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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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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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떤 말을 ‘합리적 인식’이 아니라 ‘자신의 정서’로 판단했다. 자신이 이해하면 선이고 불편하면 악이 되는 구조였다. 더러 소통대란을 겪을 때마다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우주의 섭리를 해명하는 일처럼 막막했다. 과연 나의 판단은 옳은 것인가 헷갈렸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 그렇다면 서로의 차이는 어떻게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은 바뀔 수 있을까 회의했다.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중략) 한 줄 한 줄 풀어내면서 내 생각이 꼬이는 부분이 어디인지, 불행하다면 왜 불행한지, 적어도 그 이유는 파악할 수 있었다. (중략) 어렴풋이 알아갔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이 견딜 만한 고통이 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일임을. 혼란스러운 현실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이지, 덮어두거나 제거하는 일이 아님을 말이다.
- P8

이제껏 내가 살아온 것과는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글쓰기 수업은 여행하고 참 비슷해요. 서로 호기심을 갖고 깊은 대화를 나누고 좋은 자극 주고받으세요. 내 안에 수다가 많으면 글쓰기에 유리하거든요.
- P48

삶에 관대해질 것, 상황에 솔직해질 것, 묘사에 구체적일 것.

- P63

쓰기는 ‘읽으면서 쓰기’에 다름 아니다. 좋은 글에 대한 감각을 길러놓아야 내 글의 어디가 문제인지 짚어내고 고쳐 쓰며서 더 나은 글을 지향할 수 있다.

- P82

논술 담당 교사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중략) 한참 자라는 아이들에게 자소서가 아닌 자소설을 쓰게 하고, 자기 상품화의 격전장에 내보내기 위해 동원된 논리라는 것이 못마땅하긴 했지만, 자기만의 글을 쓰라는 원칙은 새겨들을 만했다.

- P124

"잃어버린 시간을 차자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문장은 길고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유럽권 작가는 거의가 만연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밀고 나가는 데 주저함이 없다. 오랜 시간 형성된 지적 풍토와 문화에서 형성된 문체가 아닐까.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꼬리가 긴 글에 어려움을 덜 느끼는 것이다.

- P152

글쓰기는 파편처럼 흩어진 정보와 감정에 일종의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주제’를 부각하는 행위다. (중략) 나의 경험의 의미는 미리 주어지지 않는다. 글 쓰는 과정에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 P159

작은 부분에 진실로 들어가는 단서가 있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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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19-04-29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를 가르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냥 잘쓰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 필자의 인생 얘기를 읽으면서 이 사람은 ‘그냥 잘쓰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못쓰는 사람들‘을 가르쳐 온 필자의 경험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느꼈고, 그 지점에서 내가 느끼는 글쓰기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에 도움이 될 조언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최근에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을 연속해서 읽고 있는데, 이 책 정도면 준수하다.
그런데, 글쓰기 강의에서 ‘최전선‘은 뭐야? 이 썩을 군사주의 문화ㅋ.
 
매일 아침 써봤니? - 7년을 매일같이 쓰면서 시작된 능동태 라이프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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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큰돈 버는 시대는 갔구나. 쉽게 취업할 수 있는 세상도 아니구나.’ 이런 깨달음을 얻은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어요. 그게 바로 ‘작고 소박한 생업 만들기’입니다. 생업은 거창한 창업이 아니예요. 창업에는 자본이 들고, 자본을 회수하기 위해 자신을 혹사시켜야 합니다. 자신을 착취하는 구조인 거죠. 프랜차이즈 업체 배 불리고, 매장 인테리어 공사비만 날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런 창업보다는 취미인지 일인지 모호한 작은 일들을 권합니다. 적게 버는 생업만으로 생존할 수 있으려면 소비와 지출을 줄이는 게 우선입니다. "가난을 기꺼이 즐길 수 있는 능력보다 더 큰 노후 대책이 있을까요?" 라는 고미숙 선생님의 얘기처럼, 소득을 늘리는 건 쉽지 않지만 소비를 줄이는 건 가능합니다.
- P39

비평이나 평가를 염두에 둔 작문은 즐겁지가 않아요. 무엇이 됐든 잘하려면 자주 해야 하고, 자주 하려면 즐거워야 합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글을 써보세요. 자기 주도적으로 쓸 수 있고, 다양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어요.
- P68

