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가장자리의 거스러미를 관음보살님께 받은 손가락으로 슬적슬적 어루만지네. 수천 부처의 거스러미가 따끔따끔 와서 박히네. 원숭이의 아이라면 산으로 가거라. 게의 아이라면 강으로 가거라. 사람의 아이라면 번뇌의 아궁이에서 불에 타 재가 되어라. 한들한들 그날도 저무는구나. 부처의 아이라면 어떻게 할까. 아버님 어머님 용서해 주세요. 오늘도 거스러미. 내일도 거스러미.-상 137-138쪽
뒷간 옆 삼백초 잎에 달팽이가 느릿느릿 기어와 지장보살님을 먹네. 서방정토의 조촐한 아침에 동그란 머리의 동자승이 땡그랑땡그랑 깨지네. 신의 아이라면 이 세상에 없다. 귀신의 아이라면 이 세상에 둘 수 없다. 사람의 아이라면 번뇌의 통에 넣어 흘려보내라. 사락사락 그날 밤도 밝는구나. 부처의 아이라면 어떻게 할까. 아버님 어머님 용서해 주세요. 오늘도 빙글빙글 내일도 빙글빙글.-상 138쪽
석가의 가르침을 오해하여 수천의 부처가 들끓었다지. 수천의 부처가 거스러미의 가시 끝에서 들끓었다지. 달팽이의 역할은 오늘도 오늘도 그 역할은 껍질을 닫고 모르는 척, 모르는 척.-상 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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