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 읽고 공감했던 시사인의 칼럼을 옮겨놓는다. 도서관 전문사서 양성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우석훈의 칼럼이다(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7). 낮에 관련 전공자들과의 대화에서 이 문제가 화제에 올랐을 때 나는 스위스의 도서관 사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는데, 이 칼럼에서 인용한 것이었다. 아래 사진은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도서관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나도 '사서' 하고 싶다(서지학이 부전공 아니냐란 얘기도 듣는 만큼 잘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자면 스위스로 이민을 가야 할까?..

시사인(08. 02. 26) 도서관에 전문 사서가 없다

얼마 전부터 신문 안 본다는 게 자랑이 된 사람이 많다. 신문사도 좀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신문이 신문다워야 볼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좀 생각해보면 좋겠다. 어쨌든 사람들이 신문도 안 본다는 것은 사회의 위기이다. 그렇다면 잡지나 계간지는 보고, 책은 좀 읽는가? 다른 것도 별로 안 보는 게 우리나라 실정인 것 같다.

유럽에서 부러운 게 몇 가지 있다. 파리에서 할머니들이 아침마다 신문과 잡지를 사들고 커피 마시는 장면은 솔직히 부럽다. 더 부러운 장면은 아인슈타인이 다녔다는 취리히 공과대학에서 볼 수 있다. 할머니들이 이 도서관 소파에 앉아 책을 보는 모습이다. 스웨덴과 더불어 가장 먼저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넘은 스위스에서는 흔한 장면이다.

한국에서는 책 읽고 잡지 보는 모습을 대학 도서관에서도 보기 어렵다. 그 자리를 고시 책과 취업 서적이 휩쓸고 있다. 우습지만 한국에서 책 읽는 사람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은 스타벅스이다. 유럽에서도 일부 도시에서는 스타벅스가 성업 중이긴 한데, 정말로 신문·서적·잡지를 많이 보는 도시에서는 스타벅스에서 책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참 부러운 유럽 도서관의 책 읽는 풍경

내가 만나본 최고의 전문직 사서는 취리히에 있다. 영문학과 생물학 석사 학위를 가진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이며, 나보다 키가 큰 북구형 미인이다.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데, 뭐든지 주제어만 말하면 책을 찾아다 준다. 한국에서는 이런 전문 사서가 서울대에도 없다. 서울대 사서는 순환 보직으로 전문 사서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제도를 탓해야 한다.

내가 만나본 최고의 서점 직원은 프랑스의 교보문고라 할 조셉 지베르의 직원들이다. 소르본 대학을 졸업한 그들은 책을 분류하고 관리하며, 책 파는 것을 천직으로 여긴다. 반면 교보문고에 가보시라. 점원에게 책 위치를 물어봤다가는 속 터진다. 당연하다. 그들은 비정규직이고, 파견직이다. 괜히 말을 걸었다가 서로 민망스러운 일이라도 생길까 봐 말을 거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 사서와 서점의 전문 직원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그 사회에 지식의 축적을 돕고 원활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지식사회의 전사이기 때문이다. 더도 말고, 20대 딱 1000명을 정규직 서점 직원으로 채용하고, 이들의 월급을 보조해주자. 영화서적 전문, 미술서적 전문, 음악서적 전문…, 멋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지역의 전문 서점도 지정해서 지원해주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잘사는 나라가 된다. 이건 큰 힘 안 들이고 바로 할 수 있는 일이며 효과도 확실하다. 10년 후, 이들이 자기 전문 영역에서 전문 서점을 1000개 만든다고 생각해보라. 이런 게 바로 지식사회다.

최근 프랑스 책방연합회에서 <도서관 경제학>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책이 살아야 신문도 살고, 신문이 살아야 책도 산다. 그래야 전문 잡지도 산다. 여기에 좌파·우파가 있겠는가? 같이 힘써야 할 일이다. 운하에 들일 힘 100분의 1만이라도 지식 축적에 쏟았으면 좋겠다.(우석훈_성공회대 외래교수) 

08. 0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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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8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8-02-28 22:49   좋아요 0 | URL
도서관인데요.^^

2008-02-28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28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28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8-02-28 23:47   좋아요 0 | URL
흐흐 로쟈님이 사서하면 누가 대학에서 가르치나요. ^^ 저야말로 저런 사서하고 싶군요. 스위스의 저 사서들 따라잡으려면 공부 많이 해야겠지만.

