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에코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이클 코넬리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해리 보슈라는 또 다른 코요테같은 외로운 형사를 탄생시켰다. 마이클 코넬리는 이 작품을 통해 다른 작가들이 그런 것처럼 베트남 전쟁의 상처를 갖고 있는 마약중독자와 정부 조직의 부패, 그리고 사회의 하층민의 그렇게 살수밖에 없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 등을 그리고 있다.    

블랙 에코는 베트남 전쟁 중 베트남 사람들들이 파 놓은 수많은 땅굴을 의미한다. 또한 인간이 벗어나지 못하는 범죄에 대한 검은 메아리라고도 볼 수 있다. 누구나 겁내지만 한번 들어가거나 또는 그 안에 갇히면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게 되는. 한 남자가 배수구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는 마약중독자여서 마약 과다 투여로 죽은 것처럼 보였지만 해리 보슈는 그가 타살되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는 피해자가 자신과 같이 베트남에서 땅굴쥐로 있던 동료였음을 알아본다. 이것은 범인들에게는 머피의 법칙의 시작이었고, 해리에게는 의심스러운 우연의 시작이었다. 

인형사 사건으로 총기 사용 남용의 징계를 받고 헐리우드 경찰서로 좌천된 잘 나가던 보슈와 경찰 일보다는 집 파는 일에 더 매달리는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파트너. 죽은 메도우스에 대한 전쟁 당시의 죄책감이 있었던 해리는 FBI를 협박해서 공조수사를 하게 만들고 그가 가담한 은행털이 사건에 매달린다. 그런데 다시 그를 어떻게든 경찰에서 쫓아내려고 내사과 직원들이 쫗아다니고 FBI 요원 위시와 한 팀이 되어 사건을 수사하던 중 해리는 목격자를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게 만들고 그들까지 살해 위협을 받기에 이른다. 도대체 범인들은 누구길래 땅을 파서 은행을 털 생각을 한 것인지 해리는 점점 진실에 다가간다.  

베트남. 미국인은 이 전쟁을 두고두고 곱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이 패배한 전쟁이었고, 무고한 희생을 치르고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 시켰으니까. 그들은 베트남에서 모두 미쳐서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사회에 그 분노를 분출했다. 그들은 베트남에서는 조국을 위해 싸우는 용감한 군인이었지만 사회에서는 범죄자요, 낙오자였다. 이런 작품을 접하게 되면 어떤 전쟁도 인간에게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인간은 여전히 전쟁을 치르고 지난 전쟁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다.   

인간이 발전한다는 것, 부강해 진다는 것, 막강해진다는 것이 미국처럼 된다는 뜻이라면 나는 그 길을 절대로 말리고 싶다. 어느 사회나 모순은 있고 부조리도 있지만 자신들의 사회 불안과 힘의 과시를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자신의 국민을 애국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시키고 그들은 높은 자리에서 부정을 저지르고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이 없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제거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인 것이다. 그들은 베트남 전쟁 때의 땅굴의 블랙 에코가 아닌 자신들의 나라가 땅굴처럼 되어 점점 검은 메아리만이 나돌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한낱 좌천된 경찰이 죄 없이 죽임을 당한 한 소년의 목숨 값을 받아 내려는 몸부림이 처량하게만 느껴지는 작품이다.  

작품의 탄탄한 구성과 극적 반전은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또한 작품 속에서 십여년 전에 읽었을 때 내가 간과했던 것들을 좀 더 음미하며 볼 수 있어 두번째 읽는데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 죄 없이 죽은 자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해리 보슈의 말은 경찰이 왜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지 그 이유를 알려주는 말임과 동시에 해리 보슈가 어떤 인물인지를 알려준다. 그에게는 그만의 원칙이 있음을 말이다. 그리고 경찰, 나아가서는 해리 보슈의 존재 이유를 밝히는 것 아닐까. 잘못된 일을 바로 잡을 수는 없어도 적어도 잘못을 한 사람을 찾아내는 일은 해야 한다는.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호크를 보고 있다. 해리 보슈의 생각이 내 머리속에서도 동시에 울려 퍼진다. 



보슈는 출입문 앞의 복도에 그 그림을 걸어두고, 밖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 가끔 걸음을 멈추고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특히 피곤한 날 그럴 때가 많았다. 그 그림은 볼 떄마다 항상 매혹적이었다. 그는 그 그림을 보면서 엘리노어 위시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림 속의 어둠, 황량한 고독, 혼자 앉아서 그림자를 향해 얼굴을 돌린 남자, 내가 바로 저 남자야. 해리 보슈는 그림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 해리 보슈를 볼 때 그 남자를 떠올린다. 쓸쓸한 그 등이 깊은 밤 잠못 이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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