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국에 대한 아주 간단한 입문서' 스티븐 하우의 <제국>(뿌리와이파리, 2007)에 대한 서평기사를 옮겨오면서((http://blog.aladin.co.kr/mramor/1504292) '제국'을 화두로 한 몇 권의 이미지들을 같이 나열했는데, 그 중 또다른 신간인 <제국의 최전선>(갈라파고스, 2007)의 저자가 <타타르 가는 길>의 저자 로버트 카플란(1952- )이란 건 오늘 다른 인터뷰-소개기사를 읽고 알았다. 기사는 얼마전 리처드 도킨스와의 인터뷰로 눈길을 끈 김수혜 기자의 '솜씨'이다. 책상머리에서 몇 페이지 뒤적이고 머리로 조합해내는 기사가 아니라 '몸으로 부때끼며 얻어낸' 기사의 장점이 살아있다. '인문학적 먹물들' 치고 카플란의 책들을 거부감 없이 읽을 사람은 없겠지만 나는 그의 책들이 더 많이 읽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짐작컨대, <남한산성>의 저자 또한 그러할 것이다). 사자들이라면 토끼에 대해 공부할 건덕지도 없겠지만 같은 우리안의 토끼들은 사자에 대해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제국'은 그런 사자이다. 

조선일보(07. 08. 18) 전 세계로 진군하는 ‘제국’의 첨병들

미국은 제국(帝國)인가? 로버트 카플란(Robert D. Kaplan·55)은 “제국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매사추세츠주(州)의 한 소도시 자택에서 글을 쓰다 전화를 받았다. 뉴욕 퀸즈에서 트럭 운전사의 아들로 태어나 30년간 이스라엘·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분쟁 지역을 취재해온 사내다. 그는 군더더기 없는 명쾌한 말투를 썼다. “나는 기자(journalist)이고, 현실주의자(realist)이며,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처칠에 공감을 느낀다”고 했다.

“미국은 제국이다”라고 말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특정 국가가 세를 불려 제국을 이루고 타국을 압박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것은 최소한 이 책에선 카플란의 관심 밖이다. 그는 대신 이런 질문을 던진다. “제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제국의 회로를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무엇을 먹고, 믿고, 바라고, 따르나?”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카플란은 2002년 겨울부터 2004년 봄까지 예멘·콜롬비아·몽골·필리핀·아프가니스탄·지부티·이라크의 미군 병영을 돌았다. 후방의 사령부 브리핑 룸 대신 전선의 야전 막사를 찾아갔다.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갑론을박하는 엘리트 대신 군장을 지고 행군하는 부사관들과 몸으로 부대꼈다.



요컨대 로마 제국에 빗대자면, 카이사르가 아니라 백인대장을 찾아나선 여정이었다. 원제 ‘Imperial Grunts’ 자체가 ‘제국의 보병들’이라는 뜻이다. 카플란은 자신이 만난 미군 특수부대원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대의 정체성으로 승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자기 보존보다는 자신들이 수행하는 역할의 보존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옆의 병사가 자기 임무를 대신할 수 있다면 자신의 죽음은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26~27쪽).

그는 촉촉한 낱말을 쓰지 않는다. 진지를 구축하듯 단순한 구조와 건조한 낱말을 쓴다. 그래도 행간에서 야전 군인에 대한, 숭앙에 가까운 공감이 스며 나온다. 가령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시(市) 서쪽에 있는 특수부대 포사격기지에서 젊은 하사가 전사한 일이 있다. 카플란은 군 비행장에서 간소한 장례식을 지켜봤다. 군목이 구약 성경 시편의 한 구절을 읽었다. 존 웨인이 감독·주연한 영화 ‘그린 베레’(1968년작)의 주제가가 울리는 가운데, 관이 수송기에 실렸다. 병사들은 곧바로 기지에 돌아갔다.

