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즌을 맞아 벌어지고 있는 2004년 배구대전도 이번주부터는 4강이 겨루는 결승 리그를 치루게 됩니다. 그동안 모두 다섯 차례의 순회경기를 갖고 매 대회마다 등위에 따른 점수를 부여하여 상위 4개팀이 결승리그를 치루는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이 됩니다. 삼성화재가 60연승이라는 대 기록을 세우며 앞서나가는 것은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하여 우수선수를 확보한 팀이기에 예의 삼성의 일류정신이 담겨 있으며, 따라서 당연히 최강이 되어야 할것이고 매 경기 승리로 인하여 획득한 점수가 가장 많습니다. 그 뒤를 이어 LG,대한항공이 4강에 합류를 했고 마지막 한자리를 놓고 혼전을 벌이는데 어제(3월 9일) "상무"가 한전을 3:0으로 이기면서 막차로 4강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결승리그는 두팀씩이 3전 2선승제로 이번 주말부터 부산에서 경기를 갖게 되며 이긴팀 두 팀이 마지막으로 결전을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2. 우리 나라의 배구 선수층은 그리 두터운 편이 못되는 형편입니다. 그 사실은 실업팀이 6개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저변이 엷은 경기종목이 그나마 세계대회에 나가서 상위권을 유지 한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선수들 중에서도 군에 들어올 대상자는 많지 않습니다. 우선은 올림픽 3위 이내면 면제가 되고 아시안게임에서도 1위를 하면 면제가 되는데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어 아시안 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하여 면제 대상자가 된 우수한 선수도 다수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실제 입대를 하는 선수는 국가 대표팀에도 못 끼는 그저 그런 선수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선수들을 뽑아서 군 특유의 정신...그 중에서도 雖死不敗(수사불패: 죽을 수는 있어도 질 수는 없다)의 "불사조 정신"으로 지옥같은 훈련을 통하고 담금질하여 일류 선수의 기량에 버금가는 선수로 육성을 하게 됩니다. 말이야 쉽지만 감독("지도관"이라고 합니다)의 정성과 선수 육성에 대한 혼이 담겨있기에 가능한 일이며, 이를 따라주는 무명 선수들의 오기가 합쳐져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고 봅니다.

3. 이 선수들중 '신경수'라는 선수가 주포로서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인데 2차전 때 블로킹을 하던중 상대 선수가 네트 가까이에서 강하게 스파이크를 넣고 난 다음의 손이 이 선수의 새끼손가락과 충돌하면서 골절을 가져왔습니다. 주포의 부상은 전력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손가락에 쇠 철심을 박아 넣는 3개월의 진단이 나온지라 선수는 물론이고 팀을 맡은 감독의 마음인들 편할리 있겠습니까?  그 결과 3차전과 4차전은 전패의 수모를 안게 되었습니다. 주포가 빠지니 공을 올려주는 세터가 마땅하게 공을 올릴 선수를 찾지 못하게 되었으며, 그 막강했던 강 스파이크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신경수" 선수의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선수 전체에게 미치는 영향도 커서인지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지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군인정신으로 경기에 임한다 해도 기술의 한계가 있는데 우격다짐으로 한다고 될 턱이 없겠지요.

4. 벤치를 지키던 " 신경수" 선수도 답답했던지 통합병원에 가서는 부러진 손가락에 박혀 있던 두 개의 철심을 뽑았습니다. 그리고는 3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자신의 공백으로 팀이 진다는 생각을 하니 부상이라고 그저 붕대만 감고 있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훈련을 조금씩 하다가 드디어 어제 경기에 임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결과는 각 신문에 3 : 0 승리로 나왔지만 거기에 덧붙인 기사는 모두 <통쾌한 복수>라는 수식어 였습니다.  아직 완쾌되지 않은 "신경식" 선수가 팀에 들어가니 우선은 사기가 살아나고, 주 공격수로서 공격을 하니 공격 득점이 나오고, 큰 키로 블로킹을 하니 상대 공격수가 스파이크를 제대로 못하였습니다.  여기에 공격에서 "신경식" 선수가 주포이기에  상대방의 블로커가 계속 붙어 있고 이것을 이용하여 세터가 이 선수에게 공을 올려 줄듯 하다가 다른 선수에게 공을 올려주니 다른 선수는 그만큼 수월하게 득점을 할 수 있었습니다. TV중계를 하던 어나운서도 "어어...이게 웬일입니까?"를 연발할 정도로 0 : 3 이라는 예전의 스코어를 아주 간단하게 3 : 0으로 만들어 버린 통쾌한 설욕이었습니다.

