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강의가 오늘로써 마무리되었고, 내일부터는 하반기 일정이 시작된다. 어찌하다 보니 하루의 인터발도 못 갖는 셈이 되었다. 당장 이번주부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대한 강의를 시작하고, 크리티컬 리딩의 일환으로 고골의 <외투>와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에 대한 강의도 이번주가 시작이다. 그리고 다음주에는 마이클 샌델에 대한 강의도 시작하는데, 때마침(이라고 적지만 '하필이면'이라고 투덜거린다) 존 롤스의 책도 이번에 새로 나왔다. <공정으로서의 정의: 재서술>(이학사, 2016)이다. <공정으로서의 정의>(서광사, 1988)이라고 오래전에 나왔던 책이지만, 초점은 '재서술'에 놓인다. 비판에 응답하여 수정/보완했다는 뜻이다.
"존 롤스는 <정의론> 출간(1971) 후 자신의 그동안의 사유 변화를 반영하여, <정의론>을 비롯한 이전 저술들에서 잘못 다루어진 서술들을 수정하고 다루어지지 않은 새로운 관점들을 추가하여 바로 이 책을 2001년에 출간한다. <정의론>을 다시 썼다고 평가받는 <공정으로서의 정의: 재서술>은 롤즈가 2002년에 타계함으로써 마지막 작업이 되었다."
통상 <정의론>과 <정치적 자유주의>, <만민법>을 3대 저작으로 꼽지만, <정의론>의 보충판으로 <공정으로서의 정의>도 주요 저작에 포함시킬 수 있겠다.
언급된 대로, 롤스는 대표작 <정의론>도 초판(1971)에 대한 비판에 답하여 수정판을 다시 내놓았었다. 흥미로운 것은 초판은 초판대로 기념비적인 성격이 있어서 다시 간행되었다는 점. 이에 보조를 맞추듯 한국어판도 두 종이 있다. 같은 역자가 옮겼지만 <정의론>(이학사, 2003)은 " 초판의 출간(1971) 이래 논의되어온 많은 난점들과 심각한 약점들을 제거, 수정하고 다른 부분들을 보안해 1991년에 개정 출간된 <정의론>을 기본으로 하여 일부 내용이 보완된 1999년의 최종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반면에 <사회정의론>(서광사, 1990)은 1971년 초판을 옮긴 것이다.
나는 1971년판을 갖고 있는데, 이 참에 개정판도 구비해두어야 할지 고민을 해봐야겠다(책값이 저렴하진 않다). 가이드북으로는 F. 러벳의 <롤스의 정의론 입문>(서광사, 2013)이 번역돼 있다.
예전에 적은 바 있지만, 그리고 샌델의 독자라면 많이들 알고 있을 테지만, 그의 박사학위논문이 롤스의 정의론 비판이다. 원제가 <자유주의 정의의 한계>이고, <정의의 한계>(멜론, 2014)란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더 깊이 들어가려면 롤스의 <정의론>과 샌델의 <정의의 한계>까지 읽어두어야 하는 것. 물론 이 정도의 관심이라면 정치철학 전공자라고 해도 무방하겠다(실제로 그런 수준의 난이도를 갖고 있는 책들이다).
롤스와 함께 '라이트 밀스'(통상 'C. 라이트 밀스'라고 적는다. 풀네임이 '찰스 라이트 밀스'다)도 같이 적은 것은 그의 평전이 이번에 나왔기 때문이다. 대니얼 기어리의 <C. 라이트 밀스>(삼천리, 2016). 대표작 <사회학적 상상력>(돌베개, 2004)과 <파워 엘리트>(부글북스, 2013)가 80년대에는 가장 유명한 사회학 책 목록에 포함됐었다. 미국식 이념구도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좌파 사회학자'인 밀스의 사회 사상과 그에 대한 평가를 평전을 통해서 읽어볼 수 있겠다. <파워 엘리트>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써줄 만한 사회학자가 요즘에는 없는 것인지, 갑자기 궁금하다...
16. 0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