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작가 아지즈 네신의 소설 <생사불명 야샤르>(푸른숲, 2006)이 출간됐다. 작가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는데, 그간에 동화 두 권만 번역됐었다고 하니까 내가 특별히 과문했던 건 아니겠다. 자료를 검색해보니 터키의 이 저명한 '유머작가'는 100권 이상의 책을 쓴 걸로 돼 있다. 터키의 '국민작가'라고는 하지만,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를 번역하려고 한 탓에 이슬람 과격단체의 타겟이 되었고, 지난 93년엔 이들이 그가 묵고 있던 호텔에 방화함으로써 (작가는 목숨을 건졌지만) 37명의 투숙객이 희생되기도 했었다고. 그의 사후엔 유언에 따라 아무런 장례예식도 치러지지 않았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 묻혔다고 한다. 여러 수식어가 필요 없이 그는 한 사람의 '진정한 작가'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의 소설에 관한 두 개의 리뷰를 옮겨놓는다.

 

 

동아일보(06. 07. 29) 내가 죽었다고?호적이 사람잡네…‘

 

-“아버지이이이… 제가 죽었대요. 죽었대요.” 열두 살에 날벼락을 맞았다. 호적엔 ‘사망’으로 나온단다. 그것도 제1차 세계대전 중 전사한 것으로. 야샤르의 인생은 그때부터 꼬여 버렸다.

 

 

 



 

 

 

 

-소설가 아지즈 네신(1915∼1995)의 이름은 낯설게 들린다. 국내에는 아동 도서 두 권만 나와 있어 동화작가로만 인식되기 쉽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구라’가 여간 아니다. 알고 보니 ‘터키의 국민 작가’란다. 터키에선 “완전히 아이즈 네신의 소설이군”이라는 관용어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 책은 실화가 바탕이 됐다. 정부의 검열과 탄압을 비판한 작품을 발표해 유배와 수감생활을 반복했던 작가가 감방 동료에게서 들은 사연이다. 무대는 감방. 야샤르 야샤마즈라는 사내가 새로 들어왔다. 터키어로 야샤르는 ‘살다’, 야샤마즈는 ‘죽다’라는 뜻이다. 황당한 이름에 동료 죄수들은 폭소를 터뜨리는데, 정작 야샤르의 삶의 비극은 이름에 압축돼 있다. 그에게는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주민등록증이 없는 것.

-책은 ‘생사불명 야샤르’가 감방 동료들에게 21개의 경험담을 밤마다 하나씩 풀어놓는 형식이다. 이야기꾼 야사르가 들려주는 얘기는 주민등록증 없이 살아가면서 겪는 황당무계한 사건들이다. 첫날엔 처음으로 동사무소 호적과에 갔던 열두 살의 어느 날. 부모는 1911년 결혼했는데 아들 야샤르는 1915년에 전사한 것으로 나온다니, 말이 안 된다고 따져 봐도 소용이 없다. “호적 대장에 그렇게 써 있는데 난들 어쩌겠소?” 그렇게 말해 놓곤 공무원은 나 몰라라 한다.

-다음 날 에피소드는 결혼을 앞두고 군대에 끌려간 날. 죽었다던 야샤르가 난데없이 병역기피자로 몰린다. 주민등록증은 나중에 발급해 줄 테니 입대부터 하라는 것이다. 또 그 다음 날 이야기. 제대하고 돌아와서 아버지의 유산을 받으려고 백방으로 뛰었지만, 주민등록증이 없으니 돈이 들어올 턱이 없다.

-포복절도할 ‘구라’를 통해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관료주의의 지독한 횡포다. 눈앞에 사람을 두고도 주민등록증 하나 발급하지 않으려는 게으름, 정부의 필요에 따라 사람을 살렸다 죽였다 하는 고무줄 원칙. 소설 속 야샤르의 분통 터지는 외침은 우습고도 기막히다. “공공기관이 하는 일이 뭐요? 학교에 입학하려고 할 때는 ‘넌 죽었어’라고 하고, 군대에 끌고 갈 때는 ‘넌 살아 있어’라고 하더니, 또 유산을 받으려고 할 때는 ‘넌 죽었어’라고 하고, 세금을 거두어 갈 때는 다시 또 ‘넌 살아 있어’라고 하는, 도대체 씨알도 안 먹히는 이야기를 해대는 공공기관이라는 곳은 뭘 하는 곳이냐고!”(*이런 게 어디 남의 나라 일만이랴?)

-야샤르뿐 아니다. 자수하러 갔다가 복잡한 절차 때문에 포기하는 스파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보다 나이 많은 남자가 아들로 호적에 올라왔는데 고치지 못하는 노인처럼 비슷하게 고생한 사람들이 감방엔 적지 않다. 감방뿐일까. 터키뿐일까. 작가의 풍부한 입담과 풍자적인 문체에 배를 잡다가도 읽고 나면 씁쓸해지는 마음, 어느 나라 독자든 마찬가지일 듯하다.(김지영 기자)

 

 

한국일보(06. 07. 29) 웃기지만 웃지 못할 통제 국가의 현실풍자

 

-“풍자는 세계가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말한 터키 작가 아지즈 네신(1915~1995). ‘제이넵의 비밀편지’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등의 동화로, 어른들보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그의 장편소설 ‘생사불명 야샤르’(푸른숲)가 출간됐다.

