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러시아문화 페스티벌이 개최된다고 한다. 오늘자 한국일보가 전하는 소식이다. '올 가을 러시아 예술이 몰려온다'란 제하에 오미환 기자가 정리해주고 있는 내용을 옮겨온다. 대신에 기사는 축제 홈페이지를 참조하여 몇 가지 보충하면서 재구성했다.

 한국일보(06. 07. 27) 올 가을 러시아 예술이 몰려온다

-러시아 문화의 오늘을 소개하는 대규모 페스티벌이 올 가을 서울과 성남에서 열린다. 한국과 러시아 수교 기념일(9월 30일)을 앞두고 9월 15일부터 열흘 간 ‘한-러 교류축제’라는 이름으로 음악, 무용, 오페라, 연극 공연과 미술 전시회가 이어진다.

-러시아는 광대한 영토 만큼이나 문화의 폭과 깊이가 대단한 나라다. 푸시킨,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 거인들로 우뚝한 문학 뿐 아니라 발레, 오페라, 음악, 미술,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찬란한 전통을 지닌 예술 강국이다.

-이번 축제는 러시아의 과거가 아닌 현재에 초점을 맞춰 1980년대 말 개혁 개방 이후 지금까지, 즉 오늘의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화를 집중 소개한다. 성남아트센터를 중심으로 열리는 총 6개의 공연 중 모스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올가 포나의 첼랴빈스크 현대무용단만 빼고 다 한국이 첫 방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올해 탄생 100주년인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나 또한 가장 기대를 갖게 되는 작품이다). 한국 초연인 이 작품은 대담한 음악과 에로티시즘 때문에 스탈린 시절 10년간 공연이 금지됐다. 줄거리는 부자와 결혼했지만 권태와 억압에 짓눌린 한 여인의 일탈이 불륜과 살인을 거쳐 자살로 끝난다는 내용이다. 공연예술 분야에서 러시아 최고 영예인 황금마스크 상을 11번이나 받은 헬리콘 오페라단이 가져와서 선보인다.

 

 

 

 

(*)이 오페라의 원작이 이전에 소개한 바대로 얼마전에 번역된 레스코프의 소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소담, 2006)이다. 헬리콘 오페라단?(러시아어로는 '겔리콘') "러시아 국내외에서 60 여 편이 넘는 오페라를 연출하며 ‘러시아 국민 예술가' 칭호를 수여받은 드미트리 버트만 . 그가 러시아의 젊고 재능있는 배우들과 음악가들을 모아 창단한 오페라단이 헬리콘 오페라단"이란다. "1990 년 4 월 10 일 에 창단한 이 헬리콘 오페라단은 7 명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350 명이라는 대규모로 성장한 무서운 오페라단이다 . 한 해 200 회 이상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며 각각 다른 분야에서 11 개의 황금 마스크상을 수상하였고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까지 인기와 호평을 동시에 누리며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홈피는 http://www.helikon.ru/)  

(*)이번 공연의 의의: "쇼스타코비치의 대표적인 오페라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 는 인간 내면의 본성을 발가벗긴다는 점에서 기존의 고전 오페라와는 상당한 차이를 느낄 수 있으며 다양한 음악적 표현기법이 생동감을 불어넣어 오페라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다.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의 대미 가 될 이번 공연은 한국 초연 이자 러시아 오페라단이 노래하는 러시아 오페라 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보기 드문 무대가 될 것이다." 참고로 오페라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1막 - 남편 지노비는 집을 비우고

제1장 지노비의 젊은 부인 카테리나는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이도 없고, 남편은 지루하고, 날로 쌓여가는 집안일은 카테리나를 미치게 한다. 시아버지 보리스는 결혼한 지 5 년이 지났음에도 자식 하나 낳지 못한다며 카테리나를 못마땅해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지노비가 집을 잠시 떠나있게 되고 보리스는 카테리나에게 정절 맹세를 강요한다. 카테리나는 일꾼 세르게이에게 일탈적 매력을 느끼는데...

