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원 시인의 부음을 들었다. 상당히 오래전부터 시인의 투병 소식은 전해져왔지만 그럼에도 죽음은 갑작스럽다.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그리고 시인의 마지막 시집에서 시 한편을 옮겨놓는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경향신문(07. 01. 03) ‘날 이미지의 詩’ 오규원 시인 별세

‘날(生) 이미지의 시’를 추구해온 시인 오규원씨(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2일 오후 5시10분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6세. 폐기종으로 강원 영월, 경기 양평 등지에서 요양생활을 하던 고인은 최근 병세가 갑자기 악화돼 입원했다.

1941년 경남 삼랑진에서 태어난 고인은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68년 ‘현대문학’에 시 ‘몇 개의 현상’이 추천 완료돼 등단했다. 첫 시집 ‘분명한 사건’(1971)부터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1987),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2005)에 이르기까지 10여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고인은 인식과 관념을 언어로 구상화한 초기시, 자본주의의 허위성·상업성을 비판하는 해체시를 거쳐 90년대 초반부터 시인의 직관에 닿는 사물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긴 ‘날 이미지의 시’를 주창해 시단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날 이미지’란 사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순수한 존재의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수법. 김수영 문학과지성사 주간은 “‘날 이미지’라는 개념은 철학적인 깊은 고민을 거쳐 나왔다”면서 “치열한 시적 방법론을 통해 자신만의 투명한 언어를 보여준 시인”이라고 평가했다. 시론에도 관심이 많아 ‘현실과 극기’ ‘언어와 삶’ 등의 시론집을 내기도 했다.

83년부터 2002년까지 20년간 서울예대에 재직했던 고인은 세심하고 자상한 스승으로도 많은 존경을 받았다. 신경숙 장석남 하성란 강영숙 천운영 강영숙 박형준 등 제자 문인 46명이 그와의 추억과 인연을 회고한 ‘문학을 꿈꾸는 시절’(2002)을 회갑 기념문집으로 냈다. 시인 장석남씨는 “선생님은 엄하면서도 제자들의 성격을 파악해 거기에 맞게 지도해 주셨다”며 “한참 연락이 없다가도 당신이 먼저 전화로 안부를 묻는 등 자상한 스승이었다”고 회고했다.

고인은 현대문학상·이산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문학 부문(2003)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유족으로는 방송작가인 부인 김옥영씨와 2남1녀가 있다.(한윤정기자)

어제 내린 눈이 어제에 있지 않고

오늘 위에 쌓여 있습니다

눈은 그래도 여전히 희고 부드럽고

개나리 울타리 근처에서 찍히는

새의 발자국에는 깊이가 생기고 있습니다

어제의 새들은 그러나 발자국만

오늘 위에 있고 몸은

어제 위의 눈에서 거닐고 있습니다

작은 돌들은 아직도 여기에

있었다거나 있다거나 하지 않고

나무들은 모두 눈을 뚫고 서서

잎 하나 없는 가지를 가지의 허공과

허공의 가지 사이에 집어넣고 있습니다

-시집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문학과지성사)에서

07. 02. 03.

 

 

 

 

P.S. 시인의 삶은 이제 그의 시들이 대신하게 됐다. 시인이 남겨놓은 시의 가지를 '가지의 허공과 허공의 가지 사이에' 집어넣는 일은 우리의 몫이고. 해서, 그의 시집 대부분을 갖고 있어서 따로 사두지 않았던 <시전집>도 구해놓아야겠다. <오규원 깊이 읽기>는 어디에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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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에는 한국일보를 우선적으로 사본다. 가장 큰 이유는 고종석의 연재칼럼 '말들의 풍경'을 읽기 위해서이다. 물론 기사들이야 온라인에도 게재되지만 나는 가급적 '신문지'를 읽는다. 어쩌다 '인터넷 서평꾼'으로 불리게도 됐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화면이 아니라 종이이다(무엇보다도 종이책의 부피, 볼륨감을 나는 사랑한다). 지난 수요일에도 이 연재의 48번째 꼭지 '이름의 생태학'을 읽었는데, 고종석의 글답지 않게 오타/오류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바쁜 일들로 며칠을 흘려보내다가 마침 다시 생각난 김에 교정해둔다. 문제가 되는 대목의 전후 문단들을 같이 인용하겠다. 칼럼의 전문은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701/h2007013018505185150.htm 참조.

