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공지다. '뇌성마비 철학자' 알렉산드르 졸리앵의 <벌거벗은 철학자>(문학동네, 2016)를 읽고 음미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통상 '저자와의 만남' 행사인데, 졸리앵이 지난달에 스위스로 귀국한지라 내가 전담하게 되었다(저자는 영상 메시지로 함께한다). 지난해 딱 이맘때 <인간이라는 직업>(문학동네, 2015)을 계기로 저자와 처음 만나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행사에 동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것도 나름 특별한 인연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9월이고 같은 장소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길(신청은 http://blog.aladin.co.kr/culture/8738562).

 

 

16. 09. 03.

 

 

P.S. 책으로 먼저 졸리앵을 만나실 분들은 <벌거벗은 철학자>와 <인간이라는 직업>을 읽어보시면 되겠다. 한권 더 보태자면 3인 공저 <상처받지 않는 삶>(율리시즈, 2016)도 우리로 하여금 졸리앵이 되게끔 해준다. 벌거벗은 철학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음미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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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소개되는 저자이므로 '이주의 발견'이라고 해도 되겠지만, 급이 있으므로 '이주의 고전'으로 분류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장-조제프 구의 <철학자 오이디푸스>(도서출판b, 2016)가 번역돼 나왔다. 반갑지만 낯설지는 않다. 오래 전에 저자의 이름을 듣고 책도(영어본) 찾아본 기억이 있다(그걸 복사해두었는지가 기억나지 않을 따름). 저자의 다른 책 가운데서는 <상징 경제>에 눈길이 가는군.

 

"장-조제프 구는 과정과 상관없이 오랜 시간에 걸쳐 침전된 오이디푸스 신화를 그 기원에서부터 따져 물음으로써 바로 그 신화 안에서 서양 역사의 인류학적이고 철학적인 전환점을 추적한다. 저자는 오이디푸스가 전형적 입문신화를 변형, 고장 냄으로써 새로운 철학자의 형상을 그려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오이디푸스 신화 내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면 나로선 그 자체로 읽어볼 용의가 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과 <안티고네>에 대해서 종종 강의를 하기 때문인데, 당장 다음주에도 천안에서 <오이디푸스왕>에 대한 강의가 있다.

 

 

그렇게 종종 강의를 하다 보면 나대로의 해석에 대한 욕심도 생긴다. <안티고네>의 경우 나는 크레온과 안티고네 대립과 함께 (안티고네의 동생) 이스메네와 (크레온의 아들이자 안티고네의 약혼자) 하이몬에 주목하는 편이다. 즉 '크레온 vs 안티고네'라는 구도 못지 않게 '크레온/안티고네 vs 이스메네/하이몬'의 대립 구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오이디푸스왕>도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해볼 참인데, <철학자 오이디푸스>가 과제 도서로 주어진 셈.

 

 

소포클레스의 두 작품은 고전 중의 고전이자, 세계문학 읽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작품이지만, 이들 작품, 특히 <오이디푸스왕>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해석을 담고 있는 책은 아주 드물다. 프로이트와 어니스트 존스의 해석 외에 전공자의 견해로는 강대진의 <비극의 비밀>(문학동네, 2013)을 참고할 수 있는 정도다. <오이디푸스왕>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강력한 분석도 <구조인류학>이 절판된 지 오래여서 현재로선 읽어보기 어렵다(대학생들이라면 도서관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그렇다면 <철학자 오이디푸스>가 가장 깊이 있는 해석을 담은 책이 되는 것인가(뭔지 모르게 싱겁다는 느낌이 드는군).

 

 

<안티고네>는 사정이 약간 나아서 주디스 버틀러의 <안티고네의 주장>(동문선, 2005)과 함께 이명호의 <누가 안티고네를 두려워하는가>(문학동네, 2014)를 참고할 수 있다. <안티고네>를 둘러싼 해석과 논쟁의 역사를 얼추 가늠하게 해준다(임철규 선생의 <고전>(한길사, 2016)에도 <안티고네>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이 들어 있다). 덧붙이자면, 내달에 나온다는 지젝의 근간도 <안티고네>다(올초부터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여하튼 <철학자 오이디푸스>를 읽을 수 있게 돼 흡족하다. 아마도 내일 부산에 다녀오는 기찻간에서 손에 들고 있지 않을까 싶다. 흠, 가방이 너무 무거워지는 건가...

