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미 는 무 죄 다 :
술을 진탕 마셨습니다
"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 " 주말 대낮에 동네 이곳저곳에 흩어진 빌라 주민들이 모여서 웅성거렸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려다보았다.
이 동네는 빌라촌이지만 꽤나 조용한 동네에 속했다. 주정뱅이가 있어서 한밤에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이도 없었으니 지난밤에 동네 주민을 열받게 만든 주인공이 궁금했다. " 무슨 조치를 취해야지.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 이빠이 만땅 제대로야. 구청에 민원을 청구했다니까. " 이구동성으로 옳소 ! 범인은 매미였다. 낮에만 울던 매미가 밤에도 울기 시작했으니 주민 입장에서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고만. 수다쟁이 중에서 동네 유지에 속하는 심술쟁이 할머니가 해결책을 내놓았다. " 이 동네 나무를 죄다 베어버려야 해. 그래야 빌어먹을 매미가 안 붙지. "
이 논리의 비약과 교양의 박약을 보고 있자나 히틀러와 나치가 연상되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랄한다, 지랄해 ! 저 할망구가 누구인가 ? 지청구를 하기 전에 잠시 저 할망구의 약사(略史)를 잠시 서술하도록 하자. 이 동네는 부촌은 아니지만 저 할망구만큼은 부자였다. 지역 유지라고나 할까 ? 부동산 사장의 말에 의하면 부동산 갑부라고 한다. 건설업자'다. 빌라를 지어서 판다. 아닌 게 아니라 내가 사는 동네에서 제일 큰 고급 빌라에 산다. 이 할망구는 사사건건 간섭하기를 좋아한다. 개를 산책시키다 보면 들으라는 듯 내 뒤통수에 대고 소리친다.
" 개들이 오줌을 싸는 통에 거리가 온통 찌린내로 진동을 한다니까. 사람들이 양심이 없어, 양심이. 아휴.. 냄새, 냄새.... " < 지린내 > 라고 했으면 그나마 참았을 것이다. < 찌이린내에 ~ > 가 뭔가. 시바, 으아아아아아. 참을 인 자 세 개를 마음속에 새기느라 이마에는 내 천 자'가 그려졌다. 그러던 어느 날 잠시 문 앞에 둔 16000원짜리 감자 상자를 도둑맞았다. 다행히도 방범용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동네라 범인을 찾을 수 있었다. 범인은 바로 이 동네 최고 유지이자 건설업자인 그 할망구'였다. 경찰은 이웃끼리 좋은 게 좋은 거니깐 업던 일로 하자고 했으나
나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 할망구와 나는 경찰서에 만났다. 그가 내게 20000원을 주며 거스름돈을 필요 없다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나도 웃으며 혼잣말로 대답했다. 내 뒤통수에 대고 혼잣말을 했던 그 할망구처럼 말이다. " 에휴..... 지랄이 풍년이다. " 나는 주머니에서 4000원을 꺼내서 거칠게 내밀었다. 그녀는 내가 지껄인 혼잣말을 들은 것이 분명했다.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으니까. 오늘 밤, 리벤지 성공적 ! 그런 인연이 있다 보니 내 눈에는 곱게 보일 리가 없다. 그나저나 어제는 낮술에 취해서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기억에 없다.
술을 진탕 마셨다. 아스피린을 찾았다. 두통엔 아스피린이니까.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어제 함께 낮술을 마신 친구였다. " 깨어났냐 ? 내가 네 집까지 바래다준 것 기억나 ? 기억날 턱이 없지. 그렇게 술을 진탕 마셨으니....... 어제는 정말 아름다웠어. 아이구. 시바, 너무 아름다웠어요. 니가 무슨 인간 매미라고 전봇대 위에 올라가서 매미 우는 소리나 하고 자빠졌어. 너 시바... 아이구, 이 인간아. 인간아...... 네가 매미냐, 매미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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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손바닥 소설은 재즈 가수 " 카로 에메랄드 " 에게 헌정한다.
자기야, 나 아스피린 한 알 줘.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어제 술이 술술 들어갈 때 알아봤어야 했어. 점심 먹으면서 간단하게 반주로 한 잔 하려 했으나..... 아아. 낮술에 취하면 부모도 못 알아본다는 데.... 자기야. 잔소리 좀 그만 해. 불알을 터트리기 전에. 아, 아아. 쪽팔려 죽겠어. - 뭐, 이런 가사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