“대원들은 장례식을 이튿날 더 여유 있게 치르자는 상부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들은 본국에 돌아가면 폴의 가족을 따로 찾아갈 예정이었다. 그들은 전사한 동료에게 바치는 최고의 조의는 그들이 속한 포사격 기지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368쪽)

아프가니스탄에서 특전단을 지휘하는 한 미군 중령은 카플란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쁜 놈들을 죽이는 게 우리가 할 일이죠. 그들의 활동을 저지하고, 죽이고, 생포하고, 파괴하는 것 말입니다. 선생 눈에는 이들이 비정하고 거친 친구들로 보일 수 있어요. 그것은 이들이 전투를 직업으로 하고, 그것에 충실하기 때문입니다.”(355~356쪽)



카플란은 군을 “무인(武人)의 철저한 윤리의식으로 모든 것이 철두철미하게 이뤄지는 세계”라고 묘사한다(161쪽).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의 교칙은 ‘의무, 영광, 국가’이고, 일상을 지배하는 수칙은 ‘해야 한다’(You Must) 이다. 필리핀에 주둔한 미군 특수부대원은 필리핀 군에게 전투 훈련을 시킬 때, 이렇게 외친다. “우리는 좋은 편이다. 우리는 적을 죽인다.” (272쪽)

카플란의 눈에 비친, 미군 기지 바깥 세상은 지저분하고 혼란스런 제3세계다. 미군은 그 흐물흐물한 세계에 ‘등뼈를 기증하는 자’이다. “미군이 온 뒤 살기가 쉬워졌다”고 칭송하는 현지인의 얼굴에서 그는 “식민주의를 갈구하는 눈빛”을 읽는다(255쪽).

몽골에서 카플란은 톰 윌헴 중령과 함께 서리 내린 메마른 고원을 지나 중국-몽골 국경지대를 돌았다. 윌헴 중령은 알류산 열도, 베를린, 모스크바, 보스니아 등지를 돌며 뼈가 굵었다. 윌헴 같은 야전 군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미 육군이 펴낸 매뉴얼 ‘유격대 지침서’다.

카플란은 ‘제국’을 “자국이 완전무결하게 안전해야 한다는 요구가 세계 정복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모든 나라에 불안감을 유발하는 고립주의의 한 형태”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제국은 “영광보다는 필요에 의해” 건설된다.

가령 미국은 2차 대전 때 독일과 일본을 격퇴하는 과정에서 세계 강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련과 손을 잡아야 했고, 냉전이 시작됐다. 소련을 격퇴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전사들을 무장시켰다. 소련이 무너진 뒤, 이들이 미국을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로 떠올랐다(17~18쪽).

미국이 제국이냐, 아니냐 하는 질문은 그가 보기에 우문(愚問)이다. 전세계 59개 국가와 영토에 기지를 두고, 170개 국가에서 매년 비밀 군사 작전을 시행하는 나라가 제국이 아니라면 뭔가? “당신이 북극에 서면, 자동적으로 한 발은 미군 북부사령부 권역에, 다른 한발은 태평양 사령부 권역에 딛고 선 셈이 된다. 발의 위치를 한 번 바꾸면 이번엔 유럽 사령부다.” (17쪽)

그가 보기에 세계는 ‘모던’하지도, ‘포스트 모던’하지도 않으며 그저 고대(古代)의 연장일 뿐이다. 그는 책에서 끊임없이 미국을 로마 제국과 병치시킨다. 카플란은 전화 너머로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취재한 많은 기자들이 ‘뭐가 잘못됐나’ 눈에 불을 켜고 찾아 다녔는데, 나는 애초에 그들과 다른 방향으로 갔다”고 말했다. “미군 바깥에 서서 미군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대신, 미군 한 복판에 들어가서 미군의 눈으로 세계를 본 다음, 이 세상 사람들에게 ‘미군의 시각’을 알려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카플란이 본 미국 제국의 미래는 그러나 꼭 밝지 않다. 카플란은 “미국의 영향력은 약화될 것이며, 세계는 다극화될 것”이라고 했다. 카플란 개인에게 그것은 “미국에 바람직한 현상”도, 그 반대도 아니다. 기자 카플란에게 그것은 다만 ‘사실’(fact)일 뿐이다. 



