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월이지만 봄은 다 가고
이삿짐차 떠난 뒤에 남은
살림 같은 버릴 것만 남은
살림 같은 봄만 남은 것 같다
가장 잔인한 달 지나가면
덜 잔인한 달
(차라리 잔인하기를!)
오월은 그렇지 않았는데
등나무 꽃그늘 같은 시절이 있었는데
(대체 언제적인가?)
지금은 사월만 지나면 봄도 다 가는가
늦게 온다고 더 오래 머물지 않고
일찍 떠난다고 미안해 하지 않는다
사월에 만났던 사람 그렇게 떠났고
오월에 헤어진 사람도 그렇게 떠났다
내게 남은 사월 언제부턴가
먼지 뿌옇고
오월은 봄도 아니고 봄인 척
사월과 오월 사이에
나는 시를 쓰고 빈집에서
걸레질하고
(할 필요가 없다고요?)
굳이 걸레질하고
사월의 방문을 닫는다

오월의 문을 열면 이미 다른 집
이제 오월이지만 봄은 다 가고
봄은 다 가고야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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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4-30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월을 누가 덜잔인한 달이라고 하는가?
한국에서 딸도 며느리도 엄마도 아니라야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로쟈 2018-04-30 08:06   좋아요 0 | URL
어린이날, 어버이날 때문인가요? 저는 날씨만으로.~

로제트50 2018-04-30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일하는 가게는 서향이고 전면이
유리로 되어 사월부터 에어컨을 틀어
놓곤 합니다. 그러다 해가 숨어면
춥네, 하며 끄는 일이 하루 여러차례 반복되죠. 저의 사월은
여름 미리맛보기, 더운 계절 앞둔
심호흡 같은 것.

로쟈 2018-04-30 08:07   좋아요 0 | URL
계절의 여왕이란 말도 예전엔 썼는데 옛말이 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