정철의 "카피책"은 카피라이터나 지망생들을 위해 쓴 카피 작성 교본인데요, 글쓰기 공부 교재로도 좋아요.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카피 뽑듯 써야 합니다. 광고 카피에서 첫 번째 고려 사항은 경제성입니다. 신문 지상이든 방송 화면이든, 카피 한 자 한 자가 다 돈이거든요. 짧고 힘 있는 글쓰기가 광고의 승부처입니다.
- P69


첫째, 스스로 마감 시간을 정하세요. (중략) 둘째, 자기 최면을 거세요.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면 글이 나오지 않아요. 남들은 내글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줄고 글이 술술 나옵니다. 셋째, 몰입하세요. 글쓰기에 몰입하는 비결은 간단합니다. 앉아서 한 줄이라도 쓰면 그 문장을 붙들고 집중하게 됩니다. 앉아서 무조건 쓰기 시작하면 몰입하게 됩니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자신의 루틴을 만드는 겁니다.
- P128

자기소개서든, 회사 업무상 서류든, 비즈니스 이메일이든 읽는 사람 눈치만 살피면 글의 알맹이가 없어집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지 않거든요. 어떤 글이든 글을 쓸 때는 항상 쓰는 사람의 입장이 먼저 담겨야 하고, 그런 다음 수정 과정에서 읽는 이가 배려되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초고는 나를 위해, 수정은 독자를 위해’라고 할 수 있어요.
- P177

고교 진로 특강에 가면 PD나 기자 지망생들을 향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러분, 직업은 꿈이 아니에요.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고, PD가 되는 건 꿈이 아니에요. 그 직업을 통해 무엇을 하느냐가 진짜 꿈이에요.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도와주고, 변호사가 되어 정의를 실천하고, PD가 되어 재미난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게 진짜 꿈이지요. 의사가 아니라도 아픈 사람을 도울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변호사만 사회 정의를 실천하는 것도 아니고요. 마찬가지로, PD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만들고 나눌 수 있어요. 블로그도 있고 팟캐스트도 있고 유튜브도 있어요. 개인이 미디어를 만들기가 이렇게 좋은 세상이니, 부디 방송사 PD나 기자라는 직함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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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19-04-28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쁘게 보면 여기저기서 긁어온 생각들을 잡다하게 붙여 넣은 것 같기도 하지만, 50대 직장인이 가진 세상 살이의 노하우는 역시 만만치 않다. 마감 시간을 정해 놓고 적당히 포기하면서 쓰라는 얘기는 정말로 PD 답다고 생각했다. 나의 성격을 고려하면 그다지 따라해 보고 싶지 않은 글쓰기이지만, 그래도 참고할 만한 곳이 여기저기 보였다.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 뇌과학이 밝혀낸 중년 뇌의 놀라운 능력
바버라 스트로치 지음, 김미선 옮김 / 해나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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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똑똑하고 더 침착하며, 더 행복하고, 한 중년 과학자의 말대로 "온갖 것들을 그냥 안다." 이 새로운 중년의 뇌는 중년에 다가가면서 실재로 재조직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전과는 다르게 행동하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 P14

43-46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윌리스Sherry Willis와 남편 샤이 K.Warner Schaie는 가장 장기적이고, 규모가 크며 가장 존중받는 수명 연구 중 하나를 이끌고 있다. 통칭 시애틀 종단 연구(Seatle Longitudinal Study라 하여 1956년에 시작해서 40년이 넘는 동안 6,000명의 정신적 기량을 체계적으로 추적해온 연구이다. (중략) 검사한 여섯 범주들 가운데 네 범주, 어휘, 언어 기억, 공간 정향, 그리고 귀납적 추리 (인용자 주 - 계산 능력, 지각 속도 제외)에서 최고의 수행력을 보인 사람들의 나이는 평균적으로 40세에서 65세 사이였다.
- P43

78
매더Mara Mather에 따르면 긍정적인 것에 대한 편향이 가장 심한 뇌는 게으른 뇌가 아니라 오히려 최고의 뇌, 즉 가장 명석한 뇌다. 또한 긍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는 현상은 죽음같이 가장 덜 긍정적인 관념으로 간주되는 것과 관계가 매우 깊을지도 모른다. 카스텐슨Laura Carstensen은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서 삶에 남은 시간이 전보다 적다는 것을 훨씬 더 많이 자각하게 되기 때문에 감정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고 믿는다. 안정을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가 나쁜 것을 비껴가고 좋은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깨닫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주의와 기억 두 가지를 모두 그 목표에 맞도록 조종한다는 것이다.
- P78

