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교양과학 분야의 책을 한 권 고른다. 휴 앨더시 윌리엄스의 <메스를 든 인문학>(알에치코리아, 2014). 제목에 '인문학'이 들어 있어서 '교양 인문학'으로도 분류되는 책이다. '과학과 인문, 예술을 넘나드는 우리 몸 이야기'니까 몇 다리 걸치는 책이긴 하다. 저자는 <원소의 세계사>(알에이치코리아, 2013)로 먼저 소개됐던 과학 칼럼니스트.

 

 

덕분에 기억이 났는데, 작년에 <원소의 세계사>를 소개하면서 "찾아보니 저자의 신작은 <해부학: 인체의 문화사>다. 이 또한 번역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은 바 있다. <메스를 든 인문학>이라고 제목이 바뀌어서 못 알아봤는데, 그 <해부학>이 번역된 것. 당연히 원서와 함께 장바구니에 넣었다. 의학 교재로서 <해부학>에까지 손길이 가는 건 아니지만(의사인 동생에게 빌려볼 수는 있겠다) '인체의 문화사'라고 하면 관심도서로 부족함이 없다.

 

 

해부학 책에 어떤 게 있나 잠시 검색해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작가와 작품은 페데리코 안다아시의 <해부학자>(문학동네, 2011)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책장에 꽂혀 있는데도 주목해보지 못했다. 저자는 1963년생 아르헨티나 작가로 국내엔 <해부학자>만 소개된 듯싶다.  

기발한 상상력과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아르헨티나 작가 페데리코 안다아시의 첫 장편소설이자 대표작으로, 실존 인물인 16세기 최고의 해부학자 마테오 콜롬보의 독특하면서도 위험한 ‘발견’을 그린 소설이다. 여성의 사랑과 쾌락을 지배하는 작은 신체기관인 클리토리스를 발견하게 된 과정과, 악마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견을 했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에 회부된 해부학자의 이야기가 긴박감 있게 펼쳐진다.

30여 개 언어로 번역된 세계적 베스트셀러라고 하니까 구미가 당긴다. 남미 작가들을 강의차 읽는 김에 한번 읽어봐야겠다. 이런 책은 연필이 아니라 메스를 들고 읽어야 할까?..

 

14. 0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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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키우고 있지 않지만(그리고 현재로선 키울 생각도 갖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개의 언어'를 다룬 책에 눈길이 가서 '이주의 발견'으로 적는다. 스탠리 코렌의 <개는 어떻게 말하는가>(보누스, 2014). <개와 대화하는 법>(보누스, 2004)이라고 10년 전에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애견 언어 교과서'가 부제.

 

 

저자는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라고 하는데, 개에 관한 다수의 책을 펴낸 개 전문가이기도 하다(<개는 왜 우리를 사랑할까>(들녘, 2003)도 번역돼 있다). 개의 언어와 심리가 전공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스탠리 코렌 박사는 동물들이 종에 따라 사용하는 소리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공용어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 공용어를 이해하려면 세 가지 요소를 인식해야 한다. 바로 소리의 높이, 길이, 반복되는 빈도이다. 개의 언어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얼굴 표정, 귀 모양, 꼬리의 움직임 등 보디랭귀지를 익혀야 한다. 이것은 사람들이 얼굴 표정이나 몸짓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입의 표정만 잘 살펴도 분노, 지배성, 공격성, 공포, 흥미, 안심 등 다양한 개의 감정과 의사 표현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개의 소리와 표정, 귀 모양, 꼬리의 움직임을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북인 셈.

 

 

사실 개뿐만 아니라 인간끼리의 비언어 소통도 비슷한 수단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다윈이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지만지, 2014)에서 최초로 주목한 감정 표현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표정이나 몸짓을 통해서 상대방의 심리나 의사를 읽어내려는 것이니까 기본적으로는 개와의 소통법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인간의 언어가 가진 고유한 특성도 간과할 수는 없겠다. 스티븐 핑커의 <언어본능>(동녘사이언스, 2008)이 인간의 언어에 대한 고급 안내서다. <개는 어떻게 말하는가>도 비슷한 부류의 책으로 분류해서 꽂아놓으면 되겠다...

