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청주에 다녀 왔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을 해서 청주에서 벌어지는 아테네 올림픽 2차 선발전 겸 종별 유도 선수권 대회에 격려하기 위해서 다녀 온것입니다. 오늘은 81kg급 이하부터 100kg급 까지의 중량급 선수들의 경기가 열렸습니다. 한판 한판의 승부가 피를 말리는 유도 경기로 경기장 안의 열기는 봄의 초입에서 느끼는 훈풍보다 훨씬 뜨거웠습니다.

2. 대진운이 따르지 않아서인지 체급별로 상무 선수들끼리 예선전을 치뤄야 하는 경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각각 다른조로 시합을 했다면 결승에서 만날 수 있었음에도 안타깝게 예선전에서 늘 맞상대 하여 연습을 하던 선수들과 맞닥트려 보는 입장에서도 난감해 지더군요. 특히 감독은 둘 중 누구도 코치를 할 수 없기에 그저 팔짱만 끼고 결과를 지켜보아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하였습니다.

3. 오후 2시 부터는 TV로 중계가 되었습니다. 3위를 뽑는 패자 결승에서 상무 선수가 상대를 누르고 동메달을 획득하였고, 이어서 벌어진 100kg 이하의 경기에서는 상무 선수끼리 맞붙었습니다. '배진범' 선수는 만년 국내 2위 였는데 준결승전에서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이겨보지 못했던 1차전 우승자 장성호 선수에게 판정승을 하였고, 새로 입대한 '김정훈'선수는 다부진 몸매와 의지로 작은 키에도 상대 선수들을 제압하고 결승에 올라갔습니다. 결승에서는 정규 시간인 5분 동안 사력을 다해 싸웠으나 승패를 결정짓지 못하다가 5분 연장에 접어들어 고참인 '배진범'선수의 효과로 배진범 선수가 우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1위 '배진범', 2위 '김정훈', 3위 '김태우''장성호' 선수로 '장성호'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무 선수가 1~3위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4. 상무에 입대하는 선수들은 지난번에 말씀을 드렸듯이 2진급 선수들이 대부분입니다. 우수선수들은 각종 대회에 나가서 메달을 따서 군 면제를 받겠다는 욕심에서 입대를 미루게 되기에 상무에 우수한 선수가 입대를 자원하는 경우는 없는 편입니다. 이러한 2진 선수들이 상무에 입대를 하게 되면 꽉 짜여진 훈련 스케줄에 따라 훈련을 하게 되는데 이 훈련의 강도는 일반 선수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강하게 실시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군인이기에 군인정신으로 더욱 사기 충천해 있으니 원래의 실력보다 조금은 더 실력을 발휘하는것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성호' 선수는 한판승의 왕자 '이원희' 선수처럼 이 체급에서는 간판급 선수입니다. 지금까지 '배진범'선수가 월등한 기량차로 단 한 차례도 이겨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절반을 따는등 확실한 실력차를 보이면서 승리를 한것입니다. 결기후 제게 온 '배진범'선수에게 "네가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선수를 이겼구나...정말 잘했다"라고 격려를 하니 본인도 매우 기쁘고 의외의 결과를 얻었다는듯 매우 기뻐했었습니다.

5. 알게 모르게 늘어가는 실력....그 실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자신감입니다. 스포츠에서는 우열의 퍼센트가 51: 49 라고 해도 그 차이는 엄청난데 바로 이 차이의 대부분은 자신감입니다. 그러다보니 한번 졌던 선수에게 이긴다는 것은 역사가 뒤바뀌는것 만큼이나 큰 일이랍니다. 축구에서도 일본이나 중국이 우리 나라에 계속 지니 <공한증> 이라는 병을 얻게 되듯이 다른 경기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가 경기장에 나가서 격려를 하는 이유는 이런 심적 상태에 있는 선수들에게 바로 자신감을 심어주는 목적이 크답니다. 제가 아무리 선수들에게 편하게 대해준다고 하더라도 역시 제가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는 선수들의 생각에는 조금 더 잘 해야되겠다는 각오가 솟구치고, 저는 이런 선수들에게 "네가 가지고 있는 기술...그리고 최선을 다해라....너는 이길 수 있다....열심히 준비하지 않았니? 그 연습이 바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한 땀방울이었다...한번 해 보자.."라고 말해 줍니다. 그 다음은 감독의 몫입니다.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일체 왈가왈부 하지 않습니다. 이긴 선수는 다행이지만 진 선수의 마음은 얼마나 면목없어하고 괴롭겠습니까?  그런 선수들에게는 다음을 기약하자고 말해 줍니다.

