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기다리기만 한 건 아니다
장대비가 내렸고
옥수수가 키보다 높이 자랐다
세상이 잠시 슬펐다
누구를 기다렸는지 잊었다
기다리던 시간만 발자국처럼 남았다
빗물에 찍힌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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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7-1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약없는 아니고, 기약있는 기다림 중에 이런 시라니~
자신의 부재를 즐기라는 넘의 남자
빗물에 군화 발자국이라도 찍게
시원하게 한번 와주면 좋으련만~햇볕만 쨍쨍ㅜㅜ

로쟈 2018-07-16 21:58   좋아요 0 | URL
땡볕이라 고생을 좀 하겠네요.^^;
 

인형도 사생활이 있다지
사람들이 볼 때는 근무시간
인형은 인형답게 눈을 깜박이고
인형답게 북치고 춤추고

근무시간에는 군것질을 하지 않아
한 끼도 안 먹는 게 근무수칙

인형은 인형답게 눈알을 빼주고
근무시간에는 팔도 떼주고
미소지으며 다리도 떼준다네
한결같은 표정으로 인형은

영국여왕의 근위대처럼 절도를 지키지
근무시간에는 말이야

특수한 신경에다 특별한 내장에다
인형은 사람답지 않지
인형의 영혼은 용궁에 있지
인형의 가족은 아마도 별궁에 있지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만
인형은 기지개를 켜지
인형의 아침이 밝으면
인형은 뉴욕의 영국인이 되지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인형은 인형답지 않지
인형은 꿈을 꾸고
인형은 군것질을 하고

달리는 차에도 뛰어들고
옥상에서도 뛰어내리고
인형은 제대로 미쳤지
휴일의 인형은 말릴 수 없어

인형도 사생활이 있는 거지
그런데 누가 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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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착각과 오만>(열린책들)이란 제목에서 ‘민주당‘은 미국의 민주당을 가리킨다. 부제는 ‘미국 민주당의 실패에서 배우기‘이고 저자는 이미 이 방면의 문제작을 여러 권 펴낸 바 있는 토머스 프랭크다. 전작들이 한국의 정치상황을 이해하는 데 많은 참조가 되었던 걸 상기하면 이번 신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기대를 하게 된다. 그 경우에 민주당은 미국 민주당만을 뜻하지 않는다.

˝전작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등을 통해 정치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알린 저자는 위트 넘치는 비유와 따끔한 시선으로 미국 민주당의 가까운 40년 역사를 살핀다. 프랭크는 이 책을 통해 오늘날 민주당이 맞은 위기가 단순히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핵심 지지 계층을 둘러싼 전략적 오판임을 증명한다. 프랭크는 민주당을 향해 한때 자신들의 핵심 정체성이었던 평등주의 가치를 스스로 포기한 당, 그러면서 선거철마다 ‘공화당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전국의 유권자들을 깃발 아래로 결집시킬 수 있다‘고 착각하는 오만에 빠진 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곧 간판을 바꿔달 것 같지만 지난 지방선거와는 달리 다음 총선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전국의 유권자들을 깃발 아래로 결집시킬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럴 수 있다고 방심한다면 그야말로 착각과 오만이 될 것이다. 유창한 연설 빼고는 무력한 모습만을 보여준 오바마의 실패까지 포함해서 ˝미국 민주당의 실패에서˝ 확실하게 배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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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8-07-1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우리 민주당 분들과 그 지지자들에게 더 필요한 책이군요! 시의적절한 책이 나왔네요.

로쟈 2018-07-16 21:58   좋아요 0 | URL
네 반면교사로.~
 

PC로 쓰면 좀더 편할 텐데도 언제부턴가 주로 핸드폰으로 북플을 열고 페이퍼를 적는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이동간이나 밖에서도 간편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도 일의 느낌을 덜 갖게 한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일이 많은데 서재‘일‘까지 하려 하면 그 자체로 과로가 된다.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는 일이 그렇다고 일이 아니냐고 하면 변명은 궁색하다. 고작해야 느낌이 그렇다고 핑계를 댈 수밖에 없다. 읽을 책들을 옮겨놓으니 책상이 금세 스무 권 가량의 책으로 다 찼다. 정리하는 의미로 분야별로 독서 우선순위를 정해놓으려 한다.

경제쪽으로 세 권을 골랐는데 먼저 로버트 하일브로너와 레스터 서로의 <한번은 경제공부>(부키). <경제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가>를 공저한 바 있는 두 저자가 합작한 경제학 입문서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으로 경제학의 기초부터 거시경제와 미시경제, 그리고 현대경제학의 여러 고민들까지 다룬다. 고등학생들도 읽어볼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아이한테 추천하기 위해서 나부터 좀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이미 알라딘에서도 핫한 책으로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추수밭). 저자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된 댄 애리얼리의 신작으로 금융교육의 교재로 딱 맞는 책이다. 두께가 좀 있지만 이 역시 고등학생 정도면 읽어볼 수 있겠다. 더불어 직장인뿐 아나라 전업주부도 필독해봄 직하다.

