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이고 예술적인 로또당첨조작 살인사건 1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이혜영 옮김 / 산다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부자가 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제일 먼저 화학에 대해 공부하세요. 그리고 브로드웨이에서 1인50역 정도는 소화해낼 수 있는 완벽한 변장 방법과 연극을 공부하세요. 그 다음에는 로또가 필요한 절실하고 겁이 많지만 돈만 있으면 되는 사람들을 고르세요. 그들이 로또 당첨이 되게 하는 겁니다. 그럼 당신은 어떻게 부자가 되느냐고요? 그건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그 방법을 알려면 이 책을 보세요.

한 남자가 내게 와서 무려 1억 달러에 달하는 로또 당첨자가 되게 해주겠다고 말한다면 나는 그것을 거절할까? 받아들일까? 여기 그것에 어떤 함정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영리한 여자가 있지만 운명은 그녀가 거절할 수 없게 만들고 만다. 그 결과 그녀는 딸과 함께 대부호가 되어 절대 미국 땅을 밟지 말라는 말을 어기고 십년 만에 미국에 도착한다. 그녀는 그 위협을 너무 쉽게 간과했던 것이다. 아마도 부자가 되어 살았으니 돈이면 해결되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으리라.

돈이면 뭐든 다 되는 세상이다. 맞다. 로또는 부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수단이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나라에서도 로또를 발행하고 있다. 도대체 복권을 누가 산다고 생각하는 건지... 그것이 행복의 지름길이 아님을 알면서도 인생 한방에 역전시키겠다는 사람들로 오늘도 복권 판매는 호황을 누리고 있고 그 돈은 정부가 잘 쓰고 있다. 그러니까 복권은 또 다른 정부의 세금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국민, 그것도 돈 없는 국민에게 약간의 희망을 안겨주고 가져가는 세금.

지금까지 성공을 거두던 범인은 한 신문기자가 로또 관련 기사를 쓰기로 하면서 어긋나게 된다. 그 기자는 다른 해에는 로또 당첨자 중 대다수가 다시 파산을 했는데 유독 십년 전 딱 한해 당첨자들만 전원이 아직까지 부자로 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규칙의 파괴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거기에 살인자로 지명 수배됐다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다시 나타난 여인에게도 흥미를 느꼈고...

작품은 로또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스릴 넘치게 끝까지 독자를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너무 미국식 결말이라 그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결국 그래도 돈이라는 마지막은 잘 나가다가 역시 그런 건가 하게 만들어 약간 허탈하게 만들었다. 뭐, 이런 작품이 다 그런 거지 뭘 더 기대하겠는가. 그냥 읽고 재미와 스릴 만끽하시길. 로맨스도 있으니 여성 독자들에게도 부담이 적을 것이다. 원 제목이 괜히 The Winner가 아니었던 것이다. 승자에겐 트로피와 상금이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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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7-08-0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굉장한걸요? ㅋㅋ

물만두 2007-08-01 10:19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근데 얼마전에 신문에 로또 천억 탄 미국인이 5년만에 쫄딱 망했다고 합니다.

홍수맘 2007-08-0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자"가 되고 싶어 왔다지요.
님 리뷰보고도 또 "로또" 한방이 생각나는 이유가 뭔지....

물만두 2007-08-01 13:44   좋아요 0 | URL
그게 참 기이한 일이죠^^;;;
 

122 나는 지갑이다
123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124 애널리스트
125 샤바케 3
126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127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128 얼론
129 그레이브 디거
130 미드와이브스
131 도쿄밴드왜건
132 하트 모양 상자
133 아동 수집가 1, 2
134 포의 그림자 1, 2
135 악마의 공놀이 노래
136 레몬 머랭 파이 살인사건
137 붉은 손가락
138 가면
139 코페르니쿠스 신드롬
140 유지니아
141 빌리 밀리건
142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21권 읽었다.
역시 더우니까 좀 처지는구나 ㅡ.ㅡ
좀 누워 있었다고 이렇게 금방 티가 나나 ㅡㅡ;;;
8월에는 분발하자!!!
그나저나 올해 240권 목표는 채워질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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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7-31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중에서 쵝오!를 꼽으신다면..??

