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신문을 미리 훑어보려니까 눈에 띄는 기사가 있다. '한국번역비평학회'가 출범한다는 소식이다. 우리 출판문화에서 번역서 갖는 비중(인문서의 경우 거의 절반 이상이지 않나 싶다)을 고려할 때 오히려 뒤늦은 감이 들 정도이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된 번역문화의 정착을 위해서 필요한 첫걸음이 내디뎌지기를 기대한다.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지만, 번역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면서 번역자에 대한 사회적 대우도 개선되고 번역 업적에 대한 학계의 인식도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찾아보니, 지난달초에 담비에도 소개기사가 게재되었었다.

   

한국일보(07. 03. 02) "번역 업그레이드” 학술적 비평 첫 시도

국내 발행 도서 중 번역서 비중이 30%를 훌쩍 넘었지만 번역의 질을 담보할 장치는 아직 미비하다. 최근 몇몇 교수와 연구기관이 국내의 낮은 번역 수준을 비판했고 일부 네티즌은 오역 사례를 꾸준히 지적하고 있지만 대체로 산발적·개인적 차원에 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번역 비평을 표방한 첫 학술 단체인 한국번역비평학회(회장 황현산 고려대 교수)가 3일 창립학술대회를 열고 본격 출범한다.

◆ 단순한 오역 비평을 넘어

어문학 교수들이 주축을 이룬 번역비평학회는 번역학 체계 정립과, 문학을 포함한 인문학 전반의 번역물 평가기준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번역 실무나 통번역 교육에 초점을 맞춘 기존 번역학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학회 이사인 이영훈 교수(고려대)는 “지금까지 번역은 학문적 활동보다 기술적 작업으로 평가 받아온 게 사실”이라며 “해묵은 오역시비의 덫에 걸린 번역비평 방법을 다양화·체계화해 번역 수준을 향상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학회는 번역자의 주체적 해석을 강조하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번역 이론 발표를 맡은 전성기 고려대 교수는 “번역자는 원텍스트를 정보 차원에서 읽는 것을 넘어 보다 깊이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며 작품을 재구축하는 번역문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 번역가이자 또 다른 발표자인 정혜용 박사는 “(원문에 대한) 충실성과 가독성은 더 이상 번역의 규범이 될 수 없다”면서 “작품마다 지닌 고유한 논리를 읽어내 자신의 모국어로 되살리는 존재가 번역가”라고 주장했다.

국내 정상급 번역가들도 학술대회에 초청된다. 황보석(영어) 김난주(일본어) 이인숙(불어) 권미선(스페인어) 등 각 언어권 작품에서 손꼽히는 번역가들이 ‘번역 환경과 해결방안’ ‘번역의 어려움’ 등을 주제로 발표하고 참석한 학자들과 토론한다. 평소 번역 환경의 문제점을 비판해왔던 박상익 우석대 교수와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도 참석한다. 이에 대해 이영훈 교수는 “번역비평의 대상인 일선 번역자들에게 일방적 잣대를 들이대기보단 현장의 여건과 애로사항부터 살피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 번역비평 무크지 발행

학회는 한국퀘벡학회와 공동으로 11월2~3일 ‘퀘벡과 번역’이란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영어·불어가 공용어인 캐나다는 일찍이 번역 이론과 실무가 발달했고, 특히 퀘벡은 번역비평 부문에서 가장 선구적인 지역이다. 또 학회는 올해부터 1년에 두 차례 정도 번역비평 무크지를 펴낼 계획이다. 학술이사인 조재룡 성균관대 교수는 “번역 관련 대담, 번역비평 에세이 등 딱딱하지 않은 내용으로 꾸밀 예정”이라며 “유명 고전작품의 여러 번역본을 비교 평가하고 신간 번역서를 비평하는 코너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번역 현장 일각에서 학회가 공언한 비평 활동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김난주씨는 “번역가의 언어 선별은 병아리 감별사의 작업과 닮았다”며 “번역가 개인의 감각적 역량에 획일적 기준을 적용한다면 결과적으로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표정훈씨도 “학계에서 번역을 진지하게 다루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향후 학회의 비평 활동이 열악한 번역현장 여건을 도외시한 채 이뤄진다면 오히려 번역에 대한 신뢰만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훈성기자)

담비(07. 02. 05)  번역비평학회 창립 기념 학술대회

번역과 비평이 만난다? 늘 쏟아졌던 번역물이지만, 지금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번역 교양물들이 쏟아지고 있는 시대다. 번역은 반드시 오역논란을 부른다. 번역이 어렵기도 하지만, 그만큼 불성실하게 이뤄진다는 증거는 날이 갈수록 더해져가는 느낌이다. 출판계의 대필관행과 학계의 표절관행으로 우울한 이 시점에 번역비평을 본격적으로 표방하는 학자들이 있어 반가운 마음이다.