한국사람의 성명이 이렇게 세 음절로 일반화한 것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서다. 중국사람들도 성 한 음절(글자)에 이름 두 음절인 것이 상례다. 또 흔히 이름 두 음절 가운데 한 음절로 항렬을 드러내 왔다. 그래서, 이름으로 선호하는 글자가 서로 조금씩 다르고 두 나라에 고유한 성들이 있긴 하지만, 성명이 한자로 표기되면 당사자가 중국사람인지 한국사람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적지 않다. 1970년대 이후 일부 한국인들은 자식의 이름을 (한자로 표기할 수 없는) 고유어로 지으며 언어민족주의를 실천했다. 그리고 이런 고유어 이름(소위 ‘한글 이름’)의 등장과 함께 한국어 성명의 음절수 제약이 부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그 기다란 이름 탓에 언론에도 오르내린 박차고나온놈이샘이나씨나 황금독수리온세상을놀라게하다씨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겠으나, 그렇게 별나지 않더라도 고유어 이름이 두 음절 제약에서 풀려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젊은 국문학자 권보드레씨도 그런 경우다. 그러나 고유어로 이름을 지을 때도, 한국인들은 ‘성명 석 자’의 관습을 따라 두 음절 이름을 짓는 일이 많다. 예컨대 (역시 본명인지는 모르겠으나) 연기인 한고은씨나 한예슬씨가 그렇고, 문학평론가 정끝별씨가 그렇다. 그것은 자식의 이름을 너무 이질적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부모의 배려와 관련 있을 게다. 주류 한자어 이름으로부터 떨려나려는 고유어 이름의 원심력을 두 음절이라는 관례의 구심력이 맞버텨주는 것이다.

 

 

 

 

인용에서 젊은 국문학자 '권보드레씨'라고 했는데, '권보드씨'가 맞다. 이름과 관련한 오타이니 아무리 사소하다고 할지라도 본인에게는 실례이겠다. <한국 근대소설의 기원>(소명출판, 2000), <연애의 시대>(현실문화연구, 2003) 등의 단독 저작을 갖고 있는 저자의 이름을 잘못 표기한 건 얼른 이해하기 어렵다. 필자의 착오가 확신과 결합된 경우가 아닌가 싶은데, 고유명사를 다룰 때에는 '고중석' 위원도 좀 주의하셔야겠다.

현대 유럽인들의 성명은 이름(퍼스트 네임)과 성(라스트 네임) 둘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가운데이름(미들네임)이 있어도 일상적으론 잘 드러내지 않는다. 가운데이름이 들어간 성명은 얼마쯤 귀족적으로, 다시 말해 젠체하는 듯 들리기 때문이다. 현대 이전에는 그런 가운데이름들이 둘 이상 나열되기도 했다. 독일관념론을 완성한 철학자 헤겔의 정식 이름은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이고, ‘질풍노도’(슈투름 운트 드랑)를 이끈 시인 실러의 정식 이름은 요한 흐리스토프 프리드리히 폰 실러다.

이름 뒤에 아버지 성과 어머니 성을 나란히 붙이는 일이 흔한 스페인어권에서는 성명이 세 부분으로(스페인어권에선 이름이 둘인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그 경우엔 네 부분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콜롬비아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가르시아는 아버지 성이고 마르케스는 어머니 성이다. 기혼 여성은 어머니 성을 넣을 자리에 전치사 ‘데’(de)를 앞세운 남편 성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버지 이름을 변형한 부칭(父稱)을 이름과 성 사이에 넣는 러시아어권 사람들의 성명도 세 부분으로 이뤄졌다 할 수 있다. 러시아어를 쓰는 사람들은 알렉세이 콘스탄티노비치 톨스토이라는 성명만 들으면 이 사람 아버지의 이름이 콘스탄티노프라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된다.

두번째는 러시아인 이름에 관한 것이다. 필자는 '콘스탄티노비치'라는 러시아어 부칭이 저절로 알려주는 바가 그 아버지의 이름이 '콘스탄티노프'라는 사실이라고 적었지만 오류이다. 그 부칭이 알려주는 이름은 '콘스탄틴'이기 때문이다. 그 콘스탄틴 톨스토이의 아들 알렉세이(알료샤) 콘스탄티노비치 톨스토이(1817-1875)는 우리가 다 아는 거장 레프 톨스토이 가문의 시인이자 작가로 톨스토이보다는 11살이 더 많다. 대표작은 역사드라마 3부작.

레프 톨스토이만큼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진, 또다른 러시아 작가의 이름 또한 톨스토이 백작 가문에 속하는(몰락한 지계의 톨스토이이다), 알렉세이 톨스토이인데, 그의 풀네임은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83-1945)다. 그러니까 아버지의 이름이 '니콜라이'이다. 이름과 성만 가지고는 두 '알렉세이 톨스토이'를 구별할 수 없으며 이런 경우엔 부칭까지 확인해야 되는 것(흔히 러시아인들은 이름과 부칭만을 부른다).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의 대표작으론 <고뇌속을 가다>(기민사, 1986)와 역사소설 <표트르 대제>(아래는 문고본 사진) 등이 있다...