그리고 이론서로 고른 건 일본 학자 가쿠다 슈이치의 <‘자본‘의 방법과 헤겔 논리학>(두번째테제)이다. 헤겔의 논리학을 통해 주로 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 요강>을 해명하고 있는 책이다. 당장 숙독할 수 있는 책은 아니고 무엇이 문제로 구성되어 있는지만 살펴보려 한다.

이번주에 세 권을 다 읽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필시 내주에도 또 이 이상의 책들이 나올 거라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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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 2018-07-15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쁘시다니 그래도 부럽네요...

로쟈 2018-07-15 23:38   좋아요 0 | URL
바쁜 게 부러우실 것까지야...

마태우스 2018-07-16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저는 컴 앞에 앉지 않으면 글 못쓰는데... 대단하십니다. 하기야, 너무 바쁘시면 그렇게 하셔야죠.

로쟈 2018-07-16 21:59   좋아요 0 | URL
그래도 갈수록 의욕이 떨어지고 있어서 문젭니다.^^;

:Dora 2018-07-16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단점은 눈이 침침해 지고 책 순서를 정할 수 없네요 장점은 누워서도 가능 ㅋ

로쟈 2018-07-16 22:00   좋아요 1 | URL
네 시력에는 아무래도.~
 

서머싯 몸의 회상록 <서밍업>(위즈덤하우스)이 정말 오랜만에 나왔다. 아니 완역본으로는 최초라 한다. 그간에 정본 번역본이 없었으므로 현재로선 유일 완역본이자 정본 번역본이다.

˝<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의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의 대표 에세이. 70~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고급 영어를 공부하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원서로 읽었을 정도로 <서밍업>은 가장 표준형의 영어와 명료한 문장을 구사하는 서머싯 몸의 스타일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머싯 몸이 64세에 쓴 문학적 회상록으로 1890년~1938년까지의 생애와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그의 어린 시절, 초기에 희곡으로 성공을 거둔 시절, 소설로의 전환기, 그리고 여행과 철학 같은 여러 가지 주제들을 망라하고 있다.˝

책소개에도 있지만 영어공부용으로 많이 읽힌 책으로 내가 본 것도 다이제스트 대역판이었다. 고등학생 때였나 보다. 당시에는 ‘서머싯 몸‘이 아니라 ‘서머셋 모옴‘으로 표기되었는데 ‘몸‘으로 변경된 것은 아무래도 마땅찮다. ‘몸‘이 갖는 중의성 때문에 고유명사 표기로는 불편하다. 게다가 원발음과도 상관없다(‘Maugham‘의 발음은 ‘머흠‘이라고 들린다). 고쳐서 더 나쁜 결과가 나오는 걸 개악이라고 하던가.

책제목에 굳이 영어의 띄어쓰기를 반영해서 ‘서밍업‘ 대신에 ‘서밍 업‘이라고 한 것도 특이하다. 그런 식이면 ‘굿모닝‘은 ‘굿 모닝‘이라고 적어야 한다. 한글과 영어의 표기방식상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듯싶다.

덧붙여 말하자면,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나온 <인간의 굴레> 제목이 <인간의 굴레에서>(민음사)인 것도 못마땅하다. 통용되는 제목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 이상 관례를 따르는 게 낫다고 본다. 여담이지만 제목이 불편해서 몸 작품 강의에서 <인간의 굴레에서>만 빼놓기도 했었다. <인간의 굴레>도 새 번역본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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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람 2018-07-1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밍업 번역은 70년대에도 있었읍니다. 또 영한 대역본도 있었읍니다. 모옴의 책중 단편 몇개만 빼고 전부 읽어 본 사람으로 이야기합니다.(일부는 영어로 일부는 한글로)
완역본으로는 최초라는 건 출판사의 자기 과시로 보입니다. 이미 70년대에 모옴 전집이 출간되어 있었읍니다. (배게만한 두께에 5권짜리 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말은 전집이지만 빠진 작품도 있었을 겁니다.)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기억이 가물 가물 합니다만...
인간의 굴레는 1953년부터 1975년까지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조용만의 번역이 있었읍니다. 60년대에 출판된 것으로 생각합니다.요즘 출판사들은 출판의 역사를 자기 입맛대로 다시 쓰는 곳이 많은 듯 합니다.

로쟈 2018-07-17 09:27   좋아요 0 | URL
네 번역본이 있었던 건 저도 기억하는데 완역본이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네요. 출판사도 요즘은 시중에 없으면 초역이라고들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