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특이한 제목의 책 <유명짜한 스타와 예술가는 왜 서로를 탐하는가>(현실문화연구, 2006)가 예술분야의 신간으로 나왔다. 저자 존 워커나 이 책에 대해서 아는바 없지만, 관련 리뷰들이 눈길을 끌길래 옮겨놓는다. 관심이 맞으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문화일보(06. 07. 28) 스타와 예술가는 ‘상생의 동지’

-원제는 ‘아트 앤드 설레브리티(Art and Celebrity·예술과 명성)’. 요즘 유행에 따라 제목을 자극적으로 ‘가공’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명성을 얻으려 한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5가지로 나눴다. 먹고 입고 자는 본능, 그 다음에 안전에 대한 욕구, 세번째가 존경받는 집단에 속하는 욕구, 네번째가 거기서 존경받는 것이다. 마지막이 이 모든 것을 극복한 자아실현, 동양적으로 말하면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다(*매슬로의 주저인 <존재의 심리학>은 두어 종의 번역본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이름은 심리학 개론 시간에 처음 접했었다).

 

 

 



-이 욕망의 단계는 보통 하나를 거쳐 다음 단계에 이르기 때문에 ‘욕망의 사다리’라고도 불린다. 통상 30%에 달하는 사람들이 본능적 욕구충족에 매달리며 ‘남 탓’을 주로 하고, 60%에 달하는 보통 사람들은 욕망의 사다리에 세번째까지 올라 ‘나도 한때 꿈이 있었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10% 정도에 달하는 사람이 4단계 ‘존경’의 지점에 올라 부와 명성을 자랑한다. 마지막 단 계 깨달음을 얻는 사람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디나 적다.

-명성은 세계 경제의 주요 통화다. 뉴스에서 최고의 가치이고, 자선사업의 주된 추진력이다. 그것은 아이디어와 정보, 즐거움을 받는 유력한 수단이다. 지금 세계에서 명성의 서명없이 움직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명성’의 대명사인 대중예술 스타와 미술가의 관계를 풍부한 사례를 들며 해부했다. ‘깨달음’에는 이르지 못한, 어떻게 보면 천격 자본주의의 결과인 이런 ‘명성’들이 어떻게 예술과 ‘악어와 악어 새’의 공생관계를 이루는지 파헤친 시각이 자못 신랄하다. 물론 이런 공생은 미술계에만 있지 않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전 반에 확산돼 있다.



 

 

 

-스타와 예술가는 부단한 노력과 타고난 재능으로 명성을 추구하고 획득한다. 명성은 이들이 살아가는 기반이다. 스타와 예술가 는 자신의 명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동지적 관계다. 서로 상호보완적이며, 친구이고, 모델이고, 고객이다. 마돈나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수집하며 팝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뛰어난 예술적 안목을 선전했다. 칼로도 마찬가지다.



-마돈나가 수집하는 그림이라 더욱 유명해졌고, 비싸졌다. 미국 조각가 토머스 숌버그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연기한 영화 ‘록키 ’를 청동조각으로 만들어 유명해졌고, 메릴린 먼로는 앤디 워홀을 비롯해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으로 만들어져 먼로 신화를 강화하고, 또 그것을 만든 작가들에게 부와 명성을 안겨줬다. 스탤론을 비롯, 영화배우 데니스 호퍼 등은 대단한 예술품 수집가다.

-명성의 장점은 대단하다. 우선 확실한 보장은 없지만 후세 사람들에 의해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비평가들과 화랑으로부터 아첨, 칭찬과 찬미를 듣는다. 딜러, 수집가, 큐레이터 등 소비자의 수요가 높아진다. 위임, 사업과 상업적인 선전의 기회, 서훈 및 수상의 기회가 많아지며 티셔츠, 넥타이, 복제품 등 관련 문화상품의 판매액이 높아진다. 언론의 인터뷰와 사진촬영 의뢰가 많아 진다. 음식점과 거리에서 일반사람들이 알아보며 사교적 초대와 국가원수 등 VIP들과 어울릴 기회가 생긴다. 잘 입고, 잘 먹고, 큰 집에서 안정적이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명성의 단점도 만만치 않다. 이런 예술은 대체로 아마추어적이고 모험성이 없다. 스타일 면에서 자연주의적이거나 사진과 같은 사실주의 경향을 띠며 미적인 질에서 수준이 낮다. 키치이거나 키치를 모방한다. 언론의 관심을 탐하는 경향이 있고, 대개 가치있는 사람들의 주목을 덜 받는다. 보통 사후에 관심이 크게 떨어진다.