80
소위 ‘할머니 가설Grandmother Hypothesis‘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가설이 있는데, 인간과 영장류의 경우 도움이 되는 할머니들과 같이 사는 집단의 일원들이 더 오래 살았다고 가정한다. 카스텐슨은 ’할머니 가설‘에 대해, 앞날을 보다 밝게 보는 할머니들 때문에 그 집단이 보다 융성하고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이 들면서 평온하고 긍정적이 되는 것은 강력한 역할을 해요. 나이 든 사람들이 그와 같으면 집단의 결속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죠." 카스텐슨은 말했다.
- P80

98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이 성장하면서 그물에 농구공을 넣고 또 넣을 때마다 그의 슈팅 뉴런들을 둘러싼 미엘린의 피막은 아마도 점점 더 두꺼워졌을 것이다. 미엘린이 더 많다는 것은 뇌 신호전달이 더 훌륭함을 뜻하고, 조던의 경우는 슈팅이 더 훌륭함을 뜻한다.
- P98

116
굴레트Margaret Gullette는 서구 문화에서 우리는 여전히 "우리 위로 비처럼 쏟아지고 있는 쇠퇴의 이념"의 희생자들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스스로가 "문화에 의해 노화되도록" 허락했고, 인생을 단순히 "나이로 등급이 나뉘는"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배웠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바탕에는 "중년에는 몸이 망가지며 이러한 신체적 감퇴는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심각"한 반면, 노화의 긍정적인 측면들 즉 "성숙함, 경쟁력, 동정심 등"은 "나이와는 연관이 없다는" 오도된 생각이 있었다. 그러한 관점들이 존속하는 큰 이유는 우리에게 계속해서 "주름 방지 크림"을 팔 수 있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굴레트의 생각이다.
- P116

133-134
그레이디Cheryl Grady는 자신의 요청에 따라 청소년들이 방금 접한 단어나 사진들, 즉 일종의 고난도 일화기억을 떠올리라고 했을 때 예측대로 우리가 집중하는 데 사용하는 뇌의 주요 부위이며 뇌의 아주 중요한 부분인 dorsolateral prefontal cortex가 (뇌 스캐너에서-인용자 주)빨갛게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중년이 되면 아주 어떤 사소한 것도 쉽게 집중된 사고를 밀쳐 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레이디는 발견했다. 연구 참가자들의 뇌를 스캔하면서 그레이디는 복잡한 정보를 떠올리려고 애쓰는 나이 든 사람들 다수가 주요한 이마엽 영역들은 약간 덜 사용하고 뇌의 더 아래 부분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중략) "예컨대, 당신이 뇌 스캐너 안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 ‘아이고, 좀 불편하군.’ 또는 ‘이따 가게에서 가서 우유를 사야 한다.’ 등을 생각할지도 모르죠. 이것이 우리가 초기 모드Default mode라 부르는 뇌의 부분이에요. 뇌가 백일몽을 꿀 때 사용하죠." 중년기부터는 뇌가 초기 모드를 꺼버리는 능력이 쇠약해지기 시작한다.
- P133

148-149
이 견실하지 못한 주의력이 때로는 예술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여러 연구들로 인해 차단을 덜 하는 뇌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음이 밝혀졌다. 해셔Lynn Hasher의 말처럼, 창의성의 특징 중 하나가 "평소 분리되어 있는 아이디어들을 합치는 것"이라면, 나이 든 되는 거의 그 본성상 기발하고 새로우며 아름답기까지 한 무언가를 생산해낼 가능성이 더 크다.
- P148

172
과학 연구에서 체스 선수teh Chess Player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그 교수는 체스 두기를 매우 좋아했고 실력도 보통이 아니었다. 체스를 두는 동안 그는 쉽게 일곱 수를 앞서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때 그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알아차렸다. 아내와 가족들은 그가 멀쩡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거걱정이 되었다. 체스에서 네 수까지밖에 앞서 생각할 수 없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무언가 끔찍하게 잘못되었다고 확신한 그는 University Collaege London의 신경학연구소의 신경과 의사 Nick Fox의 진료소로 찾아갔지만 아무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중략) 이삼 년 뒤 교수는 뇌와 무관한 원인으로 사망했다. 부검을 하자 알츠하이머 플라크와 엉킨 매듭 투성이의 뇌가 드러나면서 교수의 가족과 폭스를 깜짝 놀래켰다. 교수는 치매 말기로 보이는 병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겉으로 드러난 유일한 징후는 교수가 체스의 수를 일곱 수 대신 네 수밖에 앞서 생각할 수 없었다는 점뿐이었다.
- P172

