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군체육부대'는 엘리트 체육인의 훈련 장소로 부대를 일부 개방을 하고 있습니다. 태능 선수촌에 다 수용할 수 없는 인원중의 일부 종목 선수들은 국군체육부대에서 훈련을 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태능 선수촌에서는 훈련장의 여건이 어려워 마련되지 못한 종목이 있기 때문인데 대표적인 것이 근대4, 5종,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 양궁(주니어), 근대5종(주니어), 레슬링 상비군 등등의 종목 선수들이 상무 부대에 입촌하여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2.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한가지 설명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체육 육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집니다. 바로 국가 대표급을 양성하여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 아시안 게임 등에서 국위를 선양할 체육인을 양성하는 엘리트 체육과 다른 한가지는 생활체육으로서의 종목 확산을 목적으로 취미생활에서 조금더 진보한 형태로 운동을 즐기는 경우...즉 동호인 위주의 생활체육으로 나눌수 있습니다. 그 외에 종목별 활동을 통하여 나중에 프로 구단에 입단하는...말 그대로 몸이 재산이라서 몸을 이용한 운동 경기에 종사하는 프로의 세계가 있습니다.

3. 과거의 동구권과 후진국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의 체육은 생활체육입니다. 브라질이나 독일 등의 클럽의 형태는 다소 다르지만, 서구의 일반 학교 수업은 오전에는 교과서 공부를 하고 오후 3시 이후에는 대부분 체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종목은 물론 본인의 취향과 적성, 또는 본인이 하고 싶은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7개나 획득한 미국의 수영 선수(마크 스피츠)는 의과대학의 학생이었으며. 미국 프로 리그의 각 종목에서 활동중인 선수들 대부분은 대학을 훌륭한 성적으로 졸업을 한 선수들입니다. 이들은 운동이라는 격한 종목을 스스로가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며 바로 스스로 즐긴다는 것이 생활체육이며, 생활체육중 특출하게 뛰어나서 올림픽에도 출전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4. 저희 부대에는 아직 고등학교에 다녀야할 어린 학생들이 여러 종목에서 상비군이라는 이름으로 입소하여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작년부터 주욱 지켜보았는데 마치 신분이 학생이 아닌듯 전혀 학교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저 눈만 뜨면 새벽부터 운동에 매달리고 밤에도 또 운동에 매달리고....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들 모두는 남녀 고등학교에 적을 둔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일년에 한 차례도 학교에는 가지 않는 것입니다. 지난번 졸업 시즌에는 졸업식을 하러 학교에 가더군요.......그나마 가는 목적이 '학교를 빛낸 졸업생'으로 표창을 받기 때문이라더군요...

5. 이런 학생들이 운동에만 전념하고 전혀 학교 공부와는 담을 쌓고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반드시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삶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보장은 없을 것입니다. 만약 성공이 목표라면...그리고 유수 기업의 실업팀에 높은 연봉을 받고 돈을 버는 것이 목표라면 할 말이 없겠습니다. 그리고 이 선수들 모두가 훌륭한 성적을 내는 국가 대표로 성장을 하여 미래를 보장받는다는 보장은 더더욱 없습니다. 그 중에서 겨우 한 두명 정도나 선발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중요한것은 이들이 감성적으로 예민할 때 학교의 수업보다는 인성 교육을 필요로 하는 것이고 이는 학교에서 수업과 함께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전이되는 것인데 이들이 보는 것은 운동 경기 뿐이고 이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코치진과 같이 훈련중인 소수의 선수들이 고작입니다. 그렇다고 성적이 능력을 대변하여 목이 언제 짤릴지 모르는 코치진이 운동 이외에 이 학생들의 인성까지 신경을 쓰지 못합니다. 

6. 결국, 이들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 종목에서의 낙오(도태라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는 물론이고 학교나 사회로 되돌아가도 이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배운것이 있어야 뭐든 할 수 있고 사람들과 잦은 접촉을 했어야 부대끼면서라도 살아갈 수 있을텐데 그런 기회조차 없었으니 사람들을 만나기도 겁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대에서는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간단하게 영어라도 익힐 수 있도록 영어 회화 시간을 마련해 주었지만, 말 그대로 단어 하나 알지 못하는 전혀 깡통인지라 상황에 따른 문장을 한글로 적어서 알려주기도 합니다.