◆ 더 읽을 만한 책

로버트 카플란은 1973년 코네티컷 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버몬트주(州)의 시골 신문에 잠깐 근무하다 아프리카로 훌쩍 떠났고, 이어 이스라엘에 가서 미군 이등병으로 1년간 복무한 다음, 동유럽·발칸 반도·아프가니스탄 등지를 돌며 여러 미국 신문에 글을 썼다. 90년대 초 소련이 무너진 뒤, 세계 질서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글을 차례차례 발표하면서 대표적인 네오콘 지식인으로 떠올랐다. 카플란은 지금까지 11권을 썼다. 그 중 국내에 소개된 책에는 ‘무정부 시대가 오는가’(원제 The Coming Anarchy·코기토), ‘승자학’(The Warrior Politics·생각의 나무), ‘타타르로 가는 길’(원제 Eastward to Tartary·르네상스)이 있다.(김수혜 기자)

07. 0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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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7-09-29 00:13   좋아요 0 | URL
앗, 앞서 '카플란 어떻게 생각하세요' 로쟈님께 질문 던졌는데 여기 답이 나와있군요.
책상머리에서 몇 페이지 뒤적이고 머리로 조합해내는 기사가 아니라 '몸으로 부때끼며 얻어낸' 기사의 장점이 살아있다. '인문학적 먹물들' 치고 카플란의 책들을 거부감 없이 읽을 사람은 없겠지만 나는 그의 책들이 더 많이 읽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짐작컨대, <남한산성>의 저자 또한 그러할 것이다). 사자들이라면 토끼에 대해 공부할 건덕지도 없겠지만 같은 우리안의 토끼들은 사자에 대해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로쟈 2007-09-29 00:26   좋아요 0 | URL
^^
 

이번 주말 북리뷰의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책은 아마도 강신주의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그린비, 2007)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론 책의 절반 정도를 미리 읽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활달하고 막힘없는 글솜씨가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저자의 다른 책들에도 눈길이 갔고 사실 노자와 장자철학에 관한 기본적인 문제의식들은 이전에 낸 <장자 -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태학사, 2003), <노자: 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태학사, 2004), <장자의 철학>(태학사, 2004), <장자 & 노자>(김영사, 2006)에서 이미 펼쳐놓은 바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번에 나온 '리라이팅'은 보다 대중적인 화법으로 이를 풀어낸 것이다. 최소한 작년에 나온 <장자 & 노자>와 같이 읽으면 도움이 되겠다. 저자의 문제의식을 살리자면 <장자 vs 노자>여야 할 테지만. 미리 읽어둘 만한 리뷰기사 두 편을 옮겨놓는다. 

 

경향신문(07. 08. 18) 노자와 장자, 섞일 수 없는 철학

장자는 노자의 사상을 집대성한 철학자로 알려져 왔다. ‘노장사상’이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인식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노자가 무위(無爲)를 주장했던 것은 통치자가 무위에 이르면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노자의 도(道)는 “통치자들이 만약 이것을 지킬 수만 있다면 만물이 스스로 와서 복종할 것”이라는 노자 자신의 말처럼 통치자의 지배를 위한 것이었다. 노자는 국가와 군주의 지배를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국가주의 정치철학자였다는 말이다.

반면 장자는 아나키스트였다. 국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진행되는 권력의 집중에 반대했다. 그는 국가의 힘을 강화하는 것은 전란을 부추길 뿐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서로 대립하고 맞서기보다는 타자와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후대에서는 노장사상이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런 ‘잘못된’ 인식의 차이에 대해 ‘소백산의 겨울바람’을 예로 들었다. 소백산을 겨울과 이른 봄을 피해 오르는 등산객은 이 산의 따뜻함과 부드러움만 기억한다. 그러나 소백산의 겨울은 거칠고 날카롭다. 장자를 ‘따뜻하게’ 읽는 것은 자유지만 그 이면에는 겨울바람과 마주치는 것처럼 차갑고 냉철하고 날카로운 면이 핵심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노자의 세계관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고 장자는 소통(疏通)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어원 그대로 어떤 공적인(communis) 영역의 권위를 전제한다. 사람들이 공적인 사고나 인지의 틀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자유로운 개인이 공동체의 규칙에 동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소통은 다른 의미다. 소(疏)는 ‘막힌 것을 터 버린다’는 뜻이고 통(通)은 ‘새로운 연결’을 말한다. 기존의 고정된 삶의 형식을 극복해 새로운 연결과 연대를 모색하려는 의지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노자는 주어진 삶 속에서 지도자의 역할과 그에 따른 순응에 대해 설파했다면 장자는 이를 거부하고 개인으로서 타자(또는 세상)와의 소통 문제를 다뤘다는 말이다.(김주현 기자)

한국일보(07. 08. 18)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열림과 연대를 찾아내다

장자는 “도는 걸어가야 이뤄진다(道行之而成)”이라 했다. 사람의 불행과 우울을 양분으로 증식되는 종교, 국가, 자본 등의 가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진리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자는 비움과 망각을 강조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군주와 국가를 위해 전개된 사유인 노자 사상과 결별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삶을 부정하려는 일체의 권력을 단호히 거부하려는 정신이었다. 그래서 장자의 ‘비움’이란 열림 또는 연대와 이어지는 사유의 결정체다.