-그는 통쾌한 작가다. 그의 글은 늘 불의와 거짓을 향해 시퍼렇게 날이 서 있기 때문이다. 권위와 권력을 조롱하고, 소수와 약자를, 또 그들의 저항을 흔들림 없이 옹호한다. 그리고 그는 유쾌한 작가다. 문학의 험난한 지향을 그는 웃음의 동력으로 이끌고 간다. 적당한 과장과 넉넉한 재치, 그리고 정곡을 파고드는 냉철한 지성, 그의 글에서는 냉소마저도 따듯하다. 소수와 약자를 향한 사랑이 있어서다. 하지만 그의 문학을, 달리 말해 웃음과 사랑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삶과 그의 조국 터키의 현실을 우선 이해해야 한다.

-그는 작가이자 인권운동가였다. 번역자인 이난아씨의 소갯말을 빌자면 그는 작품을 발표하기 무섭게 내란 선동이나 좌익 활동의 죄목으로 수갑을 찼고, 약 250번 가량의 재판을 받았으며, 유배생활을 제외하고 5년 6개월의 수감생활을 했다. 계엄령 하에서 신문 잡지에 칼럼을 쓸 수 없게 되자 자신이 스스로 신문을 발행하고 출판사를 만들기도 했다(*역자는 오르한 파묵의 소설들을 모두 우리말로 옮긴 바 있는 터기문학 전문번역자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입을 추진중인 그의 조국 터키는 지금도 국가모독죄 규정(형법 301조)을 두고 있는 드문 국가다. 정부와 사법부, 군부, 보안조직 등에 대한 모욕행위를 하면 처벌 받고, 터키 국민이 국외에서 이를 행했을 때는 가중처벌 된다.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오르한 파묵이 지난해 스위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터키의 아르메니아인과 쿠르드족 학살사건을 성토했다가 국가모독혐의로 기소된 사례(국제사회의 거센 비난 여론에 밀려 연초에 공소가 기각됐다)가 있었고, 최근에도 터키에 사는 영국인 화가가 터키 총리를 풍자한 그림을 그려 피소 위기에 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네신의 풍자는 문학 역사의 모든 빛나는 풍자들이 자라난 바로 그 자리, 곧 삼엄한 권력과 참혹한 현실 위에서 나고 자란 저항의 웃음이다(*오르한 파묵과 함께 네신은 우리가 기억해두어야 할 이름이겠다).

 


 

 

 


 

 

 

‘생사불명 야샤르’는 동사무소 직원의 어이없는 실수로 호적에 전사자로 기록된 ‘야샤르’의 이야기다. 주민등록증이 없어 학교에도 입학하지 못하고, 군대에도 못 가고, 뒤늦게 입대는 하지만 제대를 못하고, 사랑도 잃고, 부친의 유산마저 상속 받지 못하고…, 급기야 공무원에게 대들다가 정부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남자. 소설은 ‘야샤르’가 감방 ‘형님들’에게 자신이 갇히게 된 연유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주민등록증 없이 살면서 겪은, 우습지만 웃지 못하고 울자니 또 너무 우스운 ‘파란만장 인생역정 스토리’. “그날 가장 큰 실수는 (…)충고를 잊은 거였죠. 욕을 하고 싶을 때는 공공기관의 이름을 바로 대지 말고 ‘세상’으로 바꿔서 욕을 하라고. (…)어쨌든 이렇게 하면 형법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다고.”(486쪽)

-재갈 물린 감옥 같은 현실과, 그 현실로부터 격리된 존재들이 나누는 교감의 아이러니. 네신은 소설 결말부에 또 하나의 반전을 묻어두고 독자들을 야릇하게 웃긴다. 그 웃음은 물론 아주 복잡한 감정이 실린 웃음이다(*19세기 러시아 작가 고골을 문득 떠올리게 한다).(최윤필기자)

 

06. 0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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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29 21:10   좋아요 0 | URL
아, 빨리 보고 싶어요. 책 올려면 기다려야 하는데 넘 기대되요^^

로쟈 2006-07-29 21:21   좋아요 0 | URL
저도 물만두님의 리뷰가 기대됩니다.^^
 

다소 특이한 제목의 책 <유명짜한 스타와 예술가는 왜 서로를 탐하는가>(현실문화연구, 2006)가 예술분야의 신간으로 나왔다. 저자 존 워커나 이 책에 대해서 아는바 없지만, 관련 리뷰들이 눈길을 끌길래 옮겨놓는다. 관심이 맞으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문화일보(06. 07. 28) 스타와 예술가는 ‘상생의 동지’

-원제는 ‘아트 앤드 설레브리티(Art and Celebrity·예술과 명성)’. 요즘 유행에 따라 제목을 자극적으로 ‘가공’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명성을 얻으려 한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5가지로 나눴다. 먹고 입고 자는 본능, 그 다음에 안전에 대한 욕구, 세번째가 존경받는 집단에 속하는 욕구, 네번째가 거기서 존경받는 것이다. 마지막이 이 모든 것을 극복한 자아실현, 동양적으로 말하면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다(*매슬로의 주저인 <존재의 심리학>은 두어 종의 번역본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이름은 심리학 개론 시간에 처음 접했었다).

 

 

 



-이 욕망의 단계는 보통 하나를 거쳐 다음 단계에 이르기 때문에 ‘욕망의 사다리’라고도 불린다. 통상 30%에 달하는 사람들이 본능적 욕구충족에 매달리며 ‘남 탓’을 주로 하고, 60%에 달하는 보통 사람들은 욕망의 사다리에 세번째까지 올라 ‘나도 한때 꿈이 있었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10% 정도에 달하는 사람이 4단계 ‘존경’의 지점에 올라 부와 명성을 자랑한다. 마지막 단 계 깨달음을 얻는 사람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디나 적다.