 

14. 0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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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도 강의가 있기 때문에 편안한 '불금'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짬을 내 '이주의 발견'을 적는다. <돈의 물리학>(비즈니스맵, 2014)이란 말도 안 되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어서다.

 

 

'돈이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를 예측하다'가 부제라면 고단수 유머 같기도 한데('도를 아십니까?'를 연상시키지 않는지?), 저자 제임스 오언 웨더롤의 이력이 유머스럽진 않다. 무려 "하버드 대학 물리학과를 수석으로 졸업, 이후 7년 만에 하버드 대학, 스티븐스 공과대학, UC 어바인에서 물리학, 수학,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 20대의 나이에 교수가 되었다." 어디나면,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 캠퍼스의 과학 논리 및 철학 교수다. 약장사는 아니란 얘기다. 그래서 "차세대 지성 제임스 웨더롤 교수가 금융과 물리학 사이의 은밀한 역사를 밝히며, 새로운 차원의 지식융합 경제학을 선보인다"는 소개에도 흥미를 갖게 된다. 새로운 차원의 지식융합 경제학? 어떤 책인가.

물리학자인 나는 물리학을 이용해 시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개념을 처음 주장한 사람들을 추적하는 일에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물리학과 금융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또 그 개념이 어떻게 해서 금융계에 뿌리를 내렸고, 어떻게 물리학자들이 월스트리트의 주역이 되었는지도 알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밝혀낸 이야기는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올 무렵의 파리에서 시작하여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정부 연구소들, 라스베이거스의 블랙잭 테이블, 태평양 연안의 이피Yippie공동체로 이어진다. 물리학과 현대 금융(그리고 더 넓게는 경제) 이론의 관계는 놀라울 정도로 깊다. 

그러니까 금융물리학을 새롭게 고안한 것이 아니라 그런 관심을 가졌던 물리학자들을 추적한 이야기라는 것. 그게 '지식융합 경제학'에까지 도달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야기 자체는 흥미를 끌 만하다(저자의 후속작이 <월스트리트의 물리학>인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고 적었는데, 제목만 다르고 <돈의 물리학>과 같은 책이라 한다).

이야기는 20세기 초의 프랑스에서 시작하여 <대부>와 프랭크 시나트라 시절의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오늘날의 월스트리트에 이르기까지 경쾌하게 흘러간다. 한 지구과학자는 지진을 예측하는 모형을 사용해 주가 대폭락을 예측했다. 어떤 물리학자는 양자론을 활용해 더 정확한 소비자 물가 지수를 얻는 방법을 개발했으며, 또 다른 이는 입자물리학 이론으로 인플레이션을 계산했다. 위대한 학자들과 천재들의 기발한 아이디어, 시장을 분석하는 모형과 개념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금융과 물리학의 은밀한 역사, 시장의 광기에 도전하는 숨 막히는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금융 혁신이 가져올 예상치 못한 결과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만하다.  

 

직접 관계는 없지만 <돈의 물리학>이라고 하니까 프리초프 카프라도 떠올리게 된다. 돈이 아니라 도에 관심을 가졌던 물리학자! 국내에는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범양사, 2006)이라는 밋밋한 제목으로 번역됐지만 그의 대표작의 원제가 <물리학의 도>였다. 신과학의 시발점이 됐던 책. 지금은 믿거나 말거나 과학이 된 듯싶지만. 이야말로 '도를 아십니까?'에 견줄 만한 책이 아니었던가.

 

 

생각난 김에 일반적으로 물리학도들은 무슨 책을 읽나 찾아봤다. 하긴 물리학도가 아니더라도 이과 전공학생들은 필수과목으로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D. 핼리데이의 <일반물리학>이 많이 읽히는 걸로 뜨는데, 보통은 원서를 구입해서 읽을 듯하다. 나로선 거기까지 관심을 가질 일은 아니고 미치오 가쿠의 <미래의 물리학>(김영사, 2012)이나 한번 찾아봐야겠다. 구입도서인데, 역시나 행방은 알 수가 없다...

 

14. 0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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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나온 미나토 지히로의 <생각하는 피부>(논형, 2014) 때문에 오랜만에 떠올린 책은 디디에 앙지외의 <피부자아>(인간희극, 2008/2013)다. 두 권 모두 국내에 소개된 두 저자의 유일한 책.