-명사들끼리 어울리며 자신의 뿌리와 보통사람들과의 접촉을 잃게 된다.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여 왜곡된 자아가 기형적으로 커져 극도로 이기적이고, 거만하게 된다. 자기비판능력을 상실하면서 자신의 작품이 형편없을 때 더 이상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대중의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극단적이 되기도 한다. 마약과 알코올 에 빠져 자살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마지막 명성’이기도 하다(*'명성의 마지막'이기도 하겠다).(김승현 기자)

 한국일보(06. 07. 29) 스타와 예술은 연애 중

-조지 루카스 감독의 영화 <스타 워즈>가 버전업 돼 온 것은 제목 덕도 크다. ‘행성’들의 싸움으로도, ‘영웅’들의 격돌로도 읽힐 수 있는 중의법. 스타 또는 영웅은 시대를 초월해 인간들을 매혹시켜 왔다. 이 시대, 그 존재는 포스트모더니즘 논리와 가상 현실 등 기술력에 힘입어 더욱 막강한 권력이 돼 인간의 의식과 실제 생활을 좌우하고 있다(*사진은 1965년 육체파 여배우 라켈 웰치와 함께 '그녀의 추상' 앞에 자리한 살바도르 달리 - 337쪽).

-이 책은 상품과 작품의 경계를 아슬아슬 넘나들며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자본주의적 현상에 대한 탐구서다. 스타는 예술을 탐닉하고, 예술은 기꺼이 스타를 위해 복무하는 현실을 파헤친다. 어느 것이 닭이고, 또 달걀인가.

-영국의 미술 비평가인 저자는 자신의 명성을 확대 재생산해 낸다는 목표를 두고 본다면 둘은 윈-윈의 관계라고 규정한다. 마돈나, 실베스타 스탤론, 론 우드(롤링 스톤스의 기타리스트) 등 팝스타들이 작품의 모티브로서 등장하는 미술품에서 그들은 미술 작품의 객체다. 그와 반대로 배우 안소니 퀸, 가수 데이비드 보위나 폴 매카트니 등은 직접 작품을 창작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큰 흐름속에서 스타와 예술은 함께 안주하는 방식을 찾은 것이다.

 

 

 

 

-팝아트에게 스타들의 이미지는 영감의 원천이다. 그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뮬라시옹 이론을 만나 진지한 원군을 만난다. 모방이 깊어져 원본, 즉 현실을 앞질러 흉내내게 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가 되기도 한다. 오사마 빈 라덴도 일단 그 회로에 들어가면 단단히 망가져야 한다. 세계사는 위인들의 역사가 아니다. 여기서는 역사적 영웅들 역시 단단히 망칠 각오를 해야 한다(*지면기사와는 문장이 약간 다르다).

-그러나 한 사람, 마오도 레닌도 난도질당하는 그 곳에서도 체 게바라만은 영원한 연인이다. 앤디 워홀, 오노 요코, 장 바스키아 등 현재 미술계의 스타들은 누구인지, 각각 상술한 것도 체 게바라의 비범함을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20세기초의 좌파 혁명에서 칼 리프크네히트와 로자 룩셈부르크가 성공했더라면 인간적 사회주의가 탄생했을 것이라며 잃어버린 역사를 돌이켜 보게도 한다.

-말미에 저자는 이 시대 예술가들에게 숙제 하나를 던진다. 2001년 세계를 뒤흔든 9ㆍ11 테러는 미술적으로 엄청난 도전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9.11 이후의 예술'에 대해서 물어야 한다는 것). 돈과 명성, 언론의 관심을 끌고 관람객들에게 충격을 주고 이들을 즐겁게 해주려는 욕심에서 예술 스타들을 만든 미술은 진정한 미학적 특성과 지적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충고는 지금 한국 미술계가 새겨 들어야 할 충고이기도 하다.



-‘예술과 명성’(Art And Celebrity)이라는 점잖은 원제에 ‘짜하다’(소문이 왁자하다, 잘 알다)라는 뜻의 시쳇말을 얹어 원저의 하중을 덜고 한국 독자들에게 다가서려 한 편집진의 노력이 전편에 펼쳐져 있다. 예를 들어 ‘마돈나와 침대에서’(*어떤 작품인지?), ‘셰어 게바라’(팝스타 셰어와 체 게바라의 얼굴을 합성한 작품)등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70여점의 관련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는 분명 이 책이 주는 과외의 소득이다.(장병욱 기자)

06. 07. 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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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2006-07-3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이 작품이 아니라 알렉 케시시안 감독의 'In bed with madonna'라는 다큐멘터리의 포스터에 저 사진이 쓰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마돈나의 진실 혹은 대담'이란 제목으로 개봉되고 출시된걸로 기억합니다. 기사대로라면 장병욱 기자가 착각했군요.. 적어도 이 책을 통해 '마돈나와 침대에서'라는(영화의 포스터사진이라면 모를까) 작품을 감상할 기회는 없을것 같은데요. 책의 부록으로 dvd를 딸려 준다면 그럴수도 있겠지만.ㅋ

로쟈 2006-08-02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제가 책을 확인해보지 않아서 그런데(<진실 혹은 대담>을 저는 극장에서 봤었습니다), 'In bed with madonna'라는 작품이 따로 있는 것 같지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