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월이지만 봄은 다 가고
이삿짐차 떠난 뒤에 남은
살림 같은 버릴 것만 남은
살림 같은 봄만 남은 것 같다
가장 잔인한 달 지나가면
덜 잔인한 달
(차라리 잔인하기를!)
오월은 그렇지 않았는데
등나무 꽃그늘 같은 시절이 있었는데
(대체 언제적인가?)
지금은 사월만 지나면 봄도 다 가는가
늦게 온다고 더 오래 머물지 않고
일찍 떠난다고 미안해 하지 않는다
사월에 만났던 사람 그렇게 떠났고
오월에 헤어진 사람도 그렇게 떠났다
내게 남은 사월 언제부턴가
먼지 뿌옇고
오월은 봄도 아니고 봄인 척
사월과 오월 사이에
나는 시를 쓰고 빈집에서
걸레질하고
(할 필요가 없다고요?)
굳이 걸레질하고
사월의 방문을 닫는다

오월의 문을 열면 이미 다른 집
이제 오월이지만 봄은 다 가고
봄은 다 가고야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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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4-30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월을 누가 덜잔인한 달이라고 하는가?
한국에서 딸도 며느리도 엄마도 아니라야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로쟈 2018-04-30 08:06   좋아요 0 | URL
어린이날, 어버이날 때문인가요? 저는 날씨만으로.~

로제트50 2018-04-30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일하는 가게는 서향이고 전면이
유리로 되어 사월부터 에어컨을 틀어
놓곤 합니다. 그러다 해가 숨어면
춥네, 하며 끄는 일이 하루 여러차례 반복되죠. 저의 사월은
여름 미리맛보기, 더운 계절 앞둔
심호흡 같은 것.

로쟈 2018-04-30 08:07   좋아요 0 | URL
계절의 여왕이란 말도 예전엔 썼는데 옛말이 된 듯.
 

비텐베르크로 돌아가지 말고 내 곁에
있어 다오 햄릿, 이라고 어머니가 말한다
어머니 거트루드가 말한다 햄릿은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부왕의 부고를
듣고 부랴부랴 귀국한 왕자
(연락처는 두고 갔는가, 햄릿?)
그 사이에 숙부 클로디어스는 왕이 되고
거트루드를 왕비로 맞는다
젠장, 이라고 햄릿은 말한다
나 다시 돌아갈래, 라고 말한다
하지만 햄릿, 내 곁에 있어다오
오,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
곁에 햄릿은 남는다 비텐베르크의 대학생
햄릿은 마르틴 루터의 동문이지
루터의 도시 비텐베르크는 햄릿의
도시도 될 뻔했다네 그가
되돌아갔다면 어찌 알겠는가 신학자 햄릿
위아래는 모르겠지만 종교개혁가 햄릿
하지만 햄릿은 덴마크에 남는다
비텐베르크에 부재하는 햄릿
부재로 존재하는 햄릿
대학도 졸업하지 못하고
중세로 돌아간 햄릿
끝내 어머니 곁을 떠나지 못한 햄릿
욕정의 구렁텅이에 빠진 햄릿
약한 자의 곁에
남은 곁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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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의 강의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탓에 피곤하여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났다. 아니 아침을 먹고는 한 시간 더 자고 일어났다. 어젯밤에 한 일이라고는 부재중에 온 택배들을 푼 일, 그리고 시사팟캐스트를 듣다가 만 일 등.