07.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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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2007-02-03 01:18   좋아요 0 | URL
'고유명사를 다룰 때에는 '고중석' 위원도 좀 주의하셔야겠다.'
재미 있네요 일부러 틀리신거죠? 로져님

로쟈 2007-02-03 10:34   좋아요 0 | URL
주의깊게 읽으시는군요.^^

딸기 2007-02-03 12:20   좋아요 0 | URL
코끼리님의 댓글이 더 재밌어요 ㅋㅋ

저 집안은 글을 잘 쓰는 집안인가보군요 ^^

딸기 2007-02-03 12:22   좋아요 0 | URL
알렉시스 톨스토이의 '이비쿠스'라는 책을 갖고 있는데,
그 사람도 저 집안인지 궁금해지네요.

로쟈 2007-02-03 13:05   좋아요 0 | URL
'알렉시스 톨스토이'가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입니다. '알렉세이'를 불어로 읽어준 거 같은데요...

나비80 2007-02-03 18:37   좋아요 0 | URL
좀 지난 이야기지만 '마르시아스 심'씨는 결국 '심상대'로 다시 돌아왔지요.
갑자기 이름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났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로쟈 2007-02-03 20:49   좋아요 0 | URL
본인은 그게 정말로 가능한 이름이라고 궁금했었죠. 싱거운 심상대 같으니...
 

나름대로는 신간들에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지만 (인터넷)서점이 아닌 언론리뷰를 통해서 '새로 나온 책'을 접할 때가 있다. 츨판사에서 책을 서점에 깔기 전에 보통은 언론사에 먼저 돌리는 것이 상례라서 그런 듯하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그런 게 일반적인 관행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그런 경우 책의 실물은 (아직) 없고 그 존재에 대한 리뷰(풍문)만이 떠도는 셈이어서 말 그대로 유령적인 책, 유령으로서의 책을 접하는 기분이 든다. 한겨레의 이번주 북리뷰를 미리 읽어보다가 발견한 <자크 데리다의 유령들>(앨피, 2007)도 바로 그런 책이다.

한겨레(07. 02. 02) 하나뿐인 진리란 없다

2004년 타계한 자크 데리다는 1930년 알제리에서 유대계 후손으로 태어나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활동한 철학자다. 이 문장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는 명료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하나의 뿌리, 하나의 정체성으로 수렴할 수 없는 모호하고 복합적이고 이질적인 것들이 이미 그 안에 들어 있다. 확정적이고 고정된 자기동일성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데리다가 자신의 존재에서 확인하고 70권에 이르는 저작에서 무수히 되풀이한 주제였다. 정체성을 규정하는 단 하나의 근거, 단 하나의 중심, 단 하나의 원천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그는 ‘해체’ ‘차연’ ‘흔적’ ‘산포’ 같은 수많은 용어로 설명하려 했다.

니컬러스 로일(영국 서섹스대학 영문학 교수)이 쓴 <자크 데리다의 유령들>은 데리다라는 철학자가 만들어낸 유령들, 다시 말해 데리다의 서명이 들어간 용어들을 그의 사상 속에서 설명하는 책이다. 유령이란 붙잡기 어려운 것이고 난데없이 출몰하는 섬뜩한 어떤 것이다. 정체성이 불분명한 것이 유령이다. 데리다는 의도적으로 유령을 불러내 세상을 어지럽히려 한다. 단단한 지반 위에 튼튼하게 지어올린 건축물이라고 여겼던 모든 사상, 세계관, 형이상학, 나아가 세계 그 자체가 사실은 그리 단단한 것도 튼튼한 것도 아님을 보여주려 한다. 이를테면, 1967년 그가 <그라마톨로지에 관하여> <목소리와 현상> <글쓰기와 차이>라는 세 권의 저서를 거의 동시에 폭탄처럼 세상에 내던졌을 때 이 유령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지식세계는 이제 어떻게든 이 유령들과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로일의 이 책 또한 그런 싸움의 하나다.

데리다의 유령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해체’(de-construction)라는 유령일 것이다. 데리다의 다른 용어들처럼 이 말도 그가 새로 만들어낸 말이다. 해체란 구조(construction)를 분해(de-)하는 것인데, 이것은 단순히 건물을 부수는 것과는 다른 뜻이다. 하나의 구조로 이해되는 언어적 구성물, 곧 텍스트를 면밀히 살펴 그 내부의 자기모순, 자기배반을 드러냄으로써 그 구조물이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 해체의 전략이다. 어떤 구조물도, 어떤 텍스트도 내적 모순이 없는 것이 없고 따라서 해체를 피해갈 수 없다. 애초에 자기 완결적 구조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구조가 없다면 그 구조를 구조로 만들어주고 지탱해주는 중심도 없을 것이다. 지은이는 데리다에게 핵심 관념이 하나 있다면 ‘어떤 중심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심이 없으므로 주체 중심주의나 이성 중심주의 같은 모든 형태의 중심주의도 토대 없이세워진 것일 수밖에 없다.

