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텐베르크로 돌아가지 말고 내 곁에
있어 다오 햄릿, 이라고 어머니가 말한다
어머니 거트루드가 말한다 햄릿은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부왕의 부고를
듣고 부랴부랴 귀국한 왕자
(연락처는 두고 갔는가, 햄릿?)
그 사이에 숙부 클로디어스는 왕이 되고
거트루드를 왕비로 맞는다
젠장, 이라고 햄릿은 말한다
나 다시 돌아갈래, 라고 말한다
하지만 햄릿, 내 곁에 있어다오
오,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
곁에 햄릿은 남는다 비텐베르크의 대학생
햄릿은 마르틴 루터의 동문이지
루터의 도시 비텐베르크는 햄릿의
도시도 될 뻔했다네 그가
되돌아갔다면 어찌 알겠는가 신학자 햄릿
위아래는 모르겠지만 종교개혁가 햄릿
하지만 햄릿은 덴마크에 남는다
비텐베르크에 부재하는 햄릿
부재로 존재하는 햄릿
대학도 졸업하지 못하고
중세로 돌아간 햄릿
끝내 어머니 곁을 떠나지 못한 햄릿
욕정의 구렁텅이에 빠진 햄릿
약한 자의 곁에
남은 곁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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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의 강의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탓에 피곤하여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났다. 아니 아침을 먹고는 한 시간 더 자고 일어났다. 어젯밤에 한 일이라고는 부재중에 온 택배들을 푼 일, 그리고 시사팟캐스트를 듣다가 만 일 등.

배송된 책들 가운데 하나는 모리오카 고지의 <죽도록 일하는 사회>(지식여행)다. <고용 신분 사회>의 저자로 일본의 경제학자다. 일단 <죽도록 일하는 사회>를 읽어보기로. 부제는 ‘삶을 갉아먹는 장시간 노동에 대하여‘다. 일본 얘기만은 아니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일본인이 무색할 만큼’ 맹렬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노동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한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꼽는다. ‘글로벌 자본주의’, ‘정보자본주의’, ‘소비자본주의’, ‘프리타 자본주의’가 그것이며, 이 책에서는 각각 한 장(章)을 할애해 현대사회의 과노동 요인을 차례로 규명한다.˝

우리 역시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국가에 속한다(멕시코와 경합한다던가). 더불어 효율성은 낮다는 비판도 받는다. ‘과노동 시대‘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떤 탈출구가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제목만으로는 닐 포스트먼의 <죽도록 즐기기>와도 짝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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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8-04-29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고보니 로쟈님은 하루 24시간이 바쁜 분이잖아요. 저도 좀 그런 편이지만, 그게 강요해서 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죽도록 일하는 사회‘의 취지랑 안맞는 듯해요. 가끔 생각해봅니다. 나는 왜 이러고 사는가. 돈 때문인가, 아니면 명예욕인가, 아니면 내가 늘 대는 핑계처럼 거절을 못해서, 인가. 답은 셋다가 아닐까 싶네요.

로쟈 2018-04-29 20:07   좋아요 0 | URL
네 노동으로서의 일은 그렇죠. 아렌트 개념으로 작업이나 행위라면 다른 의미를 갖겠죠.
 

강의 공지다. 강남도서관 주관으로 동네책방에서 로쟈처럼 서평쓰기 강의를 진행한다. 5월부터 10월까지 매월 한 차례씩(금요일 저녁 7시) 진행하며 장소는 카페서점 북앤빈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포스터를 참고하시길. 매달 다루게 될 서평 도서는 아래와 같다.  


