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꿈을 꿨다.
작년 가을에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가 바로 내오른편에 앉아 있었다.
꿈에서는 그친구인줄 몰랐으나,눈을 떴을때 친구였다는 것을 직감하였고,
내오른팔은 아직도 따스했으며,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친구는 작년 가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을 다녀온 후,미안하게도 친구에게 다녀오질 못했다.
그게 늘 마음 쓰였고,미안했다.
한 번 시간을 내야지 싶으면서도 주말엔 항상 바쁘고,집안에도 일이 잇따라 생기곤 하더니
벌써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이래서 산 사람은 또 어떻게 살아가지며 잊혀진다는 말이 맞나보다.
꿈속에서 친구의 장례식이 다시 재현되었다.
장소가 조금 바뀌었는데 뭔가 좀 특별한 공간이었다.
밝고,환했으며,내 눈높이에 비해 조금 더 높은 공간에 있어 올려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아주 하얀 한복을 입고 있었다.하얀 소복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다른 친구들도 있어 제일 뒷편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이제 식이 시작된다고 모두들 자리에 앉으라는 소리에 왼편에 있던 친구들은 일어나 앞에 줄 맞춰 앉은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 앉았다.
나도 일어나려 했더니 오른편에 앉은 친구 하나는 아주 낯익은 목소리로
"괜찮아~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도 괜찮아~ 괜찮아~"내팔을 잡았다.
난 또 그런가보다 하면서 친구 얼굴을 바라봤더니
친구 눈에 약간의 눈물이 그렁하면서,앞만 응시했다.
그친구의 장례식이었으므로 꿈속에선 그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좀 슬픈 마음에 울컥하여 눈을 떠보니 꿈이었고,목소리나 체온이 딱 그친구란 예감이 들었다.
왜,이런 꿈을 꾸게 되었나? 하루종일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아마도 친구가 내가 자신에게 가보지 못해 마음 쓰고 있음을 알고 있는겐지?
친구를 생각하면 홀로 남게 된 친구의 신랑이랑 어린 두 딸들이 생각난다.
친구 신랑도 나보다 한 살 많으나 대학을 같이 나와 친구인셈이다.
우리 신랑도 한 살 많은 대학 친구이므로 모두 다 친구다.
우린 여러 추억을 함께,때론 각자 따로 가지고 살고 있다.
신랑은 그냥 대면대면하나,나는 또 친구와 각별했기에 더욱더 남아 있는 식구들이 떠오른다.
다섯 살,세 살 된 어리디 어린 두 딸들을 데리고 어찌 살아가는지?
곁에 있는 이모들이 돌봐주고 있는 것인지?
정말 혼자 데리고 살고 있는 것인지?
딸들은 엄마를 찾고 있는 것인지?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남아있는 식구들의 안부를 물어보았더니,
이모가 돌봐주지 않을까? 하는 내예상과는 다르게 신랑이 두 딸들을 데리고 살고 있단다.
우린 모두 당연히 딸들이 어리기에 여자의 손길이 필요할 것이라고 여겼건만,
여자가 생각하는 것, 남자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나 보다라고 그친구와 애길했다.
또 어찌보면 그오빠의 성품으로 보아 당연한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둘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친구의 신랑은 서울에서 살던 짐을 다 챙겨 현재 바다가 보이는 거제도에 기거한다고 했다.
학교 선배가 부모님의 고향에서 인테리어 공방을 한다고 들었는데 그선배네 공방일을 도우면서 어린 두 딸들을 혼자서 키우고 있다고 했다.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어 아마도 친이모들이었지만,자신이 키우는 것이 마땅하다 여겼을 것이다.
선하고 사람들 좋아하는 성격이어 분명 주변에선 도움의 손길이 많았겠으나,
혼자서 조용히 뿌리쳤을 것이라 생각된다.
의외로 고집도 좀 있고,뚝심도 있는 성격이었다고 기억되기에 분명 그리했을 것이다.
거제로 내려갔다고 하니 위치상 가깝게 느껴져 한 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안도감에 한숨 돌렸다.
하지만...자신이 아무리 그길이 옳다고 여기더라도 여자 손길이 필요한 어린 두 딸들에겐 좀 가혹하지 않나? 좀 그런 생각을 해본다.현실은 또 현실일 수밖에 없는데..어찌 감당할지?
친구 생일날 모두 함께 모여 납골당에서 친구의 안부(?)를 묻고,모두들 함께 식사를 하자고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그곳에서 큰 딸 아이가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했단다.
아빠가 같이 가주겠다고 손을 잡으니 딸 아이는 아빠손을 뿌리치고 통화를 한 그친구를 가리키며 이모와 함께 여자 화장실에 가고 싶다라고 하여 모두들 가슴이 먹먹했었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아직 어려 엄마의 부재를 못느낀다.
큰아이는 엄마는 하늘나라에 잠시 다니러 갔다고 여기는 듯하다.
다섯 살이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성민이도 다섯 살 무렵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할머니는 하늘나라에 가셨어! 라고 일러줬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하여 나는 기특하게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는구나! 싶었는데..
며칠 뒤 성민이가 갑자기 "할머니는 이제 하늘나라에서 올때가 되었는데 왜 아직 안와요?"
라는 말을 내뱉어 잠잠했던 신랑이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던 표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엄마를 많이 닮은 큰딸은 아마도 일찍 철이 들겠지?
아빠가 딸들을 보살펴 주던 것을 어쩌면 어느 순간 큰딸이 아빠와 동생을 건사하고 있겠지?
예쁜 장난감도 갖고 싶을 것이고,
분홍 원피스랑 스타킹도 신고 싶을 것이고,
예쁜 분홍 구두도 신고 싶고,빨간 구두도 신고 싶을때가 있겠지?
반짝반짝 예쁜 스티커도 사다 모으고 싶겠지?
오늘은 공주머리,내일은 선녀머리로 묶어 달라고 떼쓰고 싶겠지?
재롱잔치나 부모참관수업때 예쁘게 차려 입은 친구들의 엄마를 보면 또 조금은 시무룩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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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수록 한숨이 절로 나온다.
친구는 이런 딸들을 두고 어찌 눈을 감았을지?
그래도 꿋꿋하게 아버지는 두 딸들을 데리고 잘 살 것같다.
어쩌면 아버지에게는 아들보다는 딸들이어 더 다행일지도 모르겠다는 작은 위안을 해본다.
딸들에게도 이모보다는 또 그동안 주말부부한다고 곁에 있지 못한 아빠를 이젠 마음껏 볼 수 있어 어쩌면 더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고 애써 고개 끄덕여본다.
이모든 일들은 또 위에서 친구가 바라던 일이었을 것이라 굳이 결론 짓는다.
그래서 내가 할일은 조만간 한 번 시간을 내서 거제에 다녀와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