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과 건빵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연출한 << 밀리언 달러 베이비 >> 는 대한민국 감독들이 배워야 할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동선을 최소화해서 제작비 절감을 이끌어내는 솜씨나 감정의 과잉을 냉정하게 도려내는 방식은 이스트우드 감독이 왜 거장인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사랑하는 제자의 산소호흡기를 떼내는 장면은 지금 보아도 명불허전'이다. 아, 허전하다 ! 영화에서 신파라고 불리는 감정 과잉은 일종의 멜랑꼴리한 허세'다. 한국인은 유독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신파에 동요한다. 그러다 보니 신파를 적극 활용하게 되는데 이 신파가 가난사와 가족애와 엉키면 그 유명한 " 코리아 신파 " 가 된다. 관객이 흘리는 눈물은 진짜 눈물이 아니라 " 캡사이신 티어 ( - tear ) " 다. 눈물을 쏙 빼내기 위한 요리 장인의 황금 레시피 따위는 없다. 그저, 캡사이신을 폭탄처럼 투하하면 되니까 ! 캡사이신이 피라냐처럼 너의 똥구멍을 물어뜯어도 나를 욕하지 마라.
G.O.D의 << 어머니께 >> 라는 힙합 발라드 곡은 한국 문화 전반에 있어서 신파가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힙합 장르에 가난과 모성이라는 서사를 차용한 창발적 아이디어가 돋보인 기획'이기는 하지만 나는 이 징그러운 신파에 질려서 두 손 두 발 모두 부처 핸섬 ~ 어려서부터 가난했던 화자는 라면에 질려서 어머니에게 대든다. 이에 감읍하야 어머니는 이불 속에 숨겨둔 비상금을 꺼내서 애새끼에게 짜장면 한 그릇을 사준다. 하지만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신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서사'다. 짜장면 한 그릇을 사 먹을 수밖에 없는 가난 앞에서 울지 않을 자, 그 뉘냐 ?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 언니마저 저 사내의 고백 앞에서 박연폭포 같은 눈물을 쏟으리라. 2탄은 더욱 슬픈 이야기'다. 반찬 뚜껑을 열어 보니 냄새나는 짠지뿐. 부잣집 아들 녀석이 목요일에 화를 내고, 가난한 아들은 라텍스 재질의 돼지코를 향해 원 펀치 쓰리 강냉이를 날린다. 젤라틴은 붉은 피로 물들고. 그다음 장면은 누구나 상상 가능하다. 무릎 꿇은 어머니, 울면서 빌다 ! 이 정도 신파라면 캔디는 물론이요, 근혜 언니도 두 눈깔 부릅뜨고 운다. 3탄까지 들려줄까 ? 3탄은 사악한 이명박의 뱀 눈깔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게 만들기에 부족하지 않다. 화자는 작은 식당을 연다. 기쁨과 환희에 찬 축하 파티'가 밤 늦도록 이어지고.......
그날 어머니는 숨을 거둔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보았냐, 이것들아 ! 이것이 바로 코리아 캡사이신 포데기 신파의 위력'이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난을 팔아서 강남 빌딩을 샀던 지오디의 화려한 금반지 생활을 떠올린다. 쌥새끼들, 가난을 팔아서 강남 건물주가 되었구나 ! 이게 힙합 정신이더냐 ? 자이언티의 << 양화대교 >> 도 지오디의 센티멘털 캡사이신 힙파1)를 떠올린다. << 어머니께 >> 가 짜장면과 도시락 반찬이 오브제였다면, << 양화대교 >> 는 (건빵) 별사탕과 라면땅라는 오브제로 가난한 시절을 호명한다.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 날마다 양화대교를 지나가고 !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할 말 없다. 행복 강박증에 걸린 현대인의 " 레드 핫 칠리 페퍼스 같은 멜랑꼴리한 허세 " 에 눈살 찌뿌리게 된다. 힙한 장르마저 HOT한 감성으로 통합하려는 감각이 구닥다리 같다. 분명한 것은 자이언티도 가난 팔아서 강남 건물주가 되었을 것이다. 힙합이 사회에 저항하지 않고 가난에 기대어 소비자의 호주머니나 터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그냥, 솔직하게 외제차 끌고 여자 꼬셔서 붕가붕가 불알 흔들며 놀았다는 가사나 써라. 그게 더 힙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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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에 영화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 가 개봉한다. 기똥차게 재미있는 영화'다. 문제는 전국 단관 개봉이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신파 없이 만든 좀비 코미디'이지만 끝에 가서 나는....... 울었다. 신파가 밥 먹여주는 한국 영화판에서 이런 영화 절대 만들 수 없다. 목요일에 화 내지 말고 금요일에 토 달지 마라. 목요일에는 목욕만 하자. 좆도 재미있는 영화이니 무조건 관람 필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