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랑시에르의 초기 저작이자 대표작 <프롤레타리의 밤>(문학동네)이 출간되었다. 수년 전에 영어판만 구해놓고 번역본이 나오길 기다리던 책이다. 랑시에르의 출발점이면서 그의 문제의식을 오롯하게 보여주는 저작. 
















"자크 랑시에르의 국가박사학위논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시피 프랑스 68혁명을 경유하며 알튀세르와의 관계를 논쟁적으로 청산한 뒤 랑시에르가 자신의 문제의식을 첨예화한 저작이자 대문자적 주체와 그 표상에 이의를 제기한 문제작이다. 랑시에르가 문서고에서 1830~50년대 프랑스 노동자들의 저널과 일기, 편지들을 독해하며 써내려간 이 책은 노동자들의 문화사나 사회사가 아니다. 오히려 <프롤레타리아의 밤>은 노동자의 말하기가 이들의 노동 조건을 반영한다거나 어떤 동질적인 문화를 표현한다고 추론하는 역사학적 방법론에 대한 비판, 노동자의 과학임을 자처했던 당대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포함한 학문적 사유에 내재적인 분할 논리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프롤레타리아의 밤>을 기다린 건 <무지한 스승>의 원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서인데, 내가 알기로 랑시에르는 현대 정치철학자들 가운데 인민(노동자)에 대한 가장 깊은 신뢰를 보여준다. 그러한 태도가 어떤 근거에서 비롯되며 얼마나 유효한지 알고 싶은 것. 
















랑시에르에 대해 오랜만에 언급하다 처음 수입/수용되던 때가 생각난다. <민주주의는 왜 증오의 대상인가>의 초역본부터 번역이 매번 논란이 됐던 철학자이기도 했다. 그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졌을까?(그렇지 않은 책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랑시에르 수용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최정우의 두번째 책도 최근에 나왔다. <사유의 악보>(2011) 이후 9년만에 펴낸 <드물고 남루한, 헤프고 고귀한>(문학동네)이다. 


"정교하고 치밀하며 음악적인 문체로 정평이 나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용산 참사, 천안함과 세월호,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 페미니즘과 그 반동, ‘한국적’ 포스트모던 담론의 이론적이고 실제적인 장면 등 이천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정치적 풍경을 미학과 감성의 차원에서 새롭게 읽어나간다."


2010년대의 랑시에르는 들뢰즈와 지젝 등과 함께, 혹은 그 뒤를 이어서 한국 인문학과 비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철학자로 지목할 수 있는데, 최정우의 평론집도 그 사례로 읽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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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21-01-18 0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오랜만에 이곳에 글을 올립니다.
참 오랜만에 펴낸 책인데, 이렇게 제 책에 관심 가져주시고 주목해주셔서 깊이 감사 드립니다.
랑시에르에 대한 논의들과 함께, 보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활발한 논의와 뜨거운 질정의 장을 같이 만들어볼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로쟈 2021-01-18 23:57   좋아요 1 | URL
네, 9년은 너무 긴 텀인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자주 뵐 수 있기를.~
 

눈과 함께 찾아온 한파로(서울은 35년만의 최저기온이라 한다. 고 2때 겨울이었군) 겨울 같다. 자연스레(?)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떠올리게 되었다(아이들까지 트롯 무대에 올렸다는 기사를 읽은 뒤의 반감이기도 하고). 대개 그렇듯 ‘보리수‘의 멜로디만 흥얼거리는데 찾아보니 안내서가 나와있어 바로 주문했다. 이언 보스트리치(성악가이자 인문학자라 한다. 테너이자 역사학 박사. 유튜브에도 공연영상이 떠있다)의 해설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바다출판사)다.

˝30년 동안 100차례 이상 ‘겨울 나그네‘를 불러온 세계적인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가 ‘겨울 나그네‘ 24곡을 낱낱이 파헤친 책이다. 이언 보스트리지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에서 클래식 입문자들이 이 곡을 좀 더 친근하게 들을 수 있도록 음악적인 설명과 함께 당시의 역사, 사회, 문화를 통해 풀어낸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딱 기대하는 책이다. 내가 주문하고도 선물받은 느낌이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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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21-01-08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두해 전, 정만섭이 그가 진행하는 클래식 방송에서 겨울나그네 전곡을 직접 우리말로 옮겨 홈피에 올려 두었지요.
저를 비롯한 몇몇 청취자들이 그걸 출력해서 라디오로 전곡을 주욱 따라
들은 기억이 납니다^^
나도 선물 받고 싶당! ...요*^^*

