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요일인 어제는 동아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역사가 깊은 대회이며 수많은 국가 대표를 배출한 대회로 이번 대회는 아테네 올림픽에 참가할 한국 대표선수 선발전을 겸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2시간 6분대의 선수가 초청이 되었고 우리 나라에서는 이봉주, 지영준 선수등 올림픽을 목표로 동계 기간동안 훈련에 임했던 선수들이 참가를 하였습니다. 올림픽 출전 자격은 어느 대회건 관계 없이 국제 육상연맹이 인정하는 공식 경기에 참가하여 2시간 12분 안쪽의 기록을 수립하면 참가 자격이 주어지게 됩니다. 이 기록 또한 올림픽이 열리기 1년전부터 올림픽 직전 까지 작성된 기록에 한하고 있습니다.
2. 우리 나라 선수들 중에는 상무 선수로 임진수 선수가 이번 마라톤에 참가를 했습니다. 이 선수의 기록은 2시간 12분대 선수로 이번 대회에서는 2시간 10분대를 목표로 참가를 하였습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한국 대표로 선발되어 아테네에 참가하는 것이었습니다. 한양대학을 졸업하고 한국 마라톤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코오롱 팀에 몸담고 있다가 입대를 한 선수인데 체격도 작으며 몸도 무척 마른 체형의 선수로 일반적인 마라톤 선수의 기준보다 조금 왜소한 편입니다. 작년에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 대회에서는 3위를 한적도 있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것이라는 예상을 하였었으며 동계 훈련기간 동안 꾸준한 연습을 통하여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3. 일요일 08시....대회는 시작 되었습니다. 출발 신호와 함께 달리기 시작한 대열은 곧 바로 선두 대열과 후진 그룹으로 분리가 되었습니다. TV로 중계를 지켜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선두그룹은 20여명의 선수로 내달리기 시작을 하였는데 다른 여타 대회와 달리 2진 그룹이 형성되지 않았고 선두는 후진 그룹과는 상당한 차이를 두고 달리게 되었습니다. 처음 5Km의 주파 기록이 13분대로 이는 100M를 거의 16~7초에 주파하는 속도였습니다. 페이스 메이커라고 하여 주최측에서 신기록 작성을 위하여 선수와는 별도로 일정 기간만을 달리는 조건으로 초청이 된 선수가 있는데, 이 선수가 주최측의 요구대로 앞장서서 달리게 되다보니 전반적으로 스피드가 빨라진 것이었습니다. 상무의 임진수 선수의 5Km 평균 속도가 14분 중반인것에 비하면 엄청난 빠르기이며 이렇게 달릴 경우 기록은 2시간 6분대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4. 10Km에 이르자 이제는 완전한 선두 그룹이 형성이 되었습니다. 7명의 선수가 선두 그룹에서 앞서거니 쳐지거니 달려 나가다가 35KM 지점에서 지금까지 앞장서서 달리던 페이스 메이커가 빠지고 먼저 치고 나오는 선수가 앞서면서 마지막 레이스가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역시 작년도 우승자인 남아프리카 선수가 치고 나오면서 앞서 달리기 시작을 했습니다. 이 선수는 작년도에 이 대회에 페이스 메이커로 참가를 했다가 1위를 한 선수였는데 그의 마지막 스퍼트는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이 선수의 스퍼트를 우리의 기대주 이봉주 선수도 잡지를 못했습니다. 원래 이봉주 선수가 마지막 스퍼트가 좋기로 알려진 선수인데 도무지 따라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고 결국 이봉주 선수는 5위로 결승점을 통과 했습니다. 그리고는 1위 선수의 여유있는 모습과는 달리 상당히 지친 모습을 보였습니다.
