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에서는 의미심장한 주장들이 많아, 머릿속으로 그저 막연하게 큰 줄기 하나만을 그려 보았던 것에 서문을 읽음으로 그 줄기를 받쳐주는 주장들에 눈이 밝아지고, 속시원함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다른 책들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서문을 넘기면 좀 더 수월할 것이라 여겼던 안일함은 ‘1장 선택의 정치‘ 편 속에서도 여지없이 무너졌다. 아...이대로, 이런 느낌으로(머리위에서 문장들이 떼지어 원을 그리는 어리벙벙한 느낌?), 이 책을 완독하겠구나! 싶어 조금 씁쓸하긴한데, 그래도 분명 생각의 폭은 넓어질 것임을 기대한다. 갈 길은 아직도 멀다.ㅜㅜ

1 장- 선택의 정치 편은 임신중지 역사? 편을 다룬다.
주로 60~70년대 사회 운동으로까지 퍼진 임신중지의 법적, 문화적 규제가 어떻게 여성들에게 작용하여, 여성인 주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그저 백인 남성 중심의 정치인들과 남성인 의사가 집도하는 임신중지를 결정할 권리를 통제당한 과거의 분석이 담겨 있다.
통제당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80년 초 RTL(Right to life, 생명인권그룹 즉 반임신중지 조직) 이 주장했던 태아중심적인 주장 ‘모든 임신중지는 아기를 죽인다‘라는 슬로건, 그리고 생명을 선택하라는, 아기는 선택이 아니라는 주장들이 여성들에게 대거 수치심을 가지게 만들어 선택을 머뭇거리게 만들었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여 누설치 못하게 만들어 버린 이유가 되었고, 결국 슬로건은 정치적 도구가 되었다.
그래서 아이를 낳지 않을 수 있는 선택도 정치적 프레임에 갖히게 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인구 수를 걱정하는 정치적 수단이 되어버린 탓에 여성들이 누려야 할, 당연히 현명해야 할 선택도 자꾸 퇴보되어 가는 듯 하다. 선택을 하지 못해 낳은 아기들의 삶과 주변인 모두의 삶은 과연 행복하고 현명한 복지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지? 주장하기에 앞서 그 이후를 생각해 볼 문제다.
여성은 그저 아기를 낳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성이 일반적으로 여성, 특히 임신한 여성이 가져야 할 규범으로 다시금 말해질 때, 임신중지는 다소 역설적이게도 일탈적인 선택으로 성문화됨으로써 오히려 정당성을 가질 수 있었다. 다른 장에서 보겠지만, 표면상 ‘프로초이스‘인 프레임에 임신중지를 ‘끔찍한 일로 만들기‘를 끼워 넣으면 현대의 모순을 위한 단초가 마련된다. 여성이 내리는 임신중지라는 선택을 필요한 것이라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도덕적으로 마땅하지 않은 것이라 훈계하는 일이 동시에 벌어지는 셈이다이 장의 주요 골자는 ‘선택‘으로, 특정한 감정에 주목하는 나머지 장과는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나중에 다루겠지만 오늘날 임신중지 정치는 감정으로 포화되었다. 그런데 1970년대 임신중지에 대한 찬반양론 어디에서도 여성의 임신중지 경험을 각진영의 정치적 입장을 합리화하는 도구로서 인용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당시 임신중지 정치는 어떤 특정한 감정적 프레임과도 함께 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기존의 운동 각각에서도 감정이 중요했으며, 감정이 오늘날 임신중지 운동에서 계속 공명하고 있음을 주장할 것이다.  - P55

그 밖에 공적 토론장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언급이 꺼려진 이유는 섹스에 대해 말하기가 금기시되고, 재생산이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강력하게 연결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성들은 결혼전까지 금욕을 지키고, 결혼생활에 들어서면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삶에 스스로를 바쳐야 했다. 이런 규범적인 삶의 궤적에 대항해 임신중지를 한 여성은 성적으로 방탕하고, 쾌락을 추구하며, 국가를 위해 시민을 재생산하는 임무와 모성 본능 모두를 거부하는 이기적인 존재로 정형화되는 일이 잦았다. - P56