로쟈 2021-01-09 11:35   좋아요 0 | URL
그런 시절이.~

2021-04-22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계사 책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는데, 이럴 때 쓰는 비유는 아니지만 눈도 내린 김에 '설상가상'으로 엄청난 대작이 추가되었다(영화계에 쓰는 말로는 때아닌 '블록버스터'). 대작 평전 <히틀러>의 저자 이언 커쇼의 또다른 대작 <유럽>이 번역된 것. 1914년부터 2017년까지 100년에 이르는 역사를 두 권의 책에 담았다(원저도 두 권짜리다). 도널드 서순의 책까지 이어붙이면, 대략 1860년 이후 세계사가 되겠다. 


 














둘째권, <유럽 1950-2017>의 소개는 이렇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이언 커쇼의 <유럽 1914-1949 : 죽다 겨우 살아나다>를 뒤잇는 책으로 20세기 유럽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야심찬 프로젝트 제2권에 해당한다. 책의 부제 ‘롤러코스터를 타다’에서 드러나듯이, 저자가 바라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유럽은 지난 70년 동안 심한 오르내림과 좌우 흔들림, 느리게 나아가다가 갑자기 빨라짐 등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처럼 극단적인 변화를 겪어왔다. 그러면서도 궤도를 이탈해 완전히 붕괴하는 일 없이 여러 도전을 겪어내면서 위태롭게 살아남은 유럽의 최근 현대사가 총 12개의 장에서 펼쳐진다."
















그동안 20세기 역사의 표준 역할을 해온 건 에릭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 20세기 역사>였다. 
















그리고 전후에 한정하면 토니 주트의 <전후 유럽 1945-2005>(<포스트워>의 개정판)이 있었다. 커쇼의 책은 이들과 같은 서가에 꽂을 수 있겠다. 


 













말이 나온 김에, 영어권 히틀러 평전의 결정판 <히틀러>. 

















독어권에서 나온 결정판으로는('결정판'이라는 말은 한시적이다. 히틀러에 관해서는 믿기진 않을 정도로 많은 책이 나오고 있어서다) 폴커 울리히의 <히틀러>가 있다(역시 두권짜리). 나는 영어판으로 구했다. 
















앞서, 독어권 대표 평전은 요하임 페스트의 <히틀러 평전>이었다. 
















커쇼의 책보다 앞서 나온 책으로는 존 톨랜드의 <아돌프 히틀러>가 있었다. 어찌하다보니 히틀러에 관한 책들도 꽤 소장하게 되었다. 개별 인물에 관한 책으로는 단연 최다 종수를 자랑하지 않을까 싶다(19세기 인물로는 나폴레옹?).















너무 두꺼운 책들에 질릴 때 손이 가는 책으로는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책들이 있다.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같은 경우는 가성비가 가장 좋은 책. 비스마르크부터 히틀러까지의 독일 역사를 다룬 책들로는 가장 모범적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주말에는 커쇼의 책을 손에 들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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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세계문학을 주로 강의하면서 자연스레 근현대 세계사 내지 세계경제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더불어 한국사회에서 근대적 전환이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도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주제에 관한 읽은 만한 책들이 많이 나와서 시간에 쪼들리면서도 눈은 호강하고 있다. 
















먼저 꼽을 만한 책은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의 '문명학총서'로 나온 두 권이다. 특히 박근갑 교수의 <문명국가의 기원>(나남)이 대한제국기 근대적 주권사상이 어떻게 수용되고 탄생하게 되었는가를 되짚어보게 한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여러 차례 소개한 적이 있는 '한국개념사총서'가 유익한, 그러면서 필수적인 참고가 된다. 
















<헌법><만국공법><국가.주권> 등이 타이틀도 중요한데, 특히 <국민. 인민. 시민> 같은 책은 정치주체에 대한 이해와 관련하여 필독서에 해당한다. "국민ㆍ인민ㆍ시민이라는 개념 속에는복합적인 의미들이 혼재해 있다. 분화되지 않은피지배층‘민民’을 가리키던 전통어휘로부터 정치의 주권자이자 인격적 주체를 뜻하는근대 개념어로 전환되어온 긴 역사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 세 개념은 송호근 교수의 '탄생 3부작'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순차적으로 탄생한 통시적인 개념이지만, 공시적인 개념으로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 인민을 주체의 형상으로 보면 그 이전 단계가 '백성'이다. 정치적 근대란 통치의 대상이었던 백성이 (인민, 시민, 국민과 같은) 정치주체로 탄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시기가 고종시대다(더 당겨질 수 있는지?). 최근에 나온 '고종 시리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네 권 가운데 세권을 구입했다). 