제2장 요리사 악시냐는 새로 들어온 하인 세르게이에 대한 소문을 카테리나에게 전한다. 전주인과의 불륜으로 쫓겨나 이리로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세르게이는 집안 하인들과 작당하여 악시냐를 겁탈하려 하는데 이 장면을 카테리나가 목격한다. 이를 말리려던 카테리나는 세르게이와 크게 다투는데 강하게 자신을 누르는 그에게 카테리나는 일탈적 매력을 느낀다.

제3장 세르게이는 책을 빌리러 왔다는 핑계를 둘러대며 그녀의 방문을 두드리고 몸이 한참 달아있던 카테리나는 세르게이와 돌이킬 수 없는 뜨거운 밤을 보낸다.

제2막 - 불륜을 들킨 카테리나와 세르게이는 보리스를 독살한다

제4장 며느리에게 음흉한 생각을 품고 있던 보리스는 카테리나의 방 주위를 서성이다 그녀의 방에서 나오는 세르게이를 목격하고는 분노를 터트린다. 보리스는 세르게이를 그 자리에서 붙잡아 채찍으로 마구 두들겨 패고는 창고에 가두어 버린다. 허기를 느낀 보리스는 카테리나에게 음식을 좀 가져오라며 시키는데 앙심을 품은 그녀는 쥐약을 탄 버섯요리를 가져다 먹인다. 시아버지를 독살한 카테리나는 바로 창고로 달려가 세르게이를 풀어준다. 집으로 돌아온 지노비 역시 그들에게 살해당하는데...

제5장 장례식을 가식으로 치른 카테리나는 마음 놓고 세르게이와 한 침대를 쓰며 지내지만 보리스의 혼이 그녀를 가만두질 않는다. 집으로 돌아온 지노비는 아내의 부정한 행각 앞에 카테리나를 책망하며 몰아세운다. 나름 화가 난 그녀는 세르게이와 합세하여 지노비를 살해하고 그 시체를 포도주 창고에 숨겨 버린다.

제3막 - 많은 죄악에도 불구하고 카테리나와 세르게이는 결혼식을 올린다

제6장 남편이 실종된 것으로 소문을 낸 카테리나는 마음을 짓누르는 죄의식에도 불구하고 세르게이와의 결혼식을 거행한다. 결혼식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한 소작농이 정신없는 틈을 타 포도주를 훔쳐 마시려고 창고에 몰래 들어간다. 창고에서 지노비의 시체를 발견한 그는 기겁하여 경찰서로 달려간다. 결혼식장에서 체포당한 카테리나와 세르게이.

제7장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바로 결혼식장으로 달려오지만 초대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구에서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인다.

제8장 한편 포도주 창고 자물쇠가 부서져 있는 것을 발견한 카테리나는 집안의 돈을 챙겨 달아나려고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카테리나와 세르게이는 살인죄로 실형 선고를 받는다.

제4막 - 수용소로 끌려가는 중 세르게이는 여자 죄수 소네트카에게 추파를 던지는데

제9장 카테리나와 세르게이는 시베리아 강제 노동 수용소로 끌려 가고 있다. 카테리나는 보초를 매수하여 세르게이를 어렵게 만나지만 그는 이미 카테리나에게 싫증이 날만큼 나있다. 세르게이는 새로 알게 된 소네트카의 환심을 사려고 카테리나를 꾀어 그녀의 양말을 빼앗아 낸다. 소네트카가 춥다며 따뜻한 양말 한 켤레를 구해다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랑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카테리나는 시아버지와 남편의 저주를 느끼며 소네트카를 급류 속으로 떠밀고 스스로도 몸을 던진다. 두 여인의 익사를 뒤로 하고 죄수들은 수용소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유럽에서 10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린 여성 2인조 팝 그룹 타투(t.A.T.u), ‘러시아의 비틀스’로 불리는 러시아 최초의 록 밴드 ‘더 플라워즈’(The Flowers)의 첫 내한도 예정돼 있다.

 

 

 

-2000년에 결성된 타투는 2003년 발표한 음반 ‘All The Things She Said’ 로 영국에서 4주 연속 싱글 차트 1위,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3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우리나라에서도 플래티넘의 판매고를 올렸다(*타투의 음반은 이미 국내에도 여러 장 나와 있으므로 더 이상의 소개는 불필요하겠다(http://www.youtube.com/watch?v=C37TVelsPiQ). 사실 노래보다는 동성애 코드와 섹스어필로 유명해진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1969년 결성된‘더 플라워즈’는 진부한 구 소련의 팝을 깨부순 혁명가들. 서구사상과 히피를 추종한다는 이유로 강제 해산되기도 했던 이 팀은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고, 러시아 밴드로는 처음으로 세계 순회공연을 했다(*홈피는 http://www.flowersrock.ru).