오는 3월 3일 한국번역비평 학회가 공식 창립되면서 기념 학술대회가 열린다. “번역비평,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국문학번역원, 고려대학교 언어문화연구원, 한국학술진흥재단 번역인문학 프로젝트 연구팀과의 공동 개최로 진행될 3월 3일 학술대회는 1부 ‘번역 이론’, 2부 ‘번역 실천’, 3부 ‘번역 현장’으로 구성되어, 국내 번역 현황을 점검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나아가 번역이론의 필요성과 출판 현황 전반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학회 창립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학술원 회원이신 원로불문학자 정명환 교수와 한국문학번역원 윤지관 원장의 기조강연으로 시작된다. 번역이론 정립을 위하여 마련된 1부에서는 다년간 번역문법과 번역학 정립을 위해 고군분투해온 전성기 고려대 교수와 파리 통번역대학원 박사로 번역 이론 및 실천에 왕성한 활동을 보여온 정혜용 박사의 발표가 마련되어 있다.

‘번역 실천’을 주제로 마련된 2부에서는 황보석, 김난주, 이인숙, 권미선 등, 국내 최고의 번역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번역의 경험과 어려움을 함께 논한다. 한편 3부에 발표가 마련된 표정훈 출판평론가와 박상익 교수는 정확한 진단과 날카로운 관점을 바탕으로 번역 전반의 문제점을 숙고해온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적인 논객들이다. 이와 아울러 분과별 발표가 진행되기 전, 한국불어불문학의 발전에 초석을 놓은 학자로 평가받는 정명환 교수와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의 기조연설, 번역비평학회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황현산 고려대 교수의 축사가 마련되어 있다.  

한국번역비평학회에서는 학술대회와 동시에 학술발표회의 원고들을 수합하여 전문 무크지를 발간하기로 결정하였다. 대학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소장학자들의 번역전반에 관한 성찰을 중심으로 무크지를 운영할 것이며, 국내를 대표할 수 있는 번역가들과 번역이론가들의 대담도 기획 중에 있다.

11월 2일-3일 열리는 학술대회는 한국퀘벡학회와 공동으로 주관하여 국제학술대회로 규모를 확장할 예정이다. 인문학 위기 타개와 번역 비평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 해 10월 고려대학교에서는 번역인문학 국제 학술대회가 개최된 바 있으며, ‘퀘벡과 번역’이란 주제로 열리는 11월 국제 학술대회는 그 연장선상에서 보다 폭넓고 다양한 국ㆍ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한 자리에 모을 예정이다.(리뷰팀)

학술대회 세부 일정

09:30-10:00 : 접수

1부 : 개막 행사 (10:00 - 11:20)  사회 : 한대균(청주대)
10:00 - 10:10 : 개회사 - 황현산(번역비평학회장, 고려대)
10:10 - 10:40 : 기조강연 1 - <번역에 관한 몇 가지 고찰>, 정명환(학술원회원)
10:40 - 11:10 : 기조강연 2 - <번역의 정치성>, 윤지관(한국문학번역원장)
11:10 - 11:20 : 휴식

2부 : 번역이론 (11:20 - 12:40)   사회 : 이영훈(고려대)
11:20 - 12:00 : <번역문학비평을 위하여>, 정혜용(서울대 불문과)
   토론자 : 김윤진(한국문학번역원)
12:00 - 12:40 : <인문학번역과 번역문법>, 전성기(고려대 불문과)
   토론자 : 송태효(고려대 레토릭연구소)

* 12:40 - 14:00 : 중식 (고려대 국제관 1층 교직원식당)

3부 : 번역 실천 (14:00 - 16:40)  사회 : 김재혁(고려대)
14:00 - 14:40 : <우리 번역의 현주소와 개선 방안>, 황보석(미국문학 번역가)
   토론자 : 정혜윤(기독교방송국 PD)
14:40 - 15:20 : <일본 문학번역의 함정들>, 김난주(일본문학 번역가)
   토론자 : 유숙자(일본문학 번역가)
15:20 - 15:30 : 휴식
15:30 - 16:10 : <한국문학 프랑스어 번역의 난점들>, 이인숙(한․불문학 번역가)
   토론자 : 고봉만(한길사 기획위원)
16:10 - 16:50 : <스페인어 문맥의 함축적 성격과 번역의 어려움>,
       권미선(스페인문학 번역가)
   토론자 : 송상기(고려대)
16:50 - 17:00 : 휴식

4부 : 번역 출판과 현장 (17:00 - 18:20)  사회 : 조재룡(성균관대)
17:00 - 17:40 : <번역자의 조건들>, 박상익(번역비평가)
17:40 - 18:20 : <출판제도 안에서의 번역>, 표정훈(출판평론가)

07. 03. 01.