5. 상무의 '임진수' 선수는 9Km 지점부터 쳐지기 시작하여 2위 그룹이 없이 줄곧 혼자 외롭게 독주를 하여 전체 15위, 한국 선수로는 2시간 16분 23초라는 기록으로 4위를 하였습니다. 결국 아테네 올림픽 참가는 물 건너간 셈이 되어 버린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기록에도 훨씬 못미치는 기록을 낸 것입니다. 아침에 '임진수' 선수와 함께 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국내와 국외 선수에 대한 시상을 따로 하여 목에는 메달을 걸고 상금도 받았습니다.(통상 마라톤은 6위 까지 시상을 합니다) 어제의 경기에 대해 물어보니 처음에 선두가 치고 나가는데 그렇게 빠르게 달려 나갈줄은 몰랐고 나중에 오버페이스가 됨을 알고 자신의 페이스로 달리게 되었으며 후진 그룹은 보이지 않아 외롭게 혼자 레이스를 펼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오버페이스로 인해 중간에 기권도 생각했었지만 군인으로서 끝까지 달리자는 생각으로 완주를 했다고 합니다. 저는 '임진수' 선수에게 잘했다고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올림픽 참가를 못하게 된 선수보다 더 안타까운 사람이 또 누가 있겠습니까? 그 누구보다 안타까워할 '임진수' 선수에게는 지금 따뜻한 위로의 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6. 마라톤 선수 1명을 키우는 일은 엄청 힘드는 일입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듯 마라톤 선수들은 42.195Km를 달리고 나서도 우리 처럼 숨을 할딱~거리지 않습니다. 그것이 타고난 천성이든 아니면 오랜 훈련을 통하여 숨쉬기가 익숙해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선수들은 온 힘을 다 쏟고도 그 다음날은 회복 훈련을 통해 몸을 추스려야 합니다. 그리고 마라톤은 통상 출전 6개월 전부터 훈련에 돌입하여 10일 전에는 식이요법으로 최종 마무리 하며 컨디션을 조절해 나갑니다. 또한 평시 훈련시에도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고기류 위주의 고단백 식단으로 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선수들에게 들어가는 식사대도 만만한 금액이 아니며 이런 형편이다보니 웬만한 대기업이 아니고는 마라톤 선수를 육성할 수 없답니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로 삼성, 코오롱 등 대 기업에서 팀을 가지고 있으며 일부 지방자치 단체별로 마라톤 선수를 육성하기도 하지만 이는 전국체전에서의 점수 획득을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며 따라서 훈련 등 제반 여건의 불비속에서 마라톤 선수라는 명칭만 가지고 전국 체전을 준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상 상무에서도 마라톤 선수를 육성하기가 힘든 형편입니다. 선수들의 급식이 일반 사병보다 낫다고는 하지만 평균 칼로리는 태능 선수촌에 비하면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상 선수를 뽑는것은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함입니다.
7. 저는 '임진수' 선수의 동계 훈련장을 방문하여 이 선수의 훈련 상태를 살펴보기도 하였습니다. 지난번 영천 출장이 바로 '임진수' 선수의 훈련모습을 살피러 다녀 온 것이었습니다. 마라톤 선수가 매일 42.195Km를 달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만한 거리를 인터벌과 조깅 등으로 매일 달리는 연습을 합니다. 경기 치고는 참 재미없는 경기가 육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조로움의 연속이라 아니할 수 없답니다. 더구나 상무에서는 전 육상 종목을 다 가르킬 수 없어 국가대표인 '임진수'선수도 코오롱에 위탁하여 훈련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제 또 다시 조일 마라톤을 준비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준비기간이 6개월이다보니 그동안 이번 동아마라톤을 위하여 한번도 쉬는 날을 갖지 못했음에도 단 며칠간의 휴가만 주어질 따름입니다. 마라톤 선수의 영광은 달리는데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더 이상 달릴곳이 없을 때 경기는 끝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 이제 또 다시 그들은 일반인이 지겹다고 여길수도 있는 그들만의 훈련에 돌입을 하게 됩니다. 앞서가는 사람의 등이 보이지 않는 순간을 위하여.... 저 멀리 결승점의 테이프가 팽팽해진 순간을 목격하며 첫번째로 그 테이프를 통과하기 위하여 이제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삶과 같아 좌절하면 영원히 굴복하거나 포기 하는것이 아니라 늘 새롭게 도전을 하며 언젠가 정상에 설 날을 꿈꾸는 마라톤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와 격려를 보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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