6. 상무 선수들....일반팀에 있으면 적잖은 급여를 받으며 조금은 자유로운 생활 속에서 운동에 임하련만 우리 선수들은 정말로 피땀을 흘리면서 연습을 합니다. 군 입대 기간동안 소속팀에서 급여를 주지 않는것은 당연하구요...   그런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여 오늘 처럼 1~3위를 휩쓰는 쾌거를 이룬다면 그 기쁨은 선수 자신, 그리고 감독과 제가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며, 이 순간 만큼은 지금까지의 고생도 다 씻은듯 없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주변의 관계자들로부터 축하도 많이 받았습니다. 물론,  다른 팀의 관계자가 축하해 주는 속에는 약간의 질투도 섞였겠지만 스포츠는 경기가 종료된 후에 이렇게 서로를 위해줄 수 있는 여유도 갖는가 봅니다. 그러기에 <스포츠는 영원하다>라는 말이 남는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 아침의 흐린 날씨가 기분을 약간 가라앉게 했지만 결과는 대 만족이었고, 출발할 때는 비가 왔었는데 청주를 출발하여 돌아올때는 어느덧 맑은 하늘이 상무팀의 선전에 환영이라도 하듯 맑게 개이고 있었습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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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side 2004-03-17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많이 흐뭇하셨겠어요.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는다는 것, 참 좋은 일이죠. 떨어진 선수들도 많이 위로해 주셨죠 ? ^^

비로그인 2004-03-17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중간에 탈락한 선수들도 금,은,동 메달을 획득하자 그 동안 오늘을 위해 애써왔던 모두의 노력에 대해 흐믓하게 생각하며 같이 즐거워 했고....진정한 축하를 해 주었습니다.저는 당연히 승리한 선수보다 탈락한 선수에게 더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해 줬답니다 ^^~
 

1. '국군체육부대'는 엘리트 체육인의 훈련 장소로 부대를 일부 개방을 하고 있습니다. 태능 선수촌에 다 수용할 수 없는 인원중의 일부 종목 선수들은 국군체육부대에서 훈련을 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태능 선수촌에서는 훈련장의 여건이 어려워 마련되지 못한 종목이 있기 때문인데 대표적인 것이 근대4, 5종,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 양궁(주니어), 근대5종(주니어), 레슬링 상비군 등등의 종목 선수들이 상무 부대에 입촌하여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2.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한가지 설명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체육 육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집니다. 바로 국가 대표급을 양성하여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 아시안 게임 등에서 국위를 선양할 체육인을 양성하는 엘리트 체육과 다른 한가지는 생활체육으로서의 종목 확산을 목적으로 취미생활에서 조금더 진보한 형태로 운동을 즐기는 경우...즉 동호인 위주의 생활체육으로 나눌수 있습니다. 그 외에 종목별 활동을 통하여 나중에 프로 구단에 입단하는...말 그대로 몸이 재산이라서 몸을 이용한 운동 경기에 종사하는 프로의 세계가 있습니다.

3. 과거의 동구권과 후진국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의 체육은 생활체육입니다. 브라질이나 독일 등의 클럽의 형태는 다소 다르지만, 서구의 일반 학교 수업은 오전에는 교과서 공부를 하고 오후 3시 이후에는 대부분 체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종목은 물론 본인의 취향과 적성, 또는 본인이 하고 싶은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7개나 획득한 미국의 수영 선수(마크 스피츠)는 의과대학의 학생이었으며. 미국 프로 리그의 각 종목에서 활동중인 선수들 대부분은 대학을 훌륭한 성적으로 졸업을 한 선수들입니다. 이들은 운동이라는 격한 종목을 스스로가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며 바로 스스로 즐긴다는 것이 생활체육이며, 생활체육중 특출하게 뛰어나서 올림픽에도 출전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4. 저희 부대에는 아직 고등학교에 다녀야할 어린 학생들이 여러 종목에서 상비군이라는 이름으로 입소하여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작년부터 주욱 지켜보았는데 마치 신분이 학생이 아닌듯 전혀 학교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저 눈만 뜨면 새벽부터 운동에 매달리고 밤에도 또 운동에 매달리고....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들 모두는 남녀 고등학교에 적을 둔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일년에 한 차례도 학교에는 가지 않는 것입니다. 지난번 졸업 시즌에는 졸업식을 하러 학교에 가더군요.......그나마 가는 목적이 '학교를 빛낸 졸업생'으로 표창을 받기 때문이라더군요...