로쟈 2008-02-29 00:21   좋아요 0 | URL
비정규직 강사보다야 정규직 사서가 낫지요.^^

마늘빵 2008-02-29 23:25   좋아요 0 | URL
그건 그래요 :) 강사 급여가 좀 많이 올라가야하는데 말여요.

2008-02-29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8-02-29 00:22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도 로스쿨처럼 문헌정보학도 대학원 과정이어야 맞다고 봅니다. 이런 건 왜 '선진화' 안하는지 모르겠습니다...

lectrice 2008-02-29 00:15   좋아요 0 | URL
전문 사서라...제게 딱인 직업인데. / 외국의 도서관장들은 또 어떤가요. 노장 소설가들이 도서관장을 맡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부럽기 그지없더라고요. 보르헤스가 관장인 도서관이라, 생각만 해도 좋지 않습니까.

로쟈 2008-02-29 00:24   좋아요 0 | URL
'환상의 도서관'이죠.^^

바람돌이 2008-02-29 01:31   좋아요 0 | URL
학교에도 제발 전문사서를.... 학교 도서관에 사서선생님이 있는 학교가 가끔 있는데 도서관 운영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몰라요. 근데 정말 사서 선생님 있는 학교는 가뭄에 콩나듯하다죠. ㅠ.ㅠ

marine 2008-02-29 12:15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책이나 제대로 찾아 줬음 좋겠어요. 책이름 말하고 찾아 달라고 하면 책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제대로 찾아 봤냐고 면박이나 주고, 책이 자리에 없으면 없는 걸 어쩌냐고 읽지 말라는 식으로 가 버리니, 참...

로쟈 2008-02-29 22:50   좋아요 0 | URL
개념 없는 사서로군요...

람혼 2008-02-29 15:32   좋아요 0 | URL
조금 더 어렸을 때는 저도 사서직에 관심이 참 많아서, 국립/시립 도서관 사서들에게 전화까지 걸어가면서 이것저것 여쭤본 적이 있었습니다. 요는,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사서가 되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죠.^^;(전공자가 아닌 사람은 성균관대 대학원에 있는 문헌정보학 과정을 몇 년 이수해야 사서 자격증이 나오는 것으로 알게 되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현장을 잘 모르는 '소박하고 무지한' 질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때는 '철학 전문 사서' 또는 '외국서적 전문 사서'도 있는가, 그런 질문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칼럼의 취지대로만 된다면야 더할 나위가 없겠죠. 그나저나 취리히 대학의 도서관 풍경은 정말 말 그대로 '환상적'이군요.^^

로쟈 2008-02-29 22:51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문헌정보학과 대학원생과 대화를 나눴던 참이었습니다.^^

열매 2008-02-29 16:36   좋아요 0 | URL
한 일년 전부터 도서관 서가 개방시간이 22시로 연장되면서 17시 이후부터는 비정규직 사서들이 연장근무 시간을 메우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대학이나 대학에서 소정의 과정을 거친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더군요.

얼마전 서울시립 도*도서관에 게시된 비정규직 사서모집 공고문을 보고 경악을 금치못했는데, 그들의 시급이 4천원상당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 게시판에 '차라리 햄버거를 굽자'라는 제목으로--요즘은 고등학생들이 알바를 메우는 페스트푸드점 시급이 그정도입니다-- 그 시급의 기준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도서관 관리자는 공무원법 *조에 의한 것이라고 형식적인 대답을 하고 말더군요. 그런 경력이라도 있어야 나중에 공채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나, 채용된 2명의 여자분의 모습에 안쓰러움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로쟈 2008-02-29 22:53   좋아요 0 | URL
그 도서관 관리자는 자신의 시급 또한 '4천원'이란 생각은 안 들었나 보군요...

turk182s 2008-03-02 14:36   좋아요 0 | URL
음..한때 저도 백수때 사서직도전할라고 무진장생각만많이한적이 있는데,,그냥 도서관이 좋아서,가면 편하고 무언가 보물창고같고,근데 갈수록 동네 독서실화 되어가는 도서관을 보면 마음이 슬퍼요...우리동네도 비정규직사서를 뽑던데 저라도해볼까 했는데 이중취업이 된다네요..

로쟈 2008-03-05 22:34   좋아요 0 | URL
좀더 크고 멋진 도서관들이 많아졌으면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