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역사 아카데미 목요강좌

푸른역사 아카데미 강좌에 대해선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아카데미의 설립 취지와 기획에 관한 인터뷰기사가 올라왔기에 한번 더 옮겨놓는다. 이 강의공간과 강좌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한겨레(11. 06. 15) 새로운 ‘역사 대중화’ 위해 학계·출판계 뭉쳤다

<대장금>을 비롯한 텔레비전 사극들의 높은 인기가 보여주듯, 역사는 대중들이 누리는 인문교양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분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는 1990년대 중반부터 학계나 출판계에서 활발하게 펼쳤던 ‘역사 대중화’ 작업들이 큰 구실을 했다. 반면 한껏 높아진 대중의 열기에 견줘 지금 학계·출판계가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려는 발걸음은 충분하지 못하다는 성찰도 나오고 있다. 역사 분야의 석·박사 전공자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역사 대중화를 선도해왔다고 평가받는 출판사인 푸른역사가 지난 4월부터 ‘푸른역사 아카데미’라는 이름의 시민 교육기관을 만들고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한 건물 3층에 책장과 책상, 세미나실 등 공부에 필요한 공간을 갖추고, 독서모임이나 각종 강좌를 펼치고 있다. 중소 규모 출판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교육기관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사랑방 모임’이라는 세미나 모임을 통해 꾸준히 교류해왔던 박혜숙(사진 오른쪽) 푸른역사 대표와 푸른역사 아카데미 원장을 맡은 임기환(왼쪽) 서울교대 교수를 만나 아카데미의 취지와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두 사람은 아카데미 설립의 기본적인 취지에 대해 “역사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만남의 공간’을 제공하자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 교수는 “이미 다듬은 생각을 전달만 하는 책이나 특정 시기와 장소에만 열리는 강좌들로서는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의 열망을 모두 끌어안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기존의 출판 방식만으로는 깊고 다양해지는 대중들의 관심을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학계와 출판계 모두 새로운 시도를 위해 대중들과 직접 만나는 소통 창구를 원했다는 얘기다.

푸른역사 아카데미의 두드러진 특징은 역사적 사실의 전달에 그치지 않고, 역사를 시민교양의 한 분야로 삼아 새로운 ‘기획’을 선보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목요일마다 열리는 고정강좌다. 여기에선 노성두 박사의 미술사, 김수영 연세대 강사의 철학, ‘인터넷 서평꾼 로쟈’란 필명으로 유명한 이현우 박사의 문학, 음악칼럼니스트 정준호씨의 클래식 강좌가 열린다. 강좌마다 40~50명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한다.

기획강좌의 내용도 새롭다. 15일 처음 열리는 ‘논쟁-대담’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에서는 역사학자인 김영미 국민대 교수와 정치학자인 이광일씨의 발표를 중심으로, 박정희 체제와 새마을 운동에 대해 역사학자와 정치학자의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 견줘볼 예정이다. 지난 13일부터 열린 기획강좌 ‘역사가가 편집자에게’ 역시 새로운 시도다. 출판시장에서는 주로 대중이 어떤 역사서를 원하는가에 눈을 맞추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연구자들이 스스로 거둔 연구 성과를 단행본으로 만들기보다는, 대중들이 읽기 편한 주제를 중심으로 기존에 나온 학계의 성과들을 엮고 짜맞추는 출판 기획이 많다. 이에 대해 아카데미는 지식 생산자인 학자들은 어떤 책이 만들어지길 원하는지에 귀를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임 교수와 함께 김기봉 교수, 한명기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서, 역사대중서는 왜 팩션과 미시사에 열광하는지, 학계에서 보는 한국사의 새로운 트렌드는 무엇인지 등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아카데미는 이런 새로운 시도들 속에서 학계와 대중, 학계와 학계 사이에 다리를 놓는 ‘매개체’ 구실을 할 것이라고 한다. 박혜숙 대표는 “현재 이른바 ‘학술진흥재단(학진) 시스템’이라 불리는 연구·글쓰기 시스템에서 나오는 결과물, 즉 논문은 대중들에게 직접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학계에선 대중들과의 소통을 이룰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학자인 임 교수는 “기본적으로 학자에겐 연구의 신뢰도를 검증받기 위한 시스템에 충실한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학계와 대중 사이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기획’ 역량이 그만큼 절실하다”고 말했다.(최원형 기자) 