배송된 책들 가운데 하나는 모리오카 고지의 <죽도록 일하는 사회>(지식여행)다. <고용 신분 사회>의 저자로 일본의 경제학자다. 일단 <죽도록 일하는 사회>를 읽어보기로. 부제는 ‘삶을 갉아먹는 장시간 노동에 대하여‘다. 일본 얘기만은 아니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일본인이 무색할 만큼’ 맹렬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노동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한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꼽는다. ‘글로벌 자본주의’, ‘정보자본주의’, ‘소비자본주의’, ‘프리타 자본주의’가 그것이며, 이 책에서는 각각 한 장(章)을 할애해 현대사회의 과노동 요인을 차례로 규명한다.˝

우리 역시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국가에 속한다(멕시코와 경합한다던가). 더불어 효율성은 낮다는 비판도 받는다. ‘과노동 시대‘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떤 탈출구가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제목만으로는 닐 포스트먼의 <죽도록 즐기기>와도 짝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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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8-04-29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고보니 로쟈님은 하루 24시간이 바쁜 분이잖아요. 저도 좀 그런 편이지만, 그게 강요해서 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죽도록 일하는 사회‘의 취지랑 안맞는 듯해요. 가끔 생각해봅니다. 나는 왜 이러고 사는가. 돈 때문인가, 아니면 명예욕인가, 아니면 내가 늘 대는 핑계처럼 거절을 못해서, 인가. 답은 셋다가 아닐까 싶네요.

로쟈 2018-04-29 20:07   좋아요 0 | URL
네 노동으로서의 일은 그렇죠. 아렌트 개념으로 작업이나 행위라면 다른 의미를 갖겠죠.
 

강의 공지다. 강남도서관 주관으로 동네책방에서 로쟈처럼 서평쓰기 강의를 진행한다. 5월부터 10월까지 매월 한 차례씩(금요일 저녁 7시) 진행하며 장소는 카페서점 북앤빈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포스터를 참고하시길. 매달 다루게 될 서평 도서는 아래와 같다.  


로쟈처럼 서평쓰기


1강 5월 18일_ 박한식, <선을 넘어 생각한다>



2강 6월 15일_ 조지 레이코프,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3강 7월 20일_ 매들린 밀러, <아킬레우스의 노래>



4강 8월 17일_ 김진호, <권력과 교회>



5강 9월 07일_ 아구스틴 푸엔테스, <크리에이티브>



6강 10월 05일_ 스티븐 슬로먼, <지식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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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ipe72 2018-04-29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바틀비라고 적어놓고 며칠
시가 되는 건지 될 수 있는 건지
아니 바틀비로 시를 쓸 수 있는 건지
(쓰고는 싶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바틀비
무얼 하고 싶은 건지 하고는 싶은 건지
안 하고 싶다는 바틀비 하고
싶지 않다는 바틀비 하지 않고
싶다는 바틀비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는 바틀비 이런
바틀비들 같으니라구
하면서 나는 바틀비에게 무얼
해줄 수 있을까 마술사도 아니고
마법사도 아니라네 나는
변호사도 아니고 변호사 사무장도
아니라네 하지만 바틀비
는 안 하고 싶어하는 바틀비는
애초에 너무도 조용하고 묵묵히
베끼기만 하는 필경사 너무 베끼기만 하다가
바틀비는 바틀비가 되고 말지
아무 표정도 없이 안 하고 싶다는 바틀비는
하지 않고 싶다는 바틀비는
알 수 없는 바틀비가 아니라
알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바틀비
죽어 있는 바틀비 이미 죽은 바틀비
너무 베끼기만 하다가 더이상
베낄 수 없는 바틀비 더 이상
베끼지 않고 싶다는 바틀비
베낄 게 없는 바틀비
아무것도 없는 바틀비
아무도 아닌 바틀비
에 대한 시도 그냥
바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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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4-28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든 저거든 아무 상관없는
주름살 하나 꿈틀거리지 않는 바틀비.
무엇이라도 되어 주어야만 한다고
소란을 떨었다는 것을 선생님 강의에서 알게됬네요.

로쟈 2018-04-29 08:14   좋아요 0 | URL
바틀비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금바꿔보려고.

로제트50 2018-04-28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 언어유희여요?
이상 스타일@@

로쟈 2018-04-29 08:13   좋아요 0 | URL
모든시에 언어유희가 들어가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