7. 바로 이런것이 우리 체육계의 현실입니다. 우리는 TV중계를 보고 환호도 하고 감격도 합니다. 얼마나 늠름한 모습입니까? "장하다..대한의 아들 딸들.."  이라는 수식어로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 마다 열광을 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런 선수들에게 여성 팬 또한 줄줄 따라 다니며, 어떻게라도 한번 사귀어 볼까 야단들이지요. 신문에 나오는 스포츠 스타들의 부인이나 애인을 보면 다들 미스코리아 뺨칠 정도의 미모들을 뽐낼 정도로 미인들이 많이 사귀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저도 들은 이야기지만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어느 스포츠 스타와 결혼한 여자의 이야기인데 도무지 코드가 맞지 않아서 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으로 과정을 밟은 사람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의 코드가 맞는다면 그거야 말로 정말 웃기는 일일테니 이 부인이 하는 하소연은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내용을 이해 하신다면 지극히 당연한 일임을 이해 하실 수 있으실것입니다.

8. 언제쯤 우리도 서구 사회처럼 취미로 운동을 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일은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과 싫은데도 억지로 하는 일의 결과는 엄청납니다. 물론, 그 일에 매달리는 열정 또한 다를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운동...그리고 틈만 나면 잠자기....밥먹고 운동하고 잠자고...밥먹고, 운동하고 잠자고....일년 365일을 하루도 걸르지 않고 반복되는 이들이 일개미와 다를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관련 기관이나 학교 측에서 신경을 조금이라도 써 준다면 좋겠지만 수업은 교육부, 그리고 체육은 문체부로 나뉘어져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관계 기관의 행태가 아직도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체육계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들이 점수를 조금 더 얻는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또 수업을 받아 머릿속에 지식을 조금 더 잡아두는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그들이 함께 하는 삶 속에서 자신의 책임이 무엇이며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해야하는것이며, 또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은 어떤 것인가를 알려주고, 윗사람과 공중도덕이 무엇이며, 경기중 볼꼴 사납게 가래침을 자신이 쓸어질지도 모르는 경기장에 뱉어서는 안된다는 의식...이러한 인성이 무엇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일겁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우상으로 알고 죽어라고 쫒아다니는 사람들이 측은하고 가엽게 느껴지는것은 제가 그런 내용을 너무 잘 알고 있고, 또 선수들이 어떤 상태인지 잘 알고 있는지라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세상은 밚이 변해서 좋아하던 싫어하던 그거야 그 사람들의 선택권이겠지만......한편으로는 그러한 세태가 한심스럽게 느껴지며, 씁쓸한 마음을 숨길수가 없답니다......

                                                            < 如       村 >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을산 2004-03-17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운동 선수들의 생활을 몰라서 그러는데, 정말 책 한권 읽을 시간이 없나요?
운동선수들은 안그래도 운동선수로서의 수명이 짧은데, 그렇게 사회를 모르면 수수께끼님 우려대로 사회에 나와서 너무 막막하고, 설사 성공한 선수라 하더라도 '봉'으로 이용당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최소한 하루 한두시간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교양강좌'를 선택해서 듣거나, 기숙사에 도서실이라도 구비해 두어야 할 것 같네요.
선수들이 수업을 빠지는 것은 알았지만, 그정도일 줄이야..

비로그인 2004-03-1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없다기 보다는 그네들의 생활 습성이 책을 멀리한지 오래되어 습관화 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책만 들면 졸음이 온다고 합니다. 특히 과격한 체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 아닌 사격, 양궁 등의 선수들도 틈만 나면 잠자기 바쁜데...이들을 지도하는 코치진 또한 그런 식으로 운동을 해 왔기에 무감각하게 아이들을 관리하는것 같습니다. 제가 걱정하는것 처럼 이들이 성자아여 절름발이 사회인이 될것이라는것은 명약관화인데...지금 뭐라도 한다고 호들갑을 떨어서 될 일도 아닌것 같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님에도 체육계나 교육계 모두가 내 일이 아니라는듯 뒷짐을 지고 있는 행태가 더욱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체육인이 아닌 관리자의 입장에서 이들을 관리하다보니 많은 문젯점을 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어쩔수 없는 훈련이라 할지라도 시간 활용과 생활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것입니다. 비록 영어 발음을 한글로 적어 상황별로 외우게 하고는 있지만, 원래 영어는 yes도 모르고 no도 모르는 사람이 더 빨리 배우는 법인지라 나름대로의 희망을 가지고 회화교육에 임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외국에 나가서 잠자는것과 밥먹는것, 그리고 길 찾아가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중점을 두고 교육중인데 다행히 호응이 좋은것 같습니다. 물론, 점심시간에 쉬어야 할 시간을 이들 교육에 배려하는 여러분들의 마음이 고마울 따름이랍니다.

가을산 2004-03-17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병원 바로 앞에 대전시의 양궁장과 싸이클장이 있습니다.
가끔 시 대표선수들이 아파서 오곤 하는데, 얼마 전에는 '꿈나무'인 중학생이 왔습니다.
위염 증상이었는데, 대회를 앞두고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위염 같았습니다.
그래도 시에서는 1등을 하는 아이라는데.... 그 스트레스가 무척 큰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