11. 0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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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기 위해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책들을 모으고 있는데, 오늘은 로마사 책도 두 권을 주문했다. 사미먼 베이커의 <처음 읽는 로마의 역사>(웅진지식하우스, 2008)과 피터 히더의 <로마 제국과 유럽의 탄생>(다른세상, 2011)이다. 당장에 읽을 여유는 없지만, 독서의 견적 정도는 내보기 위해서이다.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를 필독서로 꼽아야겠지만 그건 하나마나한 얘기인 듯싶어서 나머지 책들 가운데 최근에 나온 것들을 몇 권 고르고 '로마사 읽기'라고 이름을 붙인다. 계기가 된 건 피터 히더 교수의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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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로마의 역사- 전설 같은 건국에서 장엄한 몰락까지, 세계를 지배했던 초강대국의 이야기
사이먼 베이커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1년 06월 15일에 저장
절판
아우구스투스- 로마 최초의 황제
앤서니 에버렛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08년 9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2011년 06월 15일에 저장
품절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프랭크 맥린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5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2011년 06월 15일에 저장
품절
제국을 만든 남자 카이사르
필립 프리먼 지음, 이주혜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11년 06월 1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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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강의가 있었다. 중간휴식 시간에 내일자 한겨레를 들추다가 읽은 진중권의 칼럼을 옮겨놓는다. '사회적 독서'로 필독할 만하다. 한진중공업 부당해고 사태를 다룬 칼럼으로 찾아보니 인터넷 한겨레의 메인기사로도 올라와 있다.   

  

한겨레(11. 06. 14) 땀에 젖은 지폐 넣지 마세요 / 진중권

“땀이나 물에 젖은 지폐를 넣지 마세요. 지폐기에 걸립니다.” 어느 트위터리언이 찍어서 올린 한진중공업의 자판기에는 이런 글귀가 붙어 있었다. 지폐가 땀에 젖을 정도라면, 그곳의 노동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이 성실한 노동의 대가로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엉뚱하게도 정리해고의 칼이었다. 이에 항의하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고공 크레인 농성은 그사이에 150일을 훌쩍 넘어섰다.

‘연대’의 정신은 민주사회의 초석이라 하나, 우리 사회에서 이 말은 그저 운동권의 빛바랜 구호로만 여겨진다. 물론 연대는 미덕이지 의무가 아니기에, 누구도 그것을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또 연대를 못하는 이들에게도 나름대로 이유와 사정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대를 할 수 없다면, 최소한 ‘중립’이라도 지켜야 한다. 아니면 차라리 사안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한 것이 낫다. 그런데 이것조차 안 하는 고약한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경제신문’이라는 제호를 달고 살포되는 전단들에서 기사와 논설을 쓰는 사람들이다.

그중에서 제호부터 돈 밝히고 들어가는 어느 경제신문의 기사가 나에게 특히 스트레스를 줬다. “2년 반 넘도록 수주 ‘제로’ 한진중공업에 무슨 일이?” 이런 물음으로 시작하는 기사는 “한진중공업, 실적악화에 파업몸살. 3개월 후면 일감도 ‘제로’”라며, 노동자들을 회사에 몸살이나 일으키는 바이러스 취급을 하고 있었다.

 

기사를 아무리 뜯어봐도 노동자들의 주장은 한 줄도 실려 있지 않았다. 이해의 충돌이 일어나면 당연히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들어봐야 판단을 할 수 있는 일. 어떻게 취재 한 번 안 하고 기사를 쓰면서 입으로 밥이 넘어가는지 기가 막혔다. 그가 노동자에 관해 언급한 것은 딱 하나, 파업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괴롭힌다는 내용뿐이었다. 이로써 그저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는 이들은 졸지에 조폭이 된다.

