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청주에 다녀 왔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을 해서 청주에서 벌어지는 아테네 올림픽 2차 선발전 겸 종별 유도 선수권 대회에 격려하기 위해서 다녀 온것입니다. 오늘은 81kg급 이하부터 100kg급 까지의 중량급 선수들의 경기가 열렸습니다. 한판 한판의 승부가 피를 말리는 유도 경기로 경기장 안의 열기는 봄의 초입에서 느끼는 훈풍보다 훨씬 뜨거웠습니다.
2. 대진운이 따르지 않아서인지 체급별로 상무 선수들끼리 예선전을 치뤄야 하는 경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각각 다른조로 시합을 했다면 결승에서 만날 수 있었음에도 안타깝게 예선전에서 늘 맞상대 하여 연습을 하던 선수들과 맞닥트려 보는 입장에서도 난감해 지더군요. 특히 감독은 둘 중 누구도 코치를 할 수 없기에 그저 팔짱만 끼고 결과를 지켜보아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하였습니다.
3. 오후 2시 부터는 TV로 중계가 되었습니다. 3위를 뽑는 패자 결승에서 상무 선수가 상대를 누르고 동메달을 획득하였고, 이어서 벌어진 100kg 이하의 경기에서는 상무 선수끼리 맞붙었습니다. '배진범' 선수는 만년 국내 2위 였는데 준결승전에서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이겨보지 못했던 1차전 우승자 장성호 선수에게 판정승을 하였고, 새로 입대한 '김정훈'선수는 다부진 몸매와 의지로 작은 키에도 상대 선수들을 제압하고 결승에 올라갔습니다. 결승에서는 정규 시간인 5분 동안 사력을 다해 싸웠으나 승패를 결정짓지 못하다가 5분 연장에 접어들어 고참인 '배진범'선수의 효과로 배진범 선수가 우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1위 '배진범', 2위 '김정훈', 3위 '김태우''장성호' 선수로 '장성호'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무 선수가 1~3위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4. 상무에 입대하는 선수들은 지난번에 말씀을 드렸듯이 2진급 선수들이 대부분입니다. 우수선수들은 각종 대회에 나가서 메달을 따서 군 면제를 받겠다는 욕심에서 입대를 미루게 되기에 상무에 우수한 선수가 입대를 자원하는 경우는 없는 편입니다. 이러한 2진 선수들이 상무에 입대를 하게 되면 꽉 짜여진 훈련 스케줄에 따라 훈련을 하게 되는데 이 훈련의 강도는 일반 선수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강하게 실시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군인이기에 군인정신으로 더욱 사기 충천해 있으니 원래의 실력보다 조금은 더 실력을 발휘하는것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성호' 선수는 한판승의 왕자 '이원희' 선수처럼 이 체급에서는 간판급 선수입니다. 지금까지 '배진범'선수가 월등한 기량차로 단 한 차례도 이겨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절반을 따는등 확실한 실력차를 보이면서 승리를 한것입니다. 결기후 제게 온 '배진범'선수에게 "네가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선수를 이겼구나...정말 잘했다"라고 격려를 하니 본인도 매우 기쁘고 의외의 결과를 얻었다는듯 매우 기뻐했었습니다.
5. 알게 모르게 늘어가는 실력....그 실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자신감입니다. 스포츠에서는 우열의 퍼센트가 51: 49 라고 해도 그 차이는 엄청난데 바로 이 차이의 대부분은 자신감입니다. 그러다보니 한번 졌던 선수에게 이긴다는 것은 역사가 뒤바뀌는것 만큼이나 큰 일이랍니다. 축구에서도 일본이나 중국이 우리 나라에 계속 지니 <공한증> 이라는 병을 얻게 되듯이 다른 경기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가 경기장에 나가서 격려를 하는 이유는 이런 심적 상태에 있는 선수들에게 바로 자신감을 심어주는 목적이 크답니다. 제가 아무리 선수들에게 편하게 대해준다고 하더라도 역시 제가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는 선수들의 생각에는 조금 더 잘 해야되겠다는 각오가 솟구치고, 저는 이런 선수들에게 "네가 가지고 있는 기술...그리고 최선을 다해라....너는 이길 수 있다....열심히 준비하지 않았니? 그 연습이 바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한 땀방울이었다...한번 해 보자.."라고 말해 줍니다. 그 다음은 감독의 몫입니다.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일체 왈가왈부 하지 않습니다. 이긴 선수는 다행이지만 진 선수의 마음은 얼마나 면목없어하고 괴롭겠습니까? 그런 선수들에게는 다음을 기약하자고 말해 줍니다.
6. 상무 선수들....일반팀에 있으면 적잖은 급여를 받으며 조금은 자유로운 생활 속에서 운동에 임하련만 우리 선수들은 정말로 피땀을 흘리면서 연습을 합니다. 군 입대 기간동안 소속팀에서 급여를 주지 않는것은 당연하구요... 그런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여 오늘 처럼 1~3위를 휩쓰는 쾌거를 이룬다면 그 기쁨은 선수 자신, 그리고 감독과 제가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며, 이 순간 만큼은 지금까지의 고생도 다 씻은듯 없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주변의 관계자들로부터 축하도 많이 받았습니다. 물론, 다른 팀의 관계자가 축하해 주는 속에는 약간의 질투도 섞였겠지만 스포츠는 경기가 종료된 후에 이렇게 서로를 위해줄 수 있는 여유도 갖는가 봅니다. 그러기에 <스포츠는 영원하다>라는 말이 남는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 아침의 흐린 날씨가 기분을 약간 가라앉게 했지만 결과는 대 만족이었고, 출발할 때는 비가 왔었는데 청주를 출발하여 돌아올때는 어느덧 맑은 하늘이 상무팀의 선전에 환영이라도 하듯 맑게 개이고 있었습니다.
< 如 村 >