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너머 -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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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분에 공감하면서 읽었다, 이데올로기 비판과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부분이 특히 흥미진진했다.

그러나 '반출생주의'에 대한 비판은 너무 억지스러웠다. "나는 새로운 생명을 낳지 않으려는 충동이 머지않아 지금 존재하는 생명들을 파괴하려는 충동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한다.(418쪽)"라니, 논리적인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데요.;;; 자식을 낳아서 키우는 일은 인간을 크게 바꿔 놓는데, 커다란 책임과 고통을 통해 인간을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때때로는 제대로된 판단력을 잃어버린 우스운 모습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는 것 같다.  어쨌든, 피터슨 덕분에 '반출생주의'에 흥미가 생겼으므로, 다음에는 데이비드 베너타의 책을 읽어야겠다! 


주변에서 우리가 통제하려는 것들이 엉뚱하게 흘러가는 것을 자주 보는 것처럼, 우리의 이해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한 발은 지러 안에 놓고 다른 발로는 그 바깥쪽을 디뎌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 - P19

위계 구조의 밑바닥을 경험하는 것은 유용하다. 감사와 겸손의 싹을 틔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왜 ‘감사’인가? 전문 지식이 당신보다 탁월한 사람들이 있다. 당신이 현명하다면 그 사실에 기뻐해야 한다. 세상에는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채워야 하는 자리가 무수히 많다. 믿을 만한 기술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사실은 진정 감사해야 할 일이다. ‘겸손’은 또 무슨 말인가? 충분히 안다 생각하고 꽉 막힌 사람이 되기보다는 모른다 생각하고 가르침을 청하는 편이 낫다. 내가 아는 것들과 친해지기보다는 모르는 것들과 친해지는 게 백배 낫다. 아는 것은 유한하지만 모르는 것은 끝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 P43

권력에 굶주린 사람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자 하는 목적이 따로 있다. 전제적이고 잔인하며 심지어 병적이기까지 한 그들은 쾌락적이고 이기적인 변덕을 즉시 채우기 위해, 질투의 대상을 파괴하기 위해, 분노를 마음껏 폭발하기 위해 권력을 탐한다. 반면에 선하고 근면하고 정직하고 집중력 있는 사람이 야심적인 이유는 실질적이고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 야심은 모든 면에서 격려해줄 필요가 있다. - P52

무정부주의자나 허무주의자들이 완전한 자유를 외치며 그럴듯하게 주장할 때, 그 밑에 잠재한 욕망은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 그들은 낭만주의 화가들의 그림에서 묘사되듯 숭고해 보이길 원하지만 사실은 모든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어 할 뿐이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타도하라’는 매력적인 구호가 될 수 없는 반면에, 그에 상응하는 ‘모든 규칙을 타도하라’는 영웅의 시체처럼 그럴싸하게 단장할 수 있다. - P61

스니치가 무엇을 상징하든 그것을 추적하고 포획하는 일이 다른 목표보다 더 중요하다. (중략) 이 문제에는 두 가지 방식으로 답할 수 있으며, 둘은 서로 중요하게 관련되어 있다. (중략) 추격꾼은 퀴디치 게임의 세부 상황을 무시하고 황금빛 공을 찾아야 한다. 마찬가디로 현실의 게임 참가자는 경기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상관없이, 게임의 특수성과 별개로 도덕적 경기에 유념해야 한다. (중략) 스니치는 혼돈의 구처럼 근본적 중요성(의미)을 담은 ‘용기’라고 볼 수 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고 포획할 때 모습을 드러낸다. - P86

어떤 것에 순간적으로 행복을 느낀다고 해서 그것이 본인에게 가장 유익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게만 되면 인생은 정말 간단하겠지만, 지금의 당신이 있는 것처럼 내일의 당신이 있고 다음 주의 당신, 내년의 당신, 5년 뒤의 당신, 10년 뒤의 당신이 있으니, 가혹할지언정 당신은 모든 ‘당신들’을 고려해야 한다. 이 저주는 인간이 미래를 발견하고 그로 인해 일의 필요성을 깨달은 것과 관련이 있다. 일을 한다는 건 앞에 놓인 것의 잠재적 향상을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희생한다는 뜻이다. - P155