그 장자의 사유는 현대적ㆍ동시대적이다. 타자와의 마주침이 전제돼야만 촉발되는 헤겔의 변증법,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확인되는 루소의 반국가주의, 국가란 자발적 연대를 가로막는다며 군주제의 역기능을 폭로한 스피노자의 정신과 어깨를 겯는다.

이 책은 <장자>에 관한 동서고금의 정보로 엮여 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장자>는 위진 시대의 사상가 곽상의 편집물이다. 원래 모두 33편 6만4,606자로 이뤄져 있는 <장자>는 현재 3분의 1 정도는 유실된 채 전해져 온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장자>는 서양 철학자들을 분발시켰다. 미세 지각 이론의 라이프니츠, 장자의 ‘수영 이야기’를 자신의 철학의 노둣돌로 삼는 들뢰즈 등은 대표적이다. 또 유한한 존재인 인간을 규정짓는 조건들을 뭉뚱그리는 성심(成心)이란 장자 특유의 사유틀은 부르디외에게 이입돼, ‘아비투스’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2부 ‘해체와 망각의 논리’는 장자의 사유법이 이처럼 해체 철학의 시대와 단단히 유대하고 있는 풍경을 비춰 보인다. 이 책은 장자를 21세기적으로 복원시킨다. 장자의 적극적 의미는 그가 소통을 사회의 대전제로 보았다는 점에 크게 기인한다.

장자는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 그래서 타자와 마주칠 수박에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분명히 통찰했다. 그 과정에서 그가 보여주는 민주적 원칙은 독자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장자는 지배 의지를 필연적으로 내포하는 형이상학적 사유란 유아론적 환각에 불과한 것이라며 조롱했다. 나아가 수직적 초월(超越)이 아니라 수평적 포월(匍越)을 강조, 일찍이 민주성을 통찰했다.

장자는 급진주의자였다. “잊어라!(기존 시스템의 망각) 그리고 연결하라!(새로운 연대)”고 그는 삶의 강령으로 제시했다. 정치적 위계 질서를 일종의 꿈이라고 지적한 장자는 군주와 국가를 위해 전개된 노자의 사유와 결정적으로 배치한다고 책은 지적한다. 장자를 이 시대로 불러내기 위해 지은이 강신주 씨는 지난 1~8월을 꼬박 집필 작업에 매달렸다. 그는 “비정규직이나 세계화 등 개인 말살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개체성을 강조한 장자의 언어가 새삼 새로워져 간다”고 말했다.(장병욱 기자)

07. 08. 19.

 

 

 

 

P.S. 개인적으론 언제나 노자보다 장자에 끌렸기 때문에 저자의 '장자 예찬'에 쉽게 공감하게 된다. 그런데,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된 건 노자이다. 특히나 '초간 노자'의 발견 덕분에 새로운 시야가 열린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자세히 말할 건 아니지만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노자는 (1)왕필본(=통행본), (2)백서본, (3)초간본, 세 종류이며 시기적으로 점점 거슬러올라간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느 본을 노자 이해의 핵심으로 삼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갖게 되는 '노자 상'은 사뭇 달라질 수 있다. 저자의 노자론이 초간본에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그래서 다소 의아한 일이다. 초간 <노자>와 백서 <노자>의 저자가 다르다는 일반적인 주장을 수용한다면 백서본을 근거로 <사기>에 기록돼 있는 노자(노담)의 철학을 논한다는 것은 무리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공학자들의 견해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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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재 2011-11-27 18:54   좋아요 0 | URL
강씨는 노자를 모르는 사람이다. 그의 논리가 그럴듯 한가? 그럴듯하지도 않다. 틀렸다. 노자와 장자는 연속사상이다. 노자가 소통을 안 했다고? 한심한....
 