-명성은 세계 경제의 주요 통화다. 뉴스에서 최고의 가치이고, 자선사업의 주된 추진력이다. 그것은 아이디어와 정보, 즐거움을 받는 유력한 수단이다. 지금 세계에서 명성의 서명없이 움직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명성’의 대명사인 대중예술 스타와 미술가의 관계를 풍부한 사례를 들며 해부했다. ‘깨달음’에는 이르지 못한, 어떻게 보면 천격 자본주의의 결과인 이런 ‘명성’들이 어떻게 예술과 ‘악어와 악어 새’의 공생관계를 이루는지 파헤친 시각이 자못 신랄하다. 물론 이런 공생은 미술계에만 있지 않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전 반에 확산돼 있다.



 

 

 

-스타와 예술가는 부단한 노력과 타고난 재능으로 명성을 추구하고 획득한다. 명성은 이들이 살아가는 기반이다. 스타와 예술가 는 자신의 명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동지적 관계다. 서로 상호보완적이며, 친구이고, 모델이고, 고객이다. 마돈나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수집하며 팝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뛰어난 예술적 안목을 선전했다. 칼로도 마찬가지다.



-마돈나가 수집하는 그림이라 더욱 유명해졌고, 비싸졌다. 미국 조각가 토머스 숌버그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연기한 영화 ‘록키 ’를 청동조각으로 만들어 유명해졌고, 메릴린 먼로는 앤디 워홀을 비롯해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으로 만들어져 먼로 신화를 강화하고, 또 그것을 만든 작가들에게 부와 명성을 안겨줬다. 스탤론을 비롯, 영화배우 데니스 호퍼 등은 대단한 예술품 수집가다.

-명성의 장점은 대단하다. 우선 확실한 보장은 없지만 후세 사람들에 의해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비평가들과 화랑으로부터 아첨, 칭찬과 찬미를 듣는다. 딜러, 수집가, 큐레이터 등 소비자의 수요가 높아진다. 위임, 사업과 상업적인 선전의 기회, 서훈 및 수상의 기회가 많아지며 티셔츠, 넥타이, 복제품 등 관련 문화상품의 판매액이 높아진다. 언론의 인터뷰와 사진촬영 의뢰가 많아 진다. 음식점과 거리에서 일반사람들이 알아보며 사교적 초대와 국가원수 등 VIP들과 어울릴 기회가 생긴다. 잘 입고, 잘 먹고, 큰 집에서 안정적이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명성의 단점도 만만치 않다. 이런 예술은 대체로 아마추어적이고 모험성이 없다. 스타일 면에서 자연주의적이거나 사진과 같은 사실주의 경향을 띠며 미적인 질에서 수준이 낮다. 키치이거나 키치를 모방한다. 언론의 관심을 탐하는 경향이 있고, 대개 가치있는 사람들의 주목을 덜 받는다. 보통 사후에 관심이 크게 떨어진다.

-명사들끼리 어울리며 자신의 뿌리와 보통사람들과의 접촉을 잃게 된다.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여 왜곡된 자아가 기형적으로 커져 극도로 이기적이고, 거만하게 된다. 자기비판능력을 상실하면서 자신의 작품이 형편없을 때 더 이상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대중의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극단적이 되기도 한다. 마약과 알코올 에 빠져 자살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마지막 명성’이기도 하다(*'명성의 마지막'이기도 하겠다).(김승현 기자)

 한국일보(06. 07. 29) 스타와 예술은 연애 중

-조지 루카스 감독의 영화 <스타 워즈>가 버전업 돼 온 것은 제목 덕도 크다. ‘행성’들의 싸움으로도, ‘영웅’들의 격돌로도 읽힐 수 있는 중의법. 스타 또는 영웅은 시대를 초월해 인간들을 매혹시켜 왔다. 이 시대, 그 존재는 포스트모더니즘 논리와 가상 현실 등 기술력에 힘입어 더욱 막강한 권력이 돼 인간의 의식과 실제 생활을 좌우하고 있다(*사진은 1965년 육체파 여배우 라켈 웰치와 함께 '그녀의 추상' 앞에 자리한 살바도르 달리 - 337쪽).

-이 책은 상품과 작품의 경계를 아슬아슬 넘나들며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자본주의적 현상에 대한 탐구서다. 스타는 예술을 탐닉하고, 예술은 기꺼이 스타를 위해 복무하는 현실을 파헤친다. 어느 것이 닭이고, 또 달걀인가.

-영국의 미술 비평가인 저자는 자신의 명성을 확대 재생산해 낸다는 목표를 두고 본다면 둘은 윈-윈의 관계라고 규정한다. 마돈나, 실베스타 스탤론, 론 우드(롤링 스톤스의 기타리스트) 등 팝스타들이 작품의 모티브로서 등장하는 미술품에서 그들은 미술 작품의 객체다. 그와 반대로 배우 안소니 퀸, 가수 데이비드 보위나 폴 매카트니 등은 직접 작품을 창작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큰 흐름속에서 스타와 예술은 함께 안주하는 방식을 찾은 것이다.

 

 

 

 

-팝아트에게 스타들의 이미지는 영감의 원천이다. 그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뮬라시옹 이론을 만나 진지한 원군을 만난다. 모방이 깊어져 원본, 즉 현실을 앞질러 흉내내게 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가 되기도 한다. 오사마 빈 라덴도 일단 그 회로에 들어가면 단단히 망가져야 한다. 세계사는 위인들의 역사가 아니다. 여기서는 역사적 영웅들 역시 단단히 망칠 각오를 해야 한다(*지면기사와는 문장이 약간 다르다).

-그러나 한 사람, 마오도 레닌도 난도질당하는 그 곳에서도 체 게바라만은 영원한 연인이다. 앤디 워홀, 오노 요코, 장 바스키아 등 현재 미술계의 스타들은 누구인지, 각각 상술한 것도 체 게바라의 비범함을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20세기초의 좌파 혁명에서 칼 리프크네히트와 로자 룩셈부르크가 성공했더라면 인간적 사회주의가 탄생했을 것이라며 잃어버린 역사를 돌이켜 보게도 한다.