우리는 무겁고 깊고 심오하고 어려운 어떤 것에 긍정적으로 빠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한밤중에 깨어나 의문에 휩싸일 때 다음과 같이 중심을 잡을 수 있다. ‘나는 결점투성이지만, 적어도 이 일은 하고 있어. 적어도 남에게 기대지 않고 잘 지내고 있어. 적어도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어. 적어도 내가 지기로 한 짐을 지고, 비틀거리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해 니아가고 있어.’ 진정한 자존감은 그렇게 형성된다. 자존감은 단지 순간순간에 당신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와 관련된 피상적인 심리 개념이 아니다. 진정한 자존감은 심리적일 뿐 아니라 실질적이다. - P165

부모들은 아이에게 책임감을 심어주기 위해 평생 노력한다. 교육 기관, 견습생 제도, 자원봉사 단체, 친목 모임 등에서도 같은 일을 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책임감을 주입하는 것이 사회화의 근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다. 우리는 그동안 실수를 저질러왔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난 50년간 권리에 관해서는 그토록 목소리를 높였으면서 젊은이들에게 요구해야 할 것을 말하는 데는 주저했다. (아래에 계속) - P192

(위에서 계속) 몇십 년 동안 젊은이들은 사회로부터 돌려받을 게 있으면 당당히 권리를 주장하라는 말만 들었다. 우리는 그런 요구를 통해 젊은이들의 삶에 의미가 생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은 그와 정반대로 말해야 한다. 비극과 실망으로 가득한 인생에서 우리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의미는 고결한 짐을 짊어지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우리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잘못된 장소에 눈길을 주며 성장해왔다. 그로 인해 젊은이들은 취약해질대로 취약해져서, 쉬운 길에 잘 넘어가고 걸핏하면 분노의 독에 감염된다. - P192

어떤 집단도 죄가 있다고 미리 가정해서는 안 되고, 그 죄가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그건 고소인이 악한 의도를 지녔다는 징표이며 사회적 재앙의 전조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이데올로기 추종자들은 실질적인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서 스스로를 억압자의 네메시스(복수의 여신)이자 피억압자의 수호자로 임명한다. - P207

현실은 대규모의 정교한 과정들과 체계들로 구성되어 있는 탓에 포괄적이고 단일하게 변화시킬 수 없다.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은 20세기에 유행한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다. 이데올로기에 대한 믿음은 순진하고 자기도취적이며, 그것이 조장하는 운동들은 분개하고 게으른 사람에게 거짓된 성취감을 준다. 이데올로기에 빠진 사람들이 신봉하는 공리들은 개종을 주도하는 자들이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신과 다를 바가 없다.(아리에 계속) - P209

(위에서 계속) 하지만 신은 죽고, 이데올로기도 죽었다. 20세기의 피비린내 나는 과잉에 스스로 질식했다. 우리는 이데올로기를 보내고, 더 작고 정확하게 정의한 문제를 다루기 시작해야 한다. 문제를 정의할 때는 남을 탓하지 말고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크기로 개념화하고, 문제를 개인적으로 다루는 동시에 그 결과를 책임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겸손하라. 방을 청소하라. 가족을 보살피라. 양심을 따르라. 바르게 살라. 생산적이고 흥미로운 일에 전념하라. 이것들을 잘 해냈을 때 더 큰 문제를 찾아 도전하라. 여기에서도 성공한다면 더 야심찬 계획으로 이동하라. 이 모든 과정에 꼭 필요한 출발점으로서, 이데올로기를 버려라. - P209

진정한 예술품은 초월자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우리는 유한하고 제한된 존재, 무지에 매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창이 필요하다. 초월자와 연결되지 못하면 위협적인 도전 과제들을 이겨낼 수가 없다. 바다에 빠진 사람에게 구명구가 필요하듯이 우리는 자신 너머에 있는 어떤 것과 연결고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 연결고리란 우리의 삶에 아름다움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예술의 역할을 이해하고, 예술을 더 이상 선택이나 사치, 가식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 예술은 문화의 토대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심리적 통일성을 이루고, 다른 사람들과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 - P237

창조적인 사람이 도시에서 하는 역할을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그들은 약간 궁핍하다. 예술가로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인데, 사실 그런 가난은 예술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궁핍의 유용성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그들은 도시를 탐험하고, 한때는 좋았으나 지금은 쥐가 돌아다니고 범죄가 만연할 법한 지역을 발견한다. 그들은 이곳저곳 찾아다니고 살펴보고 뒤적이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조금만 손을 보면 멋진 곳이 될 수 잇겠는걸’, 예술가는 그 동네로 이사해서 중고 자재로 화랑을 만들고 작품을 전시한다. 그들이 하는 일이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건 아니지만, 덕분에 동네가 약간 세련되어진다. 아주 위험했던 곳이 점차 활력이 넘치는 곳으로 변모한다.(아래에 계속) - P250