공교롭게도 그 신문을 뜯어보다가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어느 증권사가 “상대적으로 도크 사정이 여유로운 한진중공업의 영업 마진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며 조선업종 최선호주(톱픽)로 꼽고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는 내용이다. “수주를 쉰 한진중공업이 수주를 재개한 지금은 그야말로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이어서 “더 높은 마진의 물량으로 2012~2013년의 도크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 이유인즉, “조선산업에서 도크 사정은 선박 가격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도크가 비어 바로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면 선박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한 달 전만 해도 실적 악화에 수주 제로에 파업 몸살을 겪는다고 했던 그 회사의 주식이, 파업도 안 끝나고 실적 개선도 없었는데, 한 달 만에 최선호주로 등극하는 이 심오하고 오묘한 이치를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길이 없다.

아무튼 이 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2008년 9월부터 지금까지 2년 반 동안 수주실적이 ‘0’이라고 한다. 이 속에는 아주 귀중한 진리가 담겨 있다. 노동자들은 주머니 속의 지폐가 젖어 자판기가 고장나도록 땀 흘려 일했는데, 경영진은 결국 무려 2년 반 동안 고액의 연봉을 챙겨가며 탱자탱자 놀고 있었다는 얘기. 그렇다면 마땅히 해고를 해야 할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경영진이 아닌가?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한 바로 그 다음날, 경영진은 성과급으로 170억원의 주식배당 파티를 했다고 한다. 건전한 시장경제를 좀먹는 ‘모럴 해저드’의 전형이다. 2년 반 동안 수주실적이 ‘0’. 장기파업으로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은 경영진에게 그 유명한 말을 돌려주자.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하지 않고 먹은 돈은 거위 깃털을 써서라도 토해내야 한다. 

11. 0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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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1-06-14 10:45   좋아요 0 | URL
이럴 때보면 자본주의와 화폐경제라는 시스템 자체가 사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로쟈 2011-06-15 20:43   좋아요 0 | URL
카지노 자본주의라고도 하니까요...

2011-06-14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5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정대 시인의 시집 두 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삶이라는 직업>(문학과지성사, 2011)과 <모든 가능성의 거리>(문예중앙, 2011). 개인적으론 데뷔 시집 <단편들>(세계사, 1997)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나온 시집들은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뿔, 2007) 이후의 시들을 두 권으로 나눠서 묶은 것이다. 인터뷰기사가 있길래 스크랩해놓는다.

경향신문(11. 06. 06) 천사와 인간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 풍경

……저의 시적 경향이라, 글쎄요, ‘불멸의 좌파 같은 시를 썼다’고, 나중에라도 그런 말을 들었으면 좋겠네요, 아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노래했던 그 친구 이름이 닉 케이브였네요

-‘무가당 담배 클럽’ 참 재미있는 이름인데 실제로 존재하는 클럽인지요, 아니면 시적 상상 속의 이름인지요? 

‘리 마빈의 아들들 인터내셔널’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가당 담배 클럽’도 실제로 있습니다, 단순한 동인이 아니라 시인, 가수, 영화감독 등 다방면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전 방위적 모임입니다, 특이한 점은 체 게바라, 세르주 갱스부르처럼 이미 죽은 사람도 클럽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가 되면 회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은 말 못합니다. (시 ‘닉 케이브, 천사가 노래한다’ 부분, 시집 <삶이라는 직업> 수록)  

인터뷰를 마친 다음, 그의 시집에서 이미 잘 정리된 인터뷰를 발견했다. ‘불멸의 좌파 같은 시’를 쓰고 싶은 사람, 닉 케이브가 천사였듯이 ‘시를 쓰는 자들 또한 전직 천사’였다고 주장하는 시인 박정대씨(46·사진)다. 그는 빔 벤더스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설정을 빌려와 두 신작 시집 <모든 가능성의 거리>(문예중앙)와 <삶이라는 직업>(문학과지성사)을 완성했다. 영화에서 천사는 곡마단의 소녀를 사랑해 인간이 되기를 선택한다. 그가 천사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상은 흑백, 인간이 된 이후의 세상은 천연색이다. 마찬가지로 전자의 시집은 천사의 시각, 후자의 시집은 인간의 시각으로 씌어졌다. 모든 가능성에는 왜 거리가 있는지, 삶이 어떻게 직업이 되는지 비로소 이해가 된다.