데리다의 명제 중에 ‘텍스트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라는 명제만큼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도 없다. 이 명제는 텍스트 바깥에서 텍스트를 설명해주는 사상적 구조물을 찾아선 안 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바꿔 말하면, 텍스트는 자기 완결적이지 않고 언제나 열려 있으며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데리다는 자신의 명제가 불러일으킨 오해를 풀어보려고 뒷날 그 ‘텍스트 명제’를 ‘컨텍스트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명제로 바꿨다. 지은이는 그 명제를 더 줄여 ‘컨텍스트밖에 아무것도 없다’라고 표현한다. 모든 텍스트는 자기 완결적이지 않고 열려 있으므로 컨텍스트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새 명제에 담겨 있다. 그러나 데리다에게는 그 컨텍스트조차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것이다. “어떤 의미도 컨텍스트 바깥에서는 결정될 수 없지만, 어떤 컨텍스트도 (그 의미를) 충족시킬 수 없다.” 모든 규정은 다만 잠정적이고 보완적인 것일 뿐 영원하고도 완전한 규정은 없는 것이다. 데리다는 삶이, 세상이, 역사가 그렇다고 말한다. 단 하나의 고정된 중심에 들어앉아 오직 하나뿐인 진리를 호령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진리도 없고 그런 중심도 없다고 데리다는 말한다.(고명섭 기자)

07. 02. 02.

P.S. 알다시피 루틀리지의 '크리티컬 씽커즈' 중의 하나인 이 책은 이미 진작부터 '근간'이 예고돼 있엇고, 나름대로 기다리고 있던 책이다. 지난 2004년 10월 데리다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모스크바에 있었고, 그 사망소식에 접하여 내가 가장 먼저 완독한 책이 바로 니컬러스 로일의 <자크 데리다>(2003)였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언급한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데리다에 관한 가장 쉬운 입문서가 될 책이 출간되어 반갑다. 나로선 '잉여적인' 책이지만(그런 점에서도 유령적이군!) 모스크바의 가을 어느 날들을 보존하고 있는 책이기도 해서 '기념적인' 책이기도 하다. 다음주면 아마 손에 집어들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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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기계 2007-02-02 01:54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고대하던 책이 나와 정말 기쁩니다.^^ 데리다 만세!! 그런데 요즘 유령 같은 책들이 출몰해서 좀 당황(?)스럽네요. 보그의 <들뢰즈와 시네마>는 서점에서 보고 깜짝 놀라고(이상하게 알라딘엔 없군요), 짐멜 선집(3권)도 뜻밖에 출간되고...지젝의 신간과 함께 2월은 축복의 달입니다. 만세!! (넘 야단인가요? ^^)

로쟈 2007-02-02 01:55   좋아요 0 | URL
로널드 보그의 <들뢰즈와 시네마>가 나왔군요. 원서는 진작부터 갖고 있는 책인데, 역시나 번역서가 훨씬 더 비싸네요.^^; 한데, 알라딘에는 책을 아직 안 풀었나 보군요. 흠...

읽는기계 2007-02-02 02:08   좋아요 0 | URL
실시간 댓글이군요 ^^ 보그의 책은 좀 이상한 것이 출간일이 작년 성탄절인데, 알라딘이나 예스24 등에는 도통 찾을 수가 없네요 -.-; 믄 일이 있는지...쩝. 데리다는 실물이 떴네요^^

로쟈 2007-02-02 02:09   좋아요 0 | URL
둘다 교보에 있더군요. 알라딘의 '속보성'이 예전같지 않나 봅니다. 그러저나 이젠 자야겠네요.^^

2007-02-02 0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바 2007-02-02 09:47   좋아요 0 | URL
이번에 앨피에서 <트랜스 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도 함께 나왔더군요.^^ 어제 서점에 들렀는데 두권이 나란히 놓여 있더군요...

사량 2007-02-02 20:11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하는 "데리다에 관한 가장 쉬운 입문서"는 김형효 교수의 [데리다의 해체철학](민음사, 1993)]입니다. 데리다의 원문을 많이 인용하면서도 이를 쉽게 풀이하는데다, 데리다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관련 배경지식(후설, 소쉬르, 하이데거, 레비나스 등)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어, 데리다의 초기 저작들([회화 속의 진리]까지)을 개관하는 데는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한국사람이 한국어로 썼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로쟈 2007-02-02 22:12   좋아요 0 | URL
에바님/ 귀가길에 두 권 모두 사들고 왔습니다. <제임슨>도 복사해둔 듯한데, 어디에 있는지는 신만이 아시겠죠.^^;
사량님/ 예, 아주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저도 다시 읽으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데리다의 책들과 강의에 본격적으로 접하기 이전에 읽은 책이라서요. 다시 들춰볼까 했더니 아마도 박스에 들어가 있는 듯하네요.^^;

기인 2007-02-06 03:34   좋아요 0 | URL
모스크바.. 그 추위.. 체험해보고 싶은 것이기는 합니다.
생각해보면, 왜 모스크바 여행은 안 땡기나 몰라요. 사회주의 본국인데, 꽁꽁 얼어있다는 생각때문인지, '소련'의 이미지는 역시 여행과는 거리가 먼 것인지.. 춘원 이외에 러시아 여행기(?)를 읽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네요 ^^;
 

이 주에 나온 역사서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탐史>(푸른역사, 2007)이다. 공식 출간일자는 2월 9일로 돼 있지만 책은 그보다 조금 일찍 나온 듯하다. 제목인 '탐史'는 '역사를 탐하다' 내지는 '역사를 탐구하다'란 뜻으로 지은 듯한데, 유치찬란이다.

