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혼자서 무척 바빴다.
집을 삼 주동안 비워두었기에 여기 저기 치워야할 곳은 천지요!
추석연휴동안 목과 몸살감기에 걸린데다 명절제사음식한다고 어찌나 신경을 썼던지 시댁에서 거의 잠을 제대로 못잤다. 신경을 썼다기보다 잠자리가 바뀌어 나의 신경들이 까칠하게 굴어 잠을 제대로 못잤다고 하는 것이 더 맞겠다.
그리고 추석전 보름동안 친정에서 시간을 보냈었고, 추석 일주일 연휴를 시댁에서 보내면서 우리집 쌍둥이들은 할머니,할아버지,삼촌,고모,고종사촌언니기타 등등 식구들의 손길에 익숙해져버려 웬만하면 안겨서 잠이 들려고 하거나, 업혀서 잠이 들려고 하니 이것이 또 기막히게 힘이 든다..쩝~
집을 오래 비운 여파가 이리도 크다니~~~

 그래도 쌍둥이들! 엄마만의 단독 훈육에 들어선지 어언 삼일째! 이젠 좀 웬만큼 적응이 된 듯하고, 치우는 것도 반은 포기하고 하루에 하나씩만 치우고 있고, 잠이 어찌나 쏟아지던지 그냥 잠이 오는대로 막 자뒀더니 그렇게 따끔거리고 아프던 목이 하나도 안아프다. 신기하다..(역시 내집이 좋긴 좋은가봐~~)

 추석제사음식때문에 나는 사실 몇 달 전부터 고민했었다.
어머님 돌아가시고 맏며느리인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야만 한다는 것이 어찌나 버겁고 두렵던지~~
(이럴땐 맏며느리 계급장 떼고 싶다..ㅠ.ㅠ)
이럴줄 알았으면 그동안 어머님 제사음식하실때 좀 자세히나 봐둘껄! 그동안 어머님이 쉬라고 하신다고 정말 버젓이 탱자 탱자 놀아버렸으니 도통 할줄 아는게 없었다.(어떤해는 아예 밖에 신랑이랑 놀러나간적도 있었었다...ㅡ.ㅡ;;)

 그래도 결혼 6년차!
시누이한테 물어보고, 친정엄니한테 물어보고, 몇 가지 어머님 음식하시던 것을 머리를 짜내며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시동생이랑 함께 음식을 장만 했다. 추석날 아침 차린 푸짐한 제사상을 보면서 나 스스로가 어찌나 대견하던지~~~^^:;;
암튼....이번 추석 제사 음식 장만하느라 그야말로 우리집 식구들은 초비상이었었다. 음식을 하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이제 육개월이 된 쌍둥이들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쌍둥이들은 시아버님과 신랑이 한 사람씩 맡아서 하루종일 애를 돌보고 나와 시동생은 열심히 음식을 했다. 아마도 내년 설과 추석 명절 차례상 차리는 풍경도 이번과 똑같지 싶다. 

 모든 식구들이 다 고생했건만....모두들 날더러 수고했다고 인사말을 해주시니 그말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눈 녹 듯 한다. 일요일에는 시누이가 시동생을 부추겨 내가 좋아하는 아구찜을 얻어먹고 왔다. 음식하느라 수고했다고 영양보충하란다. 시댁식구들이 심성이 착하여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자리에 어머님이 계셨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모두들 말은 안해도 무언가 허전하고 아쉬워하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신랑은 내가 해놓은 제사음식 맛이 제법 괜찮다고 하지만 말끝에 그래도 음식들이 무언가 빠진 듯한 허전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말뜻은 그러니까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그립다라는 말일께다.
이렇게 이번추석은 많이 허전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명절이었다. 아마도 이허전함은 몇 년을 갈지도 모를일이다.

 집안 곳곳에 어머님의 손때가 묻은 살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머님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곳에 계시는 아버님은 더욱더 그리워서 그집에서 살 수가 없어 집을 내놓으셨는데 몇 달 동안 집이 나갈 것 같지 않아 애태우더니 마침 추석 이틀전에 집이 나갔다. 참 신기했다. 어머님이 도와주신건지..(식구들은 그렇다고 믿고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시댁은 이사를 하게 된다. 이사를 하게 되면 이제 영영 어머님의 자리가 없어지는 것같아 많이 아쉽기도하다. 씽크대를 정리하면서 참으로 알뜰하고 깔끔하게 살림을 하신 어머님의 손길이 느껴져 감히 치우기가 어려웠었다. 그리고 사람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더니 쓰던 물건들은 그자리에 그대로이고...어머님은 그야말로 잠깐 외출한 것같은 이런 상황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아끼던 물건들도 몇 번 써보시지도 못하고 그냥 가신 것이 참 가슴저린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댁에 있는동안 참 심란했지만...툭툭 털고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정리되지 않고 지저분한 내집을 보니 올곳에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 나는 쌍둥이들과 전쟁이다. 북한의 핵문제로 전쟁이 일어나면 어쩌나? 라는 걱정도 걱정이지만 나는 쌍둥이들과 전쟁을 이미 치르고 있는중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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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0-12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힘드셨겠어요. 제사 음식 준비하시는 거 참 힘드셨을 듯해요. 게다가 쌍둥이까지. 쌍둥이들이 귀여우니 망정이지. 그렇게 힘드셔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시겠어요