브루스 핑크의 <에크리 읽기>가 출간된 김에 '라캉 읽기' 문헌을 몇 권 꼽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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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리 읽기- 문자 그대로의 라캉
브루스 핑크 지음, 김서영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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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리- 라캉으로 이끄는 마법의 문자들
김석 지음 / 살림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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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과 정신의학- 라캉 이론과 임상 분석
브루스 핑크 지음, 맹정현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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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는 없다- 성적 차이에 관한 라캉주의적 탐구
브루스 핑크 외 지음, 신형철 외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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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백가흠의 두번째 소설집이 출간됐다. 데뷔작 <귀뚜라미가 온다>보다는 덩치가 좀 커졌는데, 그가 이번에 내놓은 건 <조대리의 트렁크>(창비, 2007)이다. 표제작 등을 읽어본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친근함마저 느껴진다. 비록 작년 여름에 읽은 작품들의 기억이 아득하지만. "광적이고 파렴치한 폭력의 세계를 날것으로 묘사해 독자에게 불편한 충격"을 주는 소설로 소개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불편한 충격'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했고 다만 흥미는 느꼈다('소설적인 폭력'이 오히려 현실에 미달하는 게 요즘 추세 아닌가?). '문단의 정석'대로라면 이제 장편소설이 나와야 할 터인데 기사를 읽어보니 '히피'에 대한 것이라고. 단편에서의 장기들이 그대로 살아있는 멋진 장편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일보(07. 08. 18) 두번째 소설집 '조대리의 트렁크' 낸 백가흠

“저도 독실한 기독교 집안 출신이지만, 우리 사회는 종교적 억압이 심하죠. 도덕적, 윤리적 외양을 내세우면서 치부를 감추는데 급급합니다. 우리 사회의 번드르르한 겉모습 뒤에서 무수히 벌어지는 반이성적 작태 중 폭력의 문제를 천착하는 것이 제 소설입니다.” 광적이고 파렴치한 폭력의 세계를 날것으로 묘사해 독자에게 불편한 충격을 주고 있는 소설가 백가흠(33)씨. 그가 두번째 소설집 <조대리의 트렁크>(창비 발행)를 냈다. 첫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 이후 2년 만으로, 그동안 써온 단편 9편을 묶었다.

폭력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이번 작품집에도 선연하다. 기형아를 유기하는 젊은 부부(‘웰컴, 베이비!’), 거둬준 노인을 상대로 위장 강도짓을 벌이는 부랑아들(‘매일 기다려’), 떠나려는 애인을 둘씩이나 감금하고 성폭행 동영상으로 협박하는 남자(‘굿바이 투 로맨스’) 등 교정불가의 ‘나쁜 놈’들이 득시글거린다.

변화도 감지된다. 작가가 그동안 잠재적 폭력성이나 뒤틀린 성의식을 가진 남성이 표출하는 폭력을 주로 다뤘다면, 이번 창작집에서는 노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주목했다.
폭력의 근원에 대한 탐구가 개인적 성향에서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됐음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는 작가의 문학적 전략이기도 하다. 백씨는 “예전엔 서정적 문체를 동원해 폭력의 양상을 세밀하게 표현했는데, 인물 설정을 바꿈으로써 묘사에 기대지 않고도 극악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말한다.

피해자에게도 온정적 태도를 취하지 않는, 중립적이고 냉정한 작가적 시선은 여전하다. ‘매일 기다려’의 노인이 아이들의 기식과 패악을 견뎌내는 힘은 가족을 꾸리고 싶은 욕망이다. 평생을 홀로 살아오다 정 붙일 상대를 만난 노인은 자기 재산을 강탈한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떠나는 모습에 “서운하고 아쉬워서 주책없이 흐르려는 눈물을 참고 또 참는다.”(127쪽) 백씨는 “노인은 모든 것을 다 뺏기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아이들보다 더 큰 것을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며 “동정의 시선은 필요치 않다”고 단언한다.

