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부인과 첩 편에서는 법전 여러 개를 분석하고 있는데,
그 중 함부라비 법전이 아주 엄격하고 강렬했던 이유는 함무라비 왕의 권력이 어마어마 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중 ‘동해복수법‘ (피해자의 손해와 똑같은 손해를 가해자에게 입히는 원칙)의 공포감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 왔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여겼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또 뒷골이 서늘해 졌다.
동해복수법은 가부장적 지배의 사적 관습이 공적 법으로 옮겨간 많은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
자식을 재산으로 여겼던 그 시절,
임신한 여성을 때려서 낙태하게 만든 가해자는 엄청난 벌을 받는다. (동해복수법이 적용되는 형벌이 눈에 띈다.)
헌데 자가낙태에 대한 죄는 공공범죄로 간주되어 반드시 왕에게 알려야만 했다고 한다. 처벌 또한 끔찍하다.
왕에 대한 공격(반역죄?)과 동격인 처벌을 받았다.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통제가 이제는 국가가 규제하는 사안이 되었다. 물론 이 속에서 일반적인 경향은 국가권력이 증가하고 공적 법률이 확립되는 것이다.(210쪽)

가부장제의 권력은 이리하여 오랜 세월동안
그토록 공고했었던 건가?

여성을 그저 사유재산으로 보아 온 오랜 관습이 문제였던 것 같다.




구매에 의한 결혼과 계약에 의한 결혼은 함무라비법 시대 이래로 공존해 왔다. 두 가지 형태의 결혼은 서로 다른 계급의 여성들에게 적용되었다. 결혼에서 신부를 동반자로 보는 개념은 상층계급 가족들의 결혼계약 속에 함축되어 있었다. 그러나 하층계급 여성들에게 결혼은 결국 가내노예화나 마찬가지였다. 메소포타미아법에서, 그리고 히브리법에서 훨씬 더 강하게, 첫째 부인들(상층계급)과 첩들(하층계급) 사이의 구별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모든 여성들은 점점 더 성적지배와 규제 아래 있게 되었지만, 그들에 대한 속박의 정도는 계급에 따라 달랐다. 우리가 이미 보여주었듯이, 결혼한 부인은 그 연속선의 한쪽 끝이었고, 노예여성은 다른 쪽 끝이며, 첩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자리잡고있다.  - P197

만일 강간한 남자에게 부인이 없다면, 그는 그 아버지에게 숫처녀의 값을 지불해야 하고 그 소녀와 결혼해야 하며 결코 그녀와 이혼할 수 없게 된다. 만일 소녀의 아버지가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 아버지는 돈은 벌금으로 받고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딸을 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강간이 희생자의 아버지와 남편에게 해를 입힌다는 개념이, 고통받은 여성들에게는 절망적인 결말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알수 있다. 즉, 강간피해자는 강간한 자와 해소할 수 없는 결혼을 할 작정 - P203

이고, 전적으로 무죄인 강간자의 부인은 매춘부로 전락할 것이다. 법의언어는 우리에게 그의 딸들에 대해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절대적 처분권력‘을 느끼게 해준다. - P204

자가낙태에 대한 야만적 처벌은 중기 아시리아법을 통틀어서 왕(국가)의 권력과, 가부장적 가장이 그의 부인들과 자녀들에 대해 갖는 권력 간의 연관성이 중요했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유아 자녀의 생명을 결정하는 아버지의 권리-실제로는 그의 유아딸들이 살아야 하는가 죽어야 하는가에 대한 결정을 의미했던ㅡ가 지금까지는 풍습에 의해 실천되고 제재받았지만, 중기 아시리아법에서는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취급된다. 부인이 남편으로부터 그 권리를 빼앗는 것은 이제 반역이나 왕에 대한 공격과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된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천년이라는 기간에, 가부장적지배가 어떻게 사적 관습에서 공적 법으로 옮겨갔는가를 보게 된다. 이전에는 남편과 가족의 가장에게 주어졌던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통제가 이제는 국가가 규제하는 사안이 되었다. 물론 이 속에서 일반적인 경향은 국가권력이 증가하고 공적 법률이 확립되는 것이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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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13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드디어 저를 앞서셨군요. 저는 잠시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를 잡았다가 이 책에 확 빠져서 외도중입니다. ㅎㅎ 이제 다 읽었으니 다시 가부장제의 창조로 돌아가서 나무님 따라 마저 읽을게요. ^^

책읽는나무 2022-06-14 22:27   좋아요 0 | URL
하루에 한 꼭지씩 읽기!! 이것도 만만찮네요^^
요즘은 이 책이 우선이라 다른 책을 못 읽고, 잘 읽히지도 않아 이것도 좀 문제구요.
독서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ㅋㅋㅋ
암튼 천천히 걸어가고 있을테니 언능 뛰어 오셔요^^

거리의화가 2022-06-14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흐름을 타신듯하군요^^ㅎㅎ 열심히 달려욧!

책읽는나무 2022-06-14 22:29   좋아요 0 | URL
달리기는 숨이 차서 잘 못해서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어요.
근데 좀 흥미롭긴 합니다.
앞전에 도나 해러웨이 아주 어려운 책으로 단련이 되어서인지? 확실히 전의 책보다는 수월한 것 같아요.
분명 이 책도 쉬운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구요^^
화가님 열심히 쫓아가고 있어요ㅋㅋㅋ

단발머리 2022-06-14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많이 읽으셨군요!! 짱입니다, 책나무님!
저는 이제 막 자리에 앉아서 알라딘서재 들어왔는데(모닝 루틴 ㅋㅋㅋㅋ) 책나무님 글이, 게다가 <가부장제의 창조> 글이 있어서 기쁜 마음에 읽고 갑니다. 저도 부지런히 읽을게요!!

책읽는나무 2022-06-14 22:33   좋아요 1 | URL
너무 늦게 읽는 거북이라 요즘엔 노선을 다르게 정했어요.
미리 책 사다놓고, 그냥 첫 날부터 천천히 한 꼭지씩 일기루요.
그렇게 하니까 얼추 한 달이 맞춰지는 듯 하더이다ㅋㅋㅋ
근데 단발머리님 댓글에도 남겼지만, 전 제가 똑바로 이해하고 읽고 있는지? 한 번씩 의문점이 들곤 하거든요.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 바로 수정해 주세요^^
아무래도 <가부장제의 창조>책은 단발머리님이 박사님이실 듯 하시니까요^^

단발머리 2022-06-16 16:28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너무 잘 읽고 계세요!!! 정성껏 인용해주신 문장들도 꼼꼼히 잘 읽고 있답니다.
저도 잘 몰라서 수정해드릴 게 없어요. ㅎㅎㅎㅎ 열심히 진도 따라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