5. 이런 학생들이 운동에만 전념하고 전혀 학교 공부와는 담을 쌓고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반드시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삶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보장은 없을 것입니다. 만약 성공이 목표라면...그리고 유수 기업의 실업팀에 높은 연봉을 받고 돈을 버는 것이 목표라면 할 말이 없겠습니다. 그리고 이 선수들 모두가 훌륭한 성적을 내는 국가 대표로 성장을 하여 미래를 보장받는다는 보장은 더더욱 없습니다. 그 중에서 겨우 한 두명 정도나 선발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중요한것은 이들이 감성적으로 예민할 때 학교의 수업보다는 인성 교육을 필요로 하는 것이고 이는 학교에서 수업과 함께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전이되는 것인데 이들이 보는 것은 운동 경기 뿐이고 이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코치진과 같이 훈련중인 소수의 선수들이 고작입니다. 그렇다고 성적이 능력을 대변하여 목이 언제 짤릴지 모르는 코치진이 운동 이외에 이 학생들의 인성까지 신경을 쓰지 못합니다. 

6. 결국, 이들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 종목에서의 낙오(도태라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는 물론이고 학교나 사회로 되돌아가도 이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배운것이 있어야 뭐든 할 수 있고 사람들과 잦은 접촉을 했어야 부대끼면서라도 살아갈 수 있을텐데 그런 기회조차 없었으니 사람들을 만나기도 겁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대에서는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간단하게 영어라도 익힐 수 있도록 영어 회화 시간을 마련해 주었지만, 말 그대로 단어 하나 알지 못하는 전혀 깡통인지라 상황에 따른 문장을 한글로 적어서 알려주기도 합니다.

7. 바로 이런것이 우리 체육계의 현실입니다. 우리는 TV중계를 보고 환호도 하고 감격도 합니다. 얼마나 늠름한 모습입니까? "장하다..대한의 아들 딸들.."  이라는 수식어로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 마다 열광을 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런 선수들에게 여성 팬 또한 줄줄 따라 다니며, 어떻게라도 한번 사귀어 볼까 야단들이지요. 신문에 나오는 스포츠 스타들의 부인이나 애인을 보면 다들 미스코리아 뺨칠 정도의 미모들을 뽐낼 정도로 미인들이 많이 사귀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저도 들은 이야기지만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어느 스포츠 스타와 결혼한 여자의 이야기인데 도무지 코드가 맞지 않아서 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으로 과정을 밟은 사람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의 코드가 맞는다면 그거야 말로 정말 웃기는 일일테니 이 부인이 하는 하소연은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내용을 이해 하신다면 지극히 당연한 일임을 이해 하실 수 있으실것입니다.

8. 언제쯤 우리도 서구 사회처럼 취미로 운동을 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일은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과 싫은데도 억지로 하는 일의 결과는 엄청납니다. 물론, 그 일에 매달리는 열정 또한 다를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운동...그리고 틈만 나면 잠자기....밥먹고 운동하고 잠자고...밥먹고, 운동하고 잠자고....일년 365일을 하루도 걸르지 않고 반복되는 이들이 일개미와 다를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관련 기관이나 학교 측에서 신경을 조금이라도 써 준다면 좋겠지만 수업은 교육부, 그리고 체육은 문체부로 나뉘어져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관계 기관의 행태가 아직도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체육계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들이 점수를 조금 더 얻는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또 수업을 받아 머릿속에 지식을 조금 더 잡아두는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그들이 함께 하는 삶 속에서 자신의 책임이 무엇이며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해야하는것이며, 또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은 어떤 것인가를 알려주고, 윗사람과 공중도덕이 무엇이며, 경기중 볼꼴 사납게 가래침을 자신이 쓸어질지도 모르는 경기장에 뱉어서는 안된다는 의식...이러한 인성이 무엇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일겁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우상으로 알고 죽어라고 쫒아다니는 사람들이 측은하고 가엽게 느껴지는것은 제가 그런 내용을 너무 잘 알고 있고, 또 선수들이 어떤 상태인지 잘 알고 있는지라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세상은 밚이 변해서 좋아하던 싫어하던 그거야 그 사람들의 선택권이겠지만......한편으로는 그러한 세태가 한심스럽게 느껴지며, 씁쓸한 마음을 숨길수가 없답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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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3-17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운동 선수들의 생활을 몰라서 그러는데, 정말 책 한권 읽을 시간이 없나요?
운동선수들은 안그래도 운동선수로서의 수명이 짧은데, 그렇게 사회를 모르면 수수께끼님 우려대로 사회에 나와서 너무 막막하고, 설사 성공한 선수라 하더라도 '봉'으로 이용당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최소한 하루 한두시간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교양강좌'를 선택해서 듣거나, 기숙사에 도서실이라도 구비해 두어야 할 것 같네요.
선수들이 수업을 빠지는 것은 알았지만, 그정도일 줄이야..