반면, RTL은 임신중지도덕률이 ‘진실‘과 ‘과학‘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시위에 쓰인 플래카드에는 "임신중지: 여성이 선택할 권리"라는 가존의 슬로건을 힐난하기 위해 ‘선택할‘에 가위표를 치고 ‘죽일‘이 - P75

라는 문구를 넣었다. 다른 플래카드에서는 개인들에게 "생명을 선택하라"고 요구하며 "아기는 선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RTL은 임신중지가 살인이며 임신중지 여성은 모성을 부정하고자연의 법칙을 어기고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아기‘의 안녕보다 자신의 이기심을 우선시한다고 보았다. WLM은 이와 반대로 임신중지가 여성을 가부장적인 성역할로부터 해방하는 선택으로 여겼다.
ALRA의 입장은 이 두 극단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ALRA는 임신중지를 갓 만들어진 인간 존재의 생명을 앗아 가는,
도덕적으로 애매한 행위라고 보면서 피임을 임신중지의 필요를 막아 주는 수단이라 칭송했다. ALRA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가 안전하지 않은 ‘뒷마당‘ 임신중지를 막기 위해, 그리고 남성 파트너의 부재 같은 사회적 이유나 경제적 이유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여성에게서 원치 않은 아이가 태어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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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20 1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진짜 열심이시군요!! 파이팅!!

책읽는나무 2022-08-20 11:13   좋아요 2 | URL
이번 주 월요일에 서문 읽다가 중간에 포기하다가...어제 금요일 열심히 읽었습니다^^;;;

바람돌이 2022-08-20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막 서문 읽었어요. 책 전체에서 펼칠 내용을 압축해서 미리 보여주던데 어쩜 이 책 어렵다고 다 안읽을지 모를 독자들에게 자신의 주장이라도 전하려고 쓴 꼼수가 아닐까요 ?ㅎㅎ
서문이 너무 길어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8-22 08:21   좋아요 1 | URL
서문 길죠???
ㅋㅋㅋ
저도 서문 페이지 수를 보고 깜놀했었어요.
어떤 책이었지? 보부아르 책이었나? 암튼 여성주의 책들은 대부분 서문이 긴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때는 서문 읽으면서 괜스레 겁 먹게 되기도 합니다. 본 내용은 어떨지? 상상하면 좀 무섭기도...ㅋㅋㅋ
어제 첫 번째 꼭지 조금 읽었었는데..음...음...의미심장한데...음...문장이 여전히 어렵네요?
언제 쉬워지는 건지???
정말 바람돌이님 말씀이 맞는 건가요?? 서문이 이렇게 긴 이유가??ㅋㅋㅋㅋ

scott 2022-08-22 0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하루 24시간 빠듯하게 보내 실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열쓈히 독서 하시는 나무님

눈 건강 잘 챙기세요^^

책읽는나무 2022-08-22 08:26   좋아요 1 | URL
아...24시간 모자란 걸 어떻게 아셨나요??ㅋㅋㅋ
그래도 늘 틈틈히 졸고 있어 더욱 24시간이 모자란 것 같습니다ㅜㅜ
어젠 딸램들이랑 도서관에 가서 책 읽었는데 아....😪😴😴
몇 번을 졸았는지...딸들이 저더러 맨날 잔다고...ㅜㅜ
그래서 늘 24시간이 빠듯하네요^^

알라디너님들 모두 직장일에, 집안일에, 바쁘신 와중에도 모두 책도 많이 읽으시고, 다들 부지런하신 분들만 계신 동네다 보니 보고 배우게 되는 것 같네요.
부지런하신 스콧님도 눈 건강, 몸 건강 잘 챙기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