(위에서 계속) 그러자 커피숍 하나가 생기고, 색다른 옷 가게도 문을 연다. 그런 뒤 젠트리파이어gentrifier, 즉 빈민가를 고급화하는 사람들이 들어온다. 그들도 창의적인 부류지만, 예술가보다는 보수적이다. (덜 절박하고 위험을 기피하는 사람들이라 그런 변경에 가장 먼저 오지는 않는다.) 이어 개발업자가 나타난다. 잠시 후 체인점이 생겨나고, 중산층이나 상류층이 자리잡는다. 이제 예술가들은 떠나야 한다. 임대료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래에 계속) - P250

(위에서 계속) 이런 현상은 전위예술에 손해지만 나쁘지 않다. 가혹한 면이 있긴 해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그곳에 예술가가 머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다른 곳에 활기를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다른 풍경을 정복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예술가들의 자연환경이다.
예술가들이 혼돈을 질서로 변화시키는 그런 변경은 거칠고 위험한 곳이다. 그곳에 사는 동안 예술가는 혼돈에 빠져버릴 위험에 수시로 직면한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항상 인간이 이해하는 영역의 가장자리에서 살아왔다. - P250

반출생주의는 단지 출산을 거부하는 입장에서 그치지 않는다. 나는 새로운 생명을 낳지 않으려는 충동이 머지않아 지금 존재하는 생명들을 파괴하려는 충동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너무도 큰 동정심에 휩싸여 어떤 삶들은 너무나 끔찍하니 그 고통을 끝내주는 것이 자비로운 일이라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나치즘 초기에 그런 철학이 출현했다. 인생에 의하 참을 수 없이 망가진 듯 보이는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자비로운’ 목적을 위해 안락사시킨 것이다. - P418

당신이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은 바보같이 순진해서가 아니다. 삶이 고통스럽지 않기 때문언 더더욱 아니다. 자기 자신과 세계에 가장 좋은 것을 주고 당신이 현재 무엇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무엇을 획득할 수 잇는지를 잊지 않기로 용감하게 결심했기에 감사할 수 있다. 모든 존재와 가능성에 대한 감사는 세상의 변덕스러움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태도다.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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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의 핵심 개념들 - 제3판
앤서니 기든스 외 지음, 김봉석 옮김 / 동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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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대표한다고 일컬어지는 대 학자가 사회학을 처음 시작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초급 교재를 썼다는 것부터가 흥미진진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읽었다. 내러티브가 두드러지지 않아서 읽기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듯하지만, 중요한 개념어들의 정의, 역사적 기원, 의미와 해석, 비판적 쟁점, 현대적 의의를 깔끔하게 짚어주고 있어서 아주 재미있다. 사회학과 관련해서 더 읽고 싶은 책들을 소개해 주는 것도 아주 마음에 든다. 막스 베버와 피에르 부르디외는 꼭 읽어야겠다. 

마르크스는 역사를 만드는 것은 인간(행위자(이지만 인간 자신이 자유로이 선택한 상황하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논의함으로써 이 문제를 재구성하는 한 가지 방식을 제시했다. 기든스(1984)의 구조화 이론 structuration theory은 이러한 아이디어에 일부 빚을 지고 있다. 기든스가 보기에 구조와 행위는 서로를 함의한다. 그러나 많은 개인의 반복적 행위들은 사회구조를 재생산하고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기든스 이론의 초점은 ‘시간 및 공간에 걸쳐 질서 지어진’ 사회적 관행들 social practices이며, 사회구조가 재생산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관행들을 통해서다. 그러나 기든스는 ‘구조’를 추상적이고 지배적이며 외적인 힘이 아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회적 관행들의 재생산을 가능케 하는 규칙과 자원으로 본다. 이러한 ‘구조의 이중성’은 기존의 이분법을 재고하는 방식이다. - P20

사회학의 역사 대부분에서 사회학자들은 명백히 특정 사회들과 그 사회들의 중심적 특성들을 연구하고 비교하고 대조해 왔으며, 이를 명확히 보여 주는 유형학 typology 들이 구축돼 왔다. - P38