179
인지적 비축분cognitive reserve의 현주소에 관해 언급하던 카츠만Robert Katzman 박사에 따르면, "교육은 뇌를 바꿉니다. 이제는 분명해요. 정확히 어떤 경로로 바꾸는지는 모르지만 교육은 뇌를 바꿉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교육 수준(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는 문맹의 수준)과 뇌의 건강한 노화 사이에는 아주 뚜렷한 선이 있음이 발견되었다.
- P179

183
스턴Yaakow Stern의 팀은 교육이나 직업 수준이 높은 치매 환자들이 일단 진단을 받은 뒤에는 더 빨리 쇠약해져 사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표면적으로 직관에 반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인지적 비축 이론과 완벽하게 들어맞는 결과다. 더 많은 뇌력을 호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병의 징후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더 오래 저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병이 겉보기에도 명백해질 시점이 되면, 병증이 뇌 안으로 훨씬 더 멀리까지 진행된 상태이므로 환자들은 더 빨리 쇠약해져 죽는다는 것이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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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19-04-27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대부터 60대까지의 독자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면서 실질적인 도움도 주는 좋은 책.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과학 이야기만큼이나 미국 상류 사회의 세련되고 명민한 중년들의 일상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번역이 조금만 더 자연스러웠다면 별 네 개도 줄 수 있었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박현찬,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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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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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원리는 ‘법고의 묘’다. 그것은 처음 글을 쓰고자 할 때 명심해야 하는 원리일 것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듯이 법고의 묘를 익히지 않으면 진전된 글쓰기를 할 수 없다. 책을 정밀하게 읽고 대상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찰하는 것은 법고의 묘를 익히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다. 둘 번째 원리는 ‘법고창신의 묘’다. (중략) 옛것을 따르되 변화를 수용하고, 새것을 받아들이되 옛것의 법도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고루하지 않으면서도 참신한 글을 쓸 수 있다. 세 번째 원리는 ‘사이의 묘’다. (중략) 두 사람의 시선이 사이의 지점에서 교차하듯 글도 법고와 창신 사이에 자리해야 한다. 물론 어설픈 타협으로 만들어지는 중간 자리는 옳지 않다. 구별과 대립을 포섭하는 동시에 그 단계를 넘어서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 P189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글쓰기 수칙 11가지 (1)명확한 주제 의식을 가져라. (2)제목의 의도를 파악하라. (3)단락 간 일관된 논리를 유지하라. (4)인과관계에 유의하라. (5)시작과 마무리를 잘하라. (6)사례를 적절히 인용하라. (7)운율과 표현을 활용하여 흥미를 더하라. (8)참신한 비유를 사용하라. (9)반전의 묘미를 살려라. (10)함축의 묘미를 살려라. (11)여운을 남겨라.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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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19-04-28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잘 쓰는 데에 도무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어쩌다보니 읽게 되었지만 읽는 데에 쓴 시간이 아까운 책. 무엇보다도 박지원이라는 좋은 소재를 가져다가 이런 식으로밖에 얘기를 못 하나 싶어서 화가 났다. 이런 식의 감성이 잘 팔리는 세상인가 생각하면, 시대와 불화했던 박지원의 울증이 나에게도 옮겨올 것 같다ㅋ.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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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의 가치관이 있고, 그에 따른 삶의 방식이 있다. 나에게는 나의 가치관이 있고, 그에 따른 삶의 방식이 있다. 그와 같은 차이는 일상적으로 조그마한 엇갈림을 낳고, 몇 가지인가의 엇갈림이 모이고 쌓여 커다란 오해로 발전해갈 수도 있다. 그 결과 까닭 없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오해를 받거나 비난을 받거나 하는 일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 때문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건 괴로운 체험이다. (다음에 계속)
- P39

(앞에서 계속) 그러나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와 같은 괴로움이나 상처는 인생에 있어 어느 정도는 필요한 것이다, 라는 점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타인과 얼마간이나마 차이가 있는 것이야말로, 사람의 자아란 것을 형성하게 되고, 자립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중략)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마음이 받게 되는 아픈 상처는 그와 같은 인간의 자립성이 세계에 대해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될 당연한 代價인 것이다. - P40

올림픽 마라토너인 세코 도시히코瀬古利彦 씨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현역에서 은퇴하고 S&B팀의 감독으로 취임한 지 얼만 안 됐을 때의 일이다. 그때 나는 "세코 씨 같은 레벨의 마라토너도 ‘오늘은 어쩐지 달리고 싶지 않구나. 아, 싫다. 오늘은 그만둬야지. 집에서 이대로 잠이나 자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브니까?‘라고 질문해 보았다. 세코 씨는 말 그대로 눈을 크게 뜨고는, ’무슨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거야‘라는 어조로 "당연하지 않습니까, 늘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 P75

