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창원 지나 서울로 향하는 기차
역방향 좌석에 앉아 가면서
(가끔씩 일부러 나는 거꾸로 타고 간다)
뒤로 가는 남과 여를 떠올린다
이지 라이더에서 할리데이비스를 타고 질주하던
데니스 호퍼 그러다
총에 맞아 죽던가 하는 데니스 호퍼
곁의 여자는 기억나지 않아
뒤로가는 데니스 호퍼와 여
제목도 엉뚱했던 영화였지 제목 말고는
별달리 생각날 것도 없는 영화였지
역방향 아니면 기억날 것도 없는
그런데 역방향으로 갈 때는 또 매번 생각나는
그런 사람들도 있지
인생 거꾸로 간다 싶을 때만
잃어버렸다 싶은 인연들
뒤로 가는 남과 여는 어렴풋이 데니스 호퍼가
여자를 뒤쫓는 영화던가 인질로 잡는 영화
던가 그러다 호퍼는 또 총에 맞는?
무슨 영화가 그런가 싶지만
(그런 영화라고 치고)
인생은 뒤로 가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교훈을
이쯤에서
순방향이건 역방향이건 같은 목적지에 도착하듯이
결과는 같다 기분만 다를 뿐
기분 좀 내다 죽을 뿐
결과는 같다 하더라도 나는 가끔
역방향에 앉아 뒤로 가는 남과 여를 떠올리고
인질로 잡지 못한 인연들을 떠올리고
데니스 호퍼 흉내를 낸다
나를 겨냥한 총구는 어디에 있나
두리번거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