-말미에 저자는 이 시대 예술가들에게 숙제 하나를 던진다. 2001년 세계를 뒤흔든 9ㆍ11 테러는 미술적으로 엄청난 도전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9.11 이후의 예술'에 대해서 물어야 한다는 것). 돈과 명성, 언론의 관심을 끌고 관람객들에게 충격을 주고 이들을 즐겁게 해주려는 욕심에서 예술 스타들을 만든 미술은 진정한 미학적 특성과 지적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충고는 지금 한국 미술계가 새겨 들어야 할 충고이기도 하다.



-‘예술과 명성’(Art And Celebrity)이라는 점잖은 원제에 ‘짜하다’(소문이 왁자하다, 잘 알다)라는 뜻의 시쳇말을 얹어 원저의 하중을 덜고 한국 독자들에게 다가서려 한 편집진의 노력이 전편에 펼쳐져 있다. 예를 들어 ‘마돈나와 침대에서’(*어떤 작품인지?), ‘셰어 게바라’(팝스타 셰어와 체 게바라의 얼굴을 합성한 작품)등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70여점의 관련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는 분명 이 책이 주는 과외의 소득이다.(장병욱 기자)

06. 07. 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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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2006-07-3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이 작품이 아니라 알렉 케시시안 감독의 'In bed with madonna'라는 다큐멘터리의 포스터에 저 사진이 쓰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마돈나의 진실 혹은 대담'이란 제목으로 개봉되고 출시된걸로 기억합니다. 기사대로라면 장병욱 기자가 착각했군요.. 적어도 이 책을 통해 '마돈나와 침대에서'라는(영화의 포스터사진이라면 모를까) 작품을 감상할 기회는 없을것 같은데요. 책의 부록으로 dvd를 딸려 준다면 그럴수도 있겠지만.ㅋ

로쟈 2006-08-02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제가 책을 확인해보지 않아서 그런데(<진실 혹은 대담>을 저는 극장에서 봤었습니다), 'In bed with madonna'라는 작품이 따로 있는 것 같지 않더라구요...
 

2003년 3월에 씌어진 걸로 돼 있는 '최근에 나온 책들: 에피소드(11)'에서 나는 이렇게 적어놓은 적이 있다.

"하여간에 이 자서전(*아시모프의 자서전)이 절판된 것은 좀 아쉽다. 그렇게 절판된 자서전들 가운데 또 기억나는 것은 <털없는 원숭이>의 저자인 동물학자 데즈몬드 모리스의 <옷을 입은 원숭이>(샘터사)이다. 다소 엉뚱한 제목으로 번역됐지만(원제는 '동물들과의 나날'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김석희씨의 번역이고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모리스의 책들이 대부분 출간된 거에 견주면, 이미 번역돼 있는 그의 자서전이 '묵혀' 있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묵혀 있던 책이 드디어 출간됐다(이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제목은 <나의 유쾌한 동물 이야기>(한얼미디어, 2006)로 바뀌었고, 출판사도 한얼미디어로 옮겨갔지만, 역자는 그대로이다(역자는 <털없는 원숭이>(정신세계사, 1991)도 옮긴 바 있다). '데스몬드' '데즈몬드' '데즈먼드' 등은 다 같은 사람 '모리스'의 이름이다.

아직 언론에 아무런 책소개 떠 있지 않아서 알라딘의 소개를 잠시 옮겨오면, "<털없는 원숭이>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국의 저명한 동물학자 데스먼드 모리스의 자전적 에세이"이고, "유년기에 동물과 동물학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는 과정, 스승인 콘라트 로렌츠와 니코 틴베르헨과의 만남, TV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동했던 경험, 런던동물원 포유류관장 시절에 일어난 갖가지 에피소드를 경쾌한 문체로 담았다."

로렌츠와 틴버겐 같은 그의 스승들은 노벨상을 공동수상했다. 옥스포드대 출신인 모리스는 니코 틴버겐의 직속 제자이다(모리스는 창가시고기를 연구했다). 근데, <동물의 사회행동>의 저자 '니코 틴버겐Nikolaas Tinbergen'의 표기가 '니코 틴베르헨'으로 바뀐 모양이다. 출생지가 네덜란드라서인가? 전공자들도 다들 관례적으로 '니코 틴버겐'이라고 쓰고 있는지라 내게도 '틴버겐'이란 이름이 더 친숙하다(게다가 내가 알기로 그는 반평생 이상을 영국 대학의 교수로 살았다). 같은 성의 이름으론 네덜란드인 얀 틴베르헨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적이 있군...  

소개를 마저 옮기면, "수줍고 내성적인 아이였던 지은이가 어떻게 뛰어난 동물학자이자 세계적인 논쟁을 일으킨 저술가로 성장했는지를 돌이켜 보면서 학문을 하는 지은이의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우리가 더 진지해질 수 없다면, 즐기기나 하자" "내속에 있는 '엉터리 배우'와 '진지한 학자'는 아직도 서로 싸우며 번갈아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그의 말을 통해 동물학에서 어린아이의 순수한 재미를 찾아가는 지은이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그 '엉터리 배우'와 '진지한 학자'는 나도 느끼는 바인데, 굳이 자책할 필요는 없겠다.)