비로그인 2004-03-1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없다기 보다는 그네들의 생활 습성이 책을 멀리한지 오래되어 습관화 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책만 들면 졸음이 온다고 합니다. 특히 과격한 체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 아닌 사격, 양궁 등의 선수들도 틈만 나면 잠자기 바쁜데...이들을 지도하는 코치진 또한 그런 식으로 운동을 해 왔기에 무감각하게 아이들을 관리하는것 같습니다. 제가 걱정하는것 처럼 이들이 성자아여 절름발이 사회인이 될것이라는것은 명약관화인데...지금 뭐라도 한다고 호들갑을 떨어서 될 일도 아닌것 같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님에도 체육계나 교육계 모두가 내 일이 아니라는듯 뒷짐을 지고 있는 행태가 더욱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체육인이 아닌 관리자의 입장에서 이들을 관리하다보니 많은 문젯점을 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어쩔수 없는 훈련이라 할지라도 시간 활용과 생활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것입니다. 비록 영어 발음을 한글로 적어 상황별로 외우게 하고는 있지만, 원래 영어는 yes도 모르고 no도 모르는 사람이 더 빨리 배우는 법인지라 나름대로의 희망을 가지고 회화교육에 임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외국에 나가서 잠자는것과 밥먹는것, 그리고 길 찾아가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중점을 두고 교육중인데 다행히 호응이 좋은것 같습니다. 물론, 점심시간에 쉬어야 할 시간을 이들 교육에 배려하는 여러분들의 마음이 고마울 따름이랍니다.

가을산 2004-03-17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병원 바로 앞에 대전시의 양궁장과 싸이클장이 있습니다.
가끔 시 대표선수들이 아파서 오곤 하는데, 얼마 전에는 '꿈나무'인 중학생이 왔습니다.
위염 증상이었는데, 대회를 앞두고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위염 같았습니다.
그래도 시에서는 1등을 하는 아이라는데.... 그 스트레스가 무척 큰가봅니다.
 

1. 일요일인 어제는 동아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역사가 깊은 대회이며 수많은 국가 대표를 배출한 대회로 이번 대회는 아테네 올림픽에 참가할 한국 대표선수 선발전을 겸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2시간 6분대의 선수가 초청이 되었고 우리 나라에서는 이봉주, 지영준 선수등 올림픽을 목표로 동계 기간동안 훈련에 임했던 선수들이 참가를 하였습니다. 올림픽 출전 자격은 어느 대회건 관계 없이 국제 육상연맹이 인정하는 공식 경기에 참가하여 2시간 12분 안쪽의 기록을 수립하면 참가 자격이 주어지게 됩니다. 이 기록 또한 올림픽이 열리기 1년전부터 올림픽 직전 까지 작성된 기록에 한하고 있습니다.

2. 우리 나라 선수들 중에는 상무 선수로 임진수 선수가 이번 마라톤에 참가를 했습니다. 이 선수의 기록은 2시간 12분대 선수로 이번 대회에서는 2시간 10분대를 목표로 참가를 하였습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한국 대표로 선발되어 아테네에 참가하는 것이었습니다. 한양대학을 졸업하고 한국 마라톤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코오롱 팀에 몸담고 있다가 입대를 한 선수인데 체격도 작으며 몸도 무척 마른 체형의 선수로 일반적인 마라톤 선수의 기준보다 조금 왜소한 편입니다. 작년에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 대회에서는 3위를 한적도 있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것이라는 예상을 하였었으며 동계 훈련기간 동안 꾸준한 연습을 통하여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3. 일요일 08시....대회는 시작 되었습니다. 출발 신호와 함께 달리기 시작한 대열은 곧 바로 선두 대열과 후진 그룹으로 분리가 되었습니다. TV로 중계를 지켜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선두그룹은 20여명의 선수로 내달리기 시작을 하였는데 다른 여타 대회와 달리 2진 그룹이 형성되지 않았고 선두는 후진 그룹과는 상당한 차이를 두고 달리게 되었습니다. 처음 5Km의 주파 기록이 13분대로 이는 100M를 거의 16~7초에 주파하는 속도였습니다. 페이스 메이커라고 하여 주최측에서 신기록 작성을 위하여 선수와는 별도로 일정 기간만을 달리는 조건으로 초청이 된 선수가 있는데, 이 선수가 주최측의 요구대로 앞장서서 달리게 되다보니 전반적으로 스피드가 빨라진 것이었습니다. 상무의 임진수 선수의 5Km 평균 속도가 14분 중반인것에 비하면 엄청난 빠르기이며 이렇게 달릴 경우 기록은 2시간 6분대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4. 10Km에 이르자 이제는 완전한 선두 그룹이 형성이 되었습니다. 7명의 선수가 선두 그룹에서 앞서거니 쳐지거니 달려 나가다가 35KM 지점에서 지금까지 앞장서서 달리던 페이스 메이커가 빠지고 먼저 치고 나오는 선수가 앞서면서 마지막 레이스가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역시 작년도 우승자인 남아프리카 선수가 치고 나오면서 앞서 달리기 시작을 했습니다. 이 선수는 작년도에 이 대회에 페이스 메이커로 참가를 했다가 1위를 한 선수였는데 그의 마지막 스퍼트는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이 선수의 스퍼트를 우리의 기대주 이봉주 선수도 잡지를 못했습니다. 원래 이봉주 선수가 마지막 스퍼트가 좋기로 알려진 선수인데 도무지 따라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고 결국 이봉주 선수는 5위로 결승점을 통과 했습니다. 그리고는 1위 선수의 여유있는 모습과는 달리 상당히 지친 모습을 보였습니다.