“두 군데 출판사에서 거의 동시에 시집 출간 제의를 받았습니다. 이미 한 권 분량의 원고가 있었는데 이것을 두 주제로 나누고, 새 원고를 추가했습니다.”

천사의 시각? 모든 게 가능하게 보이기 때문에 경쾌하고 몽상적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시각은? 생생하지만 고통스럽다. 그런데 천사는 이미 인간이 되기를 선택했기 때문에 신의 구원을 바랄 수 없다. 그래서 그에게, 전직 천사였던 진실한 인간들에게 고독은 숙명이다. 

시인이 볼 때 고독한 인간에게 구원은 같은 인간으로부터 주어진다. 이를테면 ‘천사가 지나간다’(<삶이라는 직업> 수록)란 시에 열거된 이름들, 가스통 바슐라르, 마르셀 뒤샹, 미셸 우엘르베크, 밥 딜런, 백석,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 앤디 워홀, 에밀 쿠스트리차, 장 뤼크 고다르, 짐 자무시, 체 게바라, 칼 마르크스, 파스칼 키냐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이다. 추상의 하느님 대신 천사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그래서 세상은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살 만한 곳이라는 긍정에 이른다.

박씨의 시는 서정적이고 낭만적이며 이국적이고 불온한 동시에 선하다. 심야 카페, 담배 연기, 맥주, 영화 속 한 장면, 블루스 음악, 유럽의 작은 도시로 독자를 데려간다. 도시와 대중문화의 매력으로 제도와 의무에 찌든 현대인을 무장해제시켜 낭만과 초월의 영역으로 이끈다. 그의 시는 한마디로 센·티·멘·털. “센티멘털과 보편, 센티멘털과 형이상학, 센티멘털과 연대와 운동과 전복을 연결시키는 것이 박정대의 본질”이라고 그의 동료인 성기완 시인은 해설에서 썼다. 

이런 시를 쓰는 그는 누구일까. 올해 20년차인 고등학교 국어교사, 퇴근 이후에는 철저히 시인이다. 일찍 잠들었다가 밤 11시쯤 다시 일어나서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을 즐기고 시를 쓴다. 첫 시집 <단편들>(1997)을 시작으로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아무르 키타>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 등 이미 다섯 권의 시집을 냈다. ‘무가당 담배 클럽’ 동인이며 ‘인터내셔널 포에트리 급진 오랑캐 밴드’ 멤버로 활동 중이다. 이런 비밀결사는 그에게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그가 앞으로 쓰고 싶은 시는 어떤 것일까. 시집 <삶이라는 직업>의 마지막에 실린 ‘체 게바라가 그려진 지포 라이터 관리술’처럼 아주 짧고 쉬운 시다.(한윤정기자) 

11. 06. 12. 

 

P.S. 언젠가 한번 인용한 적이 있는데, 오래전에 내가 좋아했던 시는 <단편들>에 실렸던 '물질적 황홀' 연작이었다. 이런 시. 