합리적 방식으로 행위한다는 것은 이성적으로 행위하며 행위 수행 이전에 행위와 그 결과에 대해 심사숙고한다는 뜻이다. 합리주의rationalism로 알려진 철학적 교의는 17세기에 기원한 것으로서 이성에 기초한 지식, 그리고 종교적 원천 및 전승적 지혜에 기초한 지식에 대한 이성적 추론을 특징으로 한다. 합리성은 명백히 그 기원을 사고, 행위, 지식 생산의 연결에 두고 있다. 사회학에서 사회의 합리화 이론은 대체로 고정된 상태보다는 과정을 지칭하는 것이며, 이는 막스 베버 저작의 핵심이다. 베버가 보기에 합리화와 주술magic의 젝는 근대성 시기의 특징에 대한 실제적 이해를 뒷받침하는 장기간에 걸친 세계사적인 사회적 과정이다. - P56

베버는 합리성을 실용적practical, 이론적theoretical, 실질적substantive, 형식적formal이라는 네 가지 기본 유형의 측면에서 논의한다(Kalberg, 1985). - P57

19세기 초반에는 많은 사회비평가들이 산업화가 중단되거나 역전될 단기적 과정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던졌지만, 같은 세기의 후반에 와서는 그러한 전망은 불가능한 것이 됐다. 오늘날, 산업사회로부터의 퇴행 de-industrialization은 가능할 것 같지도 않을뿐더러 지구 전체 인구가 엄청나게 감소하지 않는 한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다. 60억에서 80억 명 사이 수준의 지구 인구는 식량 생산의 산업화, 교통, 지구적 분업을 통해서만 지속 가능하다. - P114

소비주의 consumerism.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회들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생활양식으로서, 소비재의 지속적 구매를 경제와 개인적 욕구 충족 양자의 측면에서 유익하다고 선전하며 촉진하는 것 - P169

노동은 개인의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중요성이 떨어졌다. 오히려 소비가 사람들에게 다양한 요소의 구매를 통한 개인 정체성 구성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보다 자유로운 선택과 개인성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을 부여한다. - P170

소비주의는 또한 끊임없는 소비 욕구를 생성하는 사고방식, 정신 상채, 또는 심지어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소비사회학자들은 소비의 쾌락이 생산물의 사용이 아니라 무언가를 구매하리라는 기대에 있다고 논의한다. - P171

많은 사회학자들은 가족이 상호 지지에 기초한 협동적 단위라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가족은 어떤 구성원에게는 득이 되지만 다른 구성원에게는 불이익이 되는 매우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Pahl, 1989). - P257

공동체 community.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개념이기는 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특정한 지리적 위치에 살고 있거나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으면서 서로 간에 체계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 P260

공동체 개념의 주된 문제점은 사회 분석이 규범적 편견으로 바뀌어 버릴 위험이 끊임없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는 종종 도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다른 것에 우선하는 인간 정주settlement의 대규모 유형으로 여겨지곤 한다. 퇴니에스(1887)의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의 대비는 이러한 문제의 분명한 사례다. 그의 연까 비록 여러 측면에서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 발전이 초래한 중요한 사회변동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긴 하지만, 여기에는 그런 과정 속에서 무언가 더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이 상실됐다는 생각이 관통하고 있다. - P263

문화적 재생산에 관한 현재까지 가장 체계적인 일반 이론은 피에르 부르디외 Pierre Bourdieu(1986)의 것이다. 그의 이론은 경제적 위치, 사회적 지위, 그리고 문화적 지식과 기술로 대변되는 문화자본을 연결시킨다. 부르디외 이론의 핵심 개념은 자본인데, 이는 자원을 획득하고 사람들에게 이득을 부여하는 데 사용되는 다양한 유형을 일컷는다. (중략) 문화자본을 많이 소유한 사람들은 이를 경제자본과 교환할 수 있다. (중략) 사회자본을 많이 소유한 사람들은 ‘중요한 인물을 알거나’ ‘중요한 모임에 가입할 수 ’ 있고, 이를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존경과 사회적 지위 상승이라는 상징자본과 교환할 수 있으며, 이로써 권력 획득 기회를 증대시킨다. - P310

이데올로기 ideology. 사회 내의 ‘상식적’ 관념 및 널리 펴진 신념으로서, 많은 경우 간접적으로 지배계급의 이해관계에 봉사하고 그들의 위치를 정당화하는 것. - P321

