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 외 - 한국소설문학대계 5
염상섭 외 / 동아출판사(두산) / 1995년 1월
품절


생각할수록 경애란 이상한 계집애다. 지금 말눈치로 보아서는 노는 계집과 다름없고, 자기에게 성욕적으로 덤비는 것같이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어제 상훈이에게 끌고 간 것이라든지, 또 전일에 상훈이 앞에서 키스를 한 것이라든지, 혹은 자기와 상관한 남자들을 모두 서로 대면시키려는 말눈치로 보면 일종의 변태성욕을 가진 색마나 요부 같다. 그러나 별안간 호령을 하고 함부로 윽박지르는 것을 보면 그것이 혹시 히스테리증의 발작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떻게 생각하면 불량 소녀의 괴수로서 무슨 불한당의 두목 같기도 하다. 옛 책이나 탐정소설에서 볼 수 있는 강도단의 여자 두목이라면 알맞을 것 같다. 사실 청인의 상점이 쭉 들어섰고 아편쟁이와 매음녀 꼬이는 음침하고 우중충한 이 창골 속을 휘돌아 들어갈수록 병화는 강도들의 소굴로 붙들려 들어가는 듯한 음험한 불안과 호기심을 느끼는 것이었다. -218-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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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08-06-0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경애가 사는 북미창정이 요즘의 북창동인 모양인데, 저 '청인의 상점'이랑 '아편쟁이', '매음녀' 얘기에 그만 솔깃하고 말았다. 지금도 중국식료품점이랑 룸살롱이 즐비한 동네 아닌가! 식민지 시절의 데카당한 서울은 생각할수록 매력이 있단 말이지.

eppie 2008-06-10 15:58   좋아요 0 | URL
동의해요. 정말 매혹적인 공간이에요. :]

mizuaki 2008-06-11 07:45   좋아요 0 | URL
에피 님, 덧글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가끔씩 놀러와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