물만두 2007-07-31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페르니쿠스 신드롬
이 책이 의외로 좋았어요. 줄거리보다는 메모가 더 좋았던 그래서 발란스가 맞았던 새로운 작품이었습니다.

chika 2007-07-31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샤바케, 포의 그림자 겹친당~
역쉬... 신간추리소설을 읽어주시면 만두언냐랑 겹치는 게 늘어난다는;;;;
- 그레이브 디거, 붉은 손꾸락, 유지니아는 8월에 읽어야지~ (근데 언냐 목록보니까 이번에 '나는 지갑이다' 주문하는거 까먹었다. ㅠ.ㅠ)

물만두 2007-08-01 10:1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자꾸 읽으란 말이다^^ㅋㅋㅋ

이매지 2007-08-01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이브디거, 나는 지갑이다, 명랑한 갱-만 봤군요 ㅎ
어느 세월에 올 여름에 나온 추리소설 다 볼런지.

물만두 2007-08-01 10:16   좋아요 0 | URL
미툽니다^^:;;

정의 2007-08-01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힝~ 읽은 책은 한 권만 겹쳐요ㅠ_ㅠ 물만두님의 리스트에서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두 권있는데, 아직 끝내지 못했어요. 올 여름은 소설이 출간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8월에도 흥미진진한 책들과 함께 화끈한 여름 보내세요^^

물만두 2007-08-01 20:51   좋아요 0 | URL
저도 수많은 책들 때문에 거의 기절직전입니다^^;;;

아영엄마 2007-08-01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얼마나 신간 추리소설류를 못 접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독서목록입니다.(저 중에 딱 한 권(덱스터)밖에 읽은 책이 없으니... -.-)

물만두 2007-08-02 10:16   좋아요 0 | URL
우웅~ 슬포요~

asdgghhhcff 2007-08-02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물만두님 목록에서 5권 읽었군요 흠~
만두님 정말 ~ 많이 읽으시네요^_^

물만두 2007-08-03 10:13   좋아요 0 | URL
독서가 유일한 일이라지요^^;;;
 

오호~ 이번에는 여성 추리작가가 등장해서 애인의 살인범을 쫓는데 줄거리만 보면 꼭 김전일 스타일의 만화가 생각난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번에는 어떤 점에 초점을 맞췄는지가 더 궁금한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본격에 도전을 하겠다니 왠지 신선하다.
정통으로 돌아가겠다는 건지...
어디 누가 범인인지 맞춰봐야겠다.
그럼 다른 작품은 본격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뭐냐? 이 책~
환상이냐 현실이냐?
마치 사랑에 현실이 어디있어 라고 말하는 듯한 작품이다.

앗, 스누피 시리즈가 나왔다. 또~
있는데 그래도 눈길이 가는 건 역시 스누피이기 때문이겠지.

드디어 고지가 2권 남았다.
내가 이 책을 백권 사게 될 줄이야 ㅜ.ㅜ
설마 더 나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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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7-3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요즘 쏟아지네요..흠흠.

물만두 2007-07-31 11:09   좋아요 0 | URL
대세가 일본 작가니까요.

mong 2007-07-3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누피 스누피...허어어억~

물만두 2007-07-31 11:09   좋아요 0 | URL
저도 헉 이었습니다^^;;;

모1 2007-07-3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누피..너무 이뻐요. 책이...나름대로 철학적인 스누피를 보면서 어째..개가(스누피)가 사람보다(찰리 브라운)보다 낫냐고....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만두 2007-07-31 13:16   좋아요 0 | URL
저두요^^

씩씩하니 2007-07-3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가 사람보다 낫다는데..한 표 던질래요~~
저는 어릴 적 좋아했던 캐릭터들에 아직도 마음을 많이 쓰고 있는 편인대..사람들이 그런 나를 참으로 못마땅히 바라보대요..
나이들면 인형이나 뭐 그런걸 좋아하는게..생뚱맞아보이나봐요...

물만두 2007-07-31 13:17   좋아요 0 | URL
저는 어릴때 좋아하던 캐릭터가 없어서... 하지만 좋아하면 좋은건데 왜 그럴까요?