월요일이 죽고, 화요일이 죽고 그리고
비가 내린 다음 수요일이 죽어갔다 나는 그리운
햇볕 한 조각 만나지 못하고 주말까지 계속해서 죽어갔다
세상의 물빛 머금은 모든 것들은 경건한 자세로
꽃을 피울 태세였지만 꽃의 어깨를 건드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월요일이 죽고, 화요일이 죽고
그리고 주말까지 계속해서 비가 내려 습기찬 들판이거나 어두운
영화관에서 팔짱을 낀 채 들꽃이 죽고 들꽃의 視線이 죽고
자막처럼 빠르게, 자동차들은 거리를, 물방울들을
튕기며 사라져갔다
일주일간의 죽음 끝에 햇살은 輓章처럼 나부낀다 (박정대, '물질적 황홀 6'에서)

음, 이제 또 월요일이군. 다시 죽어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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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3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3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 중국인이 본 서구사상과 한계

얼마전부터 중국 근대 지식인들에 관한 책과 사회진화론에 관한 책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모으고 있는데, 계기가 된 건 옌푸(엄복)의 <천연론>(소명출판, 2008)과 <정치학이란 무엇인가>(성균관대출판부, 2009)를 지난달에 뒤늦게 발견한 때문이다. <천연론>은 토머스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지만지, 2009)의 중국어 번역이다. 그러니까 그걸 다시 우리말로 옮기는 건 '중역'인데, 그럼에도 이 중역이 의미가 있는 건은 옌푸의 번역이 갖는 역사적 의의 때문이다(때문에 '고전 번역'에 해당한다).  

 

구한말 지식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 량치차오(양계초)의 강권론적 자유론을 다룬 박노자의 논문에서 그 의의의 일단을 짐작해볼 수 있다. 

서구적인 담론에 포획되지 않을 수 없는 이러한 현실적인 조건에 1896년부터 또 하나의 이론적인 조건이 가미됐다. 1896년부터 그(량치차오)가 중국 사회진화론의 원조로 꼽히는 옌푸(1858-1921)의 영향권에 들어간 것이다. 옌푸가 번역한 헉슬리의 <진화와 도덕>(중국 서명 <천연론>, 1898년 발간)의 번역문 초고를 이미 1896년에 읽은 량치차오는 그때부터 옌푸식 사회진화론을 토대로 그가 현실론적으로 체득한 서구 중심주의적 담론을 이론화.이념화하기 시작했다.(<우승열패의 신화>, 132쪽) 

 

박노자는 '사회진화론의 원조'로 꼽긴 했지만 옌푸의 사상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에 끼친 영향에 있어서는 량치차오가 더 앞서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량치차오의 경우는 <이태리 건국 삼걸전>(지식의풍경, 2001)을 1903년에 저술한 바 있고 이것은 다시 신채호에 의해 1907년 국한문 혼용으로 번역되었다. 옌푸보다는 더 강한 연결고리가 있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엄복'이란 이름으로만 어설프게 기억하던 옌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그가 서양의 근대사상을 중국어로 옮긴 '최대 번역자'라는 사실 때문이다. 1877년부터 2년 반동안 영국의 해군대학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옌푸는 부강한 영국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청일전쟁에서도 패배한 중국의 현실에 낙망한다. 그는 중국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영국의 사회사상가 허버트 스펜서의 자유사상과 사회진화론에서 그 활로를 찾으려고 했다.  

스펜서주의자이긴 했지만 저작이 너무 방대해(우리는 아직도 번역서를 갖고 있지 못하다) 먼저 번역한 것이 헉슬리의 <천연론>이었다(그는 스펜서의 입장에서 헉슬리의 진화론을 비판한다). 이 번역이 성공을 거두자 그는 연이어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1776), 스펜서의 <사회학 연구>(1873), 밀의 <자유론>(1859), 에드워드 젠크스의 <정치학사>(1900),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1748), 밀의 <논리학 체계>(1843) 등을 모두 번역한다. <천연론>을 옮긴 양일모 교수의 지적대로 "혼자서 번역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양의 번역이었다."  