제목으로 책을 골랐다면 전혀 주의를 두지 않았을 터인데, 역사가들의 고백과 대담이라는 게 눈길을 끈다. 원저를 보니 'The New History: Confessions and Conversations'(2002)로 멀쩡한 제목이 붙어 있는데, 왜 '새로운 역사학'이란 제목을 붙이지 않았을까? 요즘 다소 남용되는 듯한 '새로운 역사학'이 너무 식상해서? 그렇다고 '탐史'라 붙일 것까지야...

그런 불만을 제쳐놓으면 책은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현대 역사학의 거장 9인의 고백과 대화'란 스타일 말이다. 분량도 600쪽이 넘으니 흡족하다, 라고 적었다가 원서의 쪽수를 확인해보니 고작 256쪽이다. 아무리 불가피하다고는 해도 607쪽으로 두 배가 훨씬 넘게 불어날 수밖에 없었을까? 독서의 편의성을 '너무' 고려한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니 별로 흡족하지 않다.

여하튼 소개에 따르면, "20세기 후반의 이른바 '새로운 역사학'을 선도한 역사가 9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역사학계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거기에 "그들의 출신, 유년 시절, 역사학을 하게 된 동기, 지적 영향을 준 책 등 배경적 측면에서부터 저작의 의도, 내용상의 의문과 모순, 다른 문화에 대한 반응, 학문의 기본 방향 등 학문 전반을 보는 관점과 태도에 이르기까지 모두 담았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프랑스 역사학자들의 문집 <나는 왜 역사가가 되었나>(에코리브르, 2001)와 겹쳐 읽는 것도 흥미롭겠다.

 

 

 

 

'새로운 역사학' 혹은 '신역사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의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짐작으론 미시사, 지성사, 문화사, 탈신민주의 등을 트렌드로 하는 포스트모던 역사학을 가리키는 게 아닌가 싶다. 이때 '포스트모던'의 상대가 되는 것은 E. H. 카로 대표되는 '모던' 역사학이다. 말하자면, '굿바이. E. H. 카'가 이들의 구호인 듯싶다. 그리고 그런 관점의 역사라면 국내에서도 적잖은 연구논저들이 출간돼 있다. <탐史>의 역자가 엮은 <미시사란 무엇인가>(푸른역사, 2000)를 필두로 하여 <'역사란 무엇인가'를 넘어서>(푸른역사, 2000), <포스트모더니즘과 역사학>(푸른역사, 2002),  <포스트모던 시대의 역사란 무엇인가>(휴머니스트, 2006) 등이 그 예들이다. <탐史>에서 다루어지는 역사학자들의 작업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자리매김될 수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럼, 그 9인의 역사학자들은 누구누구인가? 알라딘의 소개를 번역/소개된 책들과 함께 나열해본다.

1 잭 구디(Jack Goody):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일류학자로, 영국 켐브리지대학교 세인트존스대학의 펠로이다. 저서로는 <아프리카의 기술 전통 및 국가>, <야성의 순치>,  <생산과 재생산>, <유럽의 가족과 결혼 발달> 등이 있으며 편저로 <정통사회의 교육>이 있다.

 

 

 

 

2 에이사 브릭스(Asa Briggs): 영국의 역사학자로 빅토리아 시대 전문가이다. 국내에는 아직 소개돼 있지 않다.

3 내털리 제이먼 데이비스(Natalie Zemon Davis): 1959년 미시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6세기 프랑스사를 연구하는 역사가이며, 사회사, 문화사, 여성사 및 인류학적 역사학을 주도하여 널리 알려진 학자이다. 2004년 현재 프린스대학교 역사학 석좌교수(Henry Charles Lea Professor of History)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책으로 <마르탱 게르의 귀향>,<근대 초기 프랑스의 사회와 문화 (Society and Culture in Early Modern France)>, <변두리의 여성들, 17세기 세 명의 삶(Women On the Margins, Three Seventeenth Century Lives) 등이 있다. 


 

 

 

 

4 케이쓰 토머스(Keith Thomas): 역시나 국내에 소개돼 있지 않은 듯한 영국의 역사가. 대표작은 <종교와 마술의 몰락>(1970/1991)인 듯하다.  

5 다니엘 로슈(Daniel Roche): 프랑스의 역사가. 국내엔 <지방의 계몽주의>가 번역돼 있다.

