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소개되는 저자이므로 '이주의 발견'이라고 해도 되겠지만, 급이 있으므로 '이주의 고전'으로 분류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장-조제프 구의 <철학자 오이디푸스>(도서출판b, 2016)가 번역돼 나왔다. 반갑지만 낯설지는 않다. 오래 전에 저자의 이름을 듣고 책도(영어본) 찾아본 기억이 있다(그걸 복사해두었는지가 기억나지 않을 따름). 저자의 다른 책 가운데서는 <상징 경제>에 눈길이 가는군.

 

"장-조제프 구는 과정과 상관없이 오랜 시간에 걸쳐 침전된 오이디푸스 신화를 그 기원에서부터 따져 물음으로써 바로 그 신화 안에서 서양 역사의 인류학적이고 철학적인 전환점을 추적한다. 저자는 오이디푸스가 전형적 입문신화를 변형, 고장 냄으로써 새로운 철학자의 형상을 그려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오이디푸스 신화 내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면 나로선 그 자체로 읽어볼 용의가 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과 <안티고네>에 대해서 종종 강의를 하기 때문인데, 당장 다음주에도 천안에서 <오이디푸스왕>에 대한 강의가 있다.

 

 

그렇게 종종 강의를 하다 보면 나대로의 해석에 대한 욕심도 생긴다. <안티고네>의 경우 나는 크레온과 안티고네 대립과 함께 (안티고네의 동생) 이스메네와 (크레온의 아들이자 안티고네의 약혼자) 하이몬에 주목하는 편이다. 즉 '크레온 vs 안티고네'라는 구도 못지 않게 '크레온/안티고네 vs 이스메네/하이몬'의 대립 구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오이디푸스왕>도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해볼 참인데, <철학자 오이디푸스>가 과제 도서로 주어진 셈.

 

 

소포클레스의 두 작품은 고전 중의 고전이자, 세계문학 읽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작품이지만, 이들 작품, 특히 <오이디푸스왕>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해석을 담고 있는 책은 아주 드물다. 프로이트와 어니스트 존스의 해석 외에 전공자의 견해로는 강대진의 <비극의 비밀>(문학동네, 2013)을 참고할 수 있는 정도다. <오이디푸스왕>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강력한 분석도 <구조인류학>이 절판된 지 오래여서 현재로선 읽어보기 어렵다(대학생들이라면 도서관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그렇다면 <철학자 오이디푸스>가 가장 깊이 있는 해석을 담은 책이 되는 것인가(뭔지 모르게 싱겁다는 느낌이 드는군).

 

 

<안티고네>는 사정이 약간 나아서 주디스 버틀러의 <안티고네의 주장>(동문선, 2005)과 함께 이명호의 <누가 안티고네를 두려워하는가>(문학동네, 2014)를 참고할 수 있다. <안티고네>를 둘러싼 해석과 논쟁의 역사를 얼추 가늠하게 해준다(임철규 선생의 <고전>(한길사, 2016)에도 <안티고네>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이 들어 있다). 덧붙이자면, 내달에 나온다는 지젝의 근간도 <안티고네>다(올초부터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여하튼 <철학자 오이디푸스>를 읽을 수 있게 돼 흡족하다. 아마도 내일 부산에 다녀오는 기찻간에서 손에 들고 있지 않을까 싶다. 흠, 가방이 너무 무거워지는 건가...

 

16. 09.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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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0 10: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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