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으로도 페미니즘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에머 오툴의 <여자다운 게 어딨어>(창비, 2016). 창비에서 나온 페미니즘 관련서로는 (저자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창비, 2015),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창비, 2016)와 함께 '3부작'이 되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사회구조적 맥락을 연결시키는 날카로움으로 다양한 페미니즘 이론을 소개하는 페미니즘 입문서이자, '여자가'로 시작하는 말들에 지친 독자를 위한 페미니즘 실천 매뉴얼. 저자 에머 오툴은 '여자답다'는 말을 해체하기 위해 직접 몸을 던진다. 남장하기, 삭발하기, 겨드랑이 털 기르기, 여자랑 섹스하기, 일상 언어에서 여성과 남성의 구분 없애기, 친척 모임에서 집안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기 등 '여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유쾌하고 도발적인 실험을 감행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생활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성적 편견을 발견하고, 아주 사소해 보이는 편견을 이겨내는 것조차 결코 녹록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해서 부제가 '어느 페미니스트의 12가지 실험'이다. 이 가운데 특히 저자를 유명인사를 만든 건 겨드랑이 털이었다고. 영국의 한 지상파 채널에 패널로 출연하여 (사회의 미적 기준에 순응하라는 상대 패널의 논지에 맞서) 겨드랑이를 번쩍 들어올려서 18개월 동안 기른 털을 보여주었다. 이 일로 '제모 거부한 영국 겨털녀'로 일약 이름을 떨치게 된다. 현재는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연극학을 가르치며 '가디언'지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여성문제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한다.

 

 

화제가 된 방송 장면을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저자의 이름과 함께 바로 검색된다.

 

 

18개월간 제모를 하지 않으면 정말로 겨털이 무성해지는 건지, 아니면 '퍼포먼스'인 건지 사진만 봐서는 헷갈리지만, 여하튼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바로 알 수 있다. "여자다운 게 어딨어?"

 

안 그래도 양성평등에 관심이 있는(그래서 집안일을 전혀 거들지 않는다) 딸아이한테 건네면 좋아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아들이 아니고 딸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나로선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다른 게 뭐있어, 라고 하면 뭔가 손해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것도 편견인 건가?..

 

16. 09. 01.

 

 

기억에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가 계기였던 것 같은데, (최소한 알라딘에서는) 페미니즘 관련서가 초강세다. 최근에 나온 이민경의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봄알람, 2016)에 대한 반응도 뜨거운 편이다. 이러한 관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어떤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물론 변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할 터이다).

 

 

'페미니즘'이라고 그대로 음역해서 쓰지만, '여성주의' 혹은 '여성해방론'으로 옮겨지기도 한다. '여성해방'은 주로 마르크스주의 진영/이론에서 쓰는 말이다. 얼마전에도 주디스 오어의 <마르크스주의와 여성해방>(책갈피, 2016)이 번역돼 나왔는데,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의 접속도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둘의 관계가 상생적인 건만은 아니고, 불화의 지점도 갖고 있다). 물론 이런 쪽은 '유쾌한 페미니즘'과는 좀 거리가 먼 '딱딱한 페미니즘'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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