 

 

<생각하는 피부>의 부제는 '촉각문화론'. 저자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동서를 막론하고 촉각의 감각기관인 피부에 대한 의학적 탐구는 거듭되어왔다. 동시에 피부는 눈에 직접 와닿는 표면이자 미학적 대상으로서 다양한 장식이 가미되었는데, 이러한 전통은 현대 미용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의학, 인류학, 정신분석학, 사회학, 예술과 제 과학을 횡단하면서 씌어졌다. 이는 피부가 신체의 ‘전체’를 이루고 있듯이, ‘전체성’을 특징으로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피부는 지성과 감성을 종합하는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미술대학에서 강의하는 평론가라고 한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횡단은 그런 전력 때문에 가능했을 듯싶다.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일독해 볼 만한데, 더 나아가 '촉각적 주체'에 대해서도 뭔가 생각의 빌미를 제공해주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에 다시 출간된 <피부자아>는 '만짐과 만져짐의 심리학'이 부제다. 어떤 책인가.

피부는 인체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기관이며, 우리의 몸 전체를 감싸고 있는 하나의 싸개이다. 누군가 나의 피부를 만지고 내가 누군가의 피부를 만짐으로써 비로소 '나'는 탄생된다.피부가 너와 나, 그리고 세상과 나를 구별하게 하는 경계선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계가 혼동되고 무너지는 곳으로부터 현대의 정신병리들이 비롯된다. 세계적인 정신분석가이자, 라캉과의 기묘한 악연으로 유명한 디디에 앙지외는 풍부한 실제 정신분석 사례와 수많은 정신분석 이론, 문학, 예술작품 등을 흥미롭게 제시하면서 가장 표면에 있으면서도 가장 내밀한 피부의 진실들로 우리를 이끈다.

생각이 나서 둘러보지만 2008년판은 찾을 수가 없다. 2013년판이라도 다시 구입해야 하나 고민 좀 해봐야겠다...

 

14. 09.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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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이라고 고르지만 어떨 때는 거의 매일 새로운 책과 만나게 된다. 물론 발견이라는 말을 쓰려면 반갑거나 뭔가 놀라운 책이어야 하지만. 니콜라스 A. 바스베인스의 <종이의 역사>(21세기북스, 2014)는 반가우면서 놀라운 책이다. 524쪽 분량으로 '2000년 종이의 역사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다니 반갑고, 저자가 <젠틀 매드니스>(뜨인돌, 2006)의 바로 그 저자여서 놀랍다(오랜만이에요!).

 

 

책수집가에 대한 방대한 분량의 책을 쓸 수 있는 저자라면 종이의 역사에 대해서도 거뜬히 뭔가를 써낼 수 있으리라. 소개는 이렇다.

종이가 만들어진 신비로운 과정부터 종이로 만든 최고의 예술작품, 종이에 얽힌 인간의 욕망과 역사를 총망라한 책이 바로 <종이의 역사>다. 이 책의 저자인 니콜라스 A. 바스베인스는 탐사보도로 명성을 얻은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젠틀 매드니스>를 비롯하여 책과 종이, 문자에 대한 깊이 있는 책을 여러 권 집필한 문화역사학자다. 미국 클라크 대학에서는 해마다 그의 이름을 딴 도서 수집 경연대회가 열릴 정도다. 그는 2,000년 전 종이가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한 중국과 여전히 전통적인 방법으로 종이를 만드는 장인들이 있는 일본, 그리고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미국 지폐용지를 만들고 있는 크레인 페이퍼와 여러 제지 기업과 공장, 다양한 종이수집가, 셰익스피어나 에디슨의 메모를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과 도서관 등 다양한 장소를 활보하며 종이의 과거·현재·미래를 파헤친다.

올봄에 나온 책으로 프랑스의 석학이자 작가인 에릭 오르세나의 <종이가 만든 길>(작은씨앗, 2014)과 나란히 읽어봐도 좋겠다. '인류 문명을 창조해낸 위대하고도 매혹적인 여정'이 부제인 책.

 

 

바스베인스는 짐작대로 책에 대한 책을 여럿 더 갖고 있는데, 몇몇 타이틀은 더 소개됨직하다. '곱게 미친' 독자들이 좀더 많아져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14. 09.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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