 

16. 09.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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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0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목만으로도 페미니즘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에머 오툴의 <여자다운 게 어딨어>(창비, 2016). 창비에서 나온 페미니즘 관련서로는 (저자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창비, 2015),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창비, 2016)와 함께 '3부작'이 되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사회구조적 맥락을 연결시키는 날카로움으로 다양한 페미니즘 이론을 소개하는 페미니즘 입문서이자, '여자가'로 시작하는 말들에 지친 독자를 위한 페미니즘 실천 매뉴얼. 저자 에머 오툴은 '여자답다'는 말을 해체하기 위해 직접 몸을 던진다. 남장하기, 삭발하기, 겨드랑이 털 기르기, 여자랑 섹스하기, 일상 언어에서 여성과 남성의 구분 없애기, 친척 모임에서 집안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기 등 '여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유쾌하고 도발적인 실험을 감행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생활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성적 편견을 발견하고, 아주 사소해 보이는 편견을 이겨내는 것조차 결코 녹록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해서 부제가 '어느 페미니스트의 12가지 실험'이다. 이 가운데 특히 저자를 유명인사를 만든 건 겨드랑이 털이었다고. 영국의 한 지상파 채널에 패널로 출연하여 (사회의 미적 기준에 순응하라는 상대 패널의 논지에 맞서) 겨드랑이를 번쩍 들어올려서 18개월 동안 기른 털을 보여주었다. 이 일로 '제모 거부한 영국 겨털녀'로 일약 이름을 떨치게 된다. 현재는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연극학을 가르치며 '가디언'지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여성문제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한다.

 

 

화제가 된 방송 장면을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저자의 이름과 함께 바로 검색된다.

 

 

18개월간 제모를 하지 않으면 정말로 겨털이 무성해지는 건지, 아니면 '퍼포먼스'인 건지 사진만 봐서는 헷갈리지만, 여하튼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바로 알 수 있다. "여자다운 게 어딨어?"

 

안 그래도 양성평등에 관심이 있는(그래서 집안일을 전혀 거들지 않는다) 딸아이한테 건네면 좋아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아들이 아니고 딸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나로선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다른 게 뭐있어, 라고 하면 뭔가 손해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것도 편견인 건가?..

 

16. 09. 01.

 

 

기억에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가 계기였던 것 같은데, (최소한 알라딘에서는) 페미니즘 관련서가 초강세다. 최근에 나온 이민경의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봄알람, 2016)에 대한 반응도 뜨거운 편이다. 이러한 관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어떤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물론 변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할 터이다).

 

 

'페미니즘'이라고 그대로 음역해서 쓰지만, '여성주의' 혹은 '여성해방론'으로 옮겨지기도 한다. '여성해방'은 주로 마르크스주의 진영/이론에서 쓰는 말이다. 얼마전에도 주디스 오어의 <마르크스주의와 여성해방>(책갈피, 2016)이 번역돼 나왔는데,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의 접속도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둘의 관계가 상생적인 건만은 아니고, 불화의 지점도 갖고 있다). 물론 이런 쪽은 '유쾌한 페미니즘'과는 좀 거리가 먼 '딱딱한 페미니즘'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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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가 러시아어로 쓴 마지막 장편소설 <재능>(을유문화사, 2016)이 번역돼 나왔다(주요 러시아어 장편 가운데서는 이제 <루진의 방어>가 다시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올여름의 마지막 '서프라이즈'로 꼽고 싶다. 겸사겸사 번역된 네 편의 러시아어 소설과 <롤리타>를 묶어서 '나보코프 읽기' 리스트를 만든다. <어둠 속의 웃음소리>와 <재능>은 지난해 나보코프 강의에서 다루지 못한 작품인데, 내년에 한번 더 기회를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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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박소연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9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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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장으로의 초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박혜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8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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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무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최종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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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웃음소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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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강의가 오늘로써 마무리되었고, 내일부터는 하반기 일정이 시작된다. 어찌하다 보니 하루의 인터발도 못 갖는 셈이 되었다. 당장 이번주부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대한 강의를 시작하고, 크리티컬 리딩의 일환으로 고골의 <외투>와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에 대한 강의도 이번주가 시작이다. 그리고 다음주에는 마이클 샌델에 대한 강의도 시작하는데, 때마침(이라고 적지만 '하필이면'이라고 투덜거린다) 존 롤스의 책도 이번에 새로 나왔다. <공정으로서의 정의: 재서술>(이학사, 2016)이다. <공정으로서의 정의>(서광사, 1988)이라고 오래전에 나왔던 책이지만, 초점은 '재서술'에 놓인다. 비판에 응답하여 수정/보완했다는 뜻이다. 