ceylontea 2006-10-1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의 빈자리가 제일 힘드셨던거군요...ㅠㅠ;

sooninara 2006-10-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네요. 결혼 10여년이 지나니 시어른들 늙으시는게 가슴이 아파요. 친정부모님도 늙으셔서 속상하고..
어머님의 빈자리를 채우시느라 고생하셨네요. 시어머님도 저세상에서 기쁘셨을겁니다. 가족들이 이렇게 식씩하게 살아가시는 것이..

조선인 2006-10-12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쓰셨어요. 정말 큰일 해내셨습니다.

예은맘 2006-10-12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수고하시고,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시어머니에 대한 글에서... 애잔함이 묻어나오네여~ 어머니생전에~ 많은 정이 드셨나봐요~ 님의 글을 보니... 저희 시어머니께 더욱 잘해드리고 싶네여~
정말 너무너무 수고하셨습니다~ 어깨 토닥토닥거려드립니다~^^

예은맘 2006-10-12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셋에... 쌍둥이에... 맏며느리에... 게다가 홀시아버지에... 정말 대단하시네여~ 모쪼록 건강하세여^^

책읽는나무 2006-10-12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은맘님............고맙습니다. 그리 좋은소리 들을만한 일도 아닌데..조금 쑥쓰럽네요...ㅡ.ㅡ;;...어머님 살아생전에 못느꼈던 감정들이 안계시니 그리움이 되고, 보고싶기도하고 그러네요..그래서 부모 살아생전에 섬기기를 다하여라~ 라는 말을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그늘이 이렇게 큰줄 몰랐습니다.

조선인님..........큰일이라니요~~ 간단,간단하게 해치우느라 오히려 허접한 제사상이 되지나 않았는지...조상님들께 죄송할따름입니다...ㅡ.ㅡ;;(이런말을 적고보니 제가 진짜 큰며느리가 되어가고 있는 것같네요..허~~)

수니나라님........추석전에는 친정아버지도 가슴통증때문에 검사 받으시느라 병원에 며칠 입원을 하시고, 친정엄마는 팔,다리 연골이 안좋아 골골하시고..해를 거듭할수록 부모님들의 몸이 성한 곳이 없어보여 걱정입니다. 부모는 자식을 키우면서 뼛골까지 다 빼서 내준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봐요..ㅠ.ㅠ

실론티님.........결론은 바로 그건가봐요...ㅠ.ㅠ

하늘바람님........힘은 들었지만 시댁식구들이 그 힘든 것을 알아주어 말이라도 쉬어라고 해주시니 마음이 여유로워 그리 힘든줄도 모르겠더군요..만약 며느리 힘든 것도 몰라주는 시댁식구들이었으면 내성격에 정말 박차고 뛰어나왔을지도 모를일이지요...ㅋㅋ

아영엄마 2006-10-12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들 계실 때는 내 할 차례가 돌아올 생각은 하지 않고 간단한 것만 하고 말다가 막상 혼자 하게 되면 눈 앞이 캄캄해지고 당황할 수 밖에 없죠. 제가 그렇습니다. 친정 엄니 제사 음식을 만들어 올려야 하는데 시댁하는 것과 음식도 다르고 해서 걱정이에요. 그나마 나물이며 탕은 이모께서 해주시니 다행이지만 언제까지 신세를 지고 있을 수도 없으니... 암튼 식구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책읽는나무 2006-10-1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진짜 제사는 집안마다 방식과 풍습이 달라서 자기집안 제사상 자랑 못하고, 흉 못본다는 말이 맞더군요. 저희 시댁과 친정도 차리는 음식이 조금 다르더라구요. 시댁은 주로 어머님 하던 것 보던 것이랑 결혼하고 큰댁에 가서 몇 년동안 일 거들어드린 가닥이 있어서 주로 시큰댁 형님을 많이 본따서 했어요. 지난 여름 제사때 저도 막막하여 저희 시누이께 도와달라고 구원요청을 해서 그때 진짜 정신차리고 배웠습니다..ㅡ.ㅡ;;...헌데 제사음식 차리는 것도 옆에서 보는 것이랑 직접 하는 것이랑 많은 차이가 있더군요. 몇 년을 보면서 알던 것보다는 못해도 직접 부딪쳐 해보는 것이 머리(?)에 쏙 들어오더라구요.(산적이랑 나물은 맛이 영 별로였지만.ㅠ.ㅠ..제사음식은 몇 년을 해봐야 감이 올 것같아요...ㅠ.ㅠ)
저도 언제까지 시누이한테 신세를 지나? 시누이가 없으면 제사음식을 어찌 차리나? 몇 달동안 고민이 많았었더랬죠..ㅡ.ㅡ;;
님도 잘 하실 수 있을꺼에요. 힘 내세요.

2006-10-13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17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