P.S. 교수신문에 한국번역비평학회 초대회장 황현산 교수와의 인터뷰기사가 게재되었기에 마저 옮겨놓는다. 기사를 읽으면서 받게 되는 인상은 불문학자이면서 여러 권의 문학 번역서를 낸 역자답게 황교수의 고민은 상당히 고차원적이라는 것이다. '상투적인 번역'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대개의 경우 우리 번역서들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상투적인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번역의 미학이나 윤리, 철학을 따지기 이전에 일단 '번역' 자체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이 내가 보고 겪는 현실이다. 아마도 읽는 책들이 서로 다른 모양이다...   

교수신문(07. 03. 02) 한국 번역, 오역시비에 그쳐…상투적 번역이 더 문제”

한국번역비평학회(회장 황현산)가 지난 3일 고려대에서 ‘번역비평,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창립 학술대회를 열었다. 번역에 관한 이론과 현장경험이 만난 의미 있는 자리였다는 평가다. 지난달 27일 학술대회에 앞서 학회장인 황현산 고려대 교수(불어불문학과·사진)를 만나 우리나라 번역의 문제점 및 번역비평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황 회장은 지난해 9월 학회 창립 이후 초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번역을 이론화하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계기를 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학회를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일반적으로 번역을 ‘우리말로 돼 있지 않은 텍스트를 우리말로 바꿔 소개하는 작업’ 정도로 여기는데, 이는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번역작업을 하다보면 두 언어에 관해 어느 때보다 깊이 있는 성찰이 이뤄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시나 소설 같은 언어창작물 보다 오히려 번역이 담당하는 역할이 커요. 언어의 모든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번역은 인문학의 모든 주제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번역을 둘러싼 잘못된 인식은 번역비평의 한계로 이어진다. 황 회장은 ‘번역담론’의 문제를 꼬집었다. “한국의 번역은 늘 오역시비에서 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번역을 통해 탐구하고 알아야 할 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치게 되죠. 번역은 언어를 분석하기에 굉장히 좋은 재료인데, 아직 우리나라 번역은 그 단계에 이르지 못 했다고 봅니다.”

본지가 지난 2005년부터 연재한 ‘고전번역비평- 최고의 번역본을 찾아서’를 언급하자 황 회장은 칭찬과 함께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번역의 중요성은 물론, 번역을 객관화하고 공공연히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데 교수신문이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연재물을 보면서 “오역이 많다, 잘 읽힌다” 정도의 논의를 넘어 체계적인 번역 담론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무엇보다 오역시비에 앞서 우리나라 번역작업이 안고 있는 근본장애로 ‘상투적인 번역’을 지적했다. “우리말로 쓴 것보다 더 우리말 같은 번역들”은 번역의 중요한 힘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상투적이지 않다는 것은 무한한 해석의 여지를 갖고 있다는 뜻인데, 소설이나 시에선 낯선 말도 용납하면서 유독 번역에서 낯선 용어가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고 비판한다. 이어 “낯선 것을 받아들이고 끌어안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상투적인 번역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번역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기 위해 학회는 갈 길이 멀다. 황 회장도 “공개적, 객관적으로 번역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학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번역이론가와 현장번역가가 만나 번역에 관한 인식을 같이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자평한 그는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학술회의, 국제학술세미나, 월례발표회 등을 통해 번역에 관한 문제들을 다각도로 성찰해 나가겠다”고 학회의 향후 계획을 밝혔다.(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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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0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학에서는 논문 쓰는 것보다 번역이 훨씬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우리나라의 인식은 아직 한 참 먼 것 같아요. 미국의 명문대에서는 박사학위 논문 절반이 고전텍스트 번역이라고 하던데..

로쟈 2007-03-0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학계의 고질 같습니다. 대학원생들 시켜서 주로 대리번역들을 하다보니, '업적'으로 인정할 수가 없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젠 좀 달라져야지요...

jouissance 2007-03-02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문제를 제일 앞서, 제일 줄기차게, 재기했던 사람이 김용옥이죠. 그래요, 이젠 달라지겠죠. 달라져야 하구요. 회장(황현산)은 제대로 뽑은 것 같네요. 황현산이 2005년에 출간한 말레르메 <시집>은 번역의 전범이라 할만하죠...

로쟈 2007-03-02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 <절차탁마 대기만성> 등에서부터 힘주어 강조했던 것이죠. 한데, jouissance님 전공이 불문학이신가 보네요.^^

jouissance 2007-03-02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문학을 좋아하긴 하지만 전공은 아니랍니다. 누가 전공을 물어보면 말하기가 조금 뭐해요. 하도 다닌듯 안 다닌듯 그럭저럭 다녀서 말입니다...^^

기인 2007-03-02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번역. 복잡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