권위 authority. 개인이 또는 집단이 타인 또는 집단에 대해 보유한 정당한 권력power. 막스 베버 Max Weber((1925) 1979)의 정치사회학은 대부분의 권력, 정치, 권위 연구의 출발점이다. 베버는 권력을 개인 또는 집단이 저항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역량으로 봤지만, 누군가가 권위가 있다는 것은 명령을 내릴 수 있고 그 명령이 수행되리라는 타당한 기대를 가진 경우에만 그렇다고 했다. 따라서 권위는 명령을 받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그가 정당하게 명령을 내린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 P425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2006)은 민족이 구체적 ‘실체’가 아니라 ‘상상된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 즉 자신들의 속해 있다고 느끼는 문화적 독립체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인식 또는 상상에 의해 결속된 다양한 집단이다. 그러나 이것은 ‘상상된’ 것이기 때문에 실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민족 공동체의 인식에 기초해 행위하면, 상상된 공동체는 이들을 결속시키는 공유된 민족 정체성을 일으킨다. - P433

에릭센Thomas H Eriksen(2007)은 자신의 흥미로운 연구를 통해 "민족은 사이버 공간에서 번성한다"라고 주장한다. 이는 민족이 그 구성원들로 하여금 인터넷 활동을 계속하면서 먼 거리를 통해서도 보다 효과적으로 민족 정체성을 고취하는 ‘상상된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인터넷은 지구적 커뮤니케이션과 대량 이주의 시대에 민족 정체성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한다. - P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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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팝니다 - "체 게바라는 왜 스타벅스 속으로 들어갔을까?"
조지프 히스.앤드류 포터 지음, 윤미경 옮김 / 마티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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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 오역이 너무 많아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 책의 내용이 좋아서 더 안타깝다. 

반문화 분석에서는 그냥 즐겁게 노는 것이 궁극적인 전복적 행동으로 보인다. 향락주의가 혁명적 독트린으로 둔갑한 것이다. 그렇다면 반문화 반란이 소비 자본주의를 활성화시킨 것이 뭐 그리 놀랄 일이겠는가? 현실을 점검해봐야 할 때다. 즐겁게 노는 것은 전복적이지 않으며, 체제를 전혀 손상시키지 않는다. 사실, 만연한 향락주의로 인해 사회 운동을 조직하기가 더 어려워졌고 사회 정의의 이름으로 희생을 하라고 설즉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우리가 볼 때 진보 좌파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 정의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반문화에서 분리시킨 뒤 전자는 계속 추진하고 후자는 폐기처분하는 것이다. - P16

너바나는 대성공을 거둔 2집 ‘Nevermind’가 마이클 잭슨을 앞서기 시작한 이후로 팬들을 떨어내려고 무던히도 애썼다. 이들은 후속 앨범인 ‘In Utero’를 의도적으로 어렵고 접근이 불가능한 음악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그 노력은 허사였다. 이 앨범 또한 연이어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코베인은 얼터너티브 음악에 대한 자신의 약속과 너바나의 대중적 성공을 결코 조화시킬 수 없었다. 결국, 자살이 곤경의 타개책이었다. - P22

마르크스는 노동계급이 이러한 거짓 생각들의 결합체에 완전히 갇혀 있기 때문에 혁명에 참여하려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물신주의와 소외된 노동은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를 제공한다. - P31

1920년대에 안토니오 그람시는 자본주의가 노동계급의 허위의식을 유발한 것은 노동자들에게 경제 체제 작동에 관한 어떤 거짓 신념을 불어넣어서가 아니라 완벽한 문화 ‘헤게모니’ 확립을 통해서였으며, 이 헤게모니가 다시 체제를 강화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상 문화 전체-책, 음악, 그림-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의 한 형태를 반영하므로 이를 버려야만 노동계급이 해방을 성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P33

나치 정권은 ‘대중 사회’의 서막을 장식했다. 고대 전제군주들의 권력 구조에는 대개 엘리트만이 포함되었다. 인민들 대다수는 그저 자기 일에나 관심을 쏟고 지도자에게 복종만 하면 그뿐이었다. 그러나 근대의 전제국가는 대중을 동원했다. 인민들 자체가 열정에 휩쓸려서 스스로 전제적인 요소가 되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근대의 선전기법들과 결합하여 작은 무리들에서 볼 수 있는 광기와 순응을 사회 전체의 규모로 재생산할 수 있도록 한 ‘대중미디어의 발명’ㅇ었다. 그리하여 대중매체와 집단순응의 사생아인 대중사회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 P36

