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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우리말 달인 ㅣ 건방진 우리말 달인 시리즈 1
엄민용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우달아, 안녕?
봉두난발에 수염이 숭숭 난 얼굴, 세모꼴 눈에 사람을 비웃는 표정을 하고 꾀죄죄한 두루마기를 입고 있는 네 이름이 우달이였지. 책 앞부분의 등장인물 소개에는
"자칭 타칭 건방진 우리말 달인. 취미는 잘못된 우리말 상식 찾아내서 잘난 척하기, 밤새도록 소주 마시기, 우리말 지식 겨루기, 교과서와 사전의 오류 골라내기, 20여 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우리말을 전파하고 있는 천상 우리말 지킴이"
라고 나와 있구나. 그 아래에는 네 개에 대한 소개도 있네.
"우리말 달인의 애견. 이름은 달코. 주인을 닮아 소주 마시기를 좋아하고 남 일에 참견하기를 즐긴다. 특기는 우리말을 잘못 쓰는 사람을 만나면 주인과 함께 혼쭐 내주기. 주인이라 할지라도 예외가 될 순 없다."
실제로 이 책에는 우달이 네가 우리말을 잘못 쓰는 사람들을 때리거나 너 스스로도 우리말을 잘못 쓰다가 네 개에게 맞는 그림들이 많아. 재미있으라고 그려 넣은 것이겠지만...어떻게 하니? 난 전혀 재미가 없었어.
애당초 '우리말을 잘못 쓰는 사람은 혼쭐을 내줘야 한다'는 사고 방식 자체가 큰 문제라고 난 생각하거든. 메뉴판을 잘못 쓴 식당에서는 주인에게 항의를 해야 한다든가, 남에게 "칠칠하다"는 칭찬을 하라든가... 네가 재미있으라고 하는 얘기들이 나는 잘 이해가 안 간다. 언어 생활에서 규범을 정확히 지키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며 원활한 의사 소통을 하는 게 아닐까? 이런 자세가 결핍되어 있다면 아무리 규칙을 잘 알더라도 결코 '달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이런 까닭으로, 책을 읽는 내내 난 참 불쾌했어. 읽기 편하고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반말을 썼다고 너는 말하지만, 너의 반말이 "건방진" 태도와 결합해서 빚어내는 효과는 최악이었단다. 나도 우리말 규범에 관심이 많고 되도록 정확한 말을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을 빌려 읽지도 않았겠지.) 곁에 두고 늘 찾아볼 우리말 참고서로 이 책을 고르고 싶진 않네.
(덧붙임) 네가 하는 얘기 중에'으 불규칙 활용'(101p)이나 'ㄹ 불규칙 용언'(218p) 같은 것은 틀린 말이란다. '불규칙 활용'은 같은 음운 환경에 있는 말들이 서로 다른 형태로 활용할 때 쓰는 문법 용어거든. 예를 들어, "길이 굽다"와 "생선을 굽다"의 경우 똑같은 '-어' 어미 앞에서 전자는 "굽어", 후자는 "구워"가 되지? 이게 불규칙 활용이야. 어간의 끝 모음 'ㅡ'가 어미 '-어' 앞에서 탈락하는 것이나, 어간의 끝 자음 'ㄹ'이 ㄴ,ㄹ,ㅂ,시,오' 앞에서 탈락하는 것은 특정 음운 환경에서 항상 일어나는 변화이기 때문에 규칙 활용이란다. 또 하나,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과 '우리말=한국어'는 다른 거야. 넌 두 가지를 자꾸 혼용하는데, 차이점을 확실히 알아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