 

 

 

 

6 피터 버크(Peter Burke): 1937년 런던 태생으로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했다. 2006년 현재 케임브리지대학 이매뉴얼 칼리지 교수(문화사)로 재직중이다. 주로 역사를 어떻게 이야기할지를 둘러싼 방법론적인 접근과, 르네상스에서 프랑스혁명에 이르는 근대 초기 지식인들의 문화적 동향을 면밀히 파악한 저작들을 집필해 왔다. 지은 책에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와 사회>, <역사학과 사회이론>등이 있다.


 

 

 

 

7 로버트 단턴(Robert Darnton): 1939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필립스 아카데미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 타임스' 기자를 역임한 뒤, 1965년부터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했다. 1968년부터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유럽사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은 책으로 <고양이 대학살>, <책과 혁명>, <앙시앵 레짐 시대의 문학적 지하세계>, <조지 워싱턴의 틀니> 등이 있다.


 

 

 

 

8 카를로 긴즈부르그(Carlo Ginzburg): 1939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났다. 1961년 피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70년부터 1976년까지 볼로냐 대학교 조교수를 했다. 1976년부터 1978년까지는 레체대학교에서, 1978년에서 1988년까지는 볼로냐 대학교에서 정교수로 근대사를 가르쳤다. 1988년부터 미국 UCLA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 연구의 프랭클린 D. 머피 석좌교수로 있다. 2002년부터는 UCLA에서 연구년을 받아 이탈리아 시에나 대학교와 3년 계약을 맺고 근대문화사를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치즈와 구더기>, <니코메디즘>, <신화.상징.실마리>, <밤의 이야기>, <재판관과 역사가>, <어떤 섬도 섬이 아니다> 등이 있다.


 

 

 

 

9 퀜틴 스키너(Quentin Skinner): 1940년 영국 랭가셔의 올덤에서 태어났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1965년부터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정치학과와 역사학과에 재직하고 있으며, 크리스티스 컬리지의 특별 연구원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는 울프슨 문예상을 수상한 <근대 정치 사상의 토대(The Foundations of Modern Political Thought)>, <의미와 컨텍스트>, <철학, 정치 그리고 사회> 등이 있다.

 

 

 

 

저명한 행동주의 심리학자 B. F. 스키너와 성이 같은 퀜틴(켄틴) 스키너는 국내에 <현대사상의 대이동: 거대이론에의 복귀>(강원대출판부, 1989)의 편자로 처음 소개됐다. 이후 강정인 교수 편역의 <마키아벨리>(문학과지성사, 1993)에서도 이 정치사상사학자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마키아벨리>(시공사, 2001)는 그의 저작이며 주저인 <근대 정치사상의 토대1>(한길사, 2004)도 부분적으로 번역됐다. 논문 모음집인 <의미와 콘텍스트>(아르케, 1999)는 그의 정치철학과 정치사상 연구에 대한 평가와 쟁론을 담고 있다(*거기에 보태어 <퀜틴 스키너의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주의>(푸른역사, 2007)이 새로 출간됐다).

07. 02. 01 -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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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7-02-01 22:32   좋아요 0 | URL
오호호. 진행중이지만.. 저 두번째 칸 세 권 책 전부 있고, 읽었어요. 뿌듯뿌듯... ^^;(로쟈님 서재에서 이런 일 처음이라 자랑중.. ㅋㅋㅋ) 근데 역사학 관련 시간 소식도 늘 이 서재에서 들으니 좋기도 하고, 좀 거시기하기도 하고.. ^^ 첫번째 책도 관심이 가네요...

로쟈 2007-02-01 23:51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클리오님의 전공이 역사시군요.^^ 내용은 더 채워넣다가 날려버리는 바람에 좀 지지부진하고 있습니다. 새로 나온 책은 관심도서이지만 제목이 제 취향이 아닌데다가 분량이 좀 부폴려진 게 불만스럽네요...
 

커피 브레이크 시간에 신간들을 둘러보다가 제목 때문에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던 책은 제드 러벤펠드의 <살인의 해석>(비채, 2007). 분류상 '외국문학'이고 '미국문학'이고 '추리문학/미스터리'이다. 이런 부류의 책에 별로 흥미를 갖고 있지 않은데 (물만두님보다 먼저!) 소개를 거들게 된 건 순전히 제목에 대한 흥미 때문이다. <살인의 해석>?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대한 비틀기 아닌가.

책에 대한 정보들을 읽어보니, 일단 저자가 흥미롭다. "프린스턴 대학 재학 당시 졸업논문으로 프로이트를 택했고, 줄리아드 연극원에 진학해 셰익스피어를 전공했다. 2007년 현재 예일대학 법과 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살인의 해석>, <사법부에 의한 혁명 - 미국 헌법의 구조>, <시간 속의 자유 - 입헌 자치 정부 이론> 등이 있다"고 소개돼 있는데, 간단히 말해서 멀쩡한 법학자인데다가 명문 법대 교수가 아닌가(그의 아내마저 직장 동료라고 한다. 남편 이상으로 유명한 에이미 추아이다). 웬 스릴러? 아무래도 '문학적 끼'를 주체하지 못했나 보다. 미 헌법 전문가로 돼 있는데, 아무래도 전공은 형법쪽이어야 했을 거 같고.