Kitty 2007-07-3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스누피 ㅠㅠㅠㅠ
그리고 맛의 달인 또 나왔군요...어서 질러야..후덜덜 ㅠㅠ

물만두 2007-07-31 13:18   좋아요 0 | URL
스누피와 맛의 달인이 덜덜 떨리게 하죠^^;;;

아영엄마 2007-07-3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100권씩이나... 설마 명탐정 코난도 그 정도까지 끄는 거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밀려 옵니다. @@

물만두 2007-07-31 14:53   좋아요 0 | URL
저는 안보면서 사야하는 심정을 아시나요 ㅜ.ㅜ

보석 2007-07-3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의 달인...92권까진가 봤는데...;; 아빠는 요리사와 함께 과연 몇 권까지 나올지 기대되는 책입니다. 책 속 등장인물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고요.^^

물만두 2007-07-31 14:54   좋아요 0 | URL
저는 앞의 조금 보고 안보면서 계속 사고 있습니다 ㅠ.ㅠ
 
빌리 밀리건 - 스물네 개의 인격을 가진 사나이
다니엘 키스 지음, 박현주 옮김 / 황금부엉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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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어떤 시각에서 이 작품을 읽어야 할지가 걱정되었다. 그저 막연하게 인격이 24개나 되는 다중인격자가 있다니? 하는 호기심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내가 걱정한 것은 빌리 밀리건이라는 제목에서 온전히 빌리 밀리건과 그 24개의 다중인격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그가 다중인격이라는 정신질환으로 무죄를 판정받은 최초의 범죄자라 할지라도, 그가 그 순간 그런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고 할지라도, 그에게는 더 힘든 고통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맨 먼저 자신의 무죄가 밝혀진 다음에라도 자신의 범죄로 인해 고통 받은 피해자에게 대해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한다. 인지를 못했다고, 어리다고 범죄를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남은 피해자는 과연 어떤 존재인지, 가해자를 더 감싸는 것은 아닌가도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이 책만 보더라도 가해자는 유명인이 되었는데 피해자는 단순히 피해자로 남게 되었지 않은가. 이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이 책이 그런 점에서 쓰여 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우선 이 작품은 가정 폭력의 심각성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지를 시사하고 있다. 언론들이 그의 무죄라는 것, 범죄자가 어떻게? 라는 입장에서 그를 비난하는 글을 쓰기 전에 한 아이가 어린 시절 가정에서 겪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키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증명되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그런 것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에게보다 그의 계부와 그의 어머니에게 더 죄가 있다고 본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은 그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를 위해서도 반드시 인식되어야 하는 일이다. 아이는 그냥 크는 것이 아니고 사랑이 아닌 학대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잘못된 길로 가게 할 위험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다중인격을 다룬 책을 본 것은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작품에서였다. 그 작품에서 한 어린 소녀가 납치되어 2년 동안 폭행을 당한다. 그 기간 동안 그 소녀가 살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다중 인격이다. 그때는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인물이 인격으로 등장하는 것 같았다. 그 인격으로 인해 고통에서 벗어나 숨어버리는 것이다.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한 일인가. 지금은 해리성 정체 장애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병명이야 어찌되었든 그들 대부분이 어린 시절의 학대나 충격에 의해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 작품에서 저자는 빌리의 스물 네 개의 인격들을 모두 소개하고 빌리가 잃어버린 시간 - 이들의 기억상실은 공통된 특징이라고 한다. - 을 그들에게 들어 빌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고 왜 그가 다중인격이 되었는가를 알려주고 더불어 다중인격을 가진 사람들을 치료하는데 어떤 곳이 가장 적합한가를 알려준다. 또한 빌리 밀리건 사건을 정치화하려는 사람들과 우리도 마찬가지겠지만 빌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역주민과 언론, 각기 계층의 사람들, 특히 의사와 열악한 정신병원과 그렇지 않은 정신병원을 대비시켜서 보여줌으로써 범죄를 저지른 자가 비록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해도 얼마나 사회에 복귀하기가 어려운가를 알려주고 있다.

나는 이후의 빌리 밀리건, 지금의 빌리 밀리건을 알아보고 싶었는데 그것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실망했다. 빌리 밀리건을 통해 나는 인격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것은 적절하지 않은 생각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하는 점은 빌리가 하고 싶었던 일, 말하고 싶었던 일, 즉 아동학대를 방지하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는 의미는 전혀 없다고 본다. 더 이상 빌리 밀리건과 같은 가엾은 영혼은 생겨나서는 안 되지 않을까 싶지만 현실은 아직도 빌리 밀리건과 같은 아동 학대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빌리 밀리건도 이 책을 덮을 때까지 현재 진행형으로 인격들과 융합과 해체를 반복하고 있다. 부디 빌리 밀리건이 두 번째 인생을 얻을 기회가 주어졌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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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01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벌써 읽으셨군요. 해리성 정체장애. 어린시절의 학대와 폭력에서 대부분
온다니 끔찍한 일입니다. 폭력의 가해자는 버젓이 새삶을 살며 갱생하는데
피해자는 어둠의 시간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례, 오늘아침
왠 부부의 실제 사례로 우연히 봤어요. 하물며 아이의 영혼에 어찌...