이 자서전에는 기억에 그림을 그리는 침팬지 콩고 이야기도 나오는데, 작년 뉴스기사에는 이런 것도 있다(같은 종류의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세계일보(05. 06. 21) 침팬지가 그린 추상화 3점 2600만원에 팔렸다

-침팬지가 그린 추상화 3점이 20일(현지시간) 영국의 한 경매장에서 2만5620달러(약 2600만원)에 팔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영국 경매회사 본엄스는 ‘콩고’라는 침팬지가 1957년 그린 추상화 3점을 경매에 부친 결과 하워드 훙이라는 미국인이 낙찰가 외에 웃돈을 얹어 2만6352달러에 샀다고 밝혔다. 추상화들의 예상 낙찰가는 1000∼1500달러 정도였다.

-본엄스의 현대미술 담당자는 “우리는 이 그림이 얼마만큼의 가치인지를 전혀 알지 못했다”며 “단지 (특이함이라는) 즐거움을 위해 경매장에 내놨다”고 말했다. 그는 침팬지의 작품이 팔린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매에는 앤디 워홀과 르누아르의 작품도 선보였지만, 침팬지가 그린 추상화의 인기에 가려 팔리지 않았다.

-콩고는 1954년 영국 동물원에서 태어나 2∼4살 무렵에 약 400점의 데생과 유화를 남긴 뒤 1964년 결핵으로 죽었다. 이 침팬지는 연필과 붓을 받아들 때 다른 침팬지들과 달리 재빨리 사용법을 익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품’이 완성된 뒤에는 붓과 연필 잡기를 거부해 ‘마구잡이로 그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콩고를 세상에 처음 소개한 사람은 <털 없는 원숭이>의 저자로 유명한 데즈먼드 모리스. 1957년 콩고의 그림들을 모아 런던의 한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한 그는 “침팬지들이 인간 예술의 몇몇 요소를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 자세한 건 이 자서전을 참조하시길...

06. 07. 28.

P.S. 보다 자세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한겨레의 리뷰를 옮겨놓는다. 필자는 임종업 기자이다.

한겨레(06. 08. 04) 기어이 한마리의 동물이 되고 만 동물학자

-데스먼드 모리스(1928~ )는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털없는 원숭이> <인간 동물원> <접촉> <맨워칭> <바디워칭> 등이 번역 소개돼 비교적 낯익다. 이번에 나온 <나의 유쾌한 동물 이야기>(한얼미디어)는 지은이가 쉰한 살 때인 1979년 출간한 것으로 지은이의 관심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옮아간 시점까지의 역정이다. 일종의 학문적 성장기다.

-할아버지 유품인 놋쇠 현미경과 <위장과 내장의 비교해부학 입문>이란 책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동물에 매혹된 그는 집, 정원, 차고를 수집한 야생동물로 채웠다. 그는 “토끼굴로 내려간 앨리스처럼 현미경의 대롱 속으로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그 세계에 매료됐다. 그를 과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한 이는 기숙학교의 ‘버터컵’이라고 불렀던 동물학 선생님. ‘올챙이적에 배운 것은 두꺼비가 되어서도 기억될까’라는 호기심은 좋은 스승을 만나면서 탐구열로 바뀌었다. 버터컵 선생님은 동물학을 배우는 방법을 가르칠 뿐, 스스로 질문을 하는데 숙달되도록 만들어주었다.

-두번째 스승인 네덜란드 동물행동학자 틴베르헨(1907~1988)을 만난 것은 버밍엄 의대 특별강연 때. 그는 “한 시간 강연이 준 감동에서 빠져나왔을 때 과학도로서의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어떤 종교적 개종도 그보다 더 적극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회고했다. 모리스는 옥스퍼드에서 틴베르헨을 지도교수로 가시고기의 동성애적 성향을 밝히는 박사논문을 썼다.

-2차 대전이 터지면서 징집된 그는 부적응자로 부대를 전전하던 끝에 제대병한테 직업교육으로 미술을 가르친다. 이때 훗날 결혼하게 된 소녀 래모나를 만난다. 그가 동물을 좋아하는 것은 끝이 없어 뱀까지 좋아해 모리스와 천생연분 반려가 되었다. 모리스는 래모나가 진학한 옥스퍼드로 가기 위해 코피 터지게 공부해 버밍엄대학을 최우등 졸업한다.

-세번째 스승은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1903~1989). 1951년 강연을 듣고 모리스는 “그는 마치 빅토리아 시대의 신과 위대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훌륭한 에스키모개를 뒤섞어놓은 인물처럼 보였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육포를 주며 낯을 익힌 갈까마귀한테 성기를 물린 로렌츠의 경험을 ‘예비동작’이라는 동물행동학 용어를 쓰며 자세히 소개한다. 틴베르헨이 그를 동물학자로 세례를 주었다면 로렌츠는 견진성사를 베풀었다.

-모리스는 그후 런던동물원의 영화 텔레비전 책임자가 되어 그라나다텔레비전의 ‘동물원 시간’을 진행했다. 이때 최근의 동물학적 발견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데 주력했다. 예컨대 코브라의 춤은 피리 소리에 따른 것이 아니라 피리의 움직임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 등. 그후 런던동물원의 포유류관장이 된 그는 인간화한 동물로 가득찬 그곳을 야생에 근접한 환경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또 야생동물의 약탈을 줄이기 위해 일종의 동물 결혼상담소를 운영했다. 죽어서 동물원 호랑이가 된다는 아내의 유언을 믿고 찾아와 마누라 내놓으라고 호통치던 영감님, 나중에 <야성의 엘자>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조이 에덤슨이 자료와 사진을 들고와 책을 내고 싶다고 하던 일 등 일화를 소개한다.

-길들여진 침팬지 ‘콩고’한테 한개의 장을 할애한 것은 인상적이다. 그와 함께 텔레비전을 누빈 콩고는 합성문장을 만들고 그림을 그려 팬레터를 받는 등 인기를 끌었다. 콩고와의 마지막 만남을 이렇게 썼다. “나는 의사소통을 할 줄 모르고 제 마음을 설명하지 못하는 자폐증 아이의 아버지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내가 얼마나 미안하게 생각하는지를 말하고 싶어서 애가 탔다.”