5. 상무의 '임진수' 선수는 9Km 지점부터 쳐지기 시작하여 2위 그룹이 없이 줄곧 혼자 외롭게 독주를 하여 전체 15위, 한국 선수로는 2시간 16분 23초라는 기록으로 4위를 하였습니다. 결국 아테네 올림픽 참가는 물 건너간 셈이 되어 버린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기록에도 훨씬 못미치는 기록을 낸 것입니다. 아침에 '임진수' 선수와 함께 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국내와 국외 선수에 대한 시상을 따로 하여 목에는 메달을 걸고 상금도 받았습니다.(통상 마라톤은 6위 까지 시상을 합니다) 어제의 경기에 대해 물어보니 처음에 선두가 치고 나가는데 그렇게 빠르게 달려 나갈줄은 몰랐고 나중에 오버페이스가 됨을 알고 자신의 페이스로 달리게 되었으며 후진 그룹은 보이지 않아 외롭게 혼자 레이스를 펼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오버페이스로 인해 중간에 기권도 생각했었지만 군인으로서 끝까지 달리자는 생각으로 완주를 했다고 합니다. 저는 '임진수' 선수에게 잘했다고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올림픽 참가를 못하게 된 선수보다 더 안타까운 사람이 또 누가 있겠습니까? 그 누구보다 안타까워할 '임진수' 선수에게는 지금 따뜻한 위로의 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6. 마라톤 선수 1명을 키우는 일은 엄청 힘드는 일입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듯 마라톤 선수들은 42.195Km를 달리고 나서도 우리 처럼 숨을 할딱~거리지 않습니다. 그것이 타고난 천성이든 아니면 오랜 훈련을 통하여 숨쉬기가 익숙해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선수들은 온 힘을 다 쏟고도 그 다음날은 회복 훈련을 통해 몸을 추스려야 합니다. 그리고 마라톤은 통상 출전 6개월 전부터 훈련에 돌입하여 10일 전에는 식이요법으로 최종 마무리 하며 컨디션을 조절해 나갑니다. 또한 평시 훈련시에도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고기류 위주의 고단백 식단으로 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선수들에게 들어가는 식사대도 만만한 금액이 아니며 이런 형편이다보니 웬만한 대기업이 아니고는 마라톤 선수를 육성할 수 없답니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로 삼성, 코오롱 등 대 기업에서 팀을 가지고 있으며 일부 지방자치 단체별로 마라톤 선수를 육성하기도 하지만 이는 전국체전에서의 점수 획득을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며 따라서 훈련 등 제반 여건의 불비속에서 마라톤 선수라는 명칭만 가지고 전국 체전을 준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상 상무에서도 마라톤 선수를 육성하기가 힘든 형편입니다. 선수들의 급식이 일반 사병보다 낫다고는 하지만 평균 칼로리는 태능 선수촌에 비하면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상 선수를 뽑는것은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함입니다.