해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작업에 나선 것이고, 그것이 끼친 영향은 어떠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간략하게 참조가 되는 건 조경란의 <중국 근현대 사상의 탐색>(삼인, 2003)이다. '중국에서 사회 진화론의 수용 양상'이란 논문이 포함돼 있어서인데, 이 글은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을 간추린 것이다(이 학위논문은 <중국근대와 사회진화론>(문학과지성사)이란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언급돼 있으나 어찌된 일인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사회진화론은 중국에 체계적으로 수용된 최초의 서양사상이며, 옌푸와 량치차오가 사회진화론을 소개하고 대중화에 힘쓴 사상가였다면 장빙린과 루쉰은 사회진화론에 문제를 제기하며 그것을 극복해보고자 애쓴 인물들이었다(조선의 경우엔 유길준과 윤치호가 사회진화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되며, 만해 한용운이 이를 극복하고자 애쓴다).    

그리고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참고할 수 있는 책이 '옌푸와 서양'이란 부제를 갖고 있는 벤저민 슈워츠의 <부와 권력을 찾아서>(한길사, 2006)이다. <천연론>의 역자 서문에는 역자가 대학원 세미나에서 "미국의 중국 연구를 대표했던 하버드대학의 고 슈워츠 교수의 위어난 엄복 연구를 배워가면서, 동양의 고전으로만 장식된 동양철학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동아시아의 근대라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라는 언급이 나온다. 바로 그 '엄복 연구'가 바로 <부와 권력을 찾아서(In search of Wealth and Power)>(하버드대, 1964)이다(알라딘에서는 1983년에 나온 재판본을 구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에 대해선 출간시에 소개기사를 옮겨놓은 적이 있었지만 책을 구하지 않은 탓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먼댓글로 링크해놓았다). 다행히 아직 절판되진 않은 상태여서 바로 구하긴 했는데, 번역이 유려하진 않다. 물론 이런 책 자체가 번역소개된 점은 일단 고무적이면서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루이스 하르츠 전 하버드대 교수가 붙인 서문의 제목이 '서양과 중국을 향한 새로운 시선'이 옌푸 사상이 갖는 의의를 요약하고 있는데, 첫문단은 이렇게 나간다.  

재능 있는 학자라면 자신이 연구하는 나라의 사람들은 명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이방인인 자신에게는 모국 문화와 비교되기 때문에 분명히 드러나는 그 나라 사상의 표상적인 면들을 밝힐 수 있다. 할레비가 영국인에게, 토크빌이 미국인에게 흥미를 갖게 된 것도 바로 이 자기발견의 경이감 때문이다.(35쪽)

원문은 이렇다. 

It is the genius of the foreign critic to bring to the surface aspects of thought implicit in the life of the nation he stduies but explicit for him because of the contrasts supplied by his own culture. It is a shock of self-discovery which makes Halevy interesting to the English, Tocqueville to the Americans

이방인이라서 외국의 비평가만이 포착해낼 수 있는 사상적 측면이 있다는 것이고 할레비와 토크빌이 그 사례라는 것. 그런데, 번역에서 두번째 문장은 주어와 목적어 관계가 뒤바뀌었다. "할레비가 영국인에게, 토크빌이 미국인에게 흥미를 갖게 된 것"이 아니라 "할레비가 영국인에게, 토크빌이 미국인에게 흥미를 끄는 것"이다. 그들의 시선을 통해 새로운 자기-발견의 경이(충격)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할레비'란 이름이 생소해 찾아보니 프랑스 역사가 엘리 알레비(Elie Halevy, 1870-1937)이다. 백과사전엔 "19세기 영국 역사를 가장 상세하게 기록한 <19세기 영국인의 역사>(6권, 1913~47)의 저자이다. 이 대작은 1815년 이후 영국의 정치·경제·종교 발전을 추적한 것이다."라고 소개된다. 토크빌은 물론 <미국의 민주주의>의 저자인 프랑스의 정치학자이자 역사가 알렉시스 토크빌(1805-1859)을 가리킨다. 그리고 중국인 옌푸도 서양인들에게 그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동시대의 사례로는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가졌던 의미를 떠올려볼 수 있겠다.) 

슈워츠 교수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인물은 영국의 고전적 자유주의 저술에 많은 관심을 두고 서양사상을 바라본 중국인 엄복이다. 그는 세기의 전환기에 유럽 사상가들의 저술을 중국어로 옮긴 인물이다.

