놈의새끼쌍놈의새끼쌍놈의새끼... 상놈의새끼... 삼노무새끼... 삼나무새끼 ! 여기에 곁가지로 입말과 뒷말에 구시렁을 붙이세요. 뭐, 이런 싸가지 없는 삼나무 새끼를 봤나, 허어, 이 삼나무 새끼를 확 ~ 도끼로 찍어불란다. 말리지 마라잉~  됐다, 됐고... 싸가지 베기 위해 도끼를 휘두르는 것은 모기 잡으려고 칼 빼는 격이제잉.   어떻습니까 ? 이런 욕, 마음에 드시온지요.



 

의뢰인은 매우 흡족했는지 수고비에 더해 구두 상품권도 주었다. 그의 상판(페이스북) 담벼락을 보면 삼나무가 창궐한다. 그 풍경이 가히 삼엄(森嚴)하다. 욕이 이처럼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과 결합하면 품격을 갖추게 된다. 담백하니 좋다 아니 말할 수 없다. 욕을 하고 싶으나 법의 처벌이 두려워 망설이시는 분이 계시다면 욕만 페루애 선생을 찾으시라. 욕을 주문 제작해 드립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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