7. 저는 '임진수' 선수의 동계 훈련장을 방문하여 이 선수의 훈련 상태를 살펴보기도 하였습니다. 지난번 영천 출장이 바로 '임진수' 선수의 훈련모습을 살피러 다녀 온 것이었습니다. 마라톤 선수가 매일 42.195Km를 달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만한 거리를 인터벌과 조깅 등으로 매일 달리는 연습을 합니다. 경기 치고는 참 재미없는 경기가 육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조로움의 연속이라 아니할 수 없답니다. 더구나 상무에서는 전 육상 종목을 다 가르킬 수 없어 국가대표인 '임진수'선수도 코오롱에 위탁하여 훈련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제 또 다시 조일 마라톤을 준비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준비기간이 6개월이다보니 그동안 이번 동아마라톤을 위하여 한번도 쉬는 날을 갖지 못했음에도 단 며칠간의 휴가만 주어질 따름입니다. 마라톤 선수의 영광은 달리는데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더 이상 달릴곳이 없을 때 경기는 끝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 이제 또 다시 그들은 일반인이 지겹다고 여길수도 있는 그들만의 훈련에 돌입을 하게 됩니다. 앞서가는 사람의 등이 보이지 않는 순간을 위하여....  저 멀리 결승점의 테이프가 팽팽해진 순간을 목격하며 첫번째로 그 테이프를 통과하기 위하여 이제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삶과 같아 좌절하면 영원히 굴복하거나 포기 하는것이 아니라 늘 새롭게 도전을 하며 언젠가 정상에 설 날을 꿈꾸는 마라톤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와 격려를 보내렵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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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3-15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외로워보이고, 강해보이는 선수가 마라톤선수라고 늘 생각되더군요.
일어나 새로운 도전의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그들에게, 또 우리에게 힘찬 박수를...
 

1. 어제 저녁... 청주 예술문화회관 2층에서는 전국 각지의 애란인들이 전시회에 출품한 기 백분의 난이 자웅을 겨루었습니다. 전국 각지의 애란인들이 지난 1년간 애지중지 얘배하던 난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심사위원들에게 자신을 뽑아 달라고 아양을 떠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6시가 되어 퇴근을 하고는 부리나케 달려갔음에도 6시부터 시작한 심사가 끝나지 않았을 정도로 출품된 난들의 우열을 가리기가 힘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니 그제서야 '대상'이 결정이 되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대상'이란 상중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상인지라 '대상'이 결정되었다는 것은 심사가 다 끝났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회의 대상은 '복륜소심'이 차지하였고, 끝까지 이것과 자웅을 겨루던 '홍화소심'은 최우수상의 영광을 안게 되었습니다.

2. 저도 몇 분을 출품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은근히 기대를 가졌던 꽃은 '빨강꽃'이었습니다. 꽃대를 3대나 달았고 잎장이나 여러가지 상태도 최상이었기에 당연한 기대라고 할 수 있었지요...그런데 결과는 '꽝' 이었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근무를 하는지라 난실에 위탁배양을 부탁을 했었는데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 것입니다.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는 말은 꽃은 다 피었는데 '꽃대'를 올리지 못해 바닥에 붙은것 같아서 소위 관상미가 떨어진다는 것이었으며, 겸하여 적어도 전시회에 출품을 하려면 배양을 목적으로 하는 난분이 아니라 전시용 난분으로 갈아줘서 남들이 보기에 좋도록 해야 함에도 키우던 그대로 출품을 하다보니 지저분 하고 흙탕물이 튀겨 말이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아파트에서 키우던 나이었는데 제가 집을 떠나 있었기에 제대로 관리를 할 수 없어 난실에 위탁배양을 했었는데...아마 난실 주인도 자기 난을 돌보듯 하였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제대로 꽃대를 올리지 못했던것 같았습니다.

3. 속으로는 내심 기대를 가졌었고, 수시로 '꽃대'의 상황이 어떤가를 전화로 물어보았었기에 그래도 어느 정도는 꽃대가 올라왔으리라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제가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여 전시회에 출품된 제 난을 보니 조금은 너무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빵강꽃'은 앵두같은 색으로 이쁘게도 피어 있었습니다. 제가 허탈한 마음을 달래려고 난분을 들고 어느 정도의 '화형'과 '색'인가를 살펴보는데 심사를 맡아보셨던 많은 분들이 제게 와서 하시는 말씀이 "꽃은 참 좋은데 꽃대가 안올라 왔고, 배양분에 그대로 내는 바람에 아깝게 수상권에서 멀어졌다", "홍화부문에서 최고상을 받을 난초다", "명명(이름을 붙여주는 것)을 해서 잘 키우면 아주 좋을 꽃이다"...등등 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을 하면 "참 좋은 난으로 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전시 준비가 부족했다"...였습니다.  그 말씀들이 그나마 제게는 커다란 위안이 되었고, 제 난을 제가 관리를 하지 못했음에도 잠시라도 위탁 배양을 맡았던 난실 주인을 원망했던 일이 부끄러워지게 되었습니다.

