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윈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8 링컨 라임 시리즈 8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내내 소름이 쫙 끼쳤다. 컴퓨터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지금 컴퓨터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모든 것은 컴퓨터로 통한다. 개인이 사용하는 것부터 정부까지, 작은 상점에서 대기업까지, 은행, 학교에서도 컴퓨터에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더 사용하고 집 전화보다 휴대전화를 더 많이 사용한다. 인터넷과 휴대폰이 결합되면서 기업들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일반인들은 자신을 블로그가 트위터 등을 통해 알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다. 지금은 정보가 힘이다. 범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책 뒤에 바코드를 본다. 누군가 인간 개개인의 정보를 바코드로 인식하고 있다면 인간은 책과 별 차이없는 존재로 전락하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 속 범죄자처럼. 

현대 사회에서 컴퓨터로 많은 일을 하게 된 뒤 개인 정보는 내가 스스로 알려주게 되고 그 정보는 누군가에게 해킹 당하거나 팔리기도 한다. 나도 모르는 곳에서 휴대폰으로 스팸 문자가 오고 가입 권유를 하는 건 어쨌든 어디서 내 전화번호가 샜다는 증거가 된다. 이 정도는 그저 생활의 불편함, 짜증스러움으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처럼 내 정보가 누군가의 범죄에 이용되고 내가 범죄의 대상이 된다면 그건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가 힘이라고 말을 하는데 그 정보가 누구에게 힘이 되고 누구에게 휘두를 힘이 되는 지 생각해볼 문제다.   

영국 경찰과 공조 수사를 통해 속칭 '시계공'이라 이름붙인 범인을 잡는 일을 하던 링컨 라임은 사촌 아서가 살인사건 용의자로 잡혔고 증거가 확실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갈등을 하다가 '시계공' 사건보다 이 사건이 더 급하다는 생각에 속칭 '522'로 이름붙인 범인 잡기에 돌입한다. 그의 사촌뿐 아니라 무고한 많은 이들이 살해당하고 다른 무고한 사람들이 그가 심어 놓은 증거에 의해 용의자가 된 사건들을 발견하고 그런 일들이 그가 주시하는 동안에도 계속 일어났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는 어디서 피해자와 용의자의 모든 것을 알아내는 것일까를 생각하다가 그런 데이터를 모으는 거대 기업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 기업 사람들을 주시하게 된다. 

아멜리아 색스는 사건을 수사하다가 범인을 하느님이라 부르고 자신을 욥이라 부르는 완전히 범인에 의해 인생이 파괴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너무 황당해서 믿기지 않지만 차츰 그런 일이 수사하는 경찰들에게까지 일어나자 당황하게 된다. 늘 누군가 자신을 훔쳐보고 있는 듯한 느낌, 지나가는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링컨의 가족 이야기가 등장하고 전작에서 구해낸 팸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며 평범한 소녀로 살아가는 모습은 흐뭇하게 만든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사실 나는 두렵다. 조지 오웰의 '1984'보다 너무 생생한 오늘의 모습 그 자체가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프리 디버의 '2008'이라고 이름붙이고 싶을 지경이다. 내가 피해자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사실 없다는 것, 지금도 여전히 모든 사람의 기록은 컴퓨터에 저장되고 있고 더 많은 정보를 모으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 사고가 났다는 것을 듣기도 하고 누군가 피해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너무도 와닿는 이야기를 작가는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를 통해 좀 더 거창하게 풀어내고 있다. 범인의 모습도 보여주며 독자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말이다. 

제프리 디버는 정말 이 시대 최고의 스릴러의 거장이다.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는 가장 환상적 콤비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등골이 오싹하고 식은땀이 줄줄 흐르게 될 것이다. 여름에 공포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무서움을 느끼게 될 작품이다. 그나저나 아멜리아 색스, 제발 혼자 즉흥적으로 돌아다니지 좀 마라. 링컨 라임보다 내가 더 떨려 죽는 줄 알았다. 그나저나 '시계공'과의 일전을 다짐하는 링컨 라임의 모습에서 그들이 크게 격돌할 거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모든 작품이 그랬지만 특히 작품에서 한치의 눈을 떼기 어려웠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놀라며 궁금하게 만든 놀라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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