로쟈처럼 서평쓰기


1강 5월 18일_ 박한식, <선을 넘어 생각한다>



2강 6월 15일_ 조지 레이코프,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3강 7월 20일_ 매들린 밀러, <아킬레우스의 노래>



4강 8월 17일_ 김진호, <권력과 교회>



5강 9월 07일_ 아구스틴 푸엔테스, <크리에이티브>



6강 10월 05일_ 스티븐 슬로먼, <지식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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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ipe72 2018-04-29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바틀비라고 적어놓고 며칠
시가 되는 건지 될 수 있는 건지
아니 바틀비로 시를 쓸 수 있는 건지
(쓰고는 싶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바틀비
무얼 하고 싶은 건지 하고는 싶은 건지
안 하고 싶다는 바틀비 하고
싶지 않다는 바틀비 하지 않고
싶다는 바틀비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는 바틀비 이런
바틀비들 같으니라구
하면서 나는 바틀비에게 무얼
해줄 수 있을까 마술사도 아니고
마법사도 아니라네 나는
변호사도 아니고 변호사 사무장도
아니라네 하지만 바틀비
는 안 하고 싶어하는 바틀비는
애초에 너무도 조용하고 묵묵히
베끼기만 하는 필경사 너무 베끼기만 하다가
바틀비는 바틀비가 되고 말지
아무 표정도 없이 안 하고 싶다는 바틀비는
하지 않고 싶다는 바틀비는
알 수 없는 바틀비가 아니라
알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바틀비
죽어 있는 바틀비 이미 죽은 바틀비
너무 베끼기만 하다가 더이상
베낄 수 없는 바틀비 더 이상
베끼지 않고 싶다는 바틀비
베낄 게 없는 바틀비
아무것도 없는 바틀비
아무도 아닌 바틀비
에 대한 시도 그냥
바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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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4-28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든 저거든 아무 상관없는
주름살 하나 꿈틀거리지 않는 바틀비.
무엇이라도 되어 주어야만 한다고
소란을 떨었다는 것을 선생님 강의에서 알게됬네요.

로쟈 2018-04-29 08:14   좋아요 0 | URL
바틀비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금바꿔보려고.

로제트50 2018-04-28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 언어유희여요?
이상 스타일@@

로쟈 2018-04-29 08:13   좋아요 0 | URL
모든시에 언어유희가 들어가있어요.
 

마산 창원 지나 서울로 향하는 기차
역방향 좌석에 앉아 가면서
(가끔씩 일부러 나는 거꾸로 타고 간다)
뒤로 가는 남과 여를 떠올린다
이지 라이더에서 할리데이비스를 타고 질주하던
데니스 호퍼 그러다
총에 맞아 죽던가 하는 데니스 호퍼
곁의 여자는 기억나지 않아
뒤로가는 데니스 호퍼와 여
제목도 엉뚱했던 영화였지 제목 말고는
별달리 생각날 것도 없는 영화였지
역방향 아니면 기억날 것도 없는
그런데 역방향으로 갈 때는 또 매번 생각나는
그런 사람들도 있지
인생 거꾸로 간다 싶을 때만
잃어버렸다 싶은 인연들
뒤로 가는 남과 여는 어렴풋이 데니스 호퍼가
여자를 뒤쫓는 영화던가 인질로 잡는 영화
던가 그러다 호퍼는 또 총에 맞는?
무슨 영화가 그런가 싶지만
(그런 영화라고 치고)
인생은 뒤로 가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교훈을
이쯤에서
순방향이건 역방향이건 같은 목적지에 도착하듯이
결과는 같다 기분만 다를 뿐
기분 좀 내다 죽을 뿐
결과는 같다 하더라도 나는 가끔
역방향에 앉아 뒤로 가는 남과 여를 떠올리고
인질로 잡지 못한 인연들을 떠올리고
데니스 호퍼 흉내를 낸다
나를 겨냥한 총구는 어디에 있나
두리번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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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4-28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인한 시네요.
인생 역방향으로 가보리라 야심차게 선택했던
모험이 결국 기분 좀 낸것에 불과하다는걸
확인시켜주시다니~
(기분을 내고 장렬하게! 죽지도 못하고)

로쟈 2018-04-28 19:03   좋아요 0 | URL
종착지만 생각하면요.^^ 찾아보니 여자는 조디 포스터였네요.

2018-04-29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뒤로가도 뾰족한 수가 없군요...!

로쟈 2018-04-29 20:08   좋아요 0 | URL
기차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