5. 선수들은 주말 경기를 위해 부산에 머물고 있습니다. 물론, 군팀이기에 묶는 숙소나 먹는 식당도 빠듯한 예산 탓에 모두 열악하지만 그래도 싸고 좋은 곳을 얻으려고 감독이 부단한 노력을 합니다. 상무팀은 다른 팀 처럼 코치나 주무가 없이 1인 감독 체제로 운영이 됩니다. 축구나 배구등의 실황중계에서 보면 누가 쓸어지면 여러 스텝이 우르르 달려 나갑니다만, 우리 상무팀은 경기가 진행되면 감독이 선수가 얼마나 다쳤나를 돌 볼 짬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런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을 합니다. 상무 마크를 달았고 군인이지만 체력이나 기술은 어차피 한계가 있게 마련임에도 어디서 나오는지 그 부족함을 받쳐주는 힘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론에서도 <군 특유의 투지, 강인한 군인 정신>...등등의 수사를 쓰며 상무의 정신을 높이 사는것 같습니다.

6. 이제 주말부터 결승리그가 열리게 됩니다. 전력이나 선수 구성등 모든면에서 가장 열세임은 부인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더구나 완쾌되지 않는 "신경수" 선수의 손가락도 본인은 안 아픈척 하겠지만, 강하게 휘두르는 손 끝에 피가 다 몰릴텐데 어찌 안 아플리 있겠습니까만 결코 아프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휘하는 감독인들 모를리가 있겠습니까만, 아픔은 가슴에 묻어두고 애써 태연한 척 할것입니다. 감독이나 선수나...한 사람은 신체적 아픔을, 또 한사람은 가슴속의 아픔을 숨기고 묻어두고 경기에 임할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결과가 어찌 되었건 최선을 다 할것이며, 경기 종료후에는 감독도 선수의 상처에 깊은 아픔을 느끼며 위안의 말을 하겠지요.... 상무에 입대한 선수들은 최고의 기량을 갖추기 위해 새벽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정말로 값진 땀을 흘립니다. 그들이 상무에 몸 담고 있는 동안의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역 후에 한국을 대표하는 우수 선수로 활약을 하며 국위를 선양할 때 우리는 그들이 상무를 거쳐간 선수이기에 가슴 깊이 뿌듯함을 느끼게 됩답니다. 월드컵 4강의 주역중 황선홍, 이운재를 비롯한 9명의 선수가 상무 출신이라는데 지도관이나 선수들이 뿌듯함을 느꼈듯이 이곳 식구들은 이곳을 거쳐간 선수들의 활약에 뿌듯한 긍지를 느끼게 되는 것이며, 이는 상무를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우수 선수가 아님에도 그들이 모여 최고의 숨겨진 기량을 발휘 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쏟는 "불사조" 상무 가족에게 따뜻한 박수와 격려를 보내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아울러 경기 중계시에도 "상무"를 열심히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힘이 되어 최선을 다하며 깨끗한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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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03-1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정말 관중석까지 뛰어나가면서 받아냈다하면 상무였는데...한동안 상무가 뜸?했었죠; 뭐 그땐 꽤 유명한 선수들이 상무에 있었을 때 였으니까...경기하는 거 보고 싶어지네요^^주말에 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