4. 그나마 더욱 다행스럽고 위안이 되는것은 꽃이 워낙 좋은지라 두 개의 난 잡지에서도 수상외의 난초임에도 잡지에 넣기 위해 사진을 펑펑 찍어갔습니다. 뭐...말씀 드리자면 그만큼 좋다는 제 자랑입니다.  하여간 다음달 난 잡지에 제 난 사진이 실렸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이번에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이제 난들은 정말로 자기의 난 처럼 잘 길러주는 분이 운영하는 난실로 옮기고 있으니 이번 한해를 또 열심히 배양하여 더 좋은 모습으로 전시회에 출품을 하라는 충고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될것 같습니다. "난"이라는 식물을 "기다림의 미"라고 하는 이유가 1년이라는 세월을 지극 정성으로 돌 보아야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기에 붙여지는것이 아닌가 합니다. 꽃꽂이처럼 어떤 재료를 이용하여 만드는 작품은 기왕에 마련된 재료에 작가의 창작성이 듬뿍 담겨있다고 하나 난이란 열심히 기르지 않으면 결과는 늘 "꽝"으로 1년 농사를 헛 짓게 되는 것이랍니다.

5. 이번 난 전시회는 청주의 문화예술회관에서 오늘부터 열리고 있습니다. 3월 12일~ 3월 14일 까지입니다 가까이 사시는 분들은 주말을 이용하여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가벼운 봄나들이를 다녀 오시면 좋으실 겁니다.  저도 이제는 새로운 마음으로 분갈이도 하고, 또 오래된 난석은 바꿔도 주면서 주인의 사랑이 듬뿍 담긴 난 배양 체제로 접어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정말로 자랑스럽게....제가 잘 길러서 이쁜 꽃을 피웠고, 그 결과 이러이러한 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이곳에다 자랑하렵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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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즌을 맞아 벌어지고 있는 2004년 배구대전도 이번주부터는 4강이 겨루는 결승 리그를 치루게 됩니다. 그동안 모두 다섯 차례의 순회경기를 갖고 매 대회마다 등위에 따른 점수를 부여하여 상위 4개팀이 결승리그를 치루는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이 됩니다. 삼성화재가 60연승이라는 대 기록을 세우며 앞서나가는 것은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하여 우수선수를 확보한 팀이기에 예의 삼성의 일류정신이 담겨 있으며, 따라서 당연히 최강이 되어야 할것이고 매 경기 승리로 인하여 획득한 점수가 가장 많습니다. 그 뒤를 이어 LG,대한항공이 4강에 합류를 했고 마지막 한자리를 놓고 혼전을 벌이는데 어제(3월 9일) "상무"가 한전을 3:0으로 이기면서 막차로 4강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결승리그는 두팀씩이 3전 2선승제로 이번 주말부터 부산에서 경기를 갖게 되며 이긴팀 두 팀이 마지막으로 결전을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2. 우리 나라의 배구 선수층은 그리 두터운 편이 못되는 형편입니다. 그 사실은 실업팀이 6개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저변이 엷은 경기종목이 그나마 세계대회에 나가서 상위권을 유지 한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선수들 중에서도 군에 들어올 대상자는 많지 않습니다. 우선은 올림픽 3위 이내면 면제가 되고 아시안게임에서도 1위를 하면 면제가 되는데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어 아시안 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하여 면제 대상자가 된 우수한 선수도 다수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실제 입대를 하는 선수는 국가 대표팀에도 못 끼는 그저 그런 선수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선수들을 뽑아서 군 특유의 정신...그 중에서도 雖死不敗(수사불패: 죽을 수는 있어도 질 수는 없다)의 "불사조 정신"으로 지옥같은 훈련을 통하고 담금질하여 일류 선수의 기량에 버금가는 선수로 육성을 하게 됩니다. 말이야 쉽지만 감독("지도관"이라고 합니다)의 정성과 선수 육성에 대한 혼이 담겨있기에 가능한 일이며, 이를 따라주는 무명 선수들의 오기가 합쳐져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고 봅니다.

3. 이 선수들중 '신경수'라는 선수가 주포로서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인데 2차전 때 블로킹을 하던중 상대 선수가 네트 가까이에서 강하게 스파이크를 넣고 난 다음의 손이 이 선수의 새끼손가락과 충돌하면서 골절을 가져왔습니다. 주포의 부상은 전력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손가락에 쇠 철심을 박아 넣는 3개월의 진단이 나온지라 선수는 물론이고 팀을 맡은 감독의 마음인들 편할리 있겠습니까?  그 결과 3차전과 4차전은 전패의 수모를 안게 되었습니다. 주포가 빠지니 공을 올려주는 세터가 마땅하게 공을 올릴 선수를 찾지 못하게 되었으며, 그 막강했던 강 스파이크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신경수" 선수의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선수 전체에게 미치는 영향도 커서인지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지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군인정신으로 경기에 임한다 해도 기술의 한계가 있는데 우격다짐으로 한다고 될 턱이 없겠지요.