 














고종에 대해선 이태진 교수의 <고종시대의 재조명>(2000)과 함규진 교수의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2015) 등이 긍정적으로나 중립적으로 보려고 한 시도이고, 최근에 나온 박종인의 <매국노 고종>이 그 대척점에 있는 책이다. 나로선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기보다는 시대라는 프리즘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소위 동아시아 근대라는 시각(이런 시각의 책들이 무진장 나오고 있다).
















근대의 충격을 수용하는 과정에서의 차이는 한두 사람의 판단(오판) 문제를 넘어선다는 생각이다. 청제국도 그랬지만, 군주제 국가는 체제나 제도가 쉽게 바뀌기 어려웠다. 일본의 경우는 문치국가가 아니었기에 미국 군함의 위용 앞에서 바로 승복할 수 었었다는 미야지마 히로시의 설명이 간명하다. 이런 책들을 계속 읽어나가는 것도 올 한해의 독서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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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zone 2021-01-2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쏟아지는 책더미를 앞에 두고 눈이 호강하고 있다 여기는 로쟈쌤과 눈이 혹사당하고 있다고 투덜대는 나 사이의 간극은 앞으로 얼마나 더 벌어질런지.
 

역시나 책정리 페이퍼다. 미래 혹은 미래학 분야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인류세와 기후변화이고 그와 함께 인공지능이 바꿔놓을 세상도 꼽을 수 있다. 전자는 따로 다뤄야 하고, 사이즈가 작은 후자만 언급한다. 사이즈가 작다는 건 내가 언급할 수 있는 책이 몇 권 정도로 한정돼 있기 때문.


 














가장 먼저 꼽을 책은 저널리스트이자 다큐 제작자 제니 클리먼의 <AI시대, 본능의 미래>(반니)다. 처음 소개되는 저자이고, 원제는 '섹스 로봇과 배양육'. '배양육'으로 옮겨진 '비건 미트'는 채식주의자용 가짜 고기(동물에게서 얻은 고기가 아닌)를 가리킨다. 제목은 두 가지를 빠뜨리고 있는데, 탄생(인공자궁)과 죽음(고통없이 죽을 수 있는 자살기계)까지, 네 가지 주제를 다룬 책이다. 현장 르포라는 게 강점. 원서의 표지는 혐오감을 주는군.
















두번째 책은 바이런 리스의 <제4의 시대>(쌤앤파커스). 인공지는의 시대를 저자는 '제4의 시대'라고 부르는데, 책은 "로봇공학과 AI가 중심이 된 제4의 시대가 도래하면 우리가 우려하던 대로 인간은 슈퍼인공지능에 이용당하는 신세로 추락할 것인가? 아니면 AI를 이용해 천재 500명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초인류가 될 것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하고자 한다. 역시 처음 소개되는 저자. 이 책은 원서의 표지가 더 나아 보인다. 
















세번째는 <로봇의 부상>의 저자 마틴 포드의 <AI 마인드>(터닝포인트). 재작년에 나온 책으로 '세계적인 인공지능 개발자들이 알려주는 진실'이 부제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개발자 및 기업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인공지능 분야와 관련된 진실을 조명하고 있다." 즉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는 게 장점.
















덧붙이자면, 제리 카플란의 책들, 그리고 국내서 구본권의 <로봇시대, 인간의 일>(어크로스) 등이 AI시대, 혹은 로봇시대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책들이다. 당장은 코로나밖에 보이지 않지만, 코로나의 안개가 걷히면 바로 맞딱드리게 될 현실일지도 모른다...















아, 생각난 김에, 두 권의 <초예측>.
















그리고 해마다 나오는 책으로 <한국의 논점 2021>(북바이북)과 <세계미래보고서 2021>(비즈니스북스). <세계미래보고서>는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올라가 있는데, 예전부터 그랬던가. 비즈니스'를 잘하는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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