-이번 축제에서 이들은 한국인 3세로 러시아 록의 영웅인 빅토르 최 추모공연을 한다(*과문한 탓에, '더 플라워즈'(러시아어로는 '츠베뜨이')의 노래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러시아의 비틀즈? 하긴 꽃이 있으면 벌레도 끼는 법이지. 아무튼 '빅토르 최' 추모공연이라니까 구미가 당긴다. 성남아트센터가 어디에 있는 건가?)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러시아 미술을 소개한다. 이밖에 그림자극과 피아노 라이브 연주를 결합해 환상적 무대를 연출하는 러시아 극단 뗀의 ‘그림자 극장’(*Ten'이 러시아어로 그림자란 뜻이다), 올가 포나의 첼랴빈스크 현대무용단의 최신작 공연, 모스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팝스콘서트 등이 준비돼 있다(축제 홈페이지는 http://www.russianfestival.co.kr)

 

 06. 07. 27.

P.S. 중앙일보의 이장직 음악전문기자가 쓴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중앙일보(06. 08. 04) '스탈린 열 받게' 한 바로 그 오페라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75)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오페라 대표작 '므첸스크 (마을)의 맥베스 부인'이 세계 각지에서 대거 상연된다. 9월 30일~10월 17일 일곱 차례 무대에 올리는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 프로덕션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2006~2007년 시즌에 토론토 캐나디언 오페라(8회), 제네바 그랑 테아트르(6회), 모스크바 볼쇼이 오페라(3회), 라트비아 국립 오페라(3회), 비스바덴 오페라(1회)가 '맥베스 부인'에 도전한다.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키로프 오페라단이 20일 런던 프롬스 축제, 내년 2월 4일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콘서트 형식으로도 상연한다.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 마침내 국내 초연된다. 내달부터 열리는 '2006 한러교류축제'(중앙일보.SBS프로덕션 공동주최)의 일환으로 내한하는 모스크바 헬리콘 오페라단의 무대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맥베스 부인'을 번안한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소설이 원작. 억압과 굴종의 굴레에서 해방을 갈구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

-1934년 1월 22일 상트 페테르부르크 초연 당시 2년간 180회나 상연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2년 후인 36년 1월 소문을 듣고 궁금해 하던 스탈린이 당 간부들을 거느리고 직접 객석에 나타났다. 이틀 후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가 '음악이 아닌 혼란'이라는 제목의 비판 기사를 게재했다. '불온한 좌파가 만들어낸 불협화음'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와 남편을 살해하는 장면이 암살의 공포에 떨고 있던 스탈린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스탈린은 자신의 모습이 등장인물 중 경찰관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를 신호탄으로 러시아 작곡계에는 검열의 회오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 유명한'상연 금지'조치는 러시아 음악사에서 가장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남아있다.

-스탈린이 사망한 지 10년 후인 1963년 1월 8일 모스크바 스타니슬라브스키 극장에서 상연된 '카테리나 이즈마일로바'는 이 작품의 수정판이다. 음색의 급격한 대조, 불협화음, 노골적인 에로티시즘을 상당히 순화시킨 것이다. 침실에서 벌어지는 여주인공의 유혹 장면의 리얼리티도 훨씬 반감됐다. 소련 당국의 상연 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자기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의 팔 다리를 잘라내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는 얘기다.

-헬리콘 오페라단은 볼쇼이 오페라나 마린스키 극장 같은 유명 단체는 아니지만 러시아 최고 권위의 황금가면상을 11회나 수상한 실력파 오페라단이다. 연출가 드비트리 버트만이 젊은 예술가들을 모아 1990년에 창단했다. 단원 7명으로 출범했지만 지금은 350명 규모로 급성장했다. 무엇보다도 헬리콘 오페라단의 장점은 기존 레퍼토리의 현대적 재해석이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을 누비면서 러시아 오페라의 진수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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