물만두 2007-08-01 10:18   좋아요 1 | URL
그래서 책에 집중을 못했습니다. 빌리도 안타깝지만 그런 일을 만든 부모에게 어떤 책임도 묻지 않고 또 빌리가 다중인격이었다해도 다른 피해자들이 입은 상처는 어찌할건지 답답하더군요.
 
유지니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책을 펼치자마자 확 끌어당긴다. 그리고 끈적끈적하게 이 여름의 더위처럼 달라붙는다. 도대체 누가 누구와 이야기를 하는 걸까? 아니 당신 누군데 그리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겁니까? 묻고 싶어지는 도입부를 지나면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건은 한 지방의 유지인 의사집안의 3대가 한날 생일인 잔칫날 누군가 독이 든 음료수와 술을 놓고 가서 그것을 마신 사람들이 그 집안사람은 한 사람을 빼고 모두, 그리고 마을 사람까지 독살했다는 것이다. 살아난 사람은 그 집의 앞이 안 보이는 외동딸과 집안일을 거드는 아줌마, 신고한 사람은 늦게 도착한 이웃집 아이, 그 아이 중 한 명이 자라서 이 사건을 책으로 펴낸다.

이야기는 화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려주기도 하고 끝에 가서야 화자가 누구인지 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범인이 누구인지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다른 사람을 지목하고 마치 그 범인이 공소시효를 알 듯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여름을 부여잡고 계속 이글거린다.

독특하다. 한마디로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다. 정신없이 빠져서 작가가 휘두르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머리가 뜨뜻해지는 것이 마치 한 여름 땡볕에 오래 앉아 있어 올라오는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꿈이 찾아드는 길이라는 제목의 배가 붙은 수면에 비친 모양의 종이학이 이 작품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 마주 보는 것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보여 지는 사람과 보는 사람, 감추는 사람과 내보이는 사람, 중심인과 주변인, 그리고 나와 너... 그렇게 그 여름 사람들은 제각각, 아니 늘 사람들은 제각각 자신의 위치에서, 이미 정해진 것들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면서 자기 안의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을 억눌러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사람들의 보는 시각을 다르게 만든, 왜곡시킨 것이라는 것을.

그 여름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담긴 시한폭탄이 발화점에 도달아, 아니 발화물질을 만나 동시에 터져버린 것이다.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범인이 누구인가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의 생각, 이야기, 느낌 등등 그런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같은 곳에서 같은 사건을 접한 사람들이 저마다 들려주는 제각각의 목소리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바람처럼 불어온다. 그래도 그 여름의 뜨거웠던 잔상, 폭발의 여운은 남아 평생 그들 안에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이해하지 못해도, 인정받지 못해도 좋았을 세상의 한 여름은 그들에게, 누군가들에게 참으로 잔혹해서 망각의 늪에 빠지지 못하도록 세상사람 모두가 다 잊어버린 축제라 해도 그렇게 뇌리에 남아 맴돌게 만들었다. 유지니아, 유지니아... 그 파란 방과 하얀 백일홍이 마지막까지...

아쉬운 것은 몇 가지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것을 독자가 그대로 안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차피 사건이란 것은, 일생일대의 사건이라 할지라도 모든 것이 명확하게 수학공식처럼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저 이것 또한 작가의 의도적 미스터리라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다.

다 읽은 뒤 어떻게 써야 좋을지 참으로 난감했다. 진실이 무엇이냐고? 진실은 각자의 마음  속에 서로 다르게 남고 말았다. 진짜 무엇이 진실이었을까? 무엇에 대한 진실을 우린 원한 것일까? 책을 덮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난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 그저 그 여름이 지금 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처럼 무더워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의 본성을 자각한 것이 진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만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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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gghhhcff 2007-07-30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홋 별 다섯개네요.
이 책은 재미없다는 의견도 많던데 물만두님은 재미있게 보셨나 봐요 ^^
저도 어서 봐야할 텐데 말입니다.

물만두 2007-07-30 18:47   좋아요 0 | URL
저는 이런 작품을 좋아합니다. 분명한 결말이 있는 작품도 좋지만 이 작품의 의도는 그게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