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레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란 시구가 생각이 나서 예전에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패러디해 쓴 시를 옮겨놓는다. 히로뽕 투약 혐의로 룸살롱 종업원들이 구속된 사건을 소재로 한 것이니까 십수 년 전에 쓴 것이다. '별 헤는 밤'은 한국인의 애송시이면서 나도 가장 좋아하는 시편 가운데 하나이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산과 들에는
갖가지 향기의 별떨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코끝을 찌르는 이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꾸욱 꾸욱 들이켜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그저
내겐 아직 많은 날이 남아 있다고 턱없이 믿는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아반테와
별 하나에 스쿠프와
별 하나에 프린스와
별 하나에 세피아와
별 하나에 벤츠와
별 하나에 메르세데스
나는 아무 미련도 없이 그저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송하(朴眞玉․26, 金銀嬉․24), 다보(崔成伊․28), 모노(李모․19, 李收容․27) 캐쉬(南基永․27), 실크(韓定恩․29), 땡큐(朴모양․25), 마우이(尹慶正․27, 蔡永愛․22), 샤넬(曺賢淑․24), 궁원(朴英美․25), 히로뽕 투약혐의로 종업원이 구속된 룸살롱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별천지에 있던 사람들을 생각해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나는 무엇인지 부끄러워
이 많은 별내음이 내린 언덕 위에 누워버렸습니다
바지와 남방에 묻은 흙을 투욱 투욱 털면서 집에 갑니다
09.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