만일 모두가 무법자가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제도도 규칙도 법규도 없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반문화 이론은 전통적으로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요리조리 회피해 왔다. 이런 발뺌을 할 때 늘 하는 말이 "자유로운 사회에는 청사진이 없다"거나 문화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우리의 의식을 완전히 변화시켜야 하므로 미래 사회가 어떠할지 예측할 수 업다는 것이다. 미셸 푸코가 이 분야의 대가였다. 또 다른 한 가지의 답은 반란과 저항을 그 자체로 낭만화하는 것이다. 주류사회에 대한 저항이 종종 개인을 위한 치료책으로 여겨졌고 장려되었다. 사회의 전반적인 환경 개선과 사회정의의 추구라는 목표는 실종되었다. - P77

상호 이익을 창출하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사회통제가 요구되고 따라서 불복종에는 처벌이 따른다. 그렇다고 모든 사회규범이 압제적이거나 강압적이지는 않으며 복종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순응주의자이거나 겁쟁이가 아니다. 이들을 "훌륭한 시민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P104

다른 사람들을 무의식적, 순응주의적이라고 하는 것은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나와 똑같이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축하는 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 P124

프레드 히르쉬는 물질 재화(material goods)와 지위 재화(positional goods)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이, 주택, 가솔린, 밀과 같은 물질 재화가 부족한 경우는 재화의 생산에 시간, 에너지,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노력을 투자할 의지가 있다면 물질 재화는 더 많이 생산해낼 수 있다. 하지만 지위 재화의 부족은 내재적이어서 우리가 원한다고 해도 더 많이 생산해낼 수가 없다. 지위 재화는 양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개인의 상대적 지급 능력에 의해 접근성이 결정된다. 지위는 지위 재화의 한 유형이다. 부동산도 다른 유형의 지위 재화이다. (중략)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있어 지위 재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하면 왜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행복과 절대적 부의 관련성이 없어지는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P153

실제로, 카진스키와의 차이가 본질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전술적이라는 것을 인식한 사람들이 많았다. (알 고어의 ‘위기의 지구’에서 인용한 구절과 카진스키의 성명성서 인용한 구절을 구별하라는 유명한 인터넷 퀴즈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답을 맞추기가 대단히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은 그의 신념에 동의했다. 다만 우편물 폭탄에 찬성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폭력에 대한 카진스키의 생각은 장 폴 사르트르, 프란츠 파농과 말콤 엑스에 이르는 수많은 60년대의 아이콘들이 취한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유나바머 사건은 반문화 지지자들이 수십 년 동안 애써 피해 왔던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직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중략) 반사회적 행위에 가담하는 것과 사회에 반기를 드는 것 사이의 차이는 무엇인가? 대안이 광기로 타락하는 것은 어느 시점인가? - P174

다음은 이 책을 함께 쓰고 있는 앤드류가 지난 몇 년간 쿨하다고 생각해서 산 물건들이다. 진품 버버리 레인코트, 상하이탕 실크 재킷, 존 플루보그 신발 세 켤레, 와이드스크린 모니터 델 인스피론8500, 레이반 프레데터 선글라스, 케네스콜 손목시계. 다음은 조가 쿨하다고 생각해서 산 물건들이다. 솔로몬550 프로용 스노보드, 앞부리에 강철을 댄 블런드스톤, 듀웨스트 가죽반코트, 루츠가죽클럽의자, 미니쿠퍼 승용차. 우리들 대부분이 이런 목록을 어렵지 않게 작성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목록의 대부분이 브랜드 소비재이다. (중략) 그런데 쿨이 도대체 무얼까? - P239

쿨한 사람들은 용인된 진행 방식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급진주의자, 파괴자로 보이기를 좋아한다. 바로 이것이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힘이다. 진정한 창조성은 정적으로 반항적이고 파괴적이라는 말이 진실인 이유는 그것이 기존의 사고 패턴과 생활 패턴을 분열시키기 때문이다. 진정한 창조성은 "자본주의 그 자체를 제외한" 모든 것을 타도한다. 따라서 토마스 프랭크가 "쿨의 정복"이라고 묘사한 과정은 사실 전혀 정복이 아니다. 프랭크는 "반문화는 미국 중산계급의 가치 발전의 한 단계, 즉 소비자 주관성이라는 20세기 드라마의 화려한 한 편으로 이해하는 것이 좀더 정확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 P259