잠간동안의 백수시절 아내와 함께 본 알타미라 동굴 벽화. 그림 속의 들소가 몸은 미세한 명암과 균형이 뛰어난 반면 다리가 뻣뻣한 것이 의아했다. 그는 살아있는 들소를 그려 풍요로운 사냥을 기원했다는 설에 이의를 제기하고 죽은 동물을 기리기 위해 그려진 것이라고 본다. 그럴 듯하다.

“나는 어떤 동물을 연구할 때마다 나 자신이 그 동물이 되었다. 나는 그 동물처럼 생각하려고 애썼으며 그 동물처럼 느끼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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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 2006-07-28 11:09   좋아요 0 | URL
얀 틴베르헨과는 한 형제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그래서 형제가 노벨상을 탄 영광을...^^;;

로쟈 2006-07-28 11:2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가문의 영광이네요.^^
 

사진작가 김중만의  '청춘시절' 전시회가 열린다고 한다. 그에 맞추어 사진집도 출간됐다. 'Sexually Innocent'(미메시스, 2006). 22살이면 순진한 나이인지 순진해 보이는 나이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때 찍은 사진 들이라고 한다. 테마는 대략 에로티시즘이고.

 

 

 

 

연예인 사진이 아니면 내가 작가에 대해 갖고 있는 기억은 언젠가 아프리카의 야생을 카메라에 담던 모습이다(그래서 내게는 '김중만=아프리카'이다). 이후에 언론에서도 자주 얼굴이 비쳐 '유명세'를 짐작하게 했지만, 이번 사진전은 그런 유명세와 무관한 시절의 '고독한' 작업이었을 법하다. 작가도 그런 때가 그리웠던 것일까? 전시회 관련기사 두 개를 옮겨놓는다.

파이낸셜뉴스(06. 07. 26) 사진작가 김중만의 ‘청춘 시절’을 훔쳐볼수 있는 사진전이 열린다. 경기도 양평 사진갤러리 와(瓦·WA)에서 8월17일까지 전시되는 ‘Sexually Innocent 김중만:1975’전은 22살 청년의 김중만이 젊음의 방랑 고뇌와 함께 자유와 사랑을 담은 작업들이다. 작가로서 출발점이 되는 김중만의 초기작업이다.

-당시 김중만은 프랑스 니스 국립응용미술대학에서 서영화를 전공하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김중만의 에로티시즘을 느낄수 있는 사진들로 여성과 자연풍경을 찍은 흑백사진 50점이 전시된다. 김중만은 75년 프랑스 니스의 아뜰리에 장피에르 소아르디에서 개인전을 시작으로 77년 프랑스 오늘의 사진전에 참여해 젊은 작가상을 받았다. 현재 스튜디오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운영하고 있다.

뉴시스(06. 07. 18) 경기도 양평 사진 갤러리 瓦 WA에서 초대 기획된 ‘Sexually Innocent Kim, Jung-Man: 1975’ 전은 1975년 당시 22살 청년 김중만의 젊음의 방랑, 고뇌와 함께 자유와 사랑을 담은 작업들이다.



-김중만은 프랑스 니스 국립 응용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업들은 김중만의 에로티시즘(Eroticism)을 느낄 수 있는 사진들로서 여성과 자연 풍경을 찍은 흑백 사진 50여점이 전시된다. 습작 시기를 거쳐 작가로서의 출발점이 되는 김중만 초기의 작업이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성의 이미지를 암시하는 여성과 자연 풍경을 담은 은유적 기법의 사진들은 직접적 성 행위보다 오히려 더욱 에로틱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에로티시즘은 심층적 심리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자기만의 세계에 심취한 여성을 통해 생명의 환희와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가장 김중만다운 작업으로 그의 순수한 성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Sexually Innocent Kim, Jung-Man: 1975’ 사진전은 7월15일부터 8월 16일까지 진행된다.

06. 0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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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다 2006-07-29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의 이미지를 암시하는 여성과 자연 풍경을 담은 은유적 기법의 사진들은 직접적 성 행위보다 오히려 더욱 에로틱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제가 눈이 어두워서인지, 순진하지 않아서인지 전혀 에로틱한 감정이 들지 않는군요.^.^

로쟈 2006-07-2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사진들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좀 다른 게 있지 않을까요?^^

작것 2006-12-19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계..를 말하고 싶은건가.
 

대규모 러시아문화 페스티벌이 개최된다고 한다. 오늘자 한국일보가 전하는 소식이다. '올 가을 러시아 예술이 몰려온다'란 제하에 오미환 기자가 정리해주고 있는 내용을 옮겨온다. 대신에 기사는 축제 홈페이지를 참조하여 몇 가지 보충하면서 재구성했다.

 한국일보(06. 07. 27) 올 가을 러시아 예술이 몰려온다

-러시아 문화의 오늘을 소개하는 대규모 페스티벌이 올 가을 서울과 성남에서 열린다. 한국과 러시아 수교 기념일(9월 30일)을 앞두고 9월 15일부터 열흘 간 ‘한-러 교류축제’라는 이름으로 음악, 무용, 오페라, 연극 공연과 미술 전시회가 이어진다.

-러시아는 광대한 영토 만큼이나 문화의 폭과 깊이가 대단한 나라다. 푸시킨,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 거인들로 우뚝한 문학 뿐 아니라 발레, 오페라, 음악, 미술,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찬란한 전통을 지닌 예술 강국이다.