더 찾아보니 <살인의 해석>은 그의 첫 소설이다. 원저는 작년 9월에 나왔으니까 불과 6개월도 되지 않아 한국판이 나온 셈(이 순발력이라니!). 거의 '동시출간'이라고 봐야겠다. 일본소설들의 경우도 그렇거니와 이런 장르소설들에 오면 '문학의 위기'라는 게 적어도 상업적으로는 엄살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까 그 위기는 그냥 '특정한 한국문학의 위기'로 이해해야 하지 않나 싶고(물론 고진이 말하는 진지한 '근대문학'이라고 할 때는 사정이 또 다르지만).

소개에 따르면, "미국의 법률학자 제드 러벤펠드가, 20세기 사상가 프로이트와 융의 학설을 바탕으로 쓴 범죄 추리극.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꼼꼼히 취재해 프로이트와 융을 살인사건에 개입시켰다. 20세기 초반 뉴욕의 풍경이 소설 속에서 생생히 묘사되며, 프로이트와 융의 정신분석학이 이야기 속에 아로새겨진다. 이야기는 프로이트가 실제로 미국을 방문한 해인 1909년 뉴욕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당시 뉴욕은 건축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닮은 마천루들이 매일 경쟁하듯 세워지고 있었다. 그 고층 빌딩에서 어느 날 미모의 여성이 살해되고, 프로이트가 그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Jed Rubenfeld's The Interpretation of Murder is one of the new historical fiction titles that publishers and booksellers predict will be hot this fall.

그러니까 프로이트의 이론을 살인 해석에 갖다 쓰는 게 이나라 프로이트가 직접 등장하는 소설인 것. 현지에서 나온 한 서평을 보니 '프로이트가 햄릿을 만났을 때'란 제목을 달고 있다. 서평이라기보다는 작가 탐방 같은 기사이군. 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까 기사부터 쉬엄쉬엄 읽어두면 되겠다.

 The Scotsman Sat 29 Jul 2006

When Freud met Hamlet

JACKIE McGLONE

JED RUBENFELD WEAVES HIS SILVER BMW SPORTS car expertly around the wide streets of New Haven, Connecticut, sighing heavily and murmuring that he wishes he could leave the country over the next few weeks. Certainly, he could afford to escape. The law professor at Yale University has recently received a whopping seven-figure sum for the sale of his first novel. He refuses to confirm the exact figure, but it is thought to be a US record.

Running away is not an option, however, since Rubenfeld becomes deputy dean of the law faculty at Yale in the autumn and his book, The Interpretation of Murder, is due out here next month and in September in the US. Already something of an international publishing phenomenon, the novel has been sold in 28 countries and his publishers have flown in fleets of booksellers to meet the "spectacularly entertaining storyteller". Soon, he faces a long, gruelling book tour across the States.

For once, though, the hype is not exaggerated. Rubenfeld's The Interpretation of Murder is a classy, literary crime novel that's also a thrilling, heart-in-the-mouth read. Set in early 20th-century Manhattan, it takes its inspiration from Sigmund Freud's visit to New York in 1909, accompanied by his protégé and rival Carl Jung. Once you start reading the atmospheric 400-page book, it's impossible to put down. Someone should snap up the film rights.

Bestseller-dom beckons, I tell 47-year-old Rubenfeld. He looks doubtful and insists that he awaits publication with trepidation. "I just don't want to be in this country when the reviews come out," he says over lunch.

His last book - Revolution by Judiciary: The Structure of American Constitutional Law - sold all of six copies when it came out last year. "And four of those were bought by members of my family!" Nonetheless, he has been described as "the most elegant legal writer of his generation," and his first academic tome, 2001's Freedom in Time: A Theory of Constitutional Self-Government, was acclaimed.

But, he says, a work of fiction is something else entirely, although "a very great deal" of The Interpretation of Murder is fact-based. "It's not a genre of literature with which I was familiar," says Rubenfeld, although he's since read Caleb Carr's The Alienist and Matthew Pearl's The Dante Club, and admires both. He wrote his first draft in six months. "It's doubly odd to me because I've never written a line of fiction before - The Interpretation of Murder just poured out.

"I was re-reading EL Doctorow's Ragtime while writing my own novel, mainly for his marvellous descriptions of turn-of-the-century New York, and I'd forgotten that Freud's visit to New York is mentioned in that book. He's a tremendous writer - if only I'd an eighth of his talent - but the details about Freud are not all that accurate because Doctorow is doing something much more fanciful than I am."

Rubenfeld spent months researching his novel. "You can get old newspapers on the internet now - a tremendous resource," he says. "I put countless hours into researching the New York City of 1909, which was far more fascinating than the city of my imagination. Sadly, I lack a vivid imagination. Taking so much from real life made the whole book possible."