그러므로 화해는 없다. 표제작을 비롯한 몇몇 작품은 이전에 비해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열어둔 결론을 맺었지만, 독자가 출구없는 폭력의 세계를 목격하며 느끼는 답답함이 크게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가 역시 “작품을 쓰며 늘 화해를 바라지만 결국 작중 인물들은 소통하지 못한 채 불화하고 파국을 맞는다”며 “가끔 내가 (정신적) 미숙아 같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온존하는 폭력을, 그저 자신의 평온을 확인하는 가십이나 위로로 삼는 우리가 어찌 백가흠 소설을 불편하고 답답할 뿐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는가. 원주 토지문학관에 기거하고 있는 백씨는 다음 작품으로 히피를 소재로 한 장편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이훈성 기자)

세계일보(07. 08. 18) 백가흠 두번째 소설 출간…"폭력 난무하는 세상, 희망 찾고 싶어"

소설가 백가흠(33)씨가 2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 ‘조대리의 트렁크’(창비)를 펴냈다. 전작 ‘귀뚜라미가 온다’는 어머니에게 주먹질하는 패륜아, 유부녀 성폭행범, 파렴치한 목사 등이 활개치는 ‘배덕자의 천국’이었다. 두 번째 소설집에서도 무법자들의 구타와 악다구니는 여전하다. 하지만, 예전처럼 ‘희생자 전원 몰살’ 식의 파국으로 치닫지 않는다. 이제 작가는 가느다랗고 희미한 구원의 빛을 던진다.

표제작 ‘조대리의 트렁크’에선 작풍의 변화가 명확히 보인다. 충청도 토박이 조대리는 대리운전 기사다. 기저귀를 차고 병석에 누운 노모와 더불어 산다. 비가 쏟아지던 밤, 조대리는 말끔한 신사 장영수의 세단을 대신 몬다. 사업 실패에 자포자기한 영수는 자살하기 전, 살아있는 노모를 저수지에 수장하려 한다. “다, 죽여버리고 싶다. 정말. 가족이고 뭐고.”(153쪽)

영수는 대리기사 조대리를 멸시하면서도 저수지까지 동행할 것을 재촉한다. 저수지에서 돌아온 그는 이튿날 여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세단 트렁크엔 뇌출혈에 걸린 영수의 노모가 웅크리고 있다. 조대리는 트렁크 속 노인을 거둔다. “조대리는 노인을 업고 집으로 뛰기 시작한다. 뛰면서 자기 엄마보다도 더 가벼운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162쪽)

초기작들의 암담한 결말과 다르다. 몰살과 자학 대신 꺼져가는 불꽃을 되살리려는 안간힘이 있다. 백씨는 “등단 무렵엔 철저히 객관화된 소설을 써야 된다는 강박에 일부러 탈출구를 막았다”며 “현재는 화해와 희망에도 눈 돌리고 있다”고 변화된 작품관을 설명했다.

‘루시의 연인’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준호는 군복무 시절 불구가 됐다. 태권도 승단시험 연습 중 무지막지한 고참들이 가랑이를 무리하게 찢어 신경을 심하게 다쳤다. 은둔 생활을 하는 준호는 책을 빌리러 가는 일 외엔 외출하지 않는다. 그는 책 대여점 여주인 정원에게 끌리지만, 속내를 털어놓지 못한다. 좌절된 사랑을 그는 ‘루시’에게서 찾는다. 루시는 남성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실리콘 인형이다.

준호의 어머니는 아들을 장애인 미순과 결혼시키려고 하지만, 준호는 다리를 못 쓰는 미순을 거부한다. 어느 날, 준호가 연모하던 정원이 꽃뱀으로 밝혀지고, 그녀는 잠적한다. 갈 곳이 없어진 준호는 “거실로 나가 반갑게 미순을 맞는다.”

미순을 맞아들이는 것 역시 초기작에 없던 화해의 제스처다. 근작일수록 변화의 흔적이 또렷하다. 올해 상반기에 발표한 ‘사랑의 후방 낙법’에선 노골적인 폭력이 스포츠 선수의 땀방울로 대체된다. 그 밖에 가난한 노인이 10대 불량아에게 학대·갈취당하면서도 가족의 정을 구하는 ‘매일 기다려’, 영아 매매와 영아 유기 사건을 교차시켜 비극성을 증폭시키는 ‘웰컴, 마미!’ 등 9편의 단편이 실렸다.