 

"존 롤스는 <정의론> 출간(1971) 후 자신의 그동안의 사유 변화를 반영하여, <정의론>을 비롯한 이전 저술들에서 잘못 다루어진 서술들을 수정하고 다루어지지 않은 새로운 관점들을 추가하여 바로 이 책을 2001년에 출간한다. <정의론>을 다시 썼다고 평가받는 <공정으로서의 정의: 재서술>은 롤즈가 2002년에 타계함으로써 마지막 작업이 되었다."

통상 <정의론>과 <정치적 자유주의>, <만민법>을 3대 저작으로 꼽지만, <정의론>의 보충판으로 <공정으로서의 정의>도 주요 저작에 포함시킬 수 있겠다.

 

 

언급된 대로, 롤스는 대표작 <정의론>도 초판(1971)에 대한 비판에 답하여 수정판을 다시 내놓았었다. 흥미로운 것은 초판은 초판대로 기념비적인 성격이 있어서 다시 간행되었다는 점. 이에 보조를 맞추듯 한국어판도 두 종이 있다. 같은 역자가 옮겼지만 <정의론>(이학사, 2003)은 " 초판의 출간(1971) 이래 논의되어온 많은 난점들과 심각한 약점들을 제거, 수정하고 다른 부분들을 보안해 1991년에 개정 출간된 <정의론>을 기본으로 하여 일부 내용이 보완된 1999년의 최종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반면에 <사회정의론>(서광사, 1990)은 1971년 초판을 옮긴 것이다.

 

 

나는 1971년판을 갖고 있는데, 이 참에 개정판도 구비해두어야 할지 고민을 해봐야겠다(책값이 저렴하진 않다). 가이드북으로는 F. 러벳의 <롤스의 정의론 입문>(서광사, 2013)이 번역돼 있다.

 

 

예전에 적은 바 있지만, 그리고 샌델의 독자라면 많이들 알고 있을 테지만, 그의 박사학위논문이 롤스의 정의론 비판이다. 원제가 <자유주의 정의의 한계>이고, <정의의 한계>(멜론, 2014)란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더 깊이 들어가려면 롤스의 <정의론>과 샌델의 <정의의 한계>까지 읽어두어야 하는 것. 물론 이 정도의 관심이라면 정치철학 전공자라고 해도 무방하겠다(실제로 그런 수준의 난이도를 갖고 있는 책들이다).

 

 

롤스와 함께 '라이트 밀스'(통상 'C. 라이트 밀스'라고 적는다. 풀네임이 '찰스 라이트 밀스'다)도 같이 적은 것은 그의 평전이 이번에 나왔기 때문이다. 대니얼 기어리의 <C. 라이트 밀스>(삼천리, 2016). 대표작 <사회학적 상상력>(돌베개, 2004)과 <파워 엘리트>(부글북스, 2013)가 80년대에는 가장 유명한 사회학 책 목록에 포함됐었다. 미국식 이념구도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좌파 사회학자'인 밀스의 사회 사상과 그에 대한 평가를 평전을 통해서 읽어볼 수 있겠다. <파워 엘리트>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써줄 만한 사회학자가 요즘에는 없는 것인지, 갑자기 궁금하다...

 

16. 0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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