집이 없는 사람들이 없도록 임대료를 일괄적으로 저렴하게 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에게 아주 비효율적으로 혜택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빈곤 문제를 처리하는 옳은 방식은 수입 지원, 노동시장 정책, 정해진 대상에게 복지 혜택 주기 등의 방식을 통해서이다. - P401

반문화 신화가 지난 반세기 동안 정치의식에 미친 영향은 궁극적으로 나치 독일이 서양문명에 가한 광범위한 심리적 외상의 증거이다. 이전이라면 예술가와 낭만주의자들에게서나 보통 볼 수 있는, 순응에 대한 온건한 경멸감이었을 것이 홀로코스트 이후에는 규칙성이나 집단성의 기미가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한 과도한 혐오감으로 부풀려졌다. 순응은 가장 큰 죄가 되었고 대중사회는 反유토피아의 주요 이미지가 되었다. 이전이라면 인민의 옹호자로 나섰을 사람들 가운데 다수가 그 인민들을 점점 더 두려워하게 되었다. 진보적 좌파의 경우, 상처는 한층 더 깊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파시즘뿐만이 아니라 많은 경우, ‘사회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좌파는 사회규범(예절 포함), 법률, 관료조직 등 사회조직을 구성하는 기본요소들 중 많은 것들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기본요소 없이 인간들 사이의 대규모 협력을 조직하는 일은 정말이지 불가능하다. -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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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후쿠나가 다케히코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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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시오미에게 우정을 느낀 데는 우리가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대학에 적을 두고 있었다는 이유도 컸을 것이다. 다만 나는 외국 문학을 전공했고 그는 언어학과였기 때문에 그 당시부터 가까웠던 건 아니다. 하지만 같은 은행나무 가로수 아래를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고, 같은 헌책방 서가 앞에서 나란히 책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우리를 아주 가까운 사이로 느끼게 해 주었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갖기 시작한 친밀한 정을, 그도 똑같이 내게 보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농담을 하기도 했고, 사람을 웃기기도 했다. 마음이 내키면 수다도 잘 떨었다. 하지만 그는 늘 자신의 주위에 어떤 종류의 고독을 두었다. 나와 친하게 이야기할 때도 그는 자신의 고독에 갇힌 채 마음을 열고 다가오지 않았다. 또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열지 않았기 때문에, 그 고독의 원인이 무엇인지, 나는 하나도 아는 게 없었다. - P24

"하지만 우정이란 건 상호적인 거야. 야나이가 낙제할 뻔했을 때 네가 걱정한 것처럼, 야나이는 후지키 때문에 널 걱정하는 거야. 그게 우정이겠지, 네 경우는 혼자서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것 같은 거야."
"그렇지 않아!" 하고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진짜 우정이란 건, 깊은 계곡 밑에 있는 샘물 같은 상대방의 영혼을, 그 사람의 내부에 잠들어 있는 그 샘물을 찾아내는 거야, 그리고 그걸 퍼 올리는 거야. 그건 그저 이해한다는 말로 표현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거야. 더 신비로운, 영혼의 공명 같은 거야. 내가 후지키한테서 바라는 건 바로 그거야. 그게 진짜 우정이라고 생각해."
(아래에 계속) - P109

(위에서 계속)
"역시, 그게 바로 시오미 시게시의 플라톤적 명상의 산물이지." 하고 핫토리가 놀리듯이 말했다. "그야, 후지키는 사랑스러운 소년이지. 그리스어의 에페보스라는 게 바로 그런 거겠지. 하지만 영혼이나 뭐니, 그건 너무 거창해."
"그러니까 너희들은 모른다는 거야."
"나도 영혼까지 말할 건 아니라고 생각해." 하고 기노시타가 조용히 말했다. "좋아한다는 건 육체적인 요소니까."
"아냐. 절대 그렇지 않아!" 나는 소리쳤다. - P110

"난 말이야, 진짜 고독이란 그 무엇에도 상처받지 않는 것, 어떤 괴로운 사랑에도 견딜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건 영혼의 강하고 적극적인 상태라고 생각해. 예를 들면, 기도하고 있는 인간의 상태 같은 거지. 기도는 신 앞에서는 갈대처럼 나약한 모습이지만, 인간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뺏길 게 없는, 한계까지 다다른 강함을 보여주지. 고독이란 그런 게 아닐까?" - P116