-이번 축제는 러시아의 과거가 아닌 현재에 초점을 맞춰 1980년대 말 개혁 개방 이후 지금까지, 즉 오늘의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화를 집중 소개한다. 성남아트센터를 중심으로 열리는 총 6개의 공연 중 모스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올가 포나의 첼랴빈스크 현대무용단만 빼고 다 한국이 첫 방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올해 탄생 100주년인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나 또한 가장 기대를 갖게 되는 작품이다). 한국 초연인 이 작품은 대담한 음악과 에로티시즘 때문에 스탈린 시절 10년간 공연이 금지됐다. 줄거리는 부자와 결혼했지만 권태와 억압에 짓눌린 한 여인의 일탈이 불륜과 살인을 거쳐 자살로 끝난다는 내용이다. 공연예술 분야에서 러시아 최고 영예인 황금마스크 상을 11번이나 받은 헬리콘 오페라단이 가져와서 선보인다.

 

 

 

 

(*)이 오페라의 원작이 이전에 소개한 바대로 얼마전에 번역된 레스코프의 소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소담, 2006)이다. 헬리콘 오페라단?(러시아어로는 '겔리콘') "러시아 국내외에서 60 여 편이 넘는 오페라를 연출하며 ‘러시아 국민 예술가' 칭호를 수여받은 드미트리 버트만 . 그가 러시아의 젊고 재능있는 배우들과 음악가들을 모아 창단한 오페라단이 헬리콘 오페라단"이란다. "1990 년 4 월 10 일 에 창단한 이 헬리콘 오페라단은 7 명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350 명이라는 대규모로 성장한 무서운 오페라단이다 . 한 해 200 회 이상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며 각각 다른 분야에서 11 개의 황금 마스크상을 수상하였고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까지 인기와 호평을 동시에 누리며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홈피는 http://www.helikon.ru/)  

(*)이번 공연의 의의: "쇼스타코비치의 대표적인 오페라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 는 인간 내면의 본성을 발가벗긴다는 점에서 기존의 고전 오페라와는 상당한 차이를 느낄 수 있으며 다양한 음악적 표현기법이 생동감을 불어넣어 오페라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다.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의 대미 가 될 이번 공연은 한국 초연 이자 러시아 오페라단이 노래하는 러시아 오페라 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보기 드문 무대가 될 것이다." 참고로 오페라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1막 - 남편 지노비는 집을 비우고

제1장 지노비의 젊은 부인 카테리나는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이도 없고, 남편은 지루하고, 날로 쌓여가는 집안일은 카테리나를 미치게 한다. 시아버지 보리스는 결혼한 지 5 년이 지났음에도 자식 하나 낳지 못한다며 카테리나를 못마땅해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지노비가 집을 잠시 떠나있게 되고 보리스는 카테리나에게 정절 맹세를 강요한다. 카테리나는 일꾼 세르게이에게 일탈적 매력을 느끼는데...

제2장 요리사 악시냐는 새로 들어온 하인 세르게이에 대한 소문을 카테리나에게 전한다. 전주인과의 불륜으로 쫓겨나 이리로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세르게이는 집안 하인들과 작당하여 악시냐를 겁탈하려 하는데 이 장면을 카테리나가 목격한다. 이를 말리려던 카테리나는 세르게이와 크게 다투는데 강하게 자신을 누르는 그에게 카테리나는 일탈적 매력을 느낀다.

제3장 세르게이는 책을 빌리러 왔다는 핑계를 둘러대며 그녀의 방문을 두드리고 몸이 한참 달아있던 카테리나는 세르게이와 돌이킬 수 없는 뜨거운 밤을 보낸다.

제2막 - 불륜을 들킨 카테리나와 세르게이는 보리스를 독살한다

제4장 며느리에게 음흉한 생각을 품고 있던 보리스는 카테리나의 방 주위를 서성이다 그녀의 방에서 나오는 세르게이를 목격하고는 분노를 터트린다. 보리스는 세르게이를 그 자리에서 붙잡아 채찍으로 마구 두들겨 패고는 창고에 가두어 버린다. 허기를 느낀 보리스는 카테리나에게 음식을 좀 가져오라며 시키는데 앙심을 품은 그녀는 쥐약을 탄 버섯요리를 가져다 먹인다. 시아버지를 독살한 카테리나는 바로 창고로 달려가 세르게이를 풀어준다. 집으로 돌아온 지노비 역시 그들에게 살해당하는데...

제5장 장례식을 가식으로 치른 카테리나는 마음 놓고 세르게이와 한 침대를 쓰며 지내지만 보리스의 혼이 그녀를 가만두질 않는다. 집으로 돌아온 지노비는 아내의 부정한 행각 앞에 카테리나를 책망하며 몰아세운다. 나름 화가 난 그녀는 세르게이와 합세하여 지노비를 살해하고 그 시체를 포도주 창고에 숨겨 버린다.

제3막 - 많은 죄악에도 불구하고 카테리나와 세르게이는 결혼식을 올린다

제6장 남편이 실종된 것으로 소문을 낸 카테리나는 마음을 짓누르는 죄의식에도 불구하고 세르게이와의 결혼식을 거행한다. 결혼식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한 소작농이 정신없는 틈을 타 포도주를 훔쳐 마시려고 창고에 몰래 들어간다. 창고에서 지노비의 시체를 발견한 그는 기겁하여 경찰서로 달려간다. 결혼식장에서 체포당한 카테리나와 세르게이.

제7장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바로 결혼식장으로 달려오지만 초대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구에서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인다.

제8장 한편 포도주 창고 자물쇠가 부서져 있는 것을 발견한 카테리나는 집안의 돈을 챙겨 달아나려고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카테리나와 세르게이는 살인죄로 실형 선고를 받는다.