옌푸의 번역 작업이 왜 서양인에게도 흥미의 대상이 되는가? 그것은 그가 '개인주의'나 '자유방임' 같은 당대 사상가들의 자기 이해를 제쳐놓고 '집단적 힘(collective energy)'이란 주제를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이 주제는 서구의 비평가들로선 한번도 주목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자기-이해'에 해당한다.   

아직 근대를 경험하지 못한 문화적 위치에 있었던 엄복은 당시 유럽 사상가들이 말한 '개인주의'나 '자유방임' 등은 차치한 채, 근대세계로 접어드는 유럽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에너지를 다룬 그들의 저작에 매료되었다. 당시 서양 비평가들은 그 주체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그러한 주제를 표헌하는 수단으로서 다른 개념들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물론 'energy'의 번역이긴 한데, '에너지에 관심을 갖다'는 말은 아무래도 어색하게 들린다. '힘'이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당시 서양 비평가들은 그 주체에 관심이 없었는데"는 "그 주제에 관심이 없었는데"로 교정돼야 한다. 여하튼 서양인들로 하여금 자신을 다른 관점에서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이 하버드 학자들이 본 옌푸의 의의다. 그리고 이어지는 지적에 따르면, 지금에 와서는 옌푸의 시각이 낯설지만은 않게 되었으며 서양의 자기 이해에 포함될 것이다. 유감스러운 건 이런 내용을 말하는 6행이 번역본에서 누락됐다는 점. 아래가 빠진 대목이다. 

But the West has drifted into a new position now, where its involvement with nations overtly experiencing the issue of 'modern history' cannot fail to inspire it to review that issue in its own intellectual past. It is likely that the perspective of Yen Fu will, in significant part, become in the end our own. 

<부와 권력을 찾아서>는 이제 손에 들었기 때문에 언제 완독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주제에 관한 책들, 동아시아와 미국에서의 사회진화론에 관한 책이 더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몇자 적었다.  

11. 06. 12. 

 

P.S. 박노자의 <우승열패의 신화>는 영어판으로도 출간됐다. 한국어판의 부제인 <사회진화론과 한국 민족주의>가 제목이다(애초에 <우승열패의 신화>에 실린 글의 절반 이상이 영어 논문을 번역한 것이었다). 더 소개됐으면 싶은 책은 <유럽과 미국 사상에서 사회진화론>과 <사회진화론과 미국사상>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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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06-13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용옥 씨가 방송강연에서 학위논문 스승이었던 슈워츠 씨에 대해 매우 존경심을 지니고 언급한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슈워츠 씨의 또다른 저서<중국혁명과 모택동의 대두>(국내번역본의 제목은 중국공산주의운동사)에서도 첫장에 중국인들의 서양사상 수용의 역사를 담았는데 엄복에 대해 언급하고 있죠.

로쟈 2011-06-14 09:34   좋아요 0 | URL
<중국혁명과 모택동의 대두>도 번역돼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6-13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교재에 <~하다>가 아니라 <~하게 하다>로 외워야 하는 단어라면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interest,surprise이 들어있었던 것이 기억나네요.

로쟈 2011-06-14 09:35   좋아요 0 | URL
단순한 착오라도 뜻이 반대가 되니 난처한 경우죠...

파고세운닥나무 2011-06-14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국에서 옌푸와 동시대를 살았던 번역가 린슈(임서)를 공부할 생각입니다. 린슈는 서양의 문학작품을 번역했는데, 외국어를 전혀 알지 못했던 번역가였죠.
아무래도 비교문학쪽이다보니 번역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옌푸도 함께 공부하면 좋을듯 합니다.
물론 옌푸를 걸치고 넘어가면 해야할 공부가 꽤 많아지겠죠^^;

로쟈 2011-06-15 20:41   좋아요 0 | URL
유학을 나가시나 보군요. 좋은 공부 많이하고 돌아오시길.^^

파고세운닥나무 2011-06-16 22:00   좋아요 0 | URL
아무쪼록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격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