"후지키, 우리는 남을 믿음으로써 세상을 아름답게 느끼는 게 아닐까? 사랑이 없다면 인간은 얼마나 비참해질까, 그렇게 싱각하지 않아?"
"시오미 선배가 하는 말은 관념의 세계죠."
"어째서? 고등학교의 기숙사 생활 따위, 거기에 우정이 없다면 뭐가 있다는 거지?"
"전 모르겠어요. 고등학교의 우정 같은 건 관례적인 게 아닐까요? 서로 존중하고, 서로 상처 주지 않고, 그저 그게 전부인..."
(아래에 계속) - P133

(위에서 계속)
"그렇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겠지. 정신적인 기쁨 같은 건 전혀 느낄 수 없지 않을까."
"전 그걸로 충분해요. 야시로나 이시이 같은 친구가 있으면 그걸로 족해요. 저한텐 특별한 우정 따위 필요 없어요. 시오미 선배가 말하는 그런 아름다운 사랑 같은 것, 저한텐 불필요한 겁니다. 우리가 뭘 할 수 있죠? 우리는 이렇게 태어난 이상 그저 정해진 걸을 걷는 거예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발밑을 보면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뿐이에요."
"그런 슬픈 말을... 넌 왜 별을 보지 않는 거지?"
"전 못 해요."
후지키는 일어섰다. 어렴풋이 소나무 가지 사이로 흘러내린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췄다. "그만 갈까요." 하고 말했다.
- P133

내가 죽을 때까지는, 후지키는 나와 함께 있고, 즐거운 음악처럼 나의 영혼 안에 울려 퍼질 것이다. 음악의 인상으로 남게 되는 인생, 비록 짧지만 그것은 비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게 아닐까. - P143

"난 현실이라는 걸 모르겠어. 지금 벌어지고 잇는 전쟁 같은 거에는 눈곱만큼의 감격도 없어. 언제 군대에 끌려갈까만 생각하면 두려워서 견딜 수가 없어. 하지만 나한텐 이 전쟁을 반대할 힘도, 그만두게 할 힘도 없어. 그렇다면 내 쪽에서 도망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적어도 내 안에서만큼은 전쟁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운 것 말고는 달리 어쩔 수가 없지 않을까. 그러니까 꿈만큼은 내 것이야. 난 고전의 세계로 들어가 시인들이 꾼 꿈을 내 눈으로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거야."
"하지만 그건 비겁한 게 아닐까요?" 지에코가 찻잔 안을 스푼으로 천천히 저으면서 고개 숙인 채 말했다. - P190

그 무렵 제가 막연히 느꼈고 지금은 더더욱 분명히 느끼고 있는 것은, 시오미 씨는 이런 저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저를 통해 어떤 영원한 것을, 어떤 순결한 것을, 어떤 여성적인 것을 사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입니다 어떤 영원한 것이란 그분이 끝내 믿으려 하지 않았던 하나님이고, 어떤 순결한 것이란 제 오빠이고, 어떤 여성적인 것이란 어쩌면 괴테의 구원의 여성처럼 그분에게 이상인 여성이었겠지요. 저는 가끔 시오미 씨가 제 오빠를 보던 눈으로 저를 보고, 저를 보면서 제 오빠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P295

나는 이 ‘풀꽃’의 마지막에 ‘에필로그’를 붙일까 생각한 적이 있다. 실제로 그것을 쓴 것 같기도 하지만, 원고를 찾을 수가 없다. 그 에필로그에서 시오미의 노트를 받은 ‘나’라는 인물은 후지키 지에코를 만난다. 그녀는 ‘나’에게, 그분은 저를 사랑했습니다. 저도 그분을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라고 한다. 그 말에 ‘나’는 당신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환영을 사랑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청춘이란 그런 게 아닐까요, 라고 묻지만, 그녀는 대답이 없고, 그 눈에는 안 방울의 눈물이 빛나고 있었다, 라고 썼다. 이런 사족을 덧붙이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청춘이란 한 사람 한 사람의 이기적인 몽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청춘은 잃어가는 것이고, 잃어버리는 것 그 자체가 몽상의 특징이자 또 청춘의 특징이 아닐까.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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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의 역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3
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 장혜경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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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대부분 세계관 때문에 일어나는 전쟁이다. 때문에 잔인하고 무자비하다. 적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경멸해 마땅한 타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해야 할 존재로 규정한다. 따라서 폭력이 난무하며, 폭력 중에서도 가장 혐오스러운 폭력인 고문이나 린치가 횡행한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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