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나온 미나토 지히로의 <생각하는 피부>(논형, 2014) 때문에 오랜만에 떠올린 책은 디디에 앙지외의 <피부자아>(인간희극, 2008/2013)다. 두 권 모두 국내에 소개된 두 저자의 유일한 책.
<생각하는 피부>의 부제는 '촉각문화론'. 저자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동서를 막론하고 촉각의 감각기관인 피부에 대한 의학적 탐구는 거듭되어왔다. 동시에 피부는 눈에 직접 와닿는 표면이자 미학적 대상으로서 다양한 장식이 가미되었는데, 이러한 전통은 현대 미용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의학, 인류학, 정신분석학, 사회학, 예술과 제 과학을 횡단하면서 씌어졌다. 이는 피부가 신체의 ‘전체’를 이루고 있듯이, ‘전체성’을 특징으로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피부는 지성과 감성을 종합하는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미술대학에서 강의하는 평론가라고 한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횡단은 그런 전력 때문에 가능했을 듯싶다.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일독해 볼 만한데, 더 나아가 '촉각적 주체'에 대해서도 뭔가 생각의 빌미를 제공해주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에 다시 출간된 <피부자아>는 '만짐과 만져짐의 심리학'이 부제다. 어떤 책인가.
피부는 인체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기관이며, 우리의 몸 전체를 감싸고 있는 하나의 싸개이다. 누군가 나의 피부를 만지고 내가 누군가의 피부를 만짐으로써 비로소 '나'는 탄생된다.피부가 너와 나, 그리고 세상과 나를 구별하게 하는 경계선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계가 혼동되고 무너지는 곳으로부터 현대의 정신병리들이 비롯된다. 세계적인 정신분석가이자, 라캉과의 기묘한 악연으로 유명한 디디에 앙지외는 풍부한 실제 정신분석 사례와 수많은 정신분석 이론, 문학, 예술작품 등을 흥미롭게 제시하면서 가장 표면에 있으면서도 가장 내밀한 피부의 진실들로 우리를 이끈다.
생각이 나서 둘러보지만 2008년판은 찾을 수가 없다. 2013년판이라도 다시 구입해야 하나 고민 좀 해봐야겠다...
14. 09.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