매일 계속해서 달리는 것과 의지의 강약과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는 느낌마저 든다. 내가 이렇게 해서 20년 이상 계속 달릴 수 있는 것은, 결국 달리는 일이 성격에 맞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그다지 고통스럽지는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좋아하는 것은 자연히 계속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있다.
- P73

대형 버스와 트럭이 시속 80킬로쯤 되는 속도로 나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간다. 마라톤 가도라고 하는 말의 여운에는 왠지 모르게 옛 정취가 느껴지지만, 지금은 그저 통근 산업도로일 뿐이다. (중략) 멀리 도쿄에서 이 아름다운 나라를 찾아와, 왜 이처럼 살풍경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산업도로를 일부러 달리지 않으면 안 되는가, 라고 나는 나 자신에게 물었다. 이런 일 말고도 달리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결국 개 세 마리, 고양이 열한 마리가 이날 마라톤 가도에서 허무하게 목숨을 잃은 동물의 수였다. 죽은 고양이와 개의 수를 헤아려보면서 의기소침해졌다.
- P98

평범한 작가들은 젊었을 때부터 자기 스스로 어떻게든 근력을 쌓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은 훈련에 의해서 집중력을 기르고 지속력을 증진시켜 간다. 그래서 그와 같은 자질을 (어느 정도까지) 재능이 ‘대용품’으로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 P125

이것이 나의 육체이다. 한계와 경향을 지닌 나의 육체인 것이다. (중략) 불평하지 않는다. 있는 것만으로 참는다. 뭔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나이를 먹어가며 얻게 되는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다.
- P132

소설을 쓴다는 것이 불건저한 작업이라는 주장에 나는 기본적으로 찬성하고 싶다. 우리가 소설을 쓰려고 할 때, 다시 말해 문장을 사용해 이야기를 꾸며 나가려고 할 때는 인간 존재의 근본에 있는 독소와 같은 것이 좋든 싫든 추출되어 표면으로 나온다. (중략) 오랫동안 직업적으로 소설을 써나가기를 위한다면, 우리는 그와 같은 위험한 체내의 독소에 대항할 수 있는 자기 면역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한다.
- P148

달리고 있는 동안 몸의 여러 부분이 차례차례 아프기 시작했다. (중략) 그들에게 있어서도 100킬로를 달린다는 것은 미지의 체험이었고, 모두 각기 할 말이 있는 것이다. (중략) 강한 불만을 품고 반기를 들ㄹ고 하는 급진적인 혁명의회를 당통이나 로베스피에르 같은 이들이 변론을 구사해서 설득하는 것처럼, 나는 신체의 각 부위를 열심히 설복한다. 격려하고 매달리고 치켜세우기도 하고, 질책도 하며, 고무도 한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될 일이 아닌가, 지금은 어떻게든 참고 힘내다오, 라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하고 나는 생각한다- 결국은 두 사람 다 목이 뎅강 날아가 버렸잖아.
- P169

이렇게 인내에 인내를 거듭하면서 어떻게든 계속 달리는 사이에, 75킬로 근처에서 뭔가가 슥 하고 빠져나갔다. (중략) 한때는 들끓고 있던 근육의 혁명의회도, 지금의 상태에 대해서 일일이 시비를 거는 것을 포기한 듯했다. 더 이상 누구도 테이블을 두드리지 않고, 아무도 컵을 던지지 않았다. 그들은 피로에 지친 모습을 역사적 필연으로 받아들이고, 혁명적 성과로 그저 묵묵히 수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규칙적으로 팔을 앞뒤로 흔들며, 다리를 한 발짝씩 앞으로 내딛기만 하는 자동적인 존재로 변해 있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자 육체적 고통마저 거의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사정이 있어서 처분할 수 없는 보기 싫은 가구처럼, 어딘가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치워버린 것이다.
- P172

요절을 면한 사람에게는 그 특전으로서 확실하게 늙어간다고 하는 고마운 권리가 주어진다. 육체의 감퇴라고 하는 영예가 기다리고 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 P187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 (중략) 그런 사람이 누구를 향해서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 P228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 -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 교훈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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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19-05-0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을 빼고 기대도 불안도 내려놓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담담하고 꾸준하게 해 나가는 삶이 좋아 보인다. 산다는 게 별로 어렵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