As for the novel becoming a bestseller, he jokes: "I have to have a bestseller for my own self-respect." His wife is Amy Chua, also a professor of law at Yale. Her book, World On Fire - based on her immensely readable academic essays - argues that when Third World countries embrace democracy and free markets too quickly, ethnic hatred and even genocide can result. It has become an international blockbuster, reaching the dizzy heights of the New York Times bestseller lists this spring.

His wife is brilliant, he tells me over black bean soup. Indeed, The Interpretation of Murder was her idea and she's his most acute critic, along with their daughters, Sophia (13) and Louisa (10), who saw mistakes in the novel no-one else had spotted, starting on the very first page. For instance, Louisa noted that the sentence "Even the keening gulls could be only seen, not heard" should read "Even the keening gulls could be only heard, not seen".

"It took a ten-year-old to point this out, after the manuscript had been read by five or six editors, proofread by a dozen others, and countless agents!" he exclaims. "Our daughters are little geniuses; I don't know what we're going to do with them."

For Sophia and Louisa, he wrote a bowdlerised version of The Interpretation of Murder, lest anyone accuse him of corrupting minors since the book takes in not only the moneyed salons of Gramercy Park and glamorous society balls, but opium dens in New York's Chinatown, sleazy brothels and mental asylums. It also includes Rubenfeld's unique take on Freudian theory and the eternal mysteries of Hamlet, as well as discussions and descriptions of certain sadistic sexual practices.

The novel opens with Freud's arrival in New York to deliver a series of lectures at Clark University, in Worcester, Massachusetts. Shortly afterwards, the bound, whipped and strangled body of a wealthy young debutante is discovered in a luxurious Manhattan apartment. When another wealthy society beauty narrowly escapes a similar fate, the mayor of New York - George B McClellan, one of many historical figures featured in the gripping story - asks Freud to use his revolutionary new ideas about psychoanalysis to help the survivor recover her memory of the attack.

The 17-year-old girl is called Nora. "For Nora, read Dora, the young woman described in Freud's most controversial case history, which reads like a 19th-century sensation novel, and which I've always thought someone should fictionalise," says Rubenfeld, adding that Dora, whose real name was Ida Bauer, was not an American, although she died in New York in 1945.

Nora is by no means a carbon copy of Dora, but her predicament is the same: advances are made on her by her father's lugubrious best friend and her father refuses to take her side when she protests, because he's having an affair with his friend's seductive wife, to whom Nora is erotically attracted.

The Oedipal interpretation of Nora's hysterics, which Freud offers Dr Stratham Younger - the book's dashing main narrator who falls in love with Nora - is the actual interpretation that Freud offered the real-life Dora. The case fascinates Rubenfeld, as does Freud's brief American sojourn.

Despite the great success of the Viennese psychiatrist's visit to the US, he always spoke, in later years, as if some trauma has befallen him there. "Freud called Americans 'savages'. He blamed America for physical ailments that afflicted him long before 1909. His biographers have puzzled over this mystery, speculating about whether some unknown event might have happened in America that would make sense of his otherwise inexplicable reaction," says Rubenfeld.

While there is no evidence that Freud was ever asked to investigate a murder, Rubenfeld has drawn directly and extensively from letters, writings or other published sources for much of the dialogue attributed to both Freud and Jung in his novel.

Since Rubenfeld grew up in a highly intellectual household in Washington DC, he was steeped in the works of Freud from an early age. The son of a psychologist and psychotherapist father - "not a Freudian" - and a renowned art critic and biographer mother, he read philosophy and psychology at Princeton, before attempting to fulfil his lifelong ambition to act.

After graduating, he studied acting at the Juilliard School of Drama in New York, where he was one of 18 students chosen from 1,000 applicants. He spent a year "pretending to be an unemployed actor but being a well-employed waiter," suffering rejection after rejection at "cattle-call auditions".

Eventually, after failing to land a single role, he repaired to Harvard University, where he read law and met his wife. "I don't know how I became a professor. I swore I wouldn't become an academic. I wanted to be in the real world and to deal with people's real problems, but now I really love my job. "As for a sequel to the novel, well, the jury's out. I do have this day job and it's time I produced another legal work, which will probably sell another six copies." Before we part, I tell Rubenfeld how riveting I found his theories on Hamlet, although I won't ruin it for prospective readers by revealing his thoughts on the gloomy Dane. "I have to admit I am worried about that, too," he says. "I hope that I haven't written too highbrow a book. There comes a point in this novel when the demands on the reader are perhaps just too great."

To paraphrase his favourite Shakespeare play, the gentleman doth protest too much.

07. 02. 01.

P.S. 사진은 소설의 배경이기도 한 1909년 클라크대학 앞에서 찍은 프로이트(앞줄 왼쪽)와 그의 수제자 융(앞줄 오른쪽)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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