제4막 - 수용소로 끌려가는 중 세르게이는 여자 죄수 소네트카에게 추파를 던지는데

제9장 카테리나와 세르게이는 시베리아 강제 노동 수용소로 끌려 가고 있다. 카테리나는 보초를 매수하여 세르게이를 어렵게 만나지만 그는 이미 카테리나에게 싫증이 날만큼 나있다. 세르게이는 새로 알게 된 소네트카의 환심을 사려고 카테리나를 꾀어 그녀의 양말을 빼앗아 낸다. 소네트카가 춥다며 따뜻한 양말 한 켤레를 구해다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랑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카테리나는 시아버지와 남편의 저주를 느끼며 소네트카를 급류 속으로 떠밀고 스스로도 몸을 던진다. 두 여인의 익사를 뒤로 하고 죄수들은 수용소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유럽에서 10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린 여성 2인조 팝 그룹 타투(t.A.T.u), ‘러시아의 비틀스’로 불리는 러시아 최초의 록 밴드 ‘더 플라워즈’(The Flowers)의 첫 내한도 예정돼 있다.

 

 

 

-2000년에 결성된 타투는 2003년 발표한 음반 ‘All The Things She Said’ 로 영국에서 4주 연속 싱글 차트 1위,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3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우리나라에서도 플래티넘의 판매고를 올렸다(*타투의 음반은 이미 국내에도 여러 장 나와 있으므로 더 이상의 소개는 불필요하겠다(http://www.youtube.com/watch?v=C37TVelsPiQ). 사실 노래보다는 동성애 코드와 섹스어필로 유명해진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1969년 결성된‘더 플라워즈’는 진부한 구 소련의 팝을 깨부순 혁명가들. 서구사상과 히피를 추종한다는 이유로 강제 해산되기도 했던 이 팀은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고, 러시아 밴드로는 처음으로 세계 순회공연을 했다(*홈피는 http://www.flowersrock.ru).

-이번 축제에서 이들은 한국인 3세로 러시아 록의 영웅인 빅토르 최 추모공연을 한다(*과문한 탓에, '더 플라워즈'(러시아어로는 '츠베뜨이')의 노래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러시아의 비틀즈? 하긴 꽃이 있으면 벌레도 끼는 법이지. 아무튼 '빅토르 최' 추모공연이라니까 구미가 당긴다. 성남아트센터가 어디에 있는 건가?)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러시아 미술을 소개한다. 이밖에 그림자극과 피아노 라이브 연주를 결합해 환상적 무대를 연출하는 러시아 극단 뗀의 ‘그림자 극장’(*Ten'이 러시아어로 그림자란 뜻이다), 올가 포나의 첼랴빈스크 현대무용단의 최신작 공연, 모스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팝스콘서트 등이 준비돼 있다(축제 홈페이지는 http://www.russianfestival.co.kr)

 

 06. 07. 27.

P.S. 중앙일보의 이장직 음악전문기자가 쓴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중앙일보(06. 08. 04) '스탈린 열 받게' 한 바로 그 오페라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75)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오페라 대표작 '므첸스크 (마을)의 맥베스 부인'이 세계 각지에서 대거 상연된다. 9월 30일~10월 17일 일곱 차례 무대에 올리는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 프로덕션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2006~2007년 시즌에 토론토 캐나디언 오페라(8회), 제네바 그랑 테아트르(6회), 모스크바 볼쇼이 오페라(3회), 라트비아 국립 오페라(3회), 비스바덴 오페라(1회)가 '맥베스 부인'에 도전한다.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키로프 오페라단이 20일 런던 프롬스 축제, 내년 2월 4일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콘서트 형식으로도 상연한다.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 마침내 국내 초연된다. 내달부터 열리는 '2006 한러교류축제'(중앙일보.SBS프로덕션 공동주최)의 일환으로 내한하는 모스크바 헬리콘 오페라단의 무대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맥베스 부인'을 번안한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소설이 원작. 억압과 굴종의 굴레에서 해방을 갈구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

-1934년 1월 22일 상트 페테르부르크 초연 당시 2년간 180회나 상연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2년 후인 36년 1월 소문을 듣고 궁금해 하던 스탈린이 당 간부들을 거느리고 직접 객석에 나타났다. 이틀 후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가 '음악이 아닌 혼란'이라는 제목의 비판 기사를 게재했다. '불온한 좌파가 만들어낸 불협화음'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와 남편을 살해하는 장면이 암살의 공포에 떨고 있던 스탈린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스탈린은 자신의 모습이 등장인물 중 경찰관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를 신호탄으로 러시아 작곡계에는 검열의 회오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 유명한'상연 금지'조치는 러시아 음악사에서 가장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남아있다.

-스탈린이 사망한 지 10년 후인 1963년 1월 8일 모스크바 스타니슬라브스키 극장에서 상연된 '카테리나 이즈마일로바'는 이 작품의 수정판이다. 음색의 급격한 대조, 불협화음, 노골적인 에로티시즘을 상당히 순화시킨 것이다. 침실에서 벌어지는 여주인공의 유혹 장면의 리얼리티도 훨씬 반감됐다. 소련 당국의 상연 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자기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의 팔 다리를 잘라내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는 얘기다.

-헬리콘 오페라단은 볼쇼이 오페라나 마린스키 극장 같은 유명 단체는 아니지만 러시아 최고 권위의 황금가면상을 11회나 수상한 실력파 오페라단이다. 연출가 드비트리 버트만이 젊은 예술가들을 모아 1990년에 창단했다. 단원 7명으로 출범했지만 지금은 350명 규모로 급성장했다. 무엇보다도 헬리콘 오페라단의 장점은 기존 레퍼토리의 현대적 재해석이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을 누비면서 러시아 오페라의 진수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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