백씨는 자신의 단편을 “독자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말한다. 적나라한 폭력과 인간의 추악성을 부각하는 건 ‘낭만’으로 왜곡된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장치다. 그는 “내가 쓴 소설을 스스로 들여다보면, 사물이 철저하게 객관화된다”고 말한다. 소설 속 가해자를 증오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 “독자들은 불편한 소설을 쓰는 이유를 묻습니다. 저도 답을 알지 못합니다. 아직까진 악행으로 가득한 세계를 일말의 희망을 암시하면서 숨김 없이 보여주는 일밖에 할 수 없어요. 그게 소설가의 일이잖아요.”(글·사진 심재천 기자)

07. 08. 18-19.

P.S. 참고로 '작가와 문학사이'란의 소개는 http://blog.aladin.co.kr/mramor/131969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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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07-08-18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도 한때 조 대리였어요. 어느 날 아침 회사에 출근했다가 기어이 쌓인 울화통이 폭발하여서 책상 정리하고 가방 들고 신발 꿰어 신고 있는데 상사가 그러더라구요.

"야, 조 대리, 어디 가?"

"저, 이제부터 조 대리 아니거든요. 안녕히 계세요."

로쟈 2007-08-18 09:14   좋아요 0 | URL
소설에서 '조대리'의 '대리'는 '대리운전자'를 가리키지만, 인연이 없지는 않은 책이군요.^^

닉네임을뭐라하지 2007-08-1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작가, 하기에 백민석인 줄 알고 깜짝 놀라서 와봤는데 아니군요 ㅎㅎ
역시, 절필선언을 되돌릴 생각은 없나보네요 흠

로쟈 2007-08-19 19:12   좋아요 0 | URL
깜짝 놀라셨다기에 페이퍼 제목을 바꿨습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읽게 되는 북리뷰들 가운데 눈에 띄는 책을 몇 권씩 골라보는 게 나의 '취미'이다(적어도 한두 권은 구입하게 된다). 이번주의 첫번째 후보작은 스티븐 하우의 <제국>(뿌리와이파리, 2007)이다. '제국'에 관한 책들이 그간에 적잖게 나왔기 때문에 또 무슨 '제국'이냐 싶은데, 별로 부담스러운 분량은 아니어서 독서목록에 넣어둔다. 아직 읽지 않은 책들과 아직 구입하지 않은 '제국' 책들의 이미지들도 몇 권 띄워놓는다.

서울신문(07. 08. 17) '제국 아닌 제국’ 美國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제국을 통제하는 ‘악의 축’ 사우론은 ‘절대반지’를 빼앗아 세계를 지배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반면 사우론에 대항하는 난쟁이 호빗족은 평화롭고 작은 공화국 샤이어에 살고 있는데, 샤이어는 뜻밖에 잉글랜드를 암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소설을 쓴 영국작가 존 로널드 로웰 톨킨(1892∼1973)의 청년 시절 대중매체와 문화예술 속 제국의 이미지는 오늘날과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제국을 건설하는 자가 된다는 것은 모험가, 영웅,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했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얼토당토않아 보이지만, 샤이어가 ‘대영제국’을 암시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제국’이나 ‘제국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혐오스러운 존재가 돼버린 것이 사실이다. ‘제국’(스티븐 하우 지음, 강유원·한동희 옮김, 뿌리와 이파리 펴냄)은 이처럼 ‘제국’이라는 단어가 혼란스러운 개념을 갖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지은이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정치학과 교수. 그는 20세기 후반 ‘제국’이나 ‘제국주의자’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들만이 경멸적으로 쓰는 용어였지만, 최근에는 ‘미국 제국’이라는 개념이 대단히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제국´ 옹호하는 수정주의의 범람
물론 제국주의와 관련된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만, 미국이 제국 건설자의 역할을 떠맡는 것이 미국 자신을 위해서나 세계를 위해 좋은 일이라며 호감을 갖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점은 놀랍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식 세계 지배와 미국식 세계 지배는 대비되는 점이나 비교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면밀하게 살펴보면 실은 그리 많이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미국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지배와 통치의 확장이 공격성이나 부와 세계 제패에 대한 열망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위기에 대한 방어이거나 혼란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고자 마지못해 수행하는 의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미국의 ‘좋은 의도’와 ‘피할 수 없는 반응’이 대개 오해와 원망을 사고 있다는 것은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영국 제국에 대한 묘사에도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또 미국은 자신들의 통제나 영향력은 지역의 정치체제를 통해 수행되고, 통제수단도 경제적·외교적·문화적이어서 사실상 ‘형식적인 식민주의’가 아니라 ‘비형식적인 제국’으로 작용해 왔다고 내세운다. 하지만 이 또한 영국 제국도 힘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는 형식적 지배 못지않게 상당 부분은 비형식적 지배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반박한다.