4. 벤치를 지키던 " 신경수" 선수도 답답했던지 통합병원에 가서는 부러진 손가락에 박혀 있던 두 개의 철심을 뽑았습니다. 그리고는 3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자신의 공백으로 팀이 진다는 생각을 하니 부상이라고 그저 붕대만 감고 있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훈련을 조금씩 하다가 드디어 어제 경기에 임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결과는 각 신문에 3 : 0 승리로 나왔지만 거기에 덧붙인 기사는 모두 <통쾌한 복수>라는 수식어 였습니다.  아직 완쾌되지 않은 "신경식" 선수가 팀에 들어가니 우선은 사기가 살아나고, 주 공격수로서 공격을 하니 공격 득점이 나오고, 큰 키로 블로킹을 하니 상대 공격수가 스파이크를 제대로 못하였습니다.  여기에 공격에서 "신경식" 선수가 주포이기에  상대방의 블로커가 계속 붙어 있고 이것을 이용하여 세터가 이 선수에게 공을 올려 줄듯 하다가 다른 선수에게 공을 올려주니 다른 선수는 그만큼 수월하게 득점을 할 수 있었습니다. TV중계를 하던 어나운서도 "어어...이게 웬일입니까?"를 연발할 정도로 0 : 3 이라는 예전의 스코어를 아주 간단하게 3 : 0으로 만들어 버린 통쾌한 설욕이었습니다.

5. 선수들은 주말 경기를 위해 부산에 머물고 있습니다. 물론, 군팀이기에 묶는 숙소나 먹는 식당도 빠듯한 예산 탓에 모두 열악하지만 그래도 싸고 좋은 곳을 얻으려고 감독이 부단한 노력을 합니다. 상무팀은 다른 팀 처럼 코치나 주무가 없이 1인 감독 체제로 운영이 됩니다. 축구나 배구등의 실황중계에서 보면 누가 쓸어지면 여러 스텝이 우르르 달려 나갑니다만, 우리 상무팀은 경기가 진행되면 감독이 선수가 얼마나 다쳤나를 돌 볼 짬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런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을 합니다. 상무 마크를 달았고 군인이지만 체력이나 기술은 어차피 한계가 있게 마련임에도 어디서 나오는지 그 부족함을 받쳐주는 힘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론에서도 <군 특유의 투지, 강인한 군인 정신>...등등의 수사를 쓰며 상무의 정신을 높이 사는것 같습니다.

6. 이제 주말부터 결승리그가 열리게 됩니다. 전력이나 선수 구성등 모든면에서 가장 열세임은 부인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더구나 완쾌되지 않는 "신경수" 선수의 손가락도 본인은 안 아픈척 하겠지만, 강하게 휘두르는 손 끝에 피가 다 몰릴텐데 어찌 안 아플리 있겠습니까만 결코 아프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휘하는 감독인들 모를리가 있겠습니까만, 아픔은 가슴에 묻어두고 애써 태연한 척 할것입니다. 감독이나 선수나...한 사람은 신체적 아픔을, 또 한사람은 가슴속의 아픔을 숨기고 묻어두고 경기에 임할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결과가 어찌 되었건 최선을 다 할것이며, 경기 종료후에는 감독도 선수의 상처에 깊은 아픔을 느끼며 위안의 말을 하겠지요.... 상무에 입대한 선수들은 최고의 기량을 갖추기 위해 새벽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정말로 값진 땀을 흘립니다. 그들이 상무에 몸 담고 있는 동안의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역 후에 한국을 대표하는 우수 선수로 활약을 하며 국위를 선양할 때 우리는 그들이 상무를 거쳐간 선수이기에 가슴 깊이 뿌듯함을 느끼게 됩답니다. 월드컵 4강의 주역중 황선홍, 이운재를 비롯한 9명의 선수가 상무 출신이라는데 지도관이나 선수들이 뿌듯함을 느꼈듯이 이곳 식구들은 이곳을 거쳐간 선수들의 활약에 뿌듯한 긍지를 느끼게 되는 것이며, 이는 상무를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우수 선수가 아님에도 그들이 모여 최고의 숨겨진 기량을 발휘 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쏟는 "불사조" 상무 가족에게 따뜻한 박수와 격려를 보내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아울러 경기 중계시에도 "상무"를 열심히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힘이 되어 최선을 다하며 깨끗한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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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03-1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정말 관중석까지 뛰어나가면서 받아냈다하면 상무였는데...한동안 상무가 뜸?했었죠; 뭐 그땐 꽤 유명한 선수들이 상무에 있었을 때 였으니까...경기하는 거 보고 싶어지네요^^주말에 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