영국의 비형식적 자유무역 제국은 라틴아메리카와 중동, 동아시아에서 아주 넓은 범위에 걸쳐 있었으며, 형식적 제국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 영국의 정치인들도 비형식적 통치를 선호했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형식적 정복에 들어가는 비용지출과 위험을 감수했다. 과거의 제국과 오늘날 새로운 제국 사이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미제국, 대영제국과 다를 바 없다”
이 책이 미국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국과 식민주의 시대의 역사에 대한 개괄서라는 형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제국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오늘날 국제사회에 미치는 미국의 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라는 과제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분명 ‘미국 제국’에 대한 이해를 염두에 두고 쓰여졌다.

지은이는 “군사적 관점에서 미국의 강력함을 강조하는 이들은 미국의 취약함을 희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더구나 과거의 제국과 달리 형식적 지배가 없는 상황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훨씬 복잡하고 위태로운 만큼 미국이 가진 힘의 본질을 이해하고 전망하는 데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07. 08. 17.

P.S. 번역서는 두 가지가 눈에 띈다. 먼저, 강유원씨가 공역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 덕분에 번역에 신뢰감을 갖게 된다. 한가지 궁금한 건 그가 서평에서처럼 번역에서도 '미국'을 '유에스'라고 표기하는지 여부이다(일본을 '저팬'이나 '니폰'이라고 부르는 격인데, 그는 '유에스'란 표기에서 무슨 향락을 누리는 걸까? 그저 '미국'에 대한 혐오인가?). 그럴 리야 또 없겠지만.

그리고 두번째는 옥스포드대학출판부에서 나오는 '아주 간명한 입문(A Very Short Intoduction)' 시리즈의 한권이라는 것. 이 시리즈의 책들이 탐이 나서 나도 한 출판사에 번역출판을 제안한 적이 있지만 무산됐었다. 현재 170여 권의 타이틀이 나와 있다(목록은 http://www.oup.co.uk/general/vsi/titles/). 간명하다고는 하지만 우리 분량으로 '짧은' 책들은 아니다. 원서가 비록 문고본 판형에 백 몇 십쪽 분량들이지만 <제국>에서 보듯이 우리말로 옮기면 200쪽은 그냥 넘어가기 때문이다. 내 식으로 분류하면 시리즈 자체는 아주 '교양 있는' 백과사전으로 읽힌다. 이 정도가 '교양상식'으로 통용될 수 있는 날을 고대해본다...

P.S.2. 알고 보니 최근에 출간된 <러시아혁명>(박종철출판사, 2007)도 '아주 간단한 입문' 시리즈의 한권이다. 이거 '숨은 있는 책' 찾기도 아니고 이미 번역된 책들을 다 불러모으는 건 간단하지 않은 일 같다...

P.S.3. '제국' 얘기가 나온 김에 좀 늦게 입고된 듯한 책 <제국 그 사이의 한국 1895-1919>(휴머니스트, 2007)도 눈길이 가는 책이다. 이 만만찮은 분량의 저자는 앙드레 슈미드 교수이고 역자는 문학평론가로도 활동중인 정여울씨. 하버드대 역사학과의 카터 에커트 교수의 평에 따르면, "이 책은 한국 근대 지성사의 근원적 해체이자 분과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역작이다." 정말 그런가는 확인해보면 되겠다. 한국 학계의 수준과 비교해볼 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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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sculp 2007-08-18 12:04   좋아요 0 | URL
이 시리즈중의 하나인 러시아혁명도 번역되었더군요.
동문선에서 한 10권넘게 번역되었던에 전체 판권을 산것은 아닌것 같기도 하고요.
여기 저기 산재해서 번역되는것을 보면.
저는 이책시리즈 모으고 있거든요.이뻐서요.

로쟈 2007-08-18 16:5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동문선에선 하도 여러 종의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지라 미처 이 시리즈에는 주목하지 않았었는데, 알려주신 덕분에 살펴